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주부’를 입력해보면 주부 자격증, 주부 부업, 주부 알바, 주부 창업, 주부 취업, 주부 직업, 주부 재취업이 추천 검색어로 함께 뜬다. 이처럼 자신만의 일을 갖고자 하는 여성은 많지만 사실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다. 특히 가정에 충실하던 주부가 다시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바늘구멍처럼 험난한 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만의 특기나 관심사를 살려 새롭게 또 다른 인생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레이디경향」은 2012년, 이러한 주부들을 만나 그 경험과 노하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달에는 ‘손뜨개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희망찬 이야기를 완성해나가고 있는 주부를 만났다.
[‘주부, 다시 시작하다’]손뜨개 디자이너 조수연
‘만드는 기쁨 그 행복에 끌리다’라는 뜻의 ‘끌림’을 운영하고 있는 조수연씨는 요즘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손뜨개 디자이너다. 동화나 캐릭터 작가들의 작품을 인형으로 만들기도 하고 직접 디자인한 손뜨개 작품도 선보인다. 이와 더불어 외국 손뜨개 관련 서적 번역과 손뜨개 전문 강의도 맡고 있다.
“‘핸드메이드’ 분야를 살펴보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손뜨개는 그 중 한 영역을 차지해요. 저는 손뜨개 소품 중에서도 인형을 주로 만드는 손뜨개 디자이너예요. 어차피 강의는 대체로 입문자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두루 다루지만, 저만의 색깔과 콘텐츠가 담긴 작품 제작은 인형이 주를 이뤄요.”
손뜨개 분야에서도 가장 손이 많이 가고 디자인하기도 어렵다고 알려진 것이 바로 인형이다. 기술만 익히면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는 목도리나 모자 같은 소품에 비해 손뜨개 인형은 천을 잘라 바느질하는 과정이 들어가는데 이 패턴 자체를 디자이너가 직접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마 손뜨개를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저도 처음에는 ‘직접 목도리 하나 떠 볼까’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점차 이것저것 하나씩 만들다 보니 인형 만드는 것도 배우게 됐죠. 사실 맨 처음에는 별 관심이 없었어요. 인형보다는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실용적인 소품들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점점 인형 만드는 일이 재미있어지는 거예요. 제가 만든 걸 본 주변 사람들 반응도 좋았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게 됐어요.”
그 당시만 해도 지금만큼 손뜨개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서 독학으로 만드는 법을 익혔다. 외국의 유명 손뜨개 관련 사이트를 찾아보고, 책을 구매해서 따라 만들어보기도 했다. 잘 만든 작품들과 자신이 뜬 것을 비교해보며 과정을 익혔다. 그러면서 전문적으로 손뜨개 작품을 생산하고 만드는 법도 가르쳐주는 곳들을 알게 돼 조금씩 활동 범위를 넓혀나가게 됐다. 본격적으로 손뜨개 디자이너 일을 하게 된 지금은, 작품을 만들고 사업을 운영하는 일 외에도 손뜨개를 배워보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강좌도 열고 있다. 자신이 수업을 듣기도 했던 손뜨개 전문 브랜드의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제가 손뜨개를 접할 시기에는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우여곡절도 많았어요. 남들이 모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만족감도 있었지만, 대신 그 과정이 무척 오래 걸렸죠. 강의를 할 때 수강생들께 만드는 방법을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가르쳐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정작 저는 혼자서 그걸 알아내느라 하나를 만드는데만 해도 수백 번씩 실을 떴다 풀었다 했었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런 고생도 무척 즐겁고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가능성과 즐거움에 거는 기대
조수연씨 스스로도 맨 처음 취미로 손뜨개를 접했을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손뜨개로 이렇게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나가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었다. 대학 졸업 후 10여 년 동안 디자인 관련 일을 하면서 능력을 인정받고 착실하게 사회적 커리어를 쌓았던 그녀였다.
[‘주부, 다시 시작하다’]손뜨개 디자이너 조수연
그러던 중 서울시여성능력개발원에서 운영하는 여성창업보육센터를 알게 된 것이 큰 전환점이 됐다. 여성창업보육센터에서 좋은 아이디어로 직접 사업을 해보고 싶어 하는 여성들에게 사무실을 비롯한 각종 지원과 창업 노하우를 제공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기회를 활용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 막연하게 혼자서 인형만 만들 것이 아니라 방향 설정과 포지셔닝을 제대로 한다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발전시키고 새로운 인생을 꾸려나갈 수도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센터에 들어와서 전문가 선생님들께 컨설팅을 받으며 손뜨개 디자이너로서의 장래와 손뜨개 제품의 사업성 및 수익성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답을 찾아나갔죠. 그 전까지는 사실 손뜨개를 배워봤자 주변에 선물을 한다거나 아니면 공방을 차려서 판매한다는 생각밖에 못해봤는데, 창업 교육을 받으면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고 조언을 구하게 되니 사고의 전환이 일어났어요. 분명 매력적인 일이고, 또 내가 잘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차근차근 준비하기 시작했죠.”
