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우익’은 인터넷상에서 일본의 과거 전쟁을 미화하고 한국의 배상 요구에 대해 한일 기본 조약하에 이미 끝난 얘기라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그중에서도 최대 세력은 회원 약 1만2천 명을 거느린 ‘재일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시민의 모임(이하 재특모)’이다. 그들의 혐한(嫌韓) 편력은 화려하다. 일본 땅이던 독도를 한국이 빼앗았으며 종군위안부, 강제징용은 거짓이라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 드라마를 방영하는 방송국을 찾아가 반대 시위를 하고, 배우 김태희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제약회사를 협박한 혐의로 체포당하기까지 했다.
최근엔 니콘살롱의 위안부 사진전에 항의해 사진전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일본에 사는 우리 동포를 바퀴벌레라고 부르는 이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인가. ‘재특모’의 홍보 담당, 요네다 다카시를 만났다. (국내 언론에서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모임’, ‘재특회’ 등으로 보도되고 있으나 본지에서는 필자의 요청에 따라 ‘재일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모임’으로 표기한다_편집자 주).
한류는 인기 상품이 아닌 언론 플레이?
레이디경향(이하 LADY) ‘재특모’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다는데, 주로 어떤 활동을 합니까?
요네다 다카시(이하 요네다) 언론 대응, 회원 대상 홍보, 회원의 질문에 답해주는 일을 하고 있고, 도쿄를 포함한 간토 지역 지부장이 없어서 그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LADY 도쿄의 회원은 몇 명 정도 되나요?
요네다 3천 명입니다. 회원 수가 많다 보니 관리가 어려워 누군가에게 지부장을 맡기기가 힘듭니다.
LADY 본업은 무엇인가요?
요네다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LADY ‘재특모’는 정기 활동이 있습니까?
요네다 시위가 있을 때만 모이고 평소엔 인터넷으로 정보 교환을 하죠.
LADY 한국 배우 김태희씨가 출연한 CF를 문제 삼아 제약회사를 찾아가 협박해 체포된 사건이 있었죠. 협박을 하는 것이 ‘재특모‘의 주요 활동인가요?
요네다 상투적인 말을 했을 뿐이에요. “반일 한국인을 광고에 기용하지 말라,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다” 그런 얘기가 오갔고요. 그 정도가 체포 대상이라면 “우리 회사가 맘에 들지 않으면 우리 제품을 사지 말라”라고 으름장을 놓은 그런 기업도 체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LADY 그 건 외에도 한류 반대시위를 전개 중인데 대체 한류의 무엇이 문제라고 봅니까?
요네다 한류가 문제가 아니라 한류가 무척 인기가 있다는 듯 보도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공공의 전파를 통해 아침부터 밤까지 남의 나라 방송을 흘려보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죠. 방송도 이익 추구를 하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방송사는 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을 텐데, 한국 것만 방송하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카라(KARA) 섹시하다”, “근짱(장근석) 멋지다”라고 하는데, 이런 게 사실은 아니잖아요. 사실도 아닌데 마치 사실처럼 왜곡해서 보도하고 있어요.
LADY 정말 인기가 있다면, 한류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해도 되는 겁니까?
요네다 별로 재미가 없어요. 주변에서도 같은 반응이에요. 「닛케이엔터」(일본경제신문의 연예 잡지) 조사에서도 인기가 높지 않았어요. 한류는 일본 광고회사 덴쓰의 프로모션이고, 한류 드라마를 주로 방영하는 후지TV의 스폰서엔 한국계 기업이 있지요.
LADY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을 말하는 건가요?
요네다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요네다는 손정의 회장이 재일 한국인이란 이유로 일본 회사인 소프트뱅크를 한국계 기업이라고 칭했다. 한국에 대한 어떤 불쾌한 감정이 그를 사로잡고 있었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 필자 역시 불쾌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요네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조신하고 침착하게 인터뷰를 이어갔다.
독도는 일본 땅, 위안부는 거짓말?!
LADY 얼마 전 일본인 스즈키 노부유키가 주한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평화비(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쓴 말뚝을 박은 일이 있었습니다. ‘재특모’가 한 일인가요?
요네다 아닙니다. ‘유신정당 신풍’이란 보수 단체죠. 위안부와 독도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독도는 한국이 일본 땅을 침략해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독도 문제는 국가 침략이고 위안부는 미인계일 따름이에요.
LADY 미인계라니?
요네다 여자와 관계를 맺게 한 후, “우리나라 여자에게 손을 댔다”라며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는 것이죠. 위안부는 국가가 한통속이 되어 벌인 미인계입니다.
요네다 현재의 성산업과 마찬가지입니다. 중개자와 업자가 있고 일하는 여성이 있죠. 만일에 위안부가 있었다면 일본 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중개자의 문제예요. 중개자가 인신매매로 여성들을 팔아 넘겼다면 그 중개자를 잡아내서 처벌해야 할 문제지 정부에 따질 문제는 아니잖아요.
LADY ‘재일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모임’이 명칭인데, 재일특권이란 무엇인지?
