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의 숨은 보석 벨라루스

세상의 모든 행복

동유럽의 숨은 보석 벨라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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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여성들이 더욱 행복한 나라

물질은 넘쳐나지만 마음은 가난한 시대, 국가를 막론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은 윤택한 행복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저마다 처한 환경이나 생활 방식은 다르겠지만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만큼은 어디든 같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우리는 세계 곳곳의 ‘행복한 삶’들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그 속에서 ‘행복’을 대하는 자세와 노력을 배울 수 있겠지요. 이제부터 매달 함께 행복의 나라로 떠나는 겁니다.

[세상의 모든 행복]동유럽의 숨은 보석 벨라루스

[세상의 모든 행복]동유럽의 숨은 보석 벨라루스

3月 행복의 나라: 벨라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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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집을 방문하라는 말이 있다. 서울시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주한 벨라루스 대사관.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곳인데 정확한 주소가 없었다면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을 만큼 평범한 외관이었다. 인테리어 역시 마찬가지.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의 손때가 묻어 있음직한 중후한 가구들이 마음을 평화롭게 했다. 대사관의 꾸밈없는 수수함과 편안함, 그러면서도 동시에 느껴지는 엄숙함은 나탈리아 질레비치(59) 주한 벨라루스 대사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이어졌다.

“한국에 온 지 15개월이 지났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과 벨라루스의 차이점을 구분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종종 삶의 가치관이 비슷해 마치 제가 벨라루스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하거든요.”

벨라루스는 한국과 지정학적 위치, 역사적 경험, 산업구조 등이 유사하다고 판단, 한국을 자국 발전의 롤모델로 세우기도 했다. 어딘가 모르게 한민족과 닮아 있는 벨라루스. 서유럽과 러시아의 관문에 위치해 국제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를 지켜온 이들의 행복 에너지 원천이 궁금하다.

행복을 만드는 힘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얻은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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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폴란드와 러시아의 중간 지대에 위치한 동유럽의 벨라루스는 한국과 1992년 수교를 맺으며 인연을 이어왔다. 슬라브어로 ‘하얗다’라는 뜻의 벨라와 ‘러시아’의 루스라는 뜻이 합쳐져 ‘백러시아’라고도 불리는데, 아름다운 이름과는 달리 벨라루스는 굴곡의 역사를 갖고 있다.

“한국이 일제강점기에 주권을 빼앗겼던 것처럼 벨라루스도 여러 국가들의 식민지였습니다. 여전히 전쟁의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죠. 한국에서는 매주 수요일에 위안부 문제를 두고 시위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제 어머니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셨기 때문에 그분들의 삶이 더 짠하게 느껴졌습니다. 전쟁의 후유증을 빨리 극복할수록 삶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수도 민스크 시내 중심에 있는 광장에 유럽 대륙과 시베리아 대륙의 정중앙임을 나타내는 이정표가 있을 만큼 벨라루스는 동서남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벨라루스는 바로 이 때문에 전쟁의 희생양이 됐다.

과거 유럽과 러시아의 전략적 요충지로 여겨졌던 벨라루스는 정치적인 이유로 리투아니아, 폴란드,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이후 혁명으로 차르러시아가 붕괴되면서 1918년 3월 주권을 회복한 벨라루스는 소비에트 연방에 가입했으나 1991년, 구 소련의 해체와 함께 독립했다.

“벨라루스 사람들은 행복의 기본 조건으로 ‘평화’를 꼽습니다. 수차례 전쟁을 겪으며 그 어떤 삶도 평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걸 몸소 깨달았기 때문이죠. 또 벨라루스 사람들은 굉장히 긍정적인 편인데 힘든 시간을 겪고 나니 오히려 더 큰 도약을 준비할 수 있는 의지와 열정이 생긴 것 같습니다.”

행복을 만드는 힘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킨 흥겨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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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예술이 공존하는 곳 벨라루스는 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국민소득 수준에 비해 전국적으로 많은 문화 시설이 존재하며 수천여 개의 문화 클럽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덕분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어디서든 저렴한 비용으로 전통무용, 발레, 서커스 등을 배울 수 있다.

특히 민스크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국립 서커스단 극장의 서커스는 발레를 기반으로 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높은 예술성까지 갖춰 ‘아트 서커스’로도 불리는데 서커스 단원들 역시 아티스트로 통한다. 한 편의 발레 공연을 보는 듯 우아한 서커스는 벨라루스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어 주말이면 모든 공연이 매진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또 벨라루스인들은 크고 작은 축제를 열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함께 나누는데 이때 음악과 춤으로 삶의 애환을 달랜다고 한다. 밝고 흥겨운 가락의 멜로디와 감정의 희로애락을 옮긴 가사는 듣는 이들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한다. 구 소련의 볼쇼이, 키로프와 함께 3대 발레단 중 하나로 꼽혔던 벨라루스의 발레 공연 역시 언제나 매진이고, 서서라도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입석권이 판매되기도 한다.

행복을 만드는 힘 IT 강국을 꿈꾸는 동유럽의 새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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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빨리빨리’ 문화였습니다. 처음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빨리빨리’를 몸으로 체험했습니다(웃음). 물론 좋은 뜻에서죠. 정부를 비롯한 많은 기업과 조직들이 잘 운영되는 것은 아마 이 ‘빨리빨리’ 덕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배우고 싶은 국민성이기도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침공으로 벨라루스는 농업과 공업의 기반이 송두리째 파괴됐다. 구 소련의 계획 경제 체제하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경제를 유지했으나 독립 후 경제 악화와 침체가 지속됐다. 하지만 시장경제 개혁을 꾸준히 단행하면서 지난 2010년 이후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뤄가고 있는데 지하자원도, 산업기반도 없는 이 나라의 경쟁력은 바로 인적 자원이었다.

