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 충격, 댄스 동호회의 세계

윤현진·박종권 부부의 댄스스포츠 도전하기

새로운 문화 충격, 댄스 동호회의 세계

댄스스포츠는 부부가 함께 취미생활로 배우기에 더없이 좋은 분야다.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말로는 전하지 못한 감정을 나누고, 평소 어색하게만 느껴졌던 스킨십도 자연스럽게 주고받으면서 부부관계를 돈독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 「레이디경향」 기자 부부가 직접 발 벗고 나선 2012년 특별 프로젝트, ‘Let’s Dance!’

[윤현진·박종권 부부의 댄스스포츠 도전하기]새로운 문화 충격, 댄스 동호회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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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댄스 동호회 가입하다
남편과 함께 춤을 배우기로 마음먹고 첫 수업을 받은 지 한 달째. 바쁘다는 핑계로 꾸준히 배우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요즘 우리 부부에게는 작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댄스 관련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눈을 떼지 못하고, 우연한 자리에서 지인 중 누군가가 춤에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를 꺼낼라치면 두 눈은 번쩍, 두 귀는 쫑긋 세운 채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춤에 대해 아예 몰랐던 일반인 부부들이 단 3개월 만에 완벽한 쇼댄스 무대를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한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어보기도 했다. ‘몸치, 박치인 내게 춤은 다른 세상 사람들이나 즐기는 문화’라고만 생각하고 살았던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마음이 따라준다면 이제는 몸을 움직일 차례, 지난달 전문가를 만나 댄스 입문을 위한 1:2 상담을 받고 간단한 동작들을 배웠던 우리 부부는 좀 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춤을 배워보자는 의미에서 주위의 추천을 받아 댄스 동호회 ‘라틴 속으로’에 가입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 온라인 커뮤니티가 마련되어 있는 ‘라틴 속으로’는 살사와 탱고 두 가지 장르의 오프라인 수업반이 지역별, 기수별로 운영되고 있다. 상업적 목적이 아닌 품앗이 성격의 순수 모임이기 때문에 라틴댄스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개인이 아닌 다수의 회원들이 직접 동호회를 관리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선배 기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들 역시 앞서 초·중급 과정을 수료한 회원들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둘러보며 탐색전을 마친 우리 부부는 동호회에서 매니저 역할을 맡고 있는 회원과 상담한 결과, 이제 막 춤을 배우기 시작한 초보라는 점을 고려해 다소 난이도가 있는 탱고보다 살사를 먼저 배우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총 8주 과정의 ‘서울 지역 살사 초급 69기반’을 신청했다. 수업료는 1인당 6만원으로, 일반 사설 아카데미에서 강습을 받을 경우 지불하는 비용의 절반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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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스럽고 어색했던 첫 수업 생생 후기
첫 강습이 있던 날, 퇴근 후 곧바로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댄스 스튜디오로 향했다. 대부분의 회원들이 30대 직장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수업은 매주 화요일 저녁 8시 30분부터 10시까지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는데, 수업 시작 10분 전에 도착했음에도 이미 스튜디오 내부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새내기 회원 40여 명과 운영진 및 강사로 활동 중인 선배 기수 회원 10여 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느라 왁자지껄했다. 일단 우리 부부는 ‘댄싱레이디’, ‘JK’라고 적힌 명찰을 각자 가슴에 달고 다른 회원들과 조심스레 인사를 나눴다. 둘 다 인터넷상에서 소극적으로 동호회 활동에 몇 번 참여한 적은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수십 명의 회원들과 대면하며 뭔가를 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다보니 실제 이름이 아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으로 상대방을 호명한다는 게 굉장히 쑥스럽고 어색했다.

수업을 듣기 전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복장이었는데, 나와 남편은 사전에 전달 받은 대로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갔다. 살사댄스를 배운다고 해서 화려하고 섹시한 의상을 입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고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스트레칭을 비롯한 다양한 동작들을 익히는 데 부담이 없어야 하므로 트레이닝복에 실내에서 신을 수 있는 바닥이 깨끗한 운동화 정도면 충분하다. 물론 2, 3주 차 수업부터는 좀 더 리드미컬한 스텝 연습을 위해 댄스화를 공동 구매한다. 개별적으로 따로 준비해도 상관없지만, 함께 구입할 경우 3, 4만원대로 비용을 훨씬 절감할 수 있다.

