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수사의 달인’ 서울 구로경찰서 서제공 형사

‘실종 수사의 달인’ 서울 구로경찰서 서제공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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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전국에서 발생한 14세 미만 실종 아동 수는 1만9천여 명. 그중 4백여 명의 아이들이 아직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어디 아이들뿐일까? 치매 노인과 장애인, 청소년, 그 외에 수많은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사람 찾는 형사, 서제공 팀장의 이야기에는 찡하게 가슴 울리는 삶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다.

‘실종 수사의 달인’ 서울 구로경찰서 서제공 형사

‘실종 수사의 달인’ 서울 구로경찰서 서제공 형사

서울경찰청 ‘베스트 킹핀상’에 빛나는 베테랑 형사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준 작은아버지를 13년 동안 찾아 헤맨 분이 찾아 오셨어요. 수사를 시작해 만 24시간 만에 찾아드렸죠. 하루면 찾을 수 있었던 사람을 10년 넘는 세월 동안 찾아 헤매신 거예요. 연락을 해보니 그분은 이미 돌아가셨더라고요. 그래도 수십 년 만에 나머지 가족을 만나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찡하더라고요.”

지난해 말, 구로경찰서 실종수사전담팀(이하 실종팀)을 통해 43년 만에 가족 상봉을 한 이은희씨(가명)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 부모와 헤어져 작은아버지집에 맡겨진 그녀는 “서울에서 식모살이를 하면 배를 곪지 않고 산다”라는 옆집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작은아버지 몰래 서울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엿장수를 하며 5남매를 키우는 어려운 형편임에도 그녀를 친딸 이상으로 아끼셨던 분이었다. 세월이 지나고 어느 정도 살림이 편 후 남편과 작은아버지를 찾아 백방으로 수소문을 해보았지만 이미 가족은 살던 곳에서 이사를 간 지 오래였고 어렴풋이 기억하는 이름 하나로 그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 그동안 못 찾았을까 살펴보니 이름을 잘못 알고 계셨더라고요. 다행히 사촌 형제들이 다녔던 초등학교를 기억하고 있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어요. 아주 작은 단서 하나도 실종 수사에 큰 열쇠가 돼요.”

1989년 처음 경찰복을 입은 서제공(57) 형사는 올해로 경찰 경력 24년 차의 베테랑이다. 형사기동대를 시작으로 경제팀, 광역수사팀, 강력계를 두루 거친 뒤 2009년 구로서 실종팀으로 오면서 실종자 수사에 뛰어들었다. 최근 3년 동안 이곳에서 해결한 사건만 1천5백여 건. 그 활약을 인정받아 서울경찰청이 지난 한 해 동안 실적이 우수한 경관들에게 수여하는 2013년 ‘베스트 킹핀상’의 주인공이 됐다.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쑥스러운 듯 함께한 경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지난 2011년 있었던 ‘안양 예슬이 실종 사건’ 이후로 실종 수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강력 범죄와 실종 수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거든요. 실종 수사는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건 해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요. 강도나 도둑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해결해주는 것도 그에 못지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인원도 보강되고 실질적 수사도 강화됐어요. 실종자들을 찾아 열심히 발로 뛴 후배 동료들 덕이 큽니다.”

잃어버린 가족, 신고도 못하고 가슴에 묻어야 했던 사연
작년 한 해 구로서 실종팀에 접수된 실종 신고는 총 8백78건이다.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하루에 서너 건의 실종 신고가 들어온다고. 다른 팀으로 이관된 실종 사건들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많다. 종류도 다양하다.

“원래 경찰에서 ‘실종’이라고 하는 것은 갑자기 행방불명된 사람을 말해요. 거기에 본인 스스로 집을 나간 ‘가출’과 일을 보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미귀가’ 사건까지 모두 수사하고 있어요. 단순 가출과 미귀가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가족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불안한 일이죠. 워낙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 짧은 시간이라도 초조해하는 게 당연해요.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실종팀에서 1차적으로 확인 수사에 나섭니다. 경찰이 움직인다는 것만으로도 많이들 안심하세요.”

서제공 팀장에게 날아드는 실종자 가족들의 편지들.

서제공 팀장에게 날아드는 실종자 가족들의 편지들.

예전에는 납치로 의심이 될 때 즉 범죄와의 연관이 예상될 때만 수사에 착수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찰 인력이나 시스템적인 면에서 가출과 미귀가 사건까지 해결할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족을 잃어버려 아무리 애탄다 해도 경찰서의 문턱은 높았을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수십 년 전 발생했던 실종 사건들은 실종 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서 팀장도 수사를 하며 놀랐던 부분이다.

