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가정에 지쳐 있는 여성에게 김미경 강사의 메시지
업무 능력에서 여자들의 ‘파워’가 세졌다. 사고가 유연하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데다 디테일에 강해 여러모로 똑 부러지게 일을 처리하니 기업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여자들이 가진 이런 수많은 장점에도 인사 담당자들은 남자들을 선호한다. 왜? 중간에 ‘드릴 말씀’이 없으니까.
내가 만난 부장들은 여직원의 청첩장을 받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했다. 상당수가 몇 년 안에 미안한 표정으로 다가와 “부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라고 말하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임신과 함께 회사를 그만두는 여성들이 많다. 핵심 인재로 찍어두고 열심히 키워줬는데 그만두다니, 속이 터질 노릇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런 일을 몇 번 겪은 상사들은 그다음부터 아예 여자는 열외 취급을 한다. 능력이 조금 모자라도 ‘평생 같이 갈’ 남자 직원을 키워주는 편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여자들이 일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임신, 출산, 육아다. 실제로 임신 전까지 여자들의 전투력은 남자 못지않다. 내 꿈을 위해, 내 미래를 위해 끝까지 ‘꿈터’에 남으려는 여자들도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육아에 대한 인프라가 어설픈 나라에서 워킹 맘의 아이 키우기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시부모나 친정부모가 아이를 봐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두둑한 사례비에 눈치까지, 게다가 아이를 데려가고 데려오는 일도 꽤 피곤한 일이다. 양가 부모님이 아이를 돌봐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야말로 꿈이냐, 자식이냐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 이처럼 아이를 갖는 순간부터 여자들은 꿈을 키워갈 수 없는 수많은 난관에 직면하게 된다.
내 경험상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 나 역시 첫아이를 낳고 시부모님과 친척집에 아이를 돌려가며 맡겼다. 우는 아이를 떼어놓으려고 낮은 포복으로 어린이집을 기다시피 해서 나왔고 알림장을 제때 봐주지 못해 아이들이 선생님께 혼나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위해 엄마가 옆에 있어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 빠지곤 했다. 세상에 엄마보다 더 뛰어난 보모는 없다는 건 진리다. 죄책감이 들어 집에 들어앉는 수밖에 없다고 매일매일 자책했다. 그렇지만 나는 그때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나다운 것일까?’라는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는 ‘나는 꿈 없이는 한순간도 못 사는 여자’라고 답을 내렸다.
나는 가장 나다운 밸런스를 만들었다. 아이도, 남편도, ‘시월드’도 내 꿈을 중심으로 맞췄다. 일과 가정의 밸런스를 양쪽에 반드시 똑같은 무게로 두어야 할 필요는 없다. 기울어진 채로 지속 가능하다면, 그리고 기울어진 바람에 튀어나오는 각종 문제를 기꺼이 처리하겠다는 배짱과 용기만 있다면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물론 초기에는 여러 돌발 변수들이 쏟아지긴 할 것이다. 일 때문에 제사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했을 때 시어머니는 황당해하며 화를 내셨다. 그렇지만 ‘일관성 있게’ 5년을 내리 참석 안 하자 이제는 적응을 하신 듯 보인다. 가끔씩 짬이 나 시댁에 가는 날이면 “아유, 바쁜데 뭐 하러 왔니? 밥이나 먹고 가라”라고 하신다. 어릴 적 투정을 부리던 아이들도 꾸준히 집에 늦게 들어가는 것에 길들어져 이제는 어쩌다 일찍 들어갈 때마다 “웬일이래? 요새 강의가 줄었나보지?”라고 되묻는다.
결국 모든 것은 꿈에 대한 내 열망이 얼마나 강한가에 달려 있다.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내 꿈이 그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것이다. 남편이 반대해서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를 이길 만큼 내 꿈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그만두는 것이다. 내 꿈을 포기하지 말고 강하게 몇 년만 버텨보라. 결국 주변 상황도 거기에 맞게 다시 세팅될 것이다. 가족이니까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돕게 돼 있다. 물론 가족이 내 꿈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가족과 꿈, 모두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
다만 샛길에 집중하다 꿈을 놓치지 말고, 장기적으로 내 꿈이라는 커다란 밑그림 안에서 큰 길과 작은 길을 하나로 통합시켜보라는 말이다.