이날 수업에서는 살사댄스의 기본 동작인 메렝게 베이식, 살사 베이식, 홀딩 세 가지를 배웠다. 가장 기초적인 스텝임에도 첫 도전이라 그런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음악에 맞춰 “원, 투, 쓰리~ 파이브, 식스, 세븐~”을 외치며 동작을 반복할 때마다 살짝 숨이 찼고, 나중에는 땀도 제법 흘렀다. 양발을 바꿔가며 제자리에서 걷는 메렝게 베이식과 앞뒤로 가볍게 걷는 살사 베이식은 남자와 여자로 각각 나눠 반복 연습하고,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에는 남녀가 짝을 이루는 홀딩 자세를 완성했다.

나와 남편은 처음에는 파트너로 호흡을 맞췄지만, 이후에는 살사댄스의 특성에 맞춰 다른 회원들과도 춤을 췄다. 제대로 대화 한 번 나누지 않은 어색한 상태에서 모르는 남자와 손을 잡고 스텝을 밟는 오픈 홀딩 자세는 좀처럼 쉽지 않았다. 눈을 마주치기는커녕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땅만 쳐다보기 일쑤였다. 남편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수업이 모두 끝난 후 남편에게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다른 여자 손 잡고 춤추니까 어때?” 하고 물었더니 “허공만 쳐다보느라 진땀을 뺐다”라며 민망한 듯 웃어 보였다.

부부 갈등 해소하고, 친밀도 높이고
수업을 마친 뒤에는 자기소개를 비롯한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이후 회원 전원이 인근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겨 뒤풀이를 했다. 평소 춤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 얼떨결에 친구를 따라왔다가 재미를 붙인 사람, 내성적인 성격을 바꿔보고자 춤을 선택한 사람 등 댄스 동호회에 가입한 사연도 저마다 다양했다. 우리 부부 외에도 아내를 설득해 첫 수업에 함께 참석한 남편도 있었지만 대부분 직장인 미혼남녀였다. 수업을 담당한 두 남녀 강사는 동호회에서 만나 춤을 추다가 인연을 맺어 지난해 결혼에 골인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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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부가 함께 참여해도 좋을 만한 장점은 많았다. 결혼 후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게 쉽지 않은 남편과 아내들은 이러한 모임을 통해 인맥을 넓혀나가면서 공통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고, 이를 매개로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부부는 요즘도 틈틈이 집에서 스텝을 맞춰보며 어설프게나마 수업 시간에 배운 동작들을 연습하고 있다. 남편은 “손을 잡고, 눈빛을 교환하다 보니 연애할 때의 감정을 새록새록 떠올릴 수 있어 좋다”라며 꽤 만족스러워하는 반응이다.

게다가 같이 춤을 추면서 부부간의 갈등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다. 실제로 첫 수업을 받으러 가던 날, 우리 부부는 퇴근 후 만나기로 했던 약속 시간이 불가피하게 한 시간 정도 늦어지면서 서로에게 꿍해 있던 상태였다. 그러나 동호회 사람들 틈에서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열심히 춤을 추는 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서운한 감정들을 내려놓고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었다. 물론 남편은 “내 아내가 다른 남자랑 파트너가 되어 춤을 출 때는 기분이 별로였다. 혼자서는 절대 동호회 활동에 내보내지 않을 것 같다”라며 질투 어린 투정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떼기 시작한 우리 부부의 댄스 도전기, 아직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았지만 마음만큼은 이미 뜨거운 무대를 향하고 있는 중이다.

살사(Salsa)란?
스페인어로 소금을 뜻하는 ‘Sal’과 소스를 뜻하는 ‘Salsa’에서 유래한 살사는 ‘음식의 양념소스’라는 의미가 있을 만큼 정열적이다. 라틴아메리카의 마을 축제나 파티에서 널리 유행한 살사는 건전하고 율동감이 넘치는 춤으로, 가족끼리 일을 하다가 잠시 휴식 시간을 이용해 가볍게 추었을 만큼 대중적이다. 남녀가 마주 서서 손을 잡은 채 스텝에 맞춰 밀고 당기는 기본 동작과 손을 엇갈려 잡고 회전하는 응용 동작으로 구성되었는데, 음악이 시작된 후 끝날 때까지 파트너를 여러 차례 바꿔가면서 춤을 출 수 있다.

■글 / 윤현진 기자 ■사진 / 이성원 ■취재 도움 / 라틴 속으로(http://cafe.daum.net/latin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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