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대선 후보 직격 인터뷰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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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사람과 사회를 생각하는 따뜻한 원칙주의자

유신정권에 맞선 대학생으로,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선 인권변호사로, 참여정부 시절 참모로, 원칙과 사명에 따른 삶을 살아온 문재인 대선 후보는 이제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리더로서 새로운 운명에 맞서고 있는 중이다. 대선 D-60, 문재인 후보를 만났다. 부인이자 가장 든든한 조력자 김정숙 여사와 함께 인터뷰에서 한꺼풀 벗은 문 후보를 만날 수 있었다.

[대선 후보 직격 인터뷰]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대선 후보 직격 인터뷰]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브라운 컬러로 재킷과 스커트를 맞춰 입은 부부가 인터뷰 장소에 들어섰다. 문재인 대선 후보는 지난 6월 대선 출마 선언을 시작으로 두 달간의 민주통합당 경선을 치렀고, 민심과 여론을 듣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숨 가쁜 대선 레이스를 달려오는 동안 줄곧 함께였지만, 두 사람이 정식으로 언론 에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였을까, 고된 일정을 마치고 저녁 늦게 시작된 인터뷰에도 문 후보는 한결 편안한 모습이었고 인터뷰 역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무엇보다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모습, 그리고 확고한 정치 철학을 들어볼 수 있었던 것이 큰 수확이었다.

운명을 받아들이다
“40대 이후 최고의 일탈은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문재인 후보는 정치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참여정부 퇴임 이후에는 경남 양산에 스스로를 ‘귀향 보내듯’ 가 보금자리를 틀었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소박한 농부의 삶을 꿈꿨다. 그런 그를 다시 국민 앞에 서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책 「운명」에서 ‘더 이상 절망의 시기가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한다’라고 썼다.

Q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되신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계신데, 지난 한 달 동안을 지내온 소감은 어떠신지, 그리고 그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무엇인지요?
A
‘선거는 체력전’이라는 말을 절감하고 있어요. 그동안 건강관리를 꾸준히 해온 편이었는데, 워낙 강행군이다 보니 체력이 달립니다. 몸이 아프면 국민들에게 염려를 끼치는 것이라는 아내의 이야기도 듣고 있고요. 대선 후보가 된 뒤 경기도 평택에 있는 쌍용차 치유 공간인 ‘와락센터’를 찾았는데, 그곳에서 만난 한 해고자의 부인이 생각납니다. 제 이야기를 마치고 마이크를 넘겨드렸는데 말씀도 꺼내시기 전에 복받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말하지 않아도 그 절박함이 느껴져서 저를 비롯한 그곳에 계신 분들이 모두 따라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와 가족들이 무려 스물세 명이나 됩니다. 해고가 곧 ‘죽임’이라는 사실에 몸이 떨렸습니다. 그들에게 국가가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몸이 떨렸고요. 대통령이 되면 국민들의 아픔을 함께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한 자리였습니다. 그분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문재인 후보님 못지않게 김정숙 여사님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계실 듯합니다. 정치인 아내 입문 소감은 어떤지, 요즘 하루 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우선 아침 7시에 일어나 텃밭에 심은 채소에 물을 주고 아침 식사를 준비합니다. 요즘 남편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식사는 주로 단백질 위주로 챙기고 있어요. 그러고 나서 남편이 입고 나갈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고르죠. 요즘에는 저도 공식 일정이 많아졌어요. 관심 분야부터 잘 모르는 분야까지 하루에 네다섯 가지 일정을 소화하고 나면 금세 저녁이 되더라고요. 사실 이제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에요. 하지만 남편의 선택을 존중하고 저의 노력이 남편에게도 힘이 된다면 괜찮습니다. 현장에서 소중한 이야기를 들을 때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Q 최근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시고 많은 눈물을 흘리셔서 화제가 됐습니다. 원래 눈물이 많으신 편인가요?
A
요즘 눈물이 많아졌어요(웃음). 원래 영화나 휴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면 눈시울이 자주 붉어지는 편인데, 이번처럼 사람들 앞에서 대책 없이 울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개혁이라는 것은 현실에서 이미 이익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의 반대에 늘 부딪히게 마련입니다. 그 벽을 깨는 것이 참 힘든데 그런 부분을 영화에서 보여주었더군요. 무엇보다 곳곳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중용외교 때문에 관료들에게 공격받는 장면이라든지, 중전의 폐위를 주장하는 신하들에게 “조강지처를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하는 장면이라든지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감정 수습이 안 돼서 혼났어요. 밖에는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울면서 나갈 수도 없고, 수습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결국 들켰지요(웃음).