“꿈은 대로(大路)입니다. 남편은 골목이고, 애도 골목입니다. 꿈의 대로를 걷다 보면 인생에 별별 일이 다 생깁니다. 남편도 들어오고, 아이도 들어오고, 시부모님도 들어옵니다. 하지만 그건 대로 옆에 난 샛길일 뿐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봅시다. 당신은 지금, 꿈의 대로가 아닌 샛길에 더 신경 쓰고 있지는 않은지”
엄마로 사는 것이 버거운 당신에게
계획해서 임신했다고 할지라도 아이를 낳고 보면 느닷없이 엄마가 된 것 같다. 그럼에도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가 된다. 특히 옹알이를 시작했을 때, 말을 배울 땐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하지만 눈에 넣어도 하나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아이가 미워지는 순간도 있다. 나는 아이의 ‘미운 일곱 살’ 때 그랬다. 아이가 커가는 것을 보면서 무서웠을 때도 있었다. 초등학교 때 그렇게 말을 잘 듣던 큰아이는 여드름이 나면서 ‘열라’, ‘졸라’ 같은 단어를 늘 입에 달고 살았고, 딸은 ‘왕쪽’, ‘개쪽’ 등 없는 ‘쪽’이 없었다. 생일에 보낸 문자메시지도 ‘엄마 졸라 사랑해’였다.
일과 가정에 지쳐 있는 여성에게 김미경 강사의 메시지
어느 날 엄마가 집에 와 계시다가 내가 딸아이를 야단치는 것을 보더니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사춘기인데 너 하고 싶은 말 다 하면서 성질부리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하셨다. 그래서 “엄마는 안 그랬어?”라고 물었더니 “나도 그랬지. 근데 참 이상하지. 내 자식일 땐 안 보이던 것이 할머니가 돼 한 다리 건너니 다 보인다. 엄마도 너네한테 잘못한 것이 있는데 너는 그러지 말라고 충고해주는 거니까 새겨들어”라고 답하셨다.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나는 종종 ‘사이코형 엄마’가 되곤 했다. 너무 바빠서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한다”라고 말만 하고 아이에게 신경을 안 쓰기도 하고, 어느 날은 너무 방임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학교에 한번 찾아갈까?”라고 했다가 “엄마는 오려면 8년 전에 왔어야지 고등학생이 된 지금 오면 뭐 해?”라고 딸에게 혼난 적도 있다.
엄마는 아이의 첫 번째 롤모델이자 최초의 멘토다. 엄마는 아이가 평생 품고 갈 씨앗을 심어줘야 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부모는 어릴 적부터 “너를 믿는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고 한다. 경험상 아이는 부모가 믿어주고 이해해줘야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솔직한 아이가 당당하게 큰다. 또 좀 더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고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대하다 보면 부모 자식 관계가 본능 이상의 훌륭한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바빴던 엄마는 다섯 형제를 여느 엄마들처럼 살피지 못했다. 그런데도 엄마는 또 귀에 못이 박히게 다섯 살 때부터 태몽 얘기를 하셨다. 엄마가 말하는 태몽은 이렇다. 8차선 고속도로에서 어떤 사람이 말을 덜거덕거리면서 달려가는데 수만 명이 그 사람을 쫓아갔다. 그런데 하얀 말을 타고 앞장서서 가는 그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궁금해서 이를 확인하려고 극성스럽게 달려가 말꼬리를 잡고 봤다. 그 사람은 여자였다. 그러고는 이후에 나를 낳았다고 했다. 세월이 흘러 한번은 엄마 친구분 중 한 분이 “미경아, 넌 평생 감사하고 살아야 해. 네 엄마가 너한테 이야기하는 말 달리는 태몽 있잖아. 그거 다 뻥이야”라고 하셨다. 정말 멋있게 딸을 키우고 싶어서 지어낸 이야기라는 거다. 태몽이 현실에서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꿈이 나한테 무한한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것은 확실하다.
“오늘 당장,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신뢰를 표현할 수 있는 주문을 하나 생각해봅시다.
