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들만의 학교’ 국제중의 비리, 파헤치다 김형태 교육의원

‘1% 그들만의 학교’ 국제중의 비리, 파헤치다 김형태 교육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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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학 비리를 고발해 학교에서 해직된 교사였다. 13개월 동안 해직의 부당함을 알리는 1인 시위를 해왔고 그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리고 2010년 서울시 교육의원으로 당선됐다. 현재는 국제중 사학 비리를 조사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의 별명은 ‘교육계의 포청천’이다.
‘1% 그들만의 학교’ 국제중의 비리, 파헤치다 김형태 교육의원

‘1% 그들만의 학교’ 국제중의 비리, 파헤치다 김형태 교육의원


김형태 교육의원과 본지의 두 번째 만남이다. 사학 비리를 제보해 해직 교사가 됐던 그가 서울시 교육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인터뷰를 했다. 그동안 그의 의정 활동은 언론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초심을 잃지 않고 교육계의 약자 편에 서서 관련 비리를 조사하고 감사하는 모습을 계속 주목하던 터다. 그러던 그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심상치 않은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제가 교육의원 되고 가장 큰 일(?)을 저지른 듯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훈국제중학교 사배자(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비리 의혹이 공중파 뉴스를 타면서 교육계를 넘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의 작품이었다.

그를 만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원실에서 만난 그의 휴대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려댔다. 각종 시민단체와 언론사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요즘 많이 바쁘시죠?
선거 때도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5시간씩 잤는데 요즘은 3시간밖에 못 자요. 제 아들 녀석이 고3인데, 아빠는 나보다 더 열심히 한다고 ‘고삼의원’이라는 별명을 붙여줬어요.

이번 국제중 비리는 어떤 계기로 파헤치게 된 건가요?
해당 학교의 학부모들이 저를 찾아와 공익 제보를 하면서 조사가 시작됐죠. 과거 힘없는 학생들을 대변해 사학비리를 관련 기관에 제보했다가 해직된 경험이 있는 저로서는 어떤 제보도 쉽게 흘려들을 수 없었어요.

공익 제보자들이 김 의원을 찾아간 이유는 뭘까요?
저한테 오는 민원은 돌고 돌아서 오는 것들이에요. 제보자들이 답답한 마음에 여기저기 찾아가보지만 대부분의 기관 사람들은 귀 기울이지 않아요. 제가 그나마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그럼 이번에 조사한 영훈국제중의 비리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영훈국제중의 비리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과거 부패 사학들이 저지르는 구태의연한 비리들, 즉 시설공사, 교직원 채용 비리 의혹 등이죠. 둘째는 이번에 크게 이슈화된 편입학 비리 의혹입니다. 셋째는 교육청과의 유착관계 의혹이죠.

‘1% 그들만의 학교’ 국제중의 비리, 파헤치다 김형태 교육의원

‘1% 그들만의 학교’ 국제중의 비리, 파헤치다 김형태 교육의원

교육청과 학교가 유착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죠?
예산 확보가 가능하고요. 또 문제가 생겼을 때 감사 회피도 용이해지죠. 실제로 이 학교는 최근 1, 2년 사이에 서울시 교육청 출신 공무원 5명을 데려다 재단의 중요 직책을 맡겼어요. 그런 경우에 어떤 문제가 터져도 교육청이 그 학교를 냉철하게 감사하기란 힘들어요. 공무원 사회는 상명하복이 확실한 곳인데 과거 모시고 있던 상사가 계시는 학교를 철저하게 감사한다? 현실적으로 어렵죠.

사람들이 가장 충격을 받았던 영훈국제중 입학 비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시지요.
지난 1월이었어요. 학부모 한 분이 의원실을 찾아왔죠. 자녀가 영훈국제중에 일반전형으로 응시했다가 떨어졌다는 겁니다. 그런데 얼마 후 학교 측에서 전화가 걸려와 입학 의사를 묻더래요. 그러면서 학교 발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했고 그렇게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켰다는 겁니다. 교육청이나 검찰의 조사보다는 제보자의 양심선언이 비리 척결의 빠른 길이라 판단해서 한 달에 걸쳐 그분을 설득했고 세상에 알려지게 됐죠.