Q 이번 대선이 ‘문재인의 운명’, ‘박근혜의 꿈’, ‘안철수의 생각’ 간 대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통령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기까지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것은 무엇인가요?
A
사실 그동안 정치가 제 운명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사회 변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었죠. 그러다 현 정부 5년 동안 너무나 많은 국민들이 상처 입고 도탄에 빠지는 것을 보며 차츰 저의 사명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두 분의 서거입니다. 특히 노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셨을 때는 참 힘들었습니다. 단지 슬픔 때문에 힘든 것만은 아니었어요. 검찰의 표적수사와 정치적 탄압이 있었고 민주주의의 파탄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하고 넘겨주며 발생한 일에 대한 책임감과,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국민께 송구스러운 마음이 컸습니다. 다시 바로잡아야겠다는 사명감도 점점 강하게 자리를 잡았고 결국 제가 감당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저의 운명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Q 참여정부 시절부터 참모 역할을 해오셨는데 유권자들 입장에서는 지도자로서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 있습니다.
A
저는 카리스마가 장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카리스마가 지도자의 덕목이라 말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일종의 영웅주의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오히려 보다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드럽고 겸손한 수평적인 리더십이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이번 대선 후보들을 보면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도 소통을 강조하고 있고요. 그 안에서 자신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대중과 소통할 때 가장 크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대중 정치인으로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모두 부드럽게 보이려고 노력하지요. 그 안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들을 듣고, 존중하고, 공감할 줄 아는 마음이 체화돼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체질적으로 민주적인 사고나 경험이 체화돼 있는 것과 머리로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소통해야 한다고 말로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출마 선언을 할 때부터 SNS 등을 통해 국민들의 공론을 모아왔습니다. 대통령 되고 나서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가장 먼저 시행할 정책들도 ‘국민명령 1호’라는 이름으로 모집하고 있고요. 현재 3천5백여 건 정도 들어와 있는 상태입니다. 앞으로도 그런 노력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원칙주의자 남편과 감수성 풍부한 부인
40년을 함께한 연인이자 동지

신혼 초 아침밥을 먹으며 바둑을 두는 남편을 보고 아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수준에서 가장 좋은 바둑판을 선물했고, 남편은 음악을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스테레오 오디오를 마련했다. 40여 년의 시간, 순탄치 않았던 삶을 함께한 부부의 눈빛에서 서로를 향한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Q 집 냉장고에 이것만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식품이 있는지, 그리고 항상 채워져 있는 식품은 무엇인지요?
A
남편이 생선과 해산물을 좋아해요. 생으로 먹는 채소나 껍질째 먹는 과일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저희 집 냉장고에는 해산물과 과일이 항상 들어 있어요. 요즘은 바빠서 아침 대용으로 간단히 먹을 만한 것들이 있죠. 찰떡과 달걀, 채소, 과일이 냉장고를 채우고 있습니다.

Q 아내로서 남들은 잘 모르는 남편의 세 가지 매력과 단점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정숙
첫 번째는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 두 번째는 제가 남편을 좋아하는 이유 중 매우 중요한 것인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준다는 것, 세 번째는 살아온 삶의 진정성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너무 원칙을 지킨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에요. 조금은 쉬웠으면, 조금만 여유로웠으면 할 때가 있어요.
문재인 원래 이런 이야기는 양쪽 다 들어봐야 해요(웃음). 저도 얼렁뚱땅 넘어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 원칙을 지키려고 마음을 다잡는 거예요.

Q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문 후보는 어떤 사람인가요?
A
남편은 굉장히 자상하고 가정적인 사람이에요. 가족과 밥 먹는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 보내는 걸 최고의 휴가로 생각하는 사람이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이지만 또 ‘딸 바보’예요. 시험공부로 밤을 새야 하는 딸이 무섭다고 하니까 옆에서 졸면서도 같이 있어주는 아빠입니다.

