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는 법무사 사무실에서 다양한 사무 업무를 수행하는 법무사무원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박영희(39) 법무사무원
서울시 영등포구에 위치한 박수성 법무사 사무소에서 법무사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영희씨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전업주부였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자신의 삶보다는 가족을 위해 시간을 보내며 하루하루를 꾸려왔고, 가정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지내왔다. 그런 그녀가 요즘은 일하는 즐거움에 푹 빠져 매일 아침을 기다린다. 올 하반기, 법무사무원 일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비록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 가정에서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재미와 보람을 찾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은 남편도 제가 육아와 교육에 전념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저 또한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커야지만 일을 하더라도 마음 편히 몰두할 수 있을 것 같아 가정에만 집중해왔어요. 그러다가 아이들에게 손이 덜 가게 되면서부터 조금씩 준비를 시작했죠. 제 생각에는 아이들이 고등학생쯤 됐을 때 일을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말 그렇게 됐어요. 막내가 내년이면 고등학교에 입학하거든요. 마침 취직 기회가 제때 찾아온 거죠.”
꽤 오랜 기간 주부로 지내온 박영희씨가 법무사무원의 길을 발견한 것은 영등포여성인력개발센터의 교육 과정 안내 전단지를 접하게 되면서부터다. 우선 뭔가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기회를 알아보던 중 저렴한 비용으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이곳을 알게 됐다.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 중 가장 눈에 띈 것이 바로 법무사무원 양성교육 과정이었다. 평소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였고, 스스로 판단했을 때 적성에도 가장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는 일을 살펴보니 제 성격과 잘 맞을 것 같았어요. 또 제가 부동산 쪽에 관심이 많아서 한때 공인중개사 공부도 했었고, 재테크나 경매 같은 데 관심을 쏟았던 적도 있거든요. 법무사무원 교육 내용 중에 부동산등기 서류를 다루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는 것은 아니라 해도 흥미를 갖고 배울 수 있겠다 싶더군요. 꼭 취업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교육 내용 중에는 알아두면 실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도 많았고요.”
3개월 동안 이어진 교육 과정 동안 박영희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수업에 임했다. 교육은 부동산등기, 상업등기, 민사 등 실제 법무사무원이 담당하게 되는 관련 사무 업무를 익히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현직 법무사가 직접 강의를 맡고, 실무에 준하는 과제를 통해 교육생들이 과정 수료 후 현장에서 곧바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이 이루어졌다.
“공부가 재미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일상생활에서 잘 접하지 않던 생소한 용어들이 많아 어려움도 있었죠.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익혀야 할 내용도 많았고요. 수업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과제를 하느라 무척 바빴어요. 과정을 밟다 보니 점차 취업 욕심이 나서 더 열심히 했어요.”
착실하게 과정을 이수한 덕분에 곧바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마침 책임감 있고 실무 능력이 뛰어난 법무사무원을 찾는 법무사 사무실에 취직하게 된 것. 박영희씨를 채용한 박수성 법무사는 주부 특유의 근면성과 성실성에 큰 기대를 걸고 센터의 추천을 받자마자 그녀를 낙점했다고 귀띔했다. 그만큼 본인만 열심히 한다면 취업의 문이 열려 있는 셈이다.
“다른 일에 비해 법무사무원은 그래도 나이나 경력이 크게 좌우되지 않는 일인 것 같아요. 저 또한 결혼 전 비서로 일해본 것 말고는 사회생활 경험이 없거든요. 같이 교육받았던 수강생들 중 취직을 희망한 이들은 대부분 취업에 성공했는데, 다들 평범한 ‘아줌마’들이에요. 제가 그랬듯이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누구든 뜻을 이룰 수 있을 거예요.”
곤란을 겪는 이들의 권리를 찾아준다는 보람
[주부, 다시 시작하다]전문성과 안정성을 갖춘 법무사무원
“아직까지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중이에요. 저희 법무사님께서 꼼꼼하고 친절하신 편이라 하나하나 설명을 잘해주세요. 센터에서 과정을 밟았어도 막상 실전에 투입되니 어려운 부분이 많네요. 지금은 원래 관심이 있었던 부동산 관련 내용부터 배우고 있는데, 어서 민사나 상업 쪽도 숙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일의 내용 자체가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생활 속에서 부딪히고 겪는 일들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차분하고 꼼꼼한 성격의 그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잘 맞는 일이기도 하다.
“적성에도 맞고 업무 자체도 재미있어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사실 전업주부로 있는 동안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한 적이 많아요. 스스로 가정을 선택했음에도 ‘내가 무능해서 일을 못하는 건가’ 하고 자책하기도 하고, ‘이렇게 계속 집에만 있다가는 정말 다시 사회생활을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했고요. 가족에게 공부해서 취직할 거라고 큰소리치면서도 과연 해낼 수 있을지 두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렇게 제 일을 갖게 됐고 보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더 배워서 당당히 제 몫을 훌륭하게 해내게 되면 무척 뿌듯할 것 같아요.”
한창 일을 배워 나가느라 바쁘고 정신없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녀에게 가장 힘이 돼주는 이는 뭐니 뭐니 해도 바로 사랑하는 가족이다. 처음에는 ‘나이도 있는데’ 취직이 잘 되겠냐며 반신반의하던 남편은 이제 박영희씨의 가장 큰 지지자가 됐다. 아이들 또한 엄마의 새로운 모습을 보며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응원을 보내준다.
“평소 아이들과 문자 메시지를 자주 주고받는 편인데, 요즘에는 아이들이 주로 제가 일을 잘 하고 있는지나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해하는 내용을 보내요. 일을 시작한 뒤로 가족과 대화도 더 풍부해지고 서로 챙겨주고 다독여주는 말도 많이 하게 돼요. 또 제 생활도 많이 변했어요. 요즘에는 TV 뉴스는 물론이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주의 깊게 봐요. 업무와 연관 지을 수 있는 사례가 많거든요. 지금까지보다 더 많이 노력해서 일을 능숙하게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 사무장이 되는 것이 제 새로운 목표예요.”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언제나 법과 연관 지을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자칫 잘못해서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는 법무사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어려움을 피할 수 있다. 박영희씨는 자신이 그만큼 중요한 일을 돕고 지원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척 자랑스럽고 말한다.
“저희 법무사께서 늘 ‘우리는 곤란을 겪는 사람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무척이나 중요하고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세요. 그만큼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도 덧붙이시고요. 사회와 시대가 변한다 해도 사람들 사이의 시시비비는 늘 생겨나겠죠. 단순히 문제에만 치중하지 않고 친절하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 일처럼 생각하려고 노력할 거에요. 그로 인해 제 삶 또한 가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 법무사무원 양성 과정 안내 서울시 영등포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법무사무원 양성 과정은 체계적이고 실제적인 직업 훈련과 취업 지원을 통해 법무사무원으로 성공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직업 훈련 과정이다. 총 26시간에 걸쳐 부동산등기, 상업등기, 민사실무, 세법, 전자등기, 법무사무원 실무, ITQ한글, ITQ 엑셀 자격증 실습교육이 이루어지며, 과정별로 전문 강사진(법무사)이 현장 실무 위주의 강의를 펼친다. 볍무사협회와 MOU를 체결해 수료 후에는 취업 상담 및 지원이 원활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교육 기간 월~금요일 오전 9시 30분~오후 1시 30분(총 2백16시간) 교육비 서울시 지원 교육 및 접수 문의 영등포여성인력개발센터 프로그램부(02-858-4514~5) |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박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