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기획마케터 - 감성을 일깨우는 문화예술 확산

주부, 다시 시작하다

공연기획마케터 - 감성을 일깨우는 문화예술 확산

인터넷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주부’를 입력해보면 주부 자격증, 주부 부업, 주부 알바, 주부 창업, 주부 취업, 주부 직업, 주부 재취업이 추천 검색어로 함께 뜬다. 이처럼 자신만의 일을 갖고자 하는 여성은 많지만 사실 기회는 흔치 않다. 특히 가정에 집중하던 주부가 다시 사회로 나서기 위해서는 바늘구멍처럼 험난한 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만의 특기나 관심사를 살려 새롭게 또 다른 인생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레이디경향」은 2012년, 이러한 주부들을 찾아 만나 그 경험과 노하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달에는 문화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공연기획마케터를 만나봤다.

쉽지 않은 재취업, 지원 기관의 다양한 혜택 적극 활용
[주부, 다시 시작하다]공연기획마케터 - 감성을 일깨우는 문화예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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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획 전문 기업 ‘엔비전스’에서 홍보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서현정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였다. 10년 이상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한 지 3년째,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안정이 되자 능력을 살려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새롭게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진행하는 ‘아트코디네이터’ 과정을 접하게 됐다. 평소 공연이나 문화 기획 등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수강을 신청했다.

“큰아이를 낳기 전까지 상품기획마케터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어요. 출산휴가가 끝나고 직장에 복귀하려고 했는데, 시기가 시기인 만큼 아무래도 아이와 함께 있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됐죠. 그렇게 아내로, 엄마로만 살다가 막상 재취업을 하려니 여러모로 걸리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공연기획마케터 양성 교육 프로그램은 처음에는 딱히 취업이나 장래를 염두에 두지 않고, 해보고 싶은 일을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거예요. 약 3개월에 걸쳐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는 동안 평소 제가 꿈꾸던 일이라는 확신이 생겼고, 관계 기관의 활발한 취업 지원 도움이 이루어져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고용노동부 지원 ‘국비 무료 일자리 창출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된 ‘아트코디네이터’ 과정은 160시간에 걸쳐 공연기획과 마케팅에 관한 종합적인 교육이 이루어졌다. 공연 전반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제안서 작성, 공연 계약, 섭외, 기획, 마케팅, 홍보와 더불어 현장 교육도 진행됐다. 단순히 강의만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직 증진 프로그램 등 취업과 연계된 적극적인 지원도 병행됐다. 종로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는 각 수강생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 연결해주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완벽한 가이드 역할을 수행하고 나섰다.

“수업을 들으면서 막연하게만 그리던 꿈을 구체화할 수 있었어요. 분명 마음은 있었지만 공연계가 낯설기도 하고 과연 제가 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러워서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이 과정을 통해 길을 찾게 된 거예요. 경력 단절 여성이 혼자서 재취업을 알아보고 시도하기가 실제로는 무척 힘든 일이잖아요. 이력서 작성이나 면접 준비와 같은 기술적인 도움은 물론 취업 알선과 심리적인 카운슬링까지 해주시더라고요. 사실 교육 기간 중에 두 군데 정도 취업 원서를 냈었는데, 떨어지고 나니 점점 자신감도 없어지고 ‘내가 이제 다시 사회생활을 하는 건 불가능한 걸까’ 하는 우울한 생각만 계속 들었는데 기관의 도움으로 이겨낼 수 있었죠.”

일하는 사람이 먼저 신나는 행복한 일
다방면으로 진행되는 문화 프로젝트와 관련된 실무를 비롯해 공연의 운영, 기획, 마케팅, 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공연기획마케터는 성공적인 공연을 위한 제반 활동을 담당하는 전문가다. 실제로 규모가 크지 않은 공연기획사들은 ‘전방위 멀티플레이어’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재 활동중인 대다수의 공연기획마케터들은 특정 업무에 치중하기보다는 공연과 연관된 종합적인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저는 회사에서 홍보마케팅을 맡고 있는데 주로 외부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업무가 많아요. 전시 홍보, 언론 활동, 프로모션 기획 등을 담당하고요. 때에 따라서 공연장 관리나 관람객 상대도 해요. 처음에는 공연 쪽이 생소한 분야라 어려운 부분도 많았는데, 공연계 용어나 문화를 조금씩 알아가고 부딪쳐 경험하면서 조금씩 익숙해져가고 있어요. 교육 과정을 통해 실무를 가깝게 접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네요.”