[대선 후보 직격 인터뷰]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대선 후보 직격 인터뷰]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Q 문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김정숙 여사가 남편을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진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였습니다. 부인이 남편을 그토록 진심 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참 부럽다는 반응이었는데요. 현장에서 남편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김정숙
여러 복잡한 심정이 묻어 있는 눈길이에요. 그날이 무척 추웠거든요. 남편이 원래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참 힘들어하는데, 새벽부터 밤까지 최선을 다해 해내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 응원하고 싶었어요. 남편이 감당하고 있는 현시대의 아픔에 대해 저 역시 공감하고 있다는, 그런 사인의 눈빛이기도 했고요. 내면 깊이 남편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그런 눈빛이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문재인 저희 부부가 다른 부부들보다 특별하게 사랑한다거나 또 제가 특출나게 잘하는 남편도 아닙니다. 그래도 평범하지만 행복하게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고요.

Q 혹시 두 분이 살아오시면서 이혼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나요?
김정숙
저희는 당시 시대적 상황 때문에 결혼을 하기까지도 굉장히 힘들었어요. 보고 있으면서도 또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 헤어지게 될까 불안하고 그렇게 그리운 상황의 연속이었어요. 그렇게 애태우던 상황에서 결혼을 하고 나니 정말 이 세상을 다 얻은 것같이 즐거울 수밖에요. 결혼을 한 뒤에도 남편이 사회와 함께하는 삶을 살며 결코 순탄한 결혼생활은 아니었지만, 그런 경우 둘 중 하나예요. 아내로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거나 아니면 아예 등을 돌리거나. 저는 적극적인 지원을 택했고 지금 여기까지 왔네요.

문재인 저도 이혼 생각 안 해봤습니다. 딴 데 갈 데가 없으니까요(웃음).

Q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와 감수성이 풍부한 부인, 언뜻 보기에 굉장히 다른 두 분이신데, 서로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정숙
남편이 아주 논리적인 법학도임에도 문화와 예술을 이해하는 감수성을 기르는 데 제가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봐요(웃음). 남편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예술에 대한 감성이 저를 만나면서 더욱 풍부해지지 않았나 싶고요. 저는 감수성이 너무 강해서 절제력이 부족한 편이었는데 남편을 통해 절제력을 얻었어요. 삶이란 그리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라는 걸 배웠죠.

문재인 동감입니다(웃음).

Q 두 분께 가장 소중한 물건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문재인
가장 소중한 물건이라기보다 가장 오래된 물건이 있는데요. 바둑판입니다. 결혼했을 무렵부터 가지고 있던 물건이에요. 그러고 보니 제가 나름 바둑 고수인데 청와대 들어간 이후부터는 바빠서 한 판도 못 뒀습니다.

김정숙 결혼을 하고 나서 보니 남편이 바둑을 무척 좋아하는 거예요. 아침 밥상에서도 꼭 바둑 복기를 하더라고요. ‘아, 이 사람 취미는 바둑이구나’ 해서 당시 제가 알고 있던 수준에서 최고로 좋은 바둑판을 선물했어요. 그리고 음악을 좋아하는 저는 스테레오 오디오를 받았죠. 바둑판은 아직 그때 것인데 오디오는 좀 더 좋은 것으로 두 번 정도 바꿨어요(웃음).

원칙과 소통으로 공감정책 이끌어낼 것
뛰어난 인권 감수성으로 서민들의 아픔을 함께해온 문재인 후보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경험을 통해 체화된 것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가장 시급한 국정 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꼽으며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반려동물 이야기에 금세 누그러지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부드러운 면도 엿볼 수 있었다. Q 정책을 살펴보면 교육 비중이 높습니다. 문 후보님께서는 어떤 교육관을 가지고 자녀를 가르쳤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되도록 간섭하지 않고 자유롭게 맡겨두는 편입니다. 제 변호사 생활이 참 힘들었어요. 고통스럽기도 했고요. 그래서 그런지 보통은 아버지들이 아들에게 자기가 하는 일들을 물려주고 싶어 하는데 저는 아이들이 인문 계통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공부를 하기를 바랐어요. 세상의 정치에 너무 고통받지 않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바람이 있었는데 비교적 잘 자라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 잇따른 성범죄 사건도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관련 대책은 어떻게 세우고 계신지요?
A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 자신의 인격과 존엄성을 스스로 버리는 인면수심의 행위입니다. 무엇보다 단호히 처벌할 생각입니다. 친고죄 폐지로 처벌률을 높이고, 양형 기준을 강화할 것입니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범죄의 경우 양형 기준에 ‘집행유예 금지’를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맞벌이 부모의 경우 아이들이 혼자 방치되는 것을 많이들 걱정하시는데, 방과후교실과 지역 아동센터 등을 연계하는 ‘아동 지킴이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아이들이 홀로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할 계획입니다.

