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조태상씨(40)는 촉망받는 야구선수였고 아내 심선미씨(39)는 실력 있는 발레리나였다. 아름다운 두 남녀의 만남이었지만 결혼 후 모든 것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딪치고, 각자의 꿈에 좌절도 겪었지만 두 사람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그토록 바라던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일곱 살과 네 살 두 아이의 부모가 된 그들의 사랑을 지켜준 것은 바로 서로에 대한 작은 배려였다.
하늘의 선물을 가져다준, 필라테스
조태상·심선미 부부는 현재 필라테스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부부는 필라테스가 단순한 직업을 넘어, 부부의 현재를 가능하게 한 고마운 존재라고 입을 모았다.
부부가 필라테스를 접하게 된 것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발레교습소를 운영하던 선미씨에게 디스크가 찾아오면서부터다. 당시 결혼 3년 만에 가진 첫아이를 자연유산으로 잃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온 두 번째 아이까지 떠나보내고 슬픔에 빠져 있을 때였다.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건강 덕분에 임신과 출산도 무사히 해낼 것이라고 장담했던 선미씨에게는 자신이 사랑하던 운동마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결혼 후 의욕적으로 발레교습소를 열고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연습과 교습으로 바쁘게 지낸 탓에 유산이 된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연습과 레슨을 모두 중단하고 아이를 갖는 데만 집중했죠.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도 더 많이 받고 힘들어 지더라고요. 그 뒤 어렵에 가진 아이가 또 계류유산이 되고 나니 말로만 듣던 ‘억장이 무너진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더라고요.” (심선미)
“허리가 아파서 관련 운동을 찾다가 필라테스를 알게 됐어요. 근육이나 허리 등의 통증을 완화시키며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더라고요. 운동을 하다 보니 아이를 갖기 위해 건강한 몸을 만들기에 이보다 좋은 운동이 없겠다 싶더라고요. 또 부부가 함께 상호작용을 하면서 할 수 있는 운동이 드물기 때문에 그때부터 남편과 함께 필라테스를 시작하게 됐어요.” (심선미)
필라테스는 불임부부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비만이나 생리통, 소화불량, 어깨 결림 등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운동과 생활을 바꾸자 아이만 기다리던 초초한 마음도 누그러들고, 부부간의 사랑과 배려도 더 깊어졌다.
“필라테스는 누군가가 옆에서 도와주면 훨씬 효과적인 동작들이 많아요. 운동을 하면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주고 더 쉽고 편안하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해줄 수 있죠.” (조태상)
두 사람은 함께 운동을 하는 것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신뢰감을 높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부부의 몸을 건강하게 만들며 지내던 중에, 하늘에서 선물을 주셨다. 결혼 6년 만에 만난, 첫째 딸. 부부는 두 사람 모두 운동을 전공했지만 “정작 운동이 사람의 몸과 마음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알지 못했던 것 같다”라며 웃었다.
위기 속에서 사랑의 희망을 찾다
사실 태상씨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프로 구단에 입단하면서 적잖은 고충을 겪어야 했다. 그는 당시 프로 창단을 준비 중이던 실업 야구팀인 현대 피닉스에 입단했다. 같은 학교 야구부 졸업생 전원이 현대 피닉스로 입단하는 대대적인 트레이드였다. 하지만 여러 가지 문제로 현대 피닉스의 창단이 무산되자 구단주는 선발 선수들을 현대 그룹 직원으로 채용했다. 포수 포지션으로 야구선수로만 활동하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정장을 입고 현대 하이닉스로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리자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더 이상 야구를 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죠.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생각에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어요.” (조태상)
그는 자신의 꿈을 잠시 접어두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하루아침에 샐러리맨이 됐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충실히 적응해갔다. 결혼 후 유산과 불임으로 서로가 힘들 때에도 자신의 특기를 살려 함께 운동을 할 수 있다는 데 만족하며 살았다. 나름 업무를 익히는 데 재미가 붙고 인정도 받기 시작했다. 어렵게 첫째 아이를 임신했고,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중국 주재원 파견이 내정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기가 막히고 막막했어요. 여러가지 복잡한 이유로 남편이 군대에 가게 됐거든요. 첫아이를 임신해 만삭일 때 남편이 뒤늦게 훈련소에 들어가니 오죽 답답했겠어요.” (심선미)
아내는 만삭의 몸이었고, 남편은 훈련소에 있는 상황이라 경제적으로 빠듯한 생활이었다. 아내는 출산 후 한 달 만에 본업에 복귀해 아이들을 가르쳐야 했지만 남편에 대한 원망은 없었다.