진행하는 공연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평균적인 사회 직무에 비해 업무의 양이나 강도가 과도한 편은 아니다. 서현정씨의 경우에는 회사에서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해 근무 조건을 조정해줬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게 일에 전념할 수 있다.

[주부, 다시 시작하다]공연기획마케터 - 감성을 일깨우는 문화예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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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고민도 많았어요. 아이들이나 가정에 소홀해지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제 인생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에서요. 그런데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출퇴근 시간 등에 대해 배려를 많이 해주고 있고, 저도 최대한 압축적으로 완벽하게 일하는 것을 원칙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퇴근 후에는 무조건 아이들에게 집중해 놀아주거나 같이 공부하고, 주말에도 가능한 가족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애써요.”

서현정씨는 일을 시작한 뒤로 예전보다 몸이 고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사회인으로 살아가면서 얻는 긍정적인 요소들이 더 크게 다가온다고 이야기한다. 일과 가정 양쪽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쪼개 사용하면서 오히려 각각의 시간에 더 충실하게 됐고,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생각해보면 집에만 있을 때는 아무도 제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더라고요.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름을 찾게 됐어요. 그리고 계속해서 제가 능력을 발휘하고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해요. 특히 공연기획마케터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일인데다 아직까지 흔하게 알고 있는 직업은 아니라서 주변에서도 특별하게 인식하는 편이에요. 또 문화를 다루는 거라서 일 자체도 굉장히 재미있고, 따라서 만족도가 높아요. 이처럼 행복하게 즐기면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수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하며 완성해내는 공연의 특성상,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서는 관련 인력들의 유기적인 조화와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공연기획마케터에게는 원활한 대화 능력과 노하우, 문제 해결력 및 조율을 이끌어내는 요령 등이 요구된다. 시대의 문화적 흐름과 감성을 포착해내는 능력 또한 반드시 갖춰야 할 부분이다. 물론 업계 상황을 파악하고 정보를 채집하는 노력 역시 게을리해선 안 된다.

점차 공연 관람이나 문화 체험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사회가 발전할수록 문화 마케팅이 강화된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공연기획마케터에 대한 수요는 눈에 띄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시대적 변화에 맞춰 그에 적합한 양질의 콘텐츠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역할을 담당할 전문가의 소임도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 체험 시장 등이 더 크게 성장하지 않을까요? 이런 면에서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주부들이 더욱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 생각해요. 저는 재취업을 하게 되면서 아마도 공연기획마케터가 제 평생의 일이 될 거라는 예감을 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좀 더 공익적이고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형태로 일하고 싶어요. 사회적기업인 지금 회사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가 컸고요. 앞으로 수준 높은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모두를 위한 사회적 서비스를 실현하는 좋은 공연기획마케터가 되고 싶어요.”

공연기획마케터 서현정씨가 추천하는 ‘어둠 속의 대화’
‘100% 어둠 속 세상’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로 진행되는 ‘어둠 속의 대화’는 보이는 삶과 보이지 않는 삶의 차이를 직접 경험하고 다양한 시각을 통해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도록 하는 전시 체험 프로그램이다. 1988년 독일에서 첫선을 보인 뒤 지금까지 유럽, 아시아, 미국 등 전 세계 160여 지역에서 관람객 수 700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 취약계층의 문화예술 참여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 ‘엔비전스’가 한국 전시를 추진·운영하고 있다.

참여객들은 전문 가이드(로드마스터)의 인솔하에 완전한 어둠 속에서 소 그룹 단위로 체험을 진행하며 공원, 시장, 도시, 보트, 카페 등 익숙한 일상을 시각을 배제한 다른 감각으로 느끼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서로를 의지하며 혼자가 아닌 ‘함께’의 소중함을 느끼고 또 다른 소통의 방법을 깨달을 수 있다.

체험 진행 15분 간격으로 입장 후 90분간 체험 진행. 매 입장 시간 15분 전 발권 및 오리엔테이션 후 입장 가능.
체험 시간 평일 오후 12시(1회 차)~오후 8시 30분(35회 차) 주말·공휴일 오전 10시(1회 차)~오후 7시(37회 차) 월요일 휴관.
체험 연령 8세 이상 관람 가능
관람료 성인 3만원 / 청소년(초·중·고등학생) 2만원
●문의 http://ticket.interpark.com, 02-313-9977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박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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