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발 봉사, 대를 이어가다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

20년 이발 봉사, 대를 이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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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이발사 정흥교·정의혁 부자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다. 결심한 마음이 채 삼일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사람의 마음이 쉽게 변함을 나타낸다. 그런데 여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20년간 한결같이 봉사해온 사람이 있다. 게다가 대를 잇겠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남양주에 위치한 ‘정흥교 헤어숍’ 원장이자 이발 기능장 정흥교씨(60)다. 정 원장은 이 지역 스타다. 경기도에서 한두 군데밖에 없다는 크고 유명한 이발소의 원장님인 데다 20년 넘게 기초생활수급자와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들의 머리를 무료로 손질해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들 정의혁씨(34)에게 이용 기술을 전수해 직업의 대를 잇게 하면서 봉사의 대 역시 이었다. 이발사의 삶도, 봉사의 삶도 결코 쉬운 길이 아니건만 두 가지를 모두, 그것도 동시에 하고 있으니 대단하다 말할 만하다.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 20년 이발 봉사, 대를 이어가다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 20년 이발 봉사, 대를 이어가다

“이발소 하면서 동네 이장을 오래 했어요. 이장 일이 기초생활수급자분들에게 쌀도 나눠드려야 하고 그렇잖아요. 그렇게 어려운 분들을 만나게 됐는데 사는 게 너무 힘드니까 머리 한 번 깎는 것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시더라고요. 누구나 건강하고 깨끗하게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전 그렇게 해드릴 기술이 있고요. 왜 망설이겠어요. 기꺼이 깎아드렸죠.”

그렇게 시작한 것이 어느덧 20년이 됐다. 봉사를 하던 복지관이 헐려 자신의 가게에서 불우이웃들의 머리를 깎아주기도 했고, 장소가 마땅치 않아 지역단체와 협력해 무료 쿠폰을 발행하기도 했을 만큼 그의 봉사 여정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봉사하러 간 곳에 지역 유지들이 찾아와 공짜로 머리를 손질해달라고 하거나, 무료 쿠폰을 내면 돈 내는 손님에 비해 푸대접을 하지는 않을까 의심하는 사람들 때문에 속이 상하고 기운이 빠지기도 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를 기다리는 착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구두 닦는 일을 하는 몸이 불편한 이웃이 계세요.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장애인 등록만 됐지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어서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없었죠. 제가 머리 손질도 해드리고 관공서 관련 일도 도와드렸어요. 그분은 길에서 저를 보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꼭 다가와 인사를 해요. 그 감동이란 정말 말로 다하지 못해요.”

정 원장은 이발 기술자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무척이나 안타까워했다. 남은 인생은 이용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계획을 가질 정도로 말이다. 정흥교 헤어숍의 2대 원장으로 대를 잇는 의혁씨는 그런 아버지의 뜻을 잘 헤아리고 있었다. 이발사란 직업과 봉사활동을 지켜나가고자 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말이다. 이발소도 봉사도 자신에겐 어릴 때부터 보아온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라며 선하게 웃는 의혁씨의 모습은 아버지를 꼭 닮았다. 그야말로 멋진 부자다. 진짜 부자!

‘Smile in Your Life’에서는 숨 가쁜 일상 속 비타민이 돼줄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모두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세상, 잠시 주변을 돌아보며 쉬어가는 건 어떨까요. 지친 하루에 기분 좋은 미소를 부르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입니다.


■기획 / 노정연 기자 ■글 / 강은진(프리랜서)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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