“작년 이맘때쯤 맡았던 사건 중에는 집 앞에서 사라진 여덟 살짜리 아들을 22년 만에 신고해 찾았던 경우도 있어요. 자신의 생년월일을 제대로 모르는 어린아이들은 실종된 후 보호기관에 위탁되면 기관에 들어온 날짜가 생년월일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원래 가지고 있던 호적과 전혀 다른 주민등록이 생성되는 거죠. 나이가 달라질 수도 있고요. 그랬던 경우라 찾는 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찾고 나서도 DNA 검사까지 해서 만날 수 있었는데, 왜 이제야 신고를 했냐고 하니 당시에 신고하는 방법을 몰랐대요. 신고조차 못하고 잃어버린 아들을 22년 동안 가슴에 묻고 살았던 거예요.”

어려웠던 시절, 그야말로 ‘먹고살기 바빠’ 잃어버린 가족을 묻고 살아야 했던 가슴 아픈 사연이다. 지난해 11월, 46년 만에 잃어버린 어머니와 상봉한 김순금씨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어린 시절 시골마을에서 알고 지내던 이웃 아주머니에 의해 식모로 팔려간 그녀는 서울에서 고된 식모살이를 하며 가족의 기억을 까맣게 잊었다. 지인의 손에 이끌려 46년 만에 신고를 했고 서 팀장은 휴일도 반납해가며 수사에 매달렸다. 결국 그녀가 살았다는 경북 봉화군 석포면 반야마을까지 가 그녀의 어머니를 찾았고 두 사람은 반세기 가까이 잃어버린 세월을 눈물로 달랠 수 있었다.

“김순금씨 역시 신고도 못하고 50년 가까이 가족과 헤어져 산 경우였어요. 우연히 수영장에 함께 다니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던 중에 잃어버린 가족이 있다는 얘기를 했는데, 친구분이 ‘그럼 진작 신고를 했어야지 왜 아직까지 안 했느냐’라고 다그치셨대요. 그 얘기를 듣고 신고를 해 찾은 거예요.”

어려운 시절이라고 왜 가족이 그립지 않았을까. 나름 기억을 더듬고 소문을 좇아 무작정 찾아 헤매긴 했지만 경찰에 신고해서 도움을 받을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면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렇듯 수십 년 만에 가족의 품에 안겨 흘리는 눈물에는 말로는 다 하지 못할 우리네 아픔이 담겨 있다.

“실종 수사를 하다 보면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많아요. 경찰에 신고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거예요. 김순금씨의 사연이 보도된 후로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어요. 대부분 예전에 경찰서에 가셨다가 문전박대당하거나 신고를 하고도 감감무소식인 경우들이에요. 지금이라도 신고를 하시면 찾을 수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들과 ‘카톡’ 주고받는 형사 아저씨
언뜻 무뚝뚝한 인상에 전형적인 ‘형사 아저씨’의 모습이긴 하지만 이래봬도 서 팀장은 관할구역 학교 아이들과 스마트폰 메신저로 연락할 정도로 돈독한 사이다. SNS를 통해 아이들의 안부를 살피고 ‘엄빠주의(엄마, 아빠 주의의 줄임말로, 주로 컴퓨터로 야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볼 때 쓰는 말)’와 같은 요즘 아이들 용어에도 빠삭하다. 사회적으로 청소년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는 만큼 가출 청소년 사건은 그가 실종팀에서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다. 두 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의 마음도 크다.

“청소년 실종 신고가 들어오면 우선 신고자를 만나 아이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수집해요. 특별한 미귀가나 가출 사유가 있는지, 최근 가정이나 친구, 학교 문제는 없었는지, 아이가 좋아하는 것, 자주 가는 곳은 어디인지 파악하고 주변 수사에 들어가죠. 대부분 자주 어울리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결정적인 힌트가 돼요.”

아이들 중에는 친구가 가출했다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거나 비밀을 지켜주는 것이 의리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낯선 형사 아저씨를 보고 입을 꾹 다물어버리는 아이들 때문에 처음 가출 사건을 조사할 때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이제는 어느 집 아이가 집을 나갔다 하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는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대충 수사망이 그려질 정도가 됐다. 아이들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진심을 다한 결과였다. ‘아이들에게 먼저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는다’. 그가 가출 청소년을 대할 때 생각하는 원칙이다.

“아이를 찾으면 야단치기보다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왜 집에 가기 싫은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들어줘야 해요. 스스로 마음이 풀어져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거죠. 몇 년 동안 아이들을 만나오다 보니 무조건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더라고요.”

한번은 아이가 집을 나갔다는 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여중생을 찾아 나선 적이 있다. 친구들을 통해 아이를 찾아냈지만 단순 가출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이의 허벅지와 종아리 그리고 얼굴에는 짙은 화장으로도 가리지 못한 가정 폭력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실종 수사의 달인’ 서울 구로경찰서 서제공 형사

‘실종 수사의 달인’ 서울 구로경찰서 서제공 형사

“평소에도 아버지가 손찌검을 자주 했는데 그날은 아예 아이의 두 손과 두 발을 역기에 묶어놓고 폭행을 했더군요. 가출이 아닌 탈출이었던 거죠. 이대로 돌려보내선 안 되겠다 싶어 일단 아이를 친구네 집에 가 있게 하고 아버지를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입건했어요. 아이들이 그냥 집을 나가는 것이 아니에요. 이러한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더라도 아이의 상황과 힘들어하는 점을 모르시는 부모님들이 의외로 많아요.”

