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의 삶 속에는 행복으로 연결되는 음식이 있을 것입니다. 이 음식을 전하면서 현재의 삶을 살아가며 지친 영혼을 위로할 희망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한 끼의 식사 속에 삶의 의미와 행복, 희망을 발견했던 이들의 특별한 음식 이야기는 패스트푸드의 시대로 대표되는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에너지와 인생의 깊은 울림을 전해줄 것이라 기대됩니다.
한국의 전통 음식도, 시중에서 가장 싼 음식도 아닌데 짜장면은 우리에게 알 수 없는 아련함과 애틋함을 안겨준다. 어린 시절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던 즐거움, 중·고교 시절 친구들과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 한 그릇 뚝딱 해치우던 시간, 어느 겨울비 내리는 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짜장면을 놓고 행복해했던 기억 등 윤기 나는 검은색의 짜장면은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우리와 함께했다. 그때 그 시절 들었던 음악처럼, 빛바랜 사진처럼 짜장면은 가슴 한켠을 따뜻하게 만드는 낭만을 호출한다. 온라인 마케팅 에이전시 업체를 운영하는 최완 대표(45)도 마찬가지다. 졸업식 날 2월의 칼바람을 맞으며 중국집에 앉아 음식을 먹던 기억에서부터 고등학생 시절 행사를 준비하다 늦어진 밤 선배들이 사주던 짜장면과 우동, 탕수육…. 그 모든 기억은 지금도 최 대표의 가슴을 따스하게 물들인다.
“집이 대치동이었는데 문학 서클 활동 때문에 주말마다 청량리에 있는 청소년문화회관에 갔어요. 문학 서클 활동을 했는데 ‘문학의 밤’을 개최할 때면 늦은 밤까지 행사를 준비하기도 했고요. 대학에 진학한 선배들이 응원 차 찾아와 맛있는 걸 사주었는데 메뉴는 항상 짜장면이나 우동이었죠.”
철부지 소년들은 서클 활동을 하면서 시를 읊고 문학을 얘기하며 그렇게 제 청춘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그리고 집에서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버스를 타고 가던 10대의 최 대표는 막 피어난 청춘의 풋풋함으로 반짝였다. 학교 담장 밖을 벗어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는 것이 마냥 설고, 쪼들리는 용돈을 아껴서 친구들과 사 먹던 짜장면은 더없이 달콤했다. 그것은 의미 없는 농담에도 까르르 웃을 수 있던 철부지 시절의 싱그러움이었다.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었지만 지금도 짜장면 한 그릇의 맛이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작은 떨림은 그가 지나온 청춘의 흔적이다.
[행복 더하기]빅디테일 최완 대표 - 짜장면 한 그릇에 추억과 삶을 담다
최 대표에게 짜장면은 딸과의 소통을 이어준 소중한 음식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가장이 그러하듯 무뚝뚝한 성격에 회사 일로 바빠지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줄었고,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와는 알 수 없는 거리감이 생기기 시작했을 무렵 그는 위기감을 느꼈다.
“큰딸이 중학생이 되고 난 뒤로 부쩍 대화가 부족해졌다는 걸 느꼈죠. 문득 아이들과 멀어지고 어느 날 성큼 커버려 영영 멀어질 것 같아 긴장이 되더라고요. 그때 생각난 것이 짜장면이었어요. 요리를 하면서 대화와 스킨십을 늘리기 위한 시도였죠.”
거창한 음식보다 만들기 쉬우면서 자주 요리할 수 있는 메뉴를 찾았다는 그는 시간이 날 때면 아이들과 짜장면을 만들어 먹으며 추억을 쌓아나갔다. 아이들 역시 어려서부터 짜장면을 좋아했던 터라 호응은 더욱 좋았다. 물론 나중에 안 일이지만 사실 아이들은 아빠의 짜장면을 맛있어 하진 않았단다. 인공조미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전통 춘장만으로 맛을 내다 보니 쓰고 맛이 없었던 것. 그럼에도 아이들은 기꺼이 아빠와의 요리를 즐거워했고, 맛은 없어도 아빠표 짜장면에서 사랑을 느꼈던 것이다. 아이들의 고백에 충격(?)을 받아 더 이상은 짜장면을 만들지 않았다지만 최 대표가 자신과 딸들을 이어주는 짜장면에 더 큰 애착을 갖게 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뿐이랴, 지난해 마케팅 에이전시 사업을 시작한 그에게 짜장면은 해외 바이어나 클라이언트와의 어색한 식사 자리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과거 갈색이었던 짜장면의 춘장이 후발 업체의 마케팅에 밀려 캐러멜을 첨가한 검은색으로 변모하게 된 이야기는 선두 업체의 수성 전략과 후발 업체의 차별화 전략 등 마케팅의 중요성을 흥미롭게 이끌어가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다.
[행복 더하기]빅디테일 최완 대표 - 짜장면 한 그릇에 추억과 삶을 담다
■기획 / 이채영(객원기자) ■글 / 이명아(프리랜서) ■사진 / 이주석 ■헤어&메이크업 / 혜경, J(오프레플러스, 02-516-1194) ■요리&스타일링 / 김상영·임수영(noda+, 02-3444-9634), 강신혜·김민희(어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