“남편이 저보다 한 살 많아요. 그래도 존칭을 사용하지는 않았는데, 남편이 훈련소에 들어갔을 때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지금 우리가 힘든 상황이지만 그럴수록 서로를 더 존중하고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존대하기 시작했는데, 남편도 저에게 똑같이 해주더라고요.” (심선미)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점이 많아요. 욕심 없는 저에게 언제나 동기부여를 해주는 사람이죠.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아내가 필라테스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던 것도 그랬죠.” (조태상)
두 사람은 국내에 처음 개설된 필라테스 지도자 과정에 함께 참여했다. 한 사람당 교육비가 천만원에 달했지만 돈을 빌려서라도 배워야 한다는 것이 선미씨의 고집이었다. 낮에는 각자의 일터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함께 운동을 하며 새로운 도전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리고 각자 걸어오던 자신의 길에서 벗어나 필라테스 지도자라는 같은 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야구를 했던 남편은 근력을 키워야 하는 동작에 강하고 발레를 했던 아내는 근육 이완이 필요한 동작에 능숙했다. 두 사람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살을 맞댄다.
“남편은 평소 말로 표현하는 데 서툰 편이에요.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는 것도 남새스러워했고요. 그런데 부부간에는 스킨십이 정말 중요해요. 표현하지 않으면 서로의 마음을 알 수가 없거든요. 노부부가 다정히 손을 잡고 걷는 것만큼 아름다운 모습도 없잖아요. 남편이 싫어한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잘 때도 꼭 손을 잡고 자려고 하고, 애써 팔짱도 껴보면서 제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심선미)
“함께 스트레칭을 하거나 안마를 해주면 평소에는 하지 않던 장난도 치면서 서로가 편안해지고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강의도 하고 살림도 하는 아내가 얼마나 피곤한지는 아내의 어깨를 만져보면 느낄 수 있거든요. 뭐든지 열심히 하는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지금이 참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조태상)
그들이 겪은 위기의 순간은 행복한 앞날을 위한 비옥한 토대가 돼주었다. 불임을 극복했던 두 사람의 경험을 토대로 불임부부를 위한 ‘불임체조’를 고안해냈고 바닥에 누워서 하는 보편적인 임신부 체조가 오히려 임신부에게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의자를 이용한 임신부 체조’를 만들었다. 두 사람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상호작용을 하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는 조태상·심선미 부부. 그들은 오늘도 하루의 피로가 쌓인 서로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내일을 위한 사랑을 쌓아가고 있다.
피로는 풀고 사랑은 더하는 커플 체조
마사지를 하면서 상대에게 몸을 맡긴다는 것은 서로를 믿을 수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특히 서로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마사지는 부부간의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주의해야 할 점은 남편이 너무 의욕적으로 마사지를 하려다 보면 아내 입장에서 통증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강하게 하지 말고 부드럽게 해주는 것을 잊지 말자. 다음달에는 조태상·심선미부부로부터 보다 업그레이드 된 커플 체조를 배워볼 계획이다.
어깨 결림 풀어주기
혈액순환을 개선해 어깨 결림을 해소해주는 동작이다. 서로 교대로 해주면 더욱 좋다.
엉덩이 경직 풀어주기
딱딱하게 굳어 있는 엉덩이의 긴장을 풀어주며 골반을 자극하는 동작이다. 스킨십처럼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다리 긴장 풀어주기
허벅지 뒤쪽을 마사지할 때는 무릎 뒤 오금을 밟지 않도록 주의한다.
허리 근육 풀어주기
요통에 효과가 좋은 스트레칭 방법이다. 아내에게 괜찮은지 물어보면서 힘을 조절한다.
가슴 늘이기와 유선 자극에 좋은 동작으로, 서로의 몸을 밀착해 온기를 느끼면서 하면 더욱 좋다.
1 아내는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아 허리를 쭉 편다. 이때 손은 머리 뒤에서 깍지를 낀다. 2 남편은 등 뒤에 무릎을 굽히고 서서 아내의 팔 앞쪽으로 팔을 내려 뒤쪽으로 당긴다. 3 너무 강하게 당기지 말고 힘을 조절하면서 천천히, 부드럽게 해야 한다.
■글&정리 / 진혜린 기자 ■사진&제공 / 원상희, 로그인 ■참고 서적 /「아이소망 스트레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