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배려와 따뜻한 정을 전하는 요양보호사

주부, 다시 시작하다

깊은 배려와 따뜻한 정을 전하는 요양보호사

자신만의 일을 갖고자 하는 여성은 많지만, 기회는 흔치 않다. 특히 가정에 집중하던 주부가 다시 사회로 나서기 위해서는 바늘구멍처럼 험난한 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자신만의 특기나 관심사를 살려 새롭게 또 다른 인생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이들이 있다. 「레이디경향」은 2012년, 이러한 주부들을 찾아 만나 그 경험과 노하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달에는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주부를 만나봤다.

[주부, 다시 시작하다]깊은 배려와 따뜻한 정을 전하는 요양보호사

[주부, 다시 시작하다]깊은 배려와 따뜻한 정을 전하는 요양보호사

사람과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 기회
급격한 노령화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실버 관련 산업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의학기술의 발달과 생활수준 향상에 힘입어 점차 평균수명이 높아지고 있고,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100세 장수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에 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한 때이다.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 누구나의 희망이겠지만, 사실 노년이 되면 심신이 쇠약해지고, 각종 질병을 겪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 생활을 영위해나가기 어려워진다. 자식들이 부모를 책임지던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전문 요양병원 혹은 시설을 이용한다거나 가정에서 요양보호 서비스를 신청하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적으로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가 이 시대 꼭 필요한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시 상계동에서 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김성현씨는 요양보호사 겸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있다.

“원래는 대체의학 쪽 일을 했었는데 어르신들을 만나고 불편한 분들을 도와드리는 것이 좋아서 본격적으로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현장에서 일하면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보였고, 좀 더 전문적이고 행정적인 부분을 많이 알면 실질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사회복지학 석사과정까지 밟았고, 이렇게 직접 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요양보호사는 치매나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자립적인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운 노인들을 돕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세면, 목욕, 식사, 운동 등을 돕거나 외출할 때 동행하기도 하고 생활에 관한 상담이나 말벗이 돼주는 일도 담당한다. 노인요양 및 재가시설에서 근무하거나 직접 개인 가정을 방문해 신체 및 가사 서비스를 지원하기도 한다.

요양보호사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시·도지사의 지정을 받은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에서 이론·실기·실습 3개 분야, 총 2백40시간의 표준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시행하는 국가공인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학력 제한이나 특별한 이수 조건은 없지만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데 있어 변수가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이뤄져야 하는 분야다.

[주부, 다시 시작하다]깊은 배려와 따뜻한 정을 전하는 요양보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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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에는 큰 기대나 준비 없이 가볍게 시작했던 일이에요. 당시 처음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될 때쯤이라 한창 붐이 일었었거든요. ‘자격증이 있으면 언젠가 도움이 되지 않겠냐’라는 친구들의 말에 다 같이 몰려가서 교육을 받았어요. 배워두면 언젠가 제 부모님을 위해서든 아니면 나중에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든 유용할 것 같기도 했고요.”

평소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며 어울리는 것을 워낙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일도 먼저 나서서 해결해주는 ‘오지랖 넓은’ 성격의 소유자였던 터라 요양보호사 일이 잘 맞았다. 안타까운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을 보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기어이 해결하고야 마는 천성이 매번 십분 발휘됐다. 그냥 배움만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자신의 인생 또한 보람되게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고, 뭔가 해보고 싶단 생각을 계속 갖고 있던 중에 요양보호사 일을 접하게 된 거죠. 어딘가 매여 있는 걸 싫어해서 조직생활은 못할 것 같았고, 또 가정도 챙겨야 하니까 자유롭게 시간 관리를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거든요. 요양보호사는 시간제로 일하는데다 수요자의 신청을 미리 받는 경우가 많아서 괜찮겠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어르신들을 대하면서 저희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나고, 또 제 자신도 돌아보게 됐어요. 세상과 인생을 새로 바라보게 됐다고나 할까요. 사실 주변을 둘러보면 돈 한 푼 받지 않고 봉사하는 분들도 많잖아요. 많지 않은 돈이지만 보수를 받아가면서 봉사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이에요.”

강인한 체력과 인내심, 따뜻한 배려와 마음이 필요한 일
스스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며 의욕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사실 요양보호사 일 자체는 그리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었다. 사람, 특히 어르신들을 대하는 일이기에 굉장히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고 서로 마음을 열고 다가가기까지 노력하고 인내하는 과정도 겪어야 한다. 가사를 비롯한 다양한 일을 수행해낼 강인한 체력 또한 요구된다.

“저 또한 교육과정 때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사실 이론 공부야 크게 힘든 부분 없이 따라갈 수 있었는데 실습과정이 힘들었어요. 건성으로 시간만 채우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계속해서 일을 해보고 싶었고 또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 진심으로 다가가고 싶었거든요. 저는 시설 실습에서 할머니 다섯 분을 돌봐드렸는데, 대소변을 받아내야 한다거나 병간호를 해야 하는 것보다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부분이 훨씬 어려웠어요.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아버렸다거나, 하루에도 기분이 몇번씩 극심하게 변하는 분들도 계시고, 서로 일부러 트집을 잡고 시샘하는 분들 혹은 잔소리와 불평만 늘어놓는 분들도 계세요. 그분들과 잘 어울리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드리는 일이 제일 힘들었어요.”

그렇기에 김성현씨는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마음에서 혹은 좋은 일이나 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한다. 그렇게 해서는 결코 계속해서 일을 해나갈 수 없을뿐더러 스스로에게나 대상자에게나 힘든 기억으로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잘 맞추며 두루두루 어울릴 수 있는 성격의 사람에게 적합한 일이에요. 확고한 봉사정신과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요. 뛰어난 머리보다는 뜨거운 가슴이 필요한 일이죠. 개인적으로는 지나치게 깊이 감정에 빠지거나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도 경계하려고 해요. 저는 오히려 일을 하면서 좀 더 객관적인 자세를 갖게 됐어요. 한 분 한 분께 제가 너무 깊이 개입하는 것도 부작용이 생기더라고요. 나중에 감정을 추스르기도 쉽지 않고요.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대상자분들이 가장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판단해서 그런 부분을 채워주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수혜자 증가에 따라 앞으로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장기요양 서비스 일자리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성과 자신만의 특성을 갖춘 요양보호사의 선호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노인 문제는 이제 각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사회구성원 전체 혹은 국가가 나서서 지원하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에요. 따라서 전문 요양보호사에 대한 관심과 처우도 좀 더 개선됐으면 해요. 개인적인 성취감과 보람은 물론 직업 자체로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요. 아무리 많은 분들을 만나도 한 분 한 분 다 기억에 남아요. 그분들이 인생 마지막 순간까지 따뜻하고 행복함을 느끼며 사실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일하고 싶어요.”

[주부, 다시 시작하다]깊은 배려와 따뜻한 정을 전하는 요양보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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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양성과정 안내
서울시 중랑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요양보호사1급 양성과정은 장기요양급여수급자나 그 외 요양이 필요한 노인에게 신체 활동 및 일상생활 활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이다. 50일 동안 1백90여 시간에 이르는 교육이 이뤄지며,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 강사의 강의를 수료한 뒤 하루 8시간씩 10일 동안 현장 실습이 진행된다.
교육 및 접수 문의
02-3409-1948, www.jungnang.seoulwomen.or.kr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박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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