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청장 박춘희 - 나눔과 소통의 음식, 김치

행복 더하기

송파구청장 박춘희 - 나눔과 소통의 음식,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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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사상 두 번째 여성 구청장으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춘희 송파구 구청장(59)이 꼽은 ‘행복한 맛’은 김치다. 38세에 사법고시에 도전해 11년 만에 합격하는 9전 10기의 인생역전을 이룬 그에게 김치는 고된 고시 생활 속에서도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준 소중한 음식이다.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만 제대로 맛이 드는 한국의 대표 음식, 김치. 박춘희 구청장에게 김치는 삶의 음식이자 그가 추구하는 가치다.

[행복 더하기]송파구청장 박춘희 - 나눔과 소통의 음식, 김치

[행복 더하기]송파구청장 박춘희 - 나눔과 소통의 음식, 김치

이달부터 ‘나의 행복한 만찬’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누구나의 삶 속에는 행복으로 연결되는 음식이 있을 것입니다. 이 음식을 전하면서 현재의 삶을 살아가며 지친 영혼을 위로할 희망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한 끼의 식사 속에서 삶의 의미와 행복, 희망을 발견했던 이들의 특별한 음식 이야기는 패스트푸드로 대표되는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에너지와 인생의 깊은 울림을 전해줄 것이라 기대됩니다.

매콤한 김치 같은 인생역전
한국의 대표 음식이자 일상적이고 평범한 음식인 김치는 각 지방마다 그 맛과 빛깔, 생김이 천차만별이고 재료 역시 각양각색이라 김치의 종류만 따져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하지만 수많은 김치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김장 김치일 것이다. 더욱이 땅 속에서 오랫동안 숙성돼 시원하면서도 톡 쏘는 맛을 내는 김치는 사람의 정성과 시간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자, 깊은 울림을 가진 인생역전의 짜릿한 맛까지 느끼게 한다. ‘9전 10기’의 고시 합격 스토리로 유명한 박춘희 구청장의 삶에서 시원한 김치의 맛이 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불혹을 앞둔 38세의 나이에 사법고시 도전을 결심하기 전까지 그는 생계를 위해 홍익대학교 인근 지역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삶’이란 좌우명에 따라 어렵고 힘들어도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믿었던 그는 사법고시에 도전했고 긴 고시 생활 끝에 ‘여성 최고령 사법고시 합격자’란 영광과 함께 인생역전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그는 사법연수원 자치회장, 초당대학교 겸임교수, 대통령선거 법조지원단 부위원장 등을 거쳐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송파구 구청장으로 당선되며 서울시 사상 두 번째 여성 구청장이 됐다. 김장 김치가 차갑고 어두운 땅 속에서 숙성이 되어 최고의 맛을 만들어내듯 그는 고달픈 삶의 굴곡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는 11년 동안의 고시 생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던 ‘행복한 만찬’은 김장 김치였다고 회상한다.

[행복 더하기]송파구청장 박춘희 - 나눔과 소통의 음식, 김치

[행복 더하기]송파구청장 박춘희 - 나눔과 소통의 음식, 김치

“고시원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때였어요. 당시 고시원 식당 아주머니와 친하게 지냈는데 김장을 앞두고 아주머니가 걱정을 하시기에 흔쾌히 돕겠다고 나섰죠. 이른 아침부터 시작해 배추 500포기를 담갔는데 손이 빠른 제가 그중 절반 정도는 한 듯해요. 나중에 식당 아주머니가 제게 ‘공부만 하는 사람인 줄 알았더니 천생 여자네’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늦깎이 사법고시생이었던 박춘희 구청장이 식당에서 식사 중에 쓰러질 정도로 일분일초를 다투며 공부에 전념하던 무렵이었다. 젊은 친구들과 경쟁해야 하는 현실의 부담감을 그는 고시원에서 함께 고생하는 젊은 고시생이 먹을 김치를 담그면서 오히려 잊을 수 있었다. 하루라는 시간을 소비했지만 그날의 김장은 조금씩 지쳐가던 박춘희 구청장이 새로이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고 최고령 사시 합격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김치는 우리 삶의 일부
박춘희 구청장은 해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이면 김장으로 더욱 바빠진다. 집에서 직접 김장을 담그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 봉사활동 단체 등에서 독거노인, 불우이웃 등 소외된 계층을 위한 김장 행사에 참가하다 보면 10여 차례 김장을 담그게 되는 것이다. 익숙하게 고무장갑을 끼고 앉아 옷에 고춧물을 묻혀가며 한창 김장을 담그고 있노라면 “어찌 그리 손이 빠르냐”라며 보는 이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김장을 담글 때마다 항상 도와드렸는데 그때 경험이 나오는 거죠. 제 어머니께선 음식 솜씨가 좋아 한 번 김장을 하면 동네 사람들이 김치를 얻으러 올 정도였어요. 김장을 다른 집보다 더 많이 했거든요.”

[행복 더하기]송파구청장 박춘희 - 나눔과 소통의 음식,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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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찾아온 이웃에게 김장 김치를 나눠주던 어머니를 보고 자라고, 고시 생활 중에도 김장을 담가 함께 공부하는 고시생과 나눠 먹었던 박춘희 구청장에게 김장 김치는 단순한 월동 음식이 아니라 나눔의 출발이자, 힘든 시기를 보내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삶의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다. 더불어 지역 주민들과 어우러져 김장 김치를 함께 담그는 시간은 소통의 시간이기도 하다. 김치 속대에 소를 올려 먹고, 이웃과 김치를 나누던 유년 시절처럼 양념을 버무리고 고춧가루를 옷에 묻혀가며 함께 김장을 담그다 보면 마음으로 먼저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다.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음식은 우리의 몸뿐 아니라 마음과 영혼에도 영양분을 준다는 뜻이다. 평생 동안 우리가 먹어온 음식이자, 남아 있는 인생의 식탁에도 어김없이 한 자리를 차지할 김치가 최고의 음식이 아니겠냐며 반문하는 박춘희 구청장. 매콤한 김치와 같은 인생역전의 삶을 살아온 동시에 누구나 좋아하는 잘 익은 김치처럼 지역 주민들의 삶을 깊게 이해하고, 담백하게 그들과 어우러질 줄 아는 박춘희 구청장의 마지막 말은 그래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풋김치보다는 숙성된 김치가 그 자체도 맛있고 김치찌개를 해 먹어도 맛있듯이 어디에도 잘 어울리는 익은 김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헤어&메이크업 / 대원, 희진(순수 청담설레임점, 02-518-6221) ■요리&스타일링 / 김상영·임수영(noda+, 02-3444-9634), 강기만·강신혜·김민희(어시스트) ■기획 / 정수현 기자 ■글 / 이명아(프리랜서) ■사진 / 원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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