Q 김정숙 여사가 보시기에 아내로서 박근혜 후보, 안철수 후보보다 ‘남편 문재인’이 더 유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서민의 아픔을 아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남편은 사법고시에 합격하기까지 지독하게 가난한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시댁이 달걀 행상, 연탄 배달을 할 정도로 힘들게 사셨고, 출세가 보장된 로펌을 마다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인권변호사가 됐습니다. 남편은 살아온 삶의 대부분을 우리 사회의 소외받고 가난한 분들과 함께 보냈어요. 서민의 아픔과 눈물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함께해본 것은 큰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서민을 잘 아는 남편이 서민을 위한 정치를 보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Q 선거 끝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김정숙
저는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한 열흘만 푹 쉬고 싶어요.
문재인 저는 쉴 수 있는 형편이 안 될 것 같은데요. 당선되면 북한 쪽에 특사를 보내서 취임식에 초청하는 일을 제일 먼저 할 것 같아요. 최근 남북관계가 좋지 않다 보니 마음이 급합니다. 당선이 안 되면 양산으로 가야죠. 저를 기다리는 식구들에게로(웃음).

Q 요즘같이 여론을 많이 들으실 때도 없을 듯합니다. 국민들의 가장 시급한 요구가 어떤 것이라고 느끼십니까?
A
가장 시급한 건 일자리 창출이라고 봅니다. 총선 때도 그렇고 지역을 다니며 한 분 한 분 만나다 보면 제발 일자리 좀 만들어달라고 간곡하게 말씀하십니다. 얼마 전 노량진 고시촌을 찾았는데 시간과 돈에 쪼들리는 고시생들이 길거리에 서서 ‘컵밥’이라는 것을 먹고 있더군요. 저도 함께 먹었는데, 얼마나 사는 게 각박하면 이렇게 끼니를 때울까 싶었습니다.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겪는 일이 실업입니다. 마음껏 꿈을 펼쳐도 부족할 나이에 날개가 꺾인다는 것이 기성세대로서 가슴 아픕니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서 젊은이들이 꿈과 능력을 펼칠 기회를 주는 것, 이것이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Q 힐링이 대세입니다. 문 후보님께서는 어떻게 힐링하십니까?
A
제가 자연을 좋아합니다. 산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고 야생화, 나무, 개와 고양이도 좋아합니다. 개와 고양이들도 저를 좋아하고요(웃음). 자연과 동물에서 힐링을 찾는 편인데 요즘은 전혀 못하고 있죠.

Q 양산에서 반려동물들을 키우셨던 것으로 압니다. 요즘은 어떻게 돌보고 계시나요?
문재인
양산에서 개 세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를 길렀어요. 개들은 마루와 바우, 깜이고, 고양이는 찡찡이와 뭉치예요. 원래 제가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에 풍산개를 길렀는데 다녀와서 보니 새끼를 낳았더라고요. 이웃에서 진돗개를 한 마리 주셔서 세 마리가 됐고, 고양이는 딸이 기르던 고양이와 버려진 고양이를 한 마리 더 데려와 두 마리가 됐어요. 지금 서울에는 개 한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와 기르고 있고 나머지는 이웃들에게 맡겨놓은 상태입니다.

김정숙 남편이 고양이와 개를 얼마나 좋아하냐면요. 술을 마시고 오면 양복을 벗지도 않고 마당에 주저앉아 개를 안고 노래를 불러요.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한참을 쓰다듬고 있어요.

Q 요즘 사람들을 보면 분노하고 피로합니다. 어디서부터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요?
A
국민들께서는 결국 ‘불공평하다’라는 것에서 분노를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어려울 때는 잘 견딜 수 있어요. IMF 때도 함께 힘을 모아 견뎠죠. 그런데 지금은 사회적으로 부가 부족한 상황이 아니거든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지만 힘든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결국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죠. 대기업과 재벌은 너무 많은 돈을 벌고 있고 중소기업과 재래시장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중산층은 무너졌고요. 이런 것들에서 오는 박탈감과 상실감이 결국 분노와 피로로 이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공평과 정의. 그로 인해 국민이 행복해지는 것이 정권 교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반드시 되찾아야 할 국정 과제이자 저의 정치철학입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이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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