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은 동네에서, 단골 약사에게…늘품약국 이용 설명서
아플 때 찾는 곳이라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 냄새’를 맡기가 힘들어서 병원이나 약국 가는 일을 꺼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 화제가 되는 곳이 있다. 개인의 영리보다 ‘건강’이라는 공공의 가치를 추구하는 약국이다. 약사들의 모임인 늘품약사회에 소속된 노윤정·최진혜(29) 동갑내기 약사는 같은 가치관을 갖고 있는 동료이자 10년 지기다.
단골 약국을 만드세요!
늘품약사회에서 낸 1호 약국인 인천시 간석동의 늘품약국에 들어서면 맨 처음 눈에 띄는 것이 ‘동네문고’이다. 공짜로 커피와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소파와 테이블, 책장 가득 꽂힌 책들은 동네 주민이라면 누구라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인터뷰를 하는 한 시간 남짓 동안 인근 주민들은 택배를 맡기러 들르기도 하고, 약을 사러 와서 몇 마디씩 안부를 묻고 돌아갔다. 처음 보는 이에겐 참 신기한 풍경이다. 그런데 이런 약국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늘품약국의 두 약사와 함께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을 함께 쓴 윤선희 약사는 부천에서 17년째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데 단골의 신상명세는 물론 가족 관계까지 파악하고 있으니 건강에 관해서도 꿰뚫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처럼 동네 사람들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받는다면 정말 일할 맛이 날 것 같다.
“특정 약물에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단골이었는데 수술을 받으러 입원했다가 약물 특이 반응으로 쇼크를 일으켰어요. 당황한 의사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약물의 리스트를 요청해서 상세히 적어둔 기록을 보내드렸고 결국 무사히 치료를 마칠 수 있었죠.” (부부약국 윤선희 약사)
윤 약사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평소의 건강 상태와 약품 복용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된다. ‘조금 다른 약국’을 꿈꾸는 늘품약사회 소속 20여 명의 젊은 약사들은 지역 주민들의 주치의 역할을 하는 약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매달 수익을 늘품약사회로 보내 모은 후 약사들에게 노동자 평균임금 정도의 월급을 주고, 나머지는 활동과 운영기금으로 쓴다. 올해 안에 서울에 약국 2호점을 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돈이야 다른 약사보다 당연히 덜 벌죠. 하지만 우리의 취지는 돈이 아니고 또한 좋아서 하는 것이니까 괜찮아요. 약사 일도 하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자금도 모으는 것이 그동안 바랐던 모델이거든요.” (최진혜 약사)
약과 복용법에 대해 질문하세요!

약은 동네에서, 단골 약사에게…늘품약국 이용 설명서
“약은 알고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잘못 복용하면 건강을 해칠 수도 있어요. 약사의 업무가 단순히 약을 드린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니까 저희는 늘 긴장하게 되죠. 약국에 고용된 젊은 약사들의 경우 임금은 높지만 거의 비정규직이어서 이직률이 높아요. 그러다 보니 손님과 유대 관계를 맺을 수가 없고 약사들도 약을 드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노윤정 약사)
노윤정·최진혜 약사 역시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환자들이 가장 소홀히 여기는 것 중 하나는 처방전을 제대로 살피는 일이다. 약을 받을 때, 가장 먼저 처방전에 적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한 후 며칠 분을 처방받았는지 꼭 알아두어야 한다. 약병이나 약 겉면에 인쇄된 글자를 모두 읽기는 힘들더라도 효능과 복용 방법 정도는 알아두고 부작용이 생길 우려는 없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해야 한다.
“약마다 복용하는 주기가 달라요. 약효의 지속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죠. 복용 시간과 횟수를 지켜서 드시고, 같은 증상이라 해도 예전에 남은 약을 드시기보다는 다시 내원해서 처방을 받으세요. 약도 유통기한이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변하거나 나쁜 영향을 미치기도 하니까요. 약 드실 때 물은 넉넉하게 드시고요.” (최진혜 약사)
스스로 건강의 주인이 되세요!
만성질환이나 늘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 ‘반 약사’가 되어서 스스로 약의 양을 조절하기도 한다. 물론 자신의 병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본인이지만 의사나 약사의 지시가 우선이다. 평상시 복용하는 약물의 이름과 양, 각종 검사 기록, 처방전 등을 잘 보관해놓고 약력수첩을 마련해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해둔다면 의료진이나 약사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또 약은 햇볕이나 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냉장이나 냉동 보관이 아니라 실온에서 보관한다.

약물을 복용할 때는 익숙한 약이라 하더라도 효능과 복용법을 꼭 확인하도록 한다.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
경험이 쌓이고 단골이 늘어나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두 약사는 늘품약국을 지킬 계획이다. 주 6일을 종일 근무하는 탓에 피곤하기도 하지만 그래야 주민들과의 접점을 늘려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집 안에 묵혀둔 약을 정리해드렸더니 그 후부터 약국에 편하게 들러 커피도 마시고 발 마사지도 받곤 하신다. 이처럼 두 젊은 약사의 노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책을 대여했더니 어떤 분들은 집에 쌓아두었던 책을 기증하거나 본인 책을 빌려주기도 해요. 요즘은 10대들이 임신 테스트기를 사 가는 경우도 많아요. 그들을 위한 약물교육이나 성교육, 피임교육에도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둘러보면 주변에 숨어 있는 좋은 약국이 많을 테니 잘 활용해주시길 부탁드려요(웃음).”
늘품약국의 건강 레시피 ![]() 약은 동네에서, 단골 약사에게…늘품약국 이용 설명서 커피나 녹차, 콜라는 물론 약국에서 파는 약 중에도 카페인 함량이 높은 것이 있습니다. 종합감기약 등에도 상당량의 카페인이 들어 있어요. 하루 섭취 권장량이 정해져 있지만 이보다 적은 카페인 양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체질이 많아요. 적당히 복용하면 피로감을 없애주지만 과도하게 복용하면 두통이나 환각, 만성 위염 등 중독 증세를 보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적당량만 섭취하세요. 언제 어느 때 가정의학과를 찾으면 되나요? 몸에 이상이 있는 초기 단계에서 ‘어디가 왜 아프고, 어떤 과를 가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할지’ 잘 모를 때는 가정의학과를 찾으세요. 한 의사에게 가족 모두가 진료를 받으려 하는 경우나 평상시에 더 건강해지고 싶은 분도 가정의학과에서 상담과 진료를 받으면 됩니다. 오메가-3가 좋다는데 어떻게 먹어야 하나요? 오메가-3는 몸의 신진대사를 돕는 필수지방의 한 종류입니다. 혈액순환을 도와 심혈관 질환에 좋고 만성 염증이나 천식, 류머티즘 관절염에도 효능이 있어요. 권장량을 먹으려면 매일 고등어 200g 정도를 먹어야 하는데 원재료인 생선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캐나다산의 효능이 좋아요. 기름 성분이기 때문에 식사 직후에 드시는 게 흡수율이 가장 좋습니다. |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이주석 ■참고 서적 / 「알고 먹으면 약 모르고 먹으면 독」(생각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