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9일 출간된 「안철수의 생각: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는 서점에 놓이기가 무섭게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올 대선 야권 최대 잠룡인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우리 사회 각종 현안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작심하고 쓴 책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안 원장을 인터뷰하고 책을 엮은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 교수에게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평소 친분이 없었던 두 사람의 만남은 안 원장이 직접 제 교수에게 대담 진행을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과 올 4월 첫 만남, 각종 현안과 문제의식 공유

「안철수의 생각」 대담자 제정임 교수는 누구?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제정임 교수는 기자 출신 교수로 언론계와 경제계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과 국민일보에서 사회부, 경제부 기자로 14년간 일하다 서울대에서 경영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제와 금융뿐 아니라 노동과 실업 등 사회 주요 현안에 대한 고른 안목과 시각으로 방송에서 경제와 시사 분야 해설을 맡기도 했다. 진보와 보수의 잣대로 보면 진보에 가까운 인물이다.
제 교수와 안 원장의 첫 만남은 책이 발간되기 불과 3개월 전인 4월 중순에 이루어졌다. 그 전까지 두 사람은 특별한 인연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들과 교수들이 함께 만드는 ‘단비뉴스’가 한국사회의 빈곤 현장을 취재한 것을 엮은 책 「벼랑에 선 사람들」을 읽고 감명을 받은 안 원장이 제 교수에게 먼저 연락을 해왔다. 제 교수는 단비뉴스의 주간교수로 단비뉴스 취재팀과 함께 「벼랑에 선 사람들」을 집필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있은지 2주 후 안 원장이 제 교수에게 인터뷰 형식으로 함께 책을 낼 수 있겠냐며 제안을 해왔고 제 교수는 ‘질문에 성실히 답할 것’을 조건으로 이를 수락했다.
인터뷰는 5월 중순부터 6월 하순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이루어졌다. 주로 서울대 안 원장의 연구실 등에서 만나 아홉 차례에 걸쳐 두세 시간씩 대화를 나눴다. 대담에서부터 출간까지의 작업은 철통 보안과 함께 속도전으로 진행됐다. 제 교수는 남편인 정동식 경향신문 부사장에게조차 출판 당일인 7월 19일까지 안 원장과 작업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얼마 전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신문사에 있으니 본인이 알게 되면 후배들에게 정보를 말하지 않을 수도 없고, 또 알고도 이야기를 안 하자니 신문사 사람들의 신의 문제로 괴로워할 것 같아 아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라며 남몰랐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안 원장이 제 교수를 대담자로 선택한 것은 기본적으로 제 교수가 주목하는 현안들에 공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 원장은 제 교수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나의 고민과 시각이 제 교수 책에서 제시한 문제의식과 같아 반가웠다”며 제 교수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고 한다. 「벼랑에 선 사람들」이 던지는 여러 가지 화두에 답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자신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담자로서 제 교수는 안 원장의 한국사회에 대한 생각과 비전뿐 아니라 그의 인생과 인간적인 면모도 적절히 이끌어내 융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비영리 온라인 매체 단비뉴스 제작진.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제정임 교수.
기성 언론에서 소외된 빈곤 현장에 관심
제 교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안 원장이 감명 깊게 읽었다는 「벼랑에 선 사람들」 역시 주목받고 있다. 올 4월 출간된 「벼랑에 선 사람들」은 판매가 급증하며 최근 3쇄를 찍었다. 이 책은 제 교수와 단비뉴스 취재팀 학생들이 ‘기성 언론의 관심에서 소외된 빈곤의 현장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밀착 취재하자’라는 모토 아래 탄생시킨 결과물이다. 2010년 단비뉴스가 창간된 이후 약 1년 반에 걸쳐 연재한 특집 기획 ‘가난한 한국인의 5대 불안’을 묶은 것으로, 힘들게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힘든 근로 빈곤층의 생계 불안, 내 몸 하나 누일 곳 없는 사람들의 주거 불안, 아이 낳고 기르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보육 불안, 가정 생계를 위협하는 의료 불안, 절박한 상황에서 무자비한 고리 사채에 손댄 이들의 금융 불안을 한국사회의 다섯 가지 불안으로 꼽았다. 책의 머리말에 나오는 ‘소외계층의 고통과 절망이 한계 수위에 이르렀는데도 정치권과 언론이 수박 겉핥기만 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평소 언론인으로서 제 교수가 중점을 두고 있는 가치를 보여준다.
「안철수의 생각」 출간 이후 제 교수의 행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안철수의 사람’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쏟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녀 역시 이와 같은 시선에 꽤 큰 압박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이 아닌 언론인으로서 기성 언론이 담지 못하는 내용을 알릴 수 있는 비영리 공익언론, 탐사보도 중심의 공익언론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 그녀가 밝힌 포부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