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더하기]핀란드에서 온 안나리사의 행복이 머무는 곳
행복을 만드는 그녀의 일상 ①
맨발로 흙을 밟으며 누리는 행복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안나리사(29) 가족의 집은 마치 외국 그림엽서의 한 컷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한바탕 후두두 비가 내렸고, 언제 그랬냐는 듯 빗방울이 잦아들자 더욱 강렬해진 풀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나무가 늘어선 길을 따라 딱히 대문이랄 것도 없는 집 입구에 들어서면 소박하게 피어 있는 꽃들이 가득한 마당이 펼쳐진다.
마당 한구석 단풍나무 아래의 작은 테이블 위에는 고양이 ‘나비’가 몸을 웅크린 채 낯선 사람을 맞고, 또 한편에는 아이들이 타고 노는 그네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낮은 ‘삐그덕’ 소리를 낸다.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다거나 화려하게 꾸며져 있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욱 친근하고 편안하다. 많은 이들이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는 ‘살고 싶은 집’의 낭만을 고스란히 반영한 모습이다. 소박하지만 정갈한 이 집의 느낌만으로도 안나리사 가족의 삶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듯했다.
“고향 핀란드에서는 집집마다 정원이 있고 가족이 함께 그 공간을 가꿔요. 작은 텃밭을 만들어 허브나 채소를 키워 먹기도 하고 꽃씨를 심어 돌보기도 하고요. 시내 곳곳에도 숲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집 주변 숲 속을 뛰어다니며 놀거나 나무에 매달린 블루베리 같은 것들을 따먹기도 했어요. 또한 유난히 꽃을 좋아하는 편이라 늘 꽃에 물을 주고 돌보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풀과 나무를 가까이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겨요. 싱그러운 에너지도 얻을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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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더하기]핀란드에서 온 안나리사의 행복이 머무는 곳
행복을 만드는 그녀의 일상 ②
행복 에너지의 원천, 가족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사가와 어린이집에 다니는 사라는 요즘 또래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 근처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가자고 조르기도 하고, 같이 피아노를 배우러 가기도 한다. 그래도 아직까지 사가와 사라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바로 아빠와 술래잡기를 하고 엄마와 빵 만들기를 할 때다. 능숙한 솜씨로 음식을 만들고 두 딸의 머리를 잘라주는 다정한 아빠 홍성환씨는 사가와 사라의 가장 듬직한 친구이기도 하다.
“남편은 주로 아이들과 지칠 때까지 뛰어노는 편이고 저는 같이 뭔가를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요. 가족과의 시간을 귀중하게 여기는 남편은 항상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하고 행동해요. 아이들이 어릴 때 아빠와 추억을 공유하는 건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에요. 정서 발달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잖아요. 부모의 관심과 존중, 함께하는 대화와 경험들이 반드시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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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더하기]핀란드에서 온 안나리사의 행복이 머무는 곳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하지만 즐겁게
안나리사는 행복한 삶이란 가까운 이들과 조화롭게 더불어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타인을 배려하되 의식하지 말고, 자신만의 고유한 속도를 지키며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조바심을 내거나 강요하지 않는 대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이다.
“저는 미리부터 학습에 얽매이거나 불필요한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정말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에요. 저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아이가 최고야’라고 말하는 걸 듣고 사실 조금 놀랐어요. ‘잘하는구나’라고 칭찬하는 것과 ‘1등이야’라고 선을 긋는 건 달라요. 저는 사가와 사라가 그렇게 1등이나 최고에 집착하기보다 재미있는 것, 잘하는 것을 열심히 하길 바라요. 그래야지만 스스로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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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을 발휘하며 얻는 삶의 원동력
가족이 살고 있는 컨테이너하우스의 한쪽에는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다. 유리예술가인 부부의 작품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두 사람은 매일 이 작업실에서 땀을 흘리며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영국, 프랑스, 체코, 핀란드 등을 넘나들며 실력을 인정받은 남편은 물론 디자인을 전공하고 남편에게 유리공예 기법을 배운 그녀의 작품들 또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어릴 적부터 뭔가를 만지작거리며 만들기를 좋아했다는 그녀는 일찍부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척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 계속해서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행복이에요.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면서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도 높일 수 있거든요. 저는 그래서 유리 작품을 만드는 일을 더욱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일에서 얻는 활력이나 자신감이 다른 일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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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더하기]핀란드에서 온 안나리사의 행복이 머무는 곳
안나리사는 “지금 당신은 행복하냐”라는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충분히”라고 답했다. 매일매일 펼쳐지는 하루가 색다르고, 많은 것들을 충분히 누리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원하는 걸 다 가졌다거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미 충분하잖아요. 크지 않지만 필요한 만큼의 마당이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고요. 또 앞으로 뭔가 더 만들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과 미래도 있어요. 저는 지금의 생활에 무척 만족해요. 자신에 대한 존중과 미래에 대한 긍정, 그러한 마음이 있어 더욱 행복한 것 아닐까요?”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박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