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을 신나는 모험처럼 살아가는 벨기에 아이들

세상의 모든 행복

매일을 신나는 모험처럼 살아가는 벨기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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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행복’이라는 단어는 관념적으로 흔하게 쓰이는 말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틈만 나면 ‘행복’을 이야기하고, 언제나 ‘행복’해지고 싶어 하고, 또 ‘행복’을 얻으려 지금 이 순간에도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지요. 하지만 막상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물음에 시원스레 “네”라고 대답하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요. 물질은 넘쳐나지만 마음은 가난한 시대, 국가를 막론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은 모두 윤택한 행복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저마다 처한 환경이나 생활 방식은 다르겠지만 행복하고 싶은 마음만큼은 누구든 같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우리는 세계 곳곳의 ‘행복한 삶’들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그 속에서 ‘행복’을 대하는 자세와 노력을 배울 수 있겠지요. 이제부터 매달 함께 행복의 나라로 떠나는 겁니다.

[세상의 모든 행복] 매일을 신나는 모험처럼 살아가는 벨기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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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月 행복의 나라: 벨기에
서유럽의 중심지 벨기에는 ‘작지만 큰 나라’로 불리는 선진국이다. 빈약한 자원과 인구 밀도에도 불구하고 유럽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뛰어난 외교력과 개방정책을 펼치며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 결과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가 있는 유럽의 정치·군사 중심지가 되었고 현재 국제사회에서 높은 위상을 누리고 있다. 또 벨기에는 국민의 삶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은, 살기 좋은 나라 중 하나로 잘 알려졌다. 지난해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민의 행복지수 비교 결과에서도 10위권 안에 들며 그 사실을 입증했다.

지은경 작가

지은경 작가

특히 오랜 전란을 거치며 교육 문제를 중시하는 풍토가 자리 잡았고, 그 결과 사회적으로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편이다. 벨기에에서는 오래 전부터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을 누리면서도 스스로를 단단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심도 깊게 진행되어왔다. 그 결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삶을 즐기고 배워나가는 다양한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이러한 벨기에인들의 교육과 행복론을 ‘생활’로 보여주는 책이 출간돼 화제다. 자유로운 교육의 나라 벨기에에서 행복으로 똘똘 뭉친 하루하루를 보내는 남매의 이야기를 담은 책 「행복한 아이들 시몬과 누라처럼」이다.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전시 기획자이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지은경 작가와 벨기에의 순수 예술 사진작가 세바스티안 슈티제가 한 가족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았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홉 살 시몬과 여섯 살 누라 남매는 벨기에 겐트에 사는 평범한 아이들로, 생물학 교수인 아빠 쿤라드와 사회복지사인 엄마 트뤼스의 보살핌 아래 자연 속에서 마음껏 뒹굴며 매일을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내는 우리나라 아이들과는 달리 아빠가 만들어준 오두막에서 친구들과 미끄럼을 타고, 집 안 곳곳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리고, 크고 작은 명목의 ‘파티’를 즐기며 ‘여행’ 같은 일상을 보낸다. 이들에게는 일상이 곧 배움의 현장인 셈. 주말이면 숲이나 강으로 캠핑을 떠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친구나 이웃들과 가족처럼 지내며 타인을 배려하는 삶을 깨우쳐나간다. 또 자율적인 학습을 통해 창의성을 키우는 대안학교에 다니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과 스스로 공부하는 태도, 그리고 공동체 의식을 체득해나가고 있다.

취재차 떠난 벨기에 여행에서 우연히 이들 가족을 만나는 행운을 누린 지은경 작가는 1월부터 12월까지, 남매의 행복한 삶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그리고 그녀 또한 진짜 행복이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순간들을 ‘함께’함으로써 저절로 행복한 삶을 얻게 된 것이다.

[세상의 모든 행복] 매일을 신나는 모험처럼 살아가는 벨기에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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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과 누라가 다니는 학교는 벨기에 겐트에 위치한 ‘드봄가르드’ 대안학교이다. 네달란드어로 ‘작은 숲’이란 뜻인데, 실제로 드봄가르드 학교는 숲에서 다양한 수업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연과 과학에 대한 상식을 배우고, 숲과 환경을 보호하는 사람으로 자라나게 된다.

벨기에의 초등교육은 점점 대안학교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의 자율성과 학업에 대한 의지, 호기심이 뒷받침되어야 참된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고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벨기에 겐트의 대안학교들은 대체로 학생들이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에 흥미를 갖도록 하는 수업 방식을 고수한다. 선생님과 학부모들은 지속적인 대화로 밀접한 교류를 이어나가면서 학생들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단체생활에서의 협동의식을 기르는 교육을 실시해 나가고 있다.