“벨라루스는 석유와 같은 자원은 없지만 대신 인적 자원이 풍부한 나라입니다. 기초과학이 잘 발달돼 있고, 노벨상을 수상한 벨라루스 출신만 14명이나 됩니다. 최근에는 한국의 대기업 IT 분야에서 일하는 벨라루스인들의 숫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바이오 기술이나 나노 기술 등에 대해 한국과 벨라루스가 공동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두 국가가 과학기술 분야에서 보다 더 활발하게 협력하기를 희망합니다.”

행복을 만드는 힘 ④ 여성들이 존중받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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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 미녀 배우인 김태희도 벨라루스에 가면 평범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벨라루스는 미인들이 많은 나라로 유명하다. 한 통계에 따르면 이곳의 남성 평균 신장은 180cm이고, 여성들은 170cm라고 한다. 비만인 사람을 찾는 것 역시 하늘의 별 따기다.

“미인이 많은 이유와 관련해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지만 일부 유전학자들은 벨라루스가 유럽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보니 여러 민족이 왕래를 하면서 피가 섞이게 됐고, 그 과정에서 각 민족의 우수한 유전자들이 발달하면서 미인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하더군요.”

최근 벨라루스의 젊은 층 사이에서는 전문 뷰티 스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타고난 신체조건인 큰 키와 아름다운 푸른 눈이 세계 모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인데, 꼭 전문 모델을 지망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워킹 법, 화장하는 법 등을 배우기 위해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생활 전반에서 아름다움을 유지하고자 하는 벨라루스인들의 노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벨라루스는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가정이 맞벌이 부부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자녀 양육과 관련해 부부가 동등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고 정부에서도 정책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벨라루스에서는 가정과 정부가 여성들이 일을 하면서 아이들의 양육을 걱정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잠재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든든한 후원자가 됩니다. 제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덕분이죠. 또 제 며느리는 손주가 태어나고 3년간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를 돌봤습니다. 육아휴직이 끝난 뒤에도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법적으로 보장돼 있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담이 덜한 편이거든요.”

행복을 만드는 힘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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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인 벨라루스에서 호수는 삶의 터전이자 경외의 대상이다. 실제로 벨라루스에는 푸른빛이 녹아 있는 1만1천여 개의 호수와 2만여 개의 강이 흐르고 있는데, 풍부한 수량 덕분에 비옥한 토지, 울창한 숲이 조성돼 있다. 국민들이 눈동자가 푸른 호수처럼 맑고 그윽해 ‘푸른 눈의 나라’라고도 불리며, 대부분의 호수 주변은 개발 금지 구역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덕분에 보존이 잘돼 유럽 내 여름 휴양지로도 유명하다.

“벨라루스의 면적은 한국의 2배 정도가 되는데 그중 40%가 숲입니다. 국토 대부분이 저지대이고 가장 높은 산의 높이가 340m밖에 되질 않습니다. 대신 강과 호수는 셀 수 없이 많죠. 처음 벨라루스를 방문한 어떤 사람이 (비행기에서) 창밖을 내다보더니 ‘물밖에 없는데 어디에 착륙하느냐’라고 물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웃음).”

벨라루스 전 지역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흰색의 자작나무는 이들의 노래나 시, 그림 등에 꼭 등장할 정도로 삶 속 가까이에 있다. 과거 슬라브족은 자작나무가 사람을 보호하는 신의 선물이라 여겼는데 겨울눈이 녹을 때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수액을 마시면 무병장수한다는 전설이 있어 오늘날까지도 수액을 마시곤 한다. ‘동유럽의 폐’라고 불리는 유럽 최대 혼합 원시림 벨라베스카야 푸샤도 벨라루스에 위치하고 있다. 멸종 위기에 있는 유럽의 들소를 포함해 다양한 동식물들이 이곳에 서식하고 있다.

벨라루스는 화가 샤갈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김춘수 시인은 그의 고향 비테프스크의 모습을 보고 ‘샤걀의 마을에 내리는 눈’을 쓰기도 했다.

“민스크 근처에 라우비치란 도시가 있는데 이곳은 ‘벨라루스의 작은 스위스’라고도 불립니다. 벨라루스에서 가장 높은 산과, 작은 언덕들을 이용해 만든 스키장들도 이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벨라루스는 동계 스포츠에 강한 나라입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스키가 아닌 평지에서 스키를 타다 총을 쏘는 ‘바이애슬론’이 유명한데요, 동계올림픽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곤 했답니다.”

11월부터 시작되는 벨라루스의 겨울은 무려 5개월이나 된다. 가장 추울 때는 영하 40℃까지 떨어져 호수의 얼음이 1m 이상의 두께로 얼어붙는 일도 다반사. 때문에 체온을 올려주는 독한 보드카가 발달했고, 한겨울에는 얼음낚시와 사냥을 즐긴다.

“텃밭 가꾸기를 좋아하는 벨라루스 사람들은 주 식료품들을 자급자족합니다. 한국의 김치와 유사한 음식도 있는데요, 바로 유산균이 들어간 발효 배추입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맵지 않다는 점입니다. 또 벨라루스에서는 감자를 많이 먹습니다. 유럽인들은 저희들을 ‘불바쉬’라고도 부르는데 ‘감자를 많이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웃음).”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에 감사할 줄 알고,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는 벨라루스인들. 이들의 행복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까닭이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이주석 ■사진 제공 / 주한 벨라루스 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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