다행히 그 후 아버지의 행동에 변화가 찾아왔고 그 아이도 올해 무사히 중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인터뷰가 있던 날은 서 팀장이 아이와 점심을 함께한 날이었다.

“‘아저씨, 나 오늘 졸업해요’라고 문자메세지를 보냈더라고요. 친구들과 놀러 오라고 해서 점심으로 삼겹살을 사줬어요. 졸업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서 ‘고등학교 졸업도 아저씨가 축하해줬으면 좋겠구나’라고 쪽지를 써서 용돈과 함께 주고 나왔는데 경찰서에 도착해보니 고맙다고 문자메세지가 와 있더군요. 이런 걸 보면 저절로 미소를 갖게 돼요. 이제껏 형사 생활을 하며 요즘처럼 보람을 느낄 때가 없어요.”

그는 “부모가 바뀌면 아이들도 바뀐다”라고 말한다. 문제가 심각한 경우 부모와 아이들에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적극 권장한다. 몸에 생긴 상처만 치료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무관심과 폭력으로 아이들의 마음에 생긴 상처도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걸 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절실하게 느꼈다.

“아이들이 가출을 했을 경우 몇 가지 특징이 있어요. 휴대전화를 꺼놓거나 교통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등 나름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한 방법들을 써요. 휴대전화 유심칩을 아예 빼놓기도 하고요. 인터넷이나 게임 사이트에 접속할 때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다른 아이디를 사용하는 것도 가출한 아이들의 특성이에요.”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는 몇 번이고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신고해달라”라는 말을 강조했다. 사건이 많아지면 그만큼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걱정을 읽었는지 “바빠도 괜찮다”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다.

“아이가 없어지면 어떻게든 부모님이 찾으려고 시간을 지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신고를 해주세요. 혹시라도 경찰에 기록이 남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신고를 꺼리시는 부모님들이 계신데 전과 기록으로 남는 것이 아니니 안심하시고요. 전문가들이 정황을 듣고 보면 범죄와 연결이 돼 있는지, 단순한 갈등으로 인한 가출인지 알 수 있거든요. 그에 맞는 맞춤 수사를 하기 때문에 신고해주시는 것이 가장 빨리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치매 노인과 아동, 지적장애인의 경우 그 사람이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은 것이 인지됐을 때 즉시 신고를 하는 게 좋아요.”

‘실종 수사의 달인’ 서울 구로경찰서 서제공 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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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한 사연에 울고 웃는 실종 수사
실종 수사 전문 형사로서 잃어버렸던 가족을 찾아주었을 때보다 기쁘고 보람된 순간이 또 있을까. 하지만 모두가 헤어진 가족을 기쁘게 만나는 것은 아니다. 애타게 찾던 가족을 눈앞에 두고도 만나지 못한 경우도 많다.

“남편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들어왔어요. 사연을 들어보니 원래 부유했던 가정이었는데 남편의 거듭된 사업 실패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고요. 그 와중에 남편까지 사라졌으니 부인 입장에선 애가 탔겠죠. 수사를 통해 한 요양병원에 남편이 입원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부인과 함께 달려갔어요. 그런데 찾고 보니 남편의 밀린 병원비가 어마어마한 거예요. 부인이 ‘잠시만요’ 하고 나가더니 돌아오지 않으시더군요.”

그런가 하면 잃어버린 동생이 죄를 짓고 교도소에 수감 중인 사실을 알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이 살아있는데 교도소에 있는 것이 뭐가 중요합니까? 살아 있는 것만으로 감사합니다”라며 한달음에 달려오는 형도 있었다. 저마다 기구한 사연에 울고 웃는 것이 바로 실종자 수사다.

“사실 저도 어린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 어머니가 막내 동생을 이웃집에 수양딸로 보낸 적이 있어요. 어머님이 며칠을 우시더니 결국 ‘굶어 죽어도 내가 키우겠다’라며 동생을 데려오셨죠. 그런 아픔을 겪어봤기에 헤어진 가족들의 심정을 잘 알아요. 남의 일이 아닌 내 가족의 일이라 생각하면 절로 발길이 움직여져요.”

실종자 가족들은 꿈속에서도 고통을 느끼며 살아간다. 차라리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세상과의 끈을 놓을 수 있으련만, 사망한 것도 아니고 살아 있는 것도 아니니 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눈물 마를 날이 없는 것이 다. 이것이 바로 실종자 가족들의 아픔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3년째 찾고 있는 아이, 하늘이 이야기를 꺼냈다. 1995년 당시 네 살이었던 하늘이는 집 앞에서 사라진 후 아직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처음 실종팀에 왔을 때부터 있었던 사건이에요. 전국에 있는 7백90여 개 아동보호시설에 전부 전단지와 편지를 보냈는데 제보가 하나도 없었어요. 아주 사소한 제보만 있어도 움직일 수 있는데 참 어렵네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찾을 생각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민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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