사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뜨개 산업이 크게 형성되어 있지 않지만, 점차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고 콘텐츠 또한 풍부해지고 있는 추세다. 영국 등 유럽의 경우를 살펴봐도 손뜨개를 비롯한 핸드메이드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고, 또 하나의 예술 분야로 다양한 분야에서 변주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국내 사정도 점차 이처럼 발전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근대화 이후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 상품이 쏟아져 나오며 핸드메이드 산업이 뒤로 밀려났었는데, 지금은 다시 그 가치를 찾아가는 중이에요. 몇 십 년 전에는 우리나라가 니트 등을 만들어 수출하는 주요 생산국이었다고 하잖아요. 강의하다 보면 어머니들 중에는 전문가가 봐도 깜짝 놀랄 만큼 솜씨가 좋은 분들이 많아요. 여쭤보면 오래전부터 해오셨던 경험이 있으시더라고요. 앞으로는 점점 더 손뜨개를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아질 것이고 손뜨개 제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거라고 봐요.”
또 그동안 뜨개 문화가 실 판매나 주부들의 취미생활 정도로 국한됐었다면, 앞으로는 ‘디자인’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지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즉 자신만의 색깔과 기술을 갖춘 손뜨개 디자이너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 조수연씨 또한 이러한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입지를 넓히기 위한 자기계발을 계속하는 중이다.
“사실 올해는 강의를 한 달에 서너 곳 정도밖에 안 나가고 있어요. 강의를 통해 얻는 것도 많고 재미도 있지만, 지금은 캐릭터 개발하는 데 좀 더 치중할 계획을 갖고 있거든요. 제가 직접 손뜨개 인형 캐릭터를 개발하고 고유한 이야기를 만들어서 나중에는 공연과 같은 문화 콘텐츠와 접목하거나 상품화하는 사업 등을 해나갈 생각이에요. 요즘은 스토리텔링 시대라고 하잖아요.”
조수연씨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손뜨개를 즐기고, 또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한 올 한 올 뜨개에 담긴 정성과 행복을 잘 알기 때문. 또 그 안에 얼마나 많은 꿈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도 크기 때문이다.
“손뜨개 분야는 주부들이 취미로 즐기기에도, 혹은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을 통해 전문적인 직업으로 발전시켜나가기에도 적합한 것 같아요. 스스로 손재주가 있고 뛰어난 감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 아니면 포근한 촉감을 느끼면서 내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어서 문을 두드려보시길 바라요.”
| 여성능력개발원 여성창업보육센터 사업 안내 창업을 계획하고 있거나 혹은 창업한 지 2년 이내의 신규 여성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여성능력개발원 여성창업보육센터는 개인의 목표를 위한 맞춤형 원스톱 창업 지원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11개의 창업보육실과 20개의 창업준비실이 마련되어 있는데 입주일로부터 각각 1년, 6개월 동안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창업 경험과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이들에게도 입주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혼자서 막막해하고 있는 예비 여성 창업자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여성창업보육센터에서는 경영 일반에 관한 컨설팅, 전문가들의 자문 활동, 멘토링, 아카데미를 통한 교육, 시설 지원, 홍보 및 행정적 업무 지원 등 창업으로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와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우선 마케팅, 세무, 회계, 법률, 기업 재무 관리 등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를 배우게 된다. 또 각 분야별로 초빙된 전문가가 시기와 내용에 맞는 집중 컨설팅을 지원하며 전문 창업 컨설턴트와 1:1 맞춤형 교육도 진행한다. 멘토-멘티 연계 시스템을 통해 같은 분야에서 성공한 이들과 교류하고 실질적인 정보와 도움을 구할 수도 있다. 입주를 희망한다면 여성능력개발원 홈페이지 공고를 확인한 뒤 사업계획서 등 제출 서류를 준비해 직접 지원하면 된다. 지원 가능 분야는 제한이 없지만 문화영상, 디자인, 무역 등 여성 친화형 업종과 기타 지식 기반, 고부가가치형 업종을 우대하는 편이다. 또 서울특별시 여성발전센터나 여성인력개발센터 교육 수료생과 수강생에게도 우선적인 혜택이 주어진다. 문의 http://wrd.seoulwomen.or.kr/ 02-460-2331, 2335 |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박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