제 어머니의 스펙터클했던 가짜 태몽처럼 말입니다”
미경 Style 성공하는 사회생활을 위한 Tip
1 플랫폼이 되자! 어릴 적에 저는 엄마가 사람 사귀는 과정이 참 재미있었어요. 양장점을 하셨는데 가게에 사람들이 참 많이 놀러왔거든요. 엄마가 하는 건 떡이랑 과자를 실컷 풀어놓는 거였어요. 재밌게 놀다 가라고. 그랬더니 어느 날부터 점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꼭 옷을 맞추러 오지 않아도 화투도 치고, 수다도 떨면서. 그러다가 한 아줌마가 “옷감 새로 들어왔네. 예쁘다” 하면 다른 아줌마가 “얘, 미안한데 네가 대표로 옷 해 입어”라고 해요. 엄마는 옷 해 입으라고 한 적도 없는데, “너도 해 입어”, “너도 해 입어” 하다가 여러 명이 옷을 맞추게 되는 거죠. 엄마는 그렇게 장사를 하셨어요. 목이 좋아 사람들이 모이는 플랫폼처럼. 여러분도 그런 플랫폼이 되세요.
2 축지법을 사용하라! 오늘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났어요. 헤어지고 나서 1시간 뒤에 ‘아주 좋은 사람을 만나 기분이 좋습니다. 하트 뿅뿅’이라고 문자메시지가 왔어요. 그걸 보는 순간 ‘이 사람 괜찮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명함 교환하고 나서 그 번호가 휴대전화에 저장되려면 엄청 오래 걸려요. 그 작은 글씨를 보면서 전화가 올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데 번호를 저장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거기서 인간관계가 걸러져요. 없는 사람, 안 만난 사람으로 치게 되는 거죠. 그런데 바로 그때 ‘저예요’ 하면서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어떻게 되나요? 또 문자메시지를 몇 번 주고받다 보면 두 번째 만났을 땐 어떻게 될까요? 두 번째 만남이 다섯 번째 만남 같아지겠죠. 이게 바로 관계의 축지법이에요. 관계는 노력해야 해요. 서먹할 땐 인턴 관계예요. 친해지면 계약직, 더 친해지면 정규직. 주기적으로 만나고 관리해야 하는 사람이란 뜻이죠. 그 이상이 되면 없어서는 안 될 종신관계가 돼요. 인간관계, 실력 없어서 안 하는 거 아니고 게을러서 안 하는 거예요. 무조건 부지런해야 할 수 있고, 꼼꼼해야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명심하세요. 괜찮은 인간관계일수록 고비용입니다. 관계가 축적되면 첫 번째 사람이 두 번째 사람을 만들어내요. 어느 시점에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임계점이 생겨요. 그때까지 가야 해요. 돈이 없으면 관계를 잘 만드세요. 능력이 없을수록 이것에 집중하세요.
3 태클을 활용하라! 인간관계는 다른 물질적인 관계와는 달리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 흠이라면 흠입니다. 인간관계 때문에 속상할 때 좀 더 마음을 넓게 갖고 포용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최근 대학생 딸이 남자친구랑 헤어졌대요.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엉엉 우니까. “도대체 어떤 놈이야?” 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말했어요. “너 참 이상하다. 모든 사람은 누군가를 좋아할 자격이 있듯이, 싫어질 자격도 있는 거 아니니? 한번 좋아한다고 했다고 끝까지 좋아해야 한다는 교만은 어디서 나온 거니?” 어미라는 사람이 이따위로 이야기했어요. 그랬더니 딸이 그래요. 참 지적이라고(웃음). 시간이 좀 지나고 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어요. ‘귀여운 딸아, 엄마가 한마디만 할게. 누군가가 떠났다는 건 새로운 사람이 네 가까이에 왔다는 신호야. 더 좋은 남자가 가까이 왔다는 신호니까 앞으론 눈을 크게 뜨고 다녀’. 그로부터 한 달 뒤 딸이 “진짜 죽이는 남자 만났어”라고 하더군요(웃음). 인간관계는 스트레스가 기본입니다. 그러니 태클도 참고 견디어 냅시다. 그렇게 하나하나 쌓여가다 보면 나를 활용하는 사람이 많은 목 좋은 플랫폼 같은 사람이 돼 지금 하는 일에 플러스되는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제공 / tvN ■취재 협조 / CJ E&M ■참고 서적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김미경 저, 명진출판), 「김미경의 드림온」(김미경 저,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