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웃고 즐기며 건강과 성장을 꾀하는 오감놀이지도사

주부, 다시 시작하다

함께 웃고 즐기며 건강과 성장을 꾀하는 오감놀이지도사

자신만의 일을 갖고자 하는 여성은 많지만 기회는 흔치 않다. 특히 가정에 집중하던 주부가 다시 사회로 나서기 위해서는 바늘구멍처럼 험난한 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만의 특기나 관심사를 살려 새롭게 또 다른 인생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레이디경향」은 2012년, 이러한 주부들을 찾아 만나 그 경험과 노하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달에는 다양한 방식의 놀이를 통해 삶에 웃음을 더하는 오감놀이지도사를 만나봤다.

놀이로 신체와 정서적 감각을 깨우다
김경희|오감놀이지도사

김경희|오감놀이지도사

서울시 서부여성발전센터에서 오감놀이지도사 양성 과정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희씨(49)는 3년 전만 해도 고등학생 아들을 비롯한 가족을 뒷바라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평범한 전업주부였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상호 교류하고, 바쁘게 시간을 보낼 만한 일을 찾아본 적도 있지만 꽤 오랜 세월을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로만 살아온 만큼 막상 다시 사회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았다. 당장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부터 막막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이거다’ 싶은 일을 만났다. 바로 웃음&오감놀이지도사였다. 평소 밝고 유쾌한 성격으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고 분위기를 잘 이끄는 자신에게 꼭 맞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처음 시작은 ‘웃음지도사’였어요. 삭막한 이 시대에 ‘웃음’이 주는 힘이 참 크겠다 싶더라고요. 사람들의 생활에 진정한 웃음을 더하는 법을 알리고 또 같이 찾아가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펀&웃음지도사’ 수업을 신청해서 배웠고 강사 자격을 얻기 위한 공부까지 마쳤어요. 그 과정에서 같이 알아두면 좋을 만한 관련 분야를 이것저것 찾아 배우게 됐는데, 특히 오감놀이에 주목하게 됐어요. 아이들의 신체·정서 발달이나 어르신들의 치료와 여가 보내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내용도 무척 재미있어서 저부터 금방 푹 빠지게 됐어요.”

오감놀이지도사는 대상자들이 여러 가지 소품을 사용해 신체 부위를 다양하게 활용하며 놀 수 있도록 유도한다.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오감놀이를 진행하게 되는데, 주로 어린이들과 노년층에 집중된다. 오감놀이지도를 통해 발달 단계에 있는 영·유아의 신체적 성장을 돕고 정서를 함양시키며 창의력과 감수성을 키우는 데도 도움을 준다. 신체 각종 기관과 뇌기능 저하가 나타나고 있는 노년층에게는 예방과 재활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저 어떤 게임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모든 감각을 자극하고 사용하며 노는 것이 핵심이에요. 특히 손을 사용한 놀이가 많지요. 소근육과 대근육을 고르게 발달시켜 신체 균형을 꾀하고 또 원활하게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활성화시켜요. 신체적인 부분의 효과만 얻는 게 아니에요. 오감놀이를 통해 가장 많이 발달하는 것이 협업력과 인내심이에요. 혼자서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성도 기를 수 있고요. 무엇보다 즐겁게 웃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처럼 오감놀이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효과를 실전에서 온전히 구현해내기 위해서는 단순한 놀이법 외에도 육아와 교육, 신체 구성과 발달 과정, 치료 효과, 언어 작용 등 연관된 분야의 각종 이론과 프로그램에 대한 탐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놀이’ 하면 쉽게 떠올리는 신체 활용 놀이 외에도 마음 소통 놀이, 언어 소통 놀이 등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또 놀이의 목표에 맞게 과정을 진행하고 대상자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능력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주부, 다시 시작하다]함께 웃고 즐기며 건강과 성장을 꾀하는 오감놀이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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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할수록 끊임없이 공부하고 계발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요.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찾아서 하게 돼요. 저 역시 오감놀이지도사 과정을 배우면서 웃음이나 스트레칭처럼 프로그램에 접목하면 좋을 만한 내용들을 찾아서 익혔어요. 자격증도 취득하고요.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같이하는 동료들이나 서부여성발전센터와 한국평생교육원 선생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좋은 프로그램과 기회를 빨리 잡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고 감사하단 생각이 들어요.”