학교의 규모는 크지 않다. 드봄가르드 학교의 한 반은 담임교사와 10~12명 정도의 학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업은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하에 이루어지며, 수업은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하에 진행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거의 매일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 시간표 옆 보드에 입술이 그려진 카드가 붙어 있을 때는 누군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표시다. 그러면 교사는 아이에게 기회를 부여하고, 아이들은 전날 하교 후 있었던 일이나 최근 궁금했던 점 등을 발표한다. 그 내용에서 학습 요소를 끌어내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교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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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의문점을 공유하면서 해결해 나가는 방식의 수업을 통해 더욱 생생한 학습 효과를 올릴 수 있다. 또 삶과 밀착되어 있는 교육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재능을 일찍 발견하고 단계별로 꿈을 향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수업 시간표가 매우 유동적이라는 점이 큰 특징이다. 국어나 산수 같은 과목 대신 말하기, 그리기, 듣기, 숫자, 동물 친구들 등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되며 교실에 붙어 있는 시간표 또한 글자 대신 그림으로 그려져 있어 흥미를 끈다. 학생들은 학습을 한다기보다는 생활 속에서 궁금한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있는 과정으로 수업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보다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획일적인 한국의 학교와는 달리 벨기에 학교의 각 교실은 제각각 개성적으로 꾸며놓았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공작물이 여기저기 전시되어 있으며 장난감과 어린이용 실험도구, 여행에서 얻은 화석과 동물의 뼈, 어린이 도서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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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운동장은 꼭꼭 숨어 있다. 교문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우리나라 학교 운동장과 달리 외부인의 출입이 전면 통제되는 벨기에 학교 운동장은 ‘ㅁ’자로 설계된 건물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아이들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운동장에는 여러 가지 놀이기구가 있고, 대체로 아이들 솜씨의 벽화가 가득 그려져 있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어울릴 동안 선생님들이 한 명씩 교대로 학생들을 주시하기 때문에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드봄가르드 학교는 교내에서의 학습과 놀이 외에도 다채로운 특별활동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숲으로 산책 가기, 카약과 카누 수업, 수영과 마라톤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과 자연 체험의 기회를 통해 아이들의 신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단련시킨다. 숲으로, 산으로, 강으로 떠나는 체험 학습은 자연의 위대함을 일깨우며 자연을 슬기롭게 이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게 한다.

시몬과 누라를 비롯한 겐트의 학생들은 스카우트 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단체 활동과 협동심을 배운다. 정형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또래 친구들과 힘을 합치고 지혜를 발휘하며 정의롭게 경쟁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어리지만 대부분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한다. 예의를 지키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표시하고 뜻을 펼치는 데 주저하지 않는 편이다. 그들은 아이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주체적으로 혹은 또래 친구들과 힘을 합쳐 슬기로운 생각을 짜내고 표현하는 연습을 하며 살아간다. 자신만의 분명한 색을 갖고 있으면서 또 그 자체로 주변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행복한 삶을 만드는 중요한 힘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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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의 교육 방침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몬과 누라의 부모는 아이들이 최대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매사를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 행동하도록 독려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족은 함께 자연이 빛나는 순간을 최대한 만끽하며 추억을 쌓고,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주말이나 짧은 휴가를 이용해 가까운 곳으로 떠난다. 두 사람은 집안일부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효율적으로 역할 분담을 한다. 생물학자인 아빠는 주로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모험하고 도전하는 자세를 갖도록 가르치며, 사회복지사인 엄마는 따뜻한 모성애와 열린 사고로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주력한다.

사실 시몬과 누라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집이다. 아빠와 엄마가 집을 놀이터로 만들어놓은 덕분이다. 부엌 뒷문으로 난 긴 야외 통로는 남매의 신나는 모험의 장이 된다. 또 아빠가 만들어준 정원의 오두막집과 나무 위 작은 캠프는 시몬과 누라의 친구들도 무척 마음에 들어하는 곳이다. 아빠 쿤라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집 안의 구석구석을 직접 설계하고 시공했는데, 물론 온 가족이 동참해 아빠를 도왔다. 시몬과 누라의 집은 가족이 함께한 추억과 이야기들로 가득한 하나의 세계다.

겐트는 벨기에에서도 교육의 도시로 손꼽힌다. 대안학교를 최초로 시도한 유럽의 몇몇 도시 중 하나로, 교육적 측면에 있어서 진보적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특히 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문명의 편리함과 시골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자연과의 교감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아이들의 삶을 충만하게 만든다고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개인성’을 중시하는 벨기에는 아이들 교육에서도 각 개인의 인생을 존중하는 데 중점을 둔다. 여기서 ‘개인성’이란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이기성’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는 가운데 자신의 삶의 방식을 충실히 만들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타인을 의식하고 획일적인 규칙에 얽매이기보다는 오롯이 자신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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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사람들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호기심이 자리하고 있느냐에 따라 학업 성과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호기심을 심고 키워주는 것을 학교와 학부모의 몫으로 여긴다. 스스로 느끼고 스스로 학습하는 벨기에 아이들. 어릴 적부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모험으로 가득 찬 인생을 즐기며 살아온 이 아이들이 세상을 따뜻하고 행복한 곳으로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글 / 이연우 기자 ■사진&제공 / 안진형(프리랜서), 예담 출판사 ■참고 서적 / 「행복한 아이들 시몬과 누라처럼」(지은경, 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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