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파격적인 노출 의상으로 화제를 모았던 일명 ‘똥습녀’ 임지영(35)이 무속인이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또 한 번 그녀의 파격적인 변신에 인터넷이 떠들썩해졌다. 사람들의 시선과 화려한 삶을 즐기는 듯 보였던 그녀가 돌연 신령을 모시는 무당이 된 사연은 무엇일까. 이전과는 180도 다른 삶을 살게 된 그녀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월드컵 노출녀’ 임지영, 무속인 되어 새 인생 살게 된 사연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역시 속이 비치는 개량한복을 입고 길거리 응원에 나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고 한 케이블TV 드라마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깜짝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동안 소식이 없던 그녀가 무속인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을 때 그 사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엉덩이가 비치는 비닐 의상, 가슴을 훤히 드러낸 개량한복, 누드 페인팅과 노출 패션으로 언제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그녀는 화장기 없는 수수한 차림으로 기자를 맞았다. 지난 6월에 신내림을 받은 그녀는 한동안 신어머니 밑에서 점사 수업을 받다 얼마 전 논현동에 법당을 마련해 분가를 한 상태였다.
“6개월 정도 계룡산과 태백산 등지를 다니며 기도를 드렸어요. 신어머니 밑에서 무속인 수업을 받으며 점사도 보고요. 아직 법당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았는데도 물어물어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녀가 본인에게서 신기를 느낀 것은 20대 중반부터였다. 사람들을 보고 무심코 내뱉은 말이 적중한다든가 예감했던 일이 맞아떨어질 때가 많았다. 이런 그녀의 신기를 알아본 몇몇 무속인들이 신내림 받기를 권유했으나 한창 멋을 부리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그녀에게 신내림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무속인의 삶이라는 게 외롭고 절제된 삶이잖아요. 피하려고 방황을 많이 했어요. 2010년 여름에도 잘 아는 무속인 선생님께서 내림굿을 받으라고 권유를 하셨는데 ‘이제까지 안 받고도 잘 살았는데 왜 그 힘든 길을 가야 하나’라는 생각에 거부했어요. 그러다 작년 12월쯤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큰 충격에 빠졌죠. 바로 전날 밤에 통화까지 잘하고 주무셨는데 다음날 아침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갑작스럽게 어머니마저 하늘로 떠나보낸 그녀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었다. 신내림 받는 꿈을 꾼 것이 바로 그즈음이었다.
“신을 거부하면 되게 힘들거든요. 몸을 아프게 하거나 가진 것을 잃게 만드는 게 신이에요.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갑자기 몸이 처지더라고요. 그때 마음을 잡았어요. 어차피 받아야 할 운명이라면 피하지 말고 맞서자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해서 지난 6월쯤 평소 신도로 있던 법당을 찾아가 신내림을 받게 된 거예요.”
‘노출녀’에서 무속인으로, 180도 달라진 삶
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그녀는 친척들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가 세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많은 신도들을 거느린 역술인이었다는 이야기였다. “살아계셨다면 백운 선생보다 더 유명한 역술인이 되셨을 거”라는 친척들의 말을 당시에는 무심코 흘려들었다.

‘월드컵 노출녀’ 임지영, 무속인 되어 새 인생 살게 된 사연
운명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선택한 삶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보통 사람들의 삶과는 전혀 다른 무속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침 기상 시간부터 작은 일상 하나하나, 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생활 자체가 달라졌어요. 전에는 자유분방하고 화려한 삶을 살았어요.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는 불규칙적인 생활을 했죠. 신령을 모시고 나서는 항상 몸을 정갈히 하고 절제된 생활을 해야 해요. 영을 맑게 하기 위해 기도도 다니고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아요. 지금도 계속 배워가는 중이에요.”
그녀는 하루 다섯 시간 이상을 자지 않는다. 잡생각을 없애기 위해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기도를 하고 틈틈이 옥수 물을 갈고 법당을 정돈하며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과는 180° 바뀐 생활에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평온하다고 한다.
“신기한 게 어느 순간 클럽에 가고 싶다거나 밖에 나가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다는 마음이 없어졌어요. 그렇게 좋아했던 노출 의상도 입고 싶은 생각이 없고요. 밖에 나가는 것보다 법당에 있는 게 마음이 편해요. 예전보다는 외로운 삶이지만 사람들을 계속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녀의 갑작스러운 변신을 두고 ‘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퍼포먼스가 강했던 과거의 ‘전력’ 때문이다. 처음 그녀를 찾은 손님들 중엔 여자보다 남자가, 점괘보다 그녀를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고 찾아오시더라고요. 신어머니와 함께 있을 땐 술 취한 목소리로 전화를 해서 저를 바꿔달라고 하는 분도 많았어요. 점을 보려고 오는 게 아니라 제가 궁금해서, 임지영이 정말 신을 받았는지 알아보려고 오는 분들도 많았고요. 유명세라고 생각해요. 저라도 ‘쇼하는 거 아냐’라고 했을 것 같아요. 관심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해요. 이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으니 무속인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주셨으면 해요.”
그녀는 이제껏 살아오며 한 번도 자신의 삶을 후회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비록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았을지라도 ‘똥습녀’로 산 것 역시 후회하지 않는다. 인터뷰 내내 자신이 선택한 현재의 삶 역시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라 결연한 의지를 내비친 그녀, 굳은 각오만큼 당당하고 행복한 삶을 꾸려가길 바란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원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