인내심과 친화력, 그리고 따뜻한 마음이 필수
현재 현장 활동과 강의를 병행하고 있는 김경희씨는 오감놀이지도사로서 살아가는 요즘이 무척이나 행복하다. 오전과 오후 세 시간씩 종일 강의를 하는 날은 저녁이면 말이 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지치기도 하고, 복지센터 에서 많은 사람들과 몇 시간씩 여러 가지 놀이를 한 뒤에는 몸이 축 늘어질 만큼 피곤함도 느끼지만 그만큼 재미와 보람이 크기에 다시 힘을 낸다.

“오감놀이지도사들은 대부분 프리랜서로 활동하게 되는데, 한창 여러 곳에 일을 하러 다닐 때는 바빠서 종일 굶다가 이동하는 지하철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운 적도 많아요. 놀이에 사용할 도구가 많기 때문에 짐을 잔뜩 넣은 가방을 메고 서울 시내를 누비기도 했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과 같이 놀면서 하는 일이라 저 스스로 무척 즐거워요. 실제로 수업을 하며 크게 웃을 기회가 많고 또 놀이 프로그램이 주로 전통놀이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죠. 그리고 이 일은 사람과 교감이 이루어지는 거라 그 안에서 얻는 것도 많아요. 지금 몇 년째 만나 뵙는 어르신들은 저를 정말 친딸, 친손녀처럼 대해주시거든요. 불편한 몸으로 열심히 따라 하시는 모습을 볼 때나 주머니에서 아껴뒀던 사탕 같은 걸 꺼내 주시며 고맙다고 하실 때 얼마나 가슴 뭉클한지 몰라요.”

김경희씨도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재미나게 시범을 보인다거나 아직 잘 모르는 누군가와 손을 잡고 놀이를 하는 등의 일이 어려웠다. 괜히 쑥스러워서 쭈뼛거리기도 했고 뜻하는 대로 잘 따라와주지 않는 대상자를 만날 때면 당혹스럽고 야속하게 여긴 적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 살펴보면 오감놀이지도사는 긍정적인 마음 자세와 친화력, 인내심 등이 요구되는 일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과 반복된 연습을 이겨낼 성실함이 있다면 누구나 충분히 좋은 오감놀이지도사가 될 수 있다.

“저도 처음에 어르신들 앞에 섰을 때는 정말 막막했어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엔 요양원에 봉사를 다녔거든요. 특히 요양센터에는 감각을 잘 못 느끼시거나 치매를 앓고 계신 분들이 대부분이라 어려움이 많아요. 저를 경계하고 놀이 자체를 거부하는 분들도 있고요. 이 일은 공연이나 일회성 강의와는 다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멀리 내다보고 과정을 진행하고, 그분들과 친밀감을 쌓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일단 웃으면서 손을 잡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분들이 호기심을 갖고 뭔가 해보려고 할지를 고민해서 최대한 재미있게 구성을 해요. 그래서인지 다른 선생님들보다 수업이 편안하고 특별해서 좋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요즘 감사하게도 저를 찾는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놀이의 효과에 주목해볼 때 앞으로 오감놀이지도사의 전망은 무척 밝은 편이다. 특히 실버 시장이 확장되면서 예방과 치료적 측면의 수요는 점차적으로 늘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병원, 요양원, 복지센터에서 오감놀이지도사 도입이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올해 3월,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전국 직업 만족도 조사에서 놀이지도사가 10위를 차지했다고 해요. 그만큼 본인 스스로의 만족도가 높은 직업이에요. 웃으면서 일할 수 있고, 또 자신의 일이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어요. 다만, 실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따뜻한 마음과 개인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살피는 섬세함이 필요해요. 좀 더 많은 주부들이 이 일을 통해 자신을 계발하고 일의 보람도 얻길 바라요.”

[주부, 다시 시작하다]함께 웃고 즐기며 건강과 성장을 꾀하는 오감놀이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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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놀이지도사 양성 과정 안내
서울시 서부여성발전센터에서는 한국행복평생교육원과 연계한 오감놀이지도사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골고루 자극함으로써 영·유아의 성장 발달을 돕고 노년층에게는 신체 및 뇌기능 저하 예방과 재활을 꾀하는 각종 방법을 습득하게 된다. 수업은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놀이를 노래와 함께 익히고 이를 다양하게 변형해 활용하는 법으로 구성되고, 각각 다른 계층의 대상자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놀이 기술을 익히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매주 세 시간씩, 일주일에 1회 수업이 진행되며 개인 실습과 병행한다. 참고 http://seobu.seoulwomen.or.kr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박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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