요네다 입관특례법에 따른 특별재류 자격, 즉 특별영주권입니다(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의 후손에게 일본은 ‘특별영주 자격’을 부여해 일본에서 살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본인의 노력하에 일본에서 살 권리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자동적으로 자격을 부여하고 있어요. 왜 다른 외국인은 안 되는데 재일한국인에게만 그런 특권이 주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과거 조선이 일본과 하나였을 때 조선인도 일본인으로 생활했지만, 이제 조선은 대한민국이란 별개의 나라입니다. 재일한국인의 2대까지 영주 자격을 부여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그 후손에게도 영주 자격을 주는 것은 제도상 큰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런 자격을 받고 생활하는 재일동포도 문제지만 그런 제도를 만들고 계속 인정하고 있는 일본 정부도 문제입니다.
LADY 미국은 미국에서 태어나면 국적을 부여하지만 일본에는 그런 제도가 없어요. 그래서 특별영주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인데. 특별영주권조차 없다면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들은 살아갈 곳을 잃게 돼요.
요네다 대한민국 국적이 있잖아요.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한국 국적이 있는데도 일본에 살면서 일본인과 똑같은 권리를 갖고 대우받으려는 것은 불공평해요. 재일한국인은 일본의 선거엔 참여하지 못하지만 건강보험, 연금에도 가입할 수 있고 취업도 일본인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가능합니다.
LADY 그런 권리는 재일동포만이 아니라 다른 외국인에게도 있어요.
요네다 그렇죠. 즉, 외국인이 우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어요.
LADY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가 과연 우대일까요? 일본에 사는 외국인에게 건강보험조차 없다면 큰 사회문제가 될 텐데….
요네다 그게 참모습이고 그래야만 해요.
LADY 왜 그것이 진정한 일본의 모습인가요?
요네다 외국에 와서 민폐를 끼칠 사람은 외국에 오지 말란 얘기입니다. 한국에서 일본인이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단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재일한국인과 외국인들은 일본에서 기초생활수급을 받는 일이 허다합니다. 민폐를 끼치고 있단 얘깁니다. 외국인에게 고도의 복지를 보장하면 외국인이 넘쳐나요. 한국은 절대로 일본처럼 외국인을 무조건 받아들여선 안 됩니다. 일본은 그런 외국인들 때문에 문제가 많거든요.
재일한국인, 외국인의 권리 박탈을 위한 투쟁
LADY ‘재특모’의 이상은 무엇인가요? ‘재특모’가 재일동포의 특권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이 사라지면 일본은 좋은 사회가 되는 겁니까?
요네다 적어도 나빠지지는 않을 거예요. 어떤 이익을 위해 재일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의 특권 반대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 국가의 모습을 되찾고자 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LADY 본래 국가의 모습이란?
요네다 공평한 사회요.
LADY 구체적으론?
요네다 (재일한국인과 같은) 특정 외국인을 우대하지 않는 것.
LADY 현재 ‘재특모’의 활동은 외국인 전원에게 일본에서 나가라는 소리처럼 들리는데요.
요네다 불량 외국인, 즉 일본의 외국인 우대 정책의 단물을 빨아먹는 외국인은 필요 없다는 얘깁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범죄, 탈세 등과 관여된 외국인을 일본 사회에서 몰아내고자 하는 것이죠.
LADY 그럼, 요네다씨가 말하는 제멋대로 행동하며 일본의 제도상의 단물을 빨아먹는 재일동포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요?
요네다 그 숫자는 별로 안 될 거예요. 반일매국 정치가와 하나가 되어 활동 중인 재일한국인, 범죄자, 탈세자, 불법 입국자 등을 포함해 10% 정도 되지 않을까요? 20%나 된다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아요.
요네다는 평범한 아저씨였다. 예의 바르고, 침착했다. 그는 일본이 한국을 침략했고, 한국어를 빼앗았으며, 한국에서 만행을 저질렀다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점차 일본이 한국에 근대화를 가져왔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동안 받은 교육을 거짓이라 느끼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과거사 문제는 잘못된 교육 때문이라고 믿어온 필자에겐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평생을 고난과 슬픔 속에 살아오신 위안부 할머니들이 혹여 이 인터뷰 기사를 읽고 더 큰 상처를 받으시는 건 아닌지 마음이 아프다. 요네다를 비롯한 모임 사람들은 일본의 과거 전쟁 범죄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겐 냉정과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자신들의 이권에는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왜 그들은 일본이란 사회를 보다 긍정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일까? 만일 그들의 주장처럼 외국인에게 관대하다면(사실 여부를 떠나서), 왜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하는 것일까?
‘재특모’는 일본을 대표할 수 있는 단체는 아니다. 오프라인에서 활약해온 자칭 베테랑 보수파, 극우파의 지존들은 ‘재특모‘의 과격한 행동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재특모’는 소수에 가깝다. 그렇지만 그들의 내면에 있는 외국인에 대한 불신, 불안, 과거에 대한 부정은 소수라고만 치부할 수도 없다. 특수하지만 평범하고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람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일본의 단면이다.
■글&사진 / 김민정(「레이디경향」 일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