해당 학교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녀가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했지요?
사배자 전형은 경제적 사회배려대상자와 비경제적 사회배려대상자로 분류돼요. 이재용 부회장 자녀의 경우, 비경제적 사배자의 하나인 한부모가정으로 합격이 됐죠. 과연 비경제적 사배자가 사회적으로 배려를 받아야 할 대상인가 하는 판단의 문제인 거 같아요. 실제로 조사해보니 영훈국제중의 2013년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 입학자로 다문화가정 2명, 한부모가정 4명, 다자녀가정 9명, 경찰관 자녀 1명이 뽑혔어요. 장애인이나 복지시설의 아이는 없었죠. 부모의 직업군도 대부분 사업가, 의사, 변호사였습니다.

논란이 많은 사배자 전형은 도대체 왜 생긴 건가요?
애초에 국제중을 설립할 때 교육의 양극화를 걱정하며 국민들의 반발도 심하고 여론이 좋지 않았지요. 그러면서 학교가 사배자 전형을 들고 나온 거죠. ‘정 그렇다면 20%는 사회적 약자를 뽑겠다’라고요. 설립용으로 이용한 거죠. 실제로 그런 아이들이 입학해서 잘 다니느냐? 그것도 아니에요. 제보자의 자녀 중에 대원국제중에 사배자로 들어간 아이가 있었어요. 온갖 차별과 왕따로 인해 애가 학교에서 밥도 못 먹는다는 거예요. 아이 하나 잘되길 바라고 입학시킨 부모 입장에서는 애가 탔겠죠. 그래서 아이가 밥이라도 제대로 먹게 해달라고 교사에게 매달 50만원씩 상납했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어요.

사배자 전형에 대한 제도적 수정이 필요하겠어요?
교과부 관계자 이야기로는 앞으로 사배자 전형에 부모 소득 제한 기준을 정할 것 같더군요. 연봉 2천만원 이하로. 그런데 그것도 문제가 많아요. 의사, 변호사, 자영업자들은 얼마든지 악용할 소지가 있어요. 소득이 투명한 월급쟁이 자녀들만 못 들어가는 거죠.

부유층이 비난에도 불구하고 국제중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요?
과거에는 조기 유학을 보냈잖아요. 어린 나이에 보내다 보니 적응에 실패하고 가족도 해체되고 문제가 많았죠. 국제중은 영어몰입교육(국어와 국사를 빼고 모두 영어 수업)과 함께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요. 그들 입맛에 딱 맞는 입시기관일 뿐 아니라 외국 보내는 것보다 돈도 적게 들죠. 국제중의 설립 취지는 국제적 인재를 키우는 것이었는데 부유층의 입학 통로로 변질되고 있는 겁니다. 참고로 모 국제중에 대형 저축은행장 아들이 입학했는데 아이들 사이에서 별명이 ‘1억’이었답니다. 1억원 내고 입학한 거죠. 그 아이는 지금 같은 재단에 있는 명문 특목고에 진학했다고 합니다.

상류층 혹은 특권층. 사회적으로 부와 명성을 쌓고 성공한 계층이다. 이것을 자식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고 싶은 욕심은 인간이라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편법과 꼼수를 찾아 입학시키는 것이 과연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바람직한 일일까? 김 교육의원은 가장 큰 책임이 교육당국에 있다고 말한다. 사실상 학교에 편법의 길을 열어준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의 의정 활동의 초점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 세우는 것. 그리고 힘없고 소외된 사람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잘못된 제도 개선을 위해 의원직을 걸고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사립 초등학교가 생기면서 자본에 의한 교육 차별이 점점 심해지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교육만큼은 교육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교육을 경제 논리로 접근하면 안 되죠. 교실은 하나의 작은 사회를 경험하는 곳이에요. 그 안에 부자도 있고 가난한 자도 있고 장애인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위 1%만을 위한 교육? 사회 통합을 해치는 일이죠. 저는 핀란드식 교육이 참 부러워요. 핀란드는 교육적으로는 철저하게 모두에게 평등해요. 교육의 초점이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 오히려 학습이 더딘 아이를 평균으로 끌어올리는 것에 맞춰져 있더라고요.

‘1% 그들만의 학교’ 국제중의 비리, 파헤치다 김형태 교육의원

‘1% 그들만의 학교’ 국제중의 비리, 파헤치다 김형태 교육의원

핀란드니까 가능한 얘기가 아닐까요?
조선시대 교육이 오히려 지금의 핀란드 교육과 비슷했다고 생각해요. 서당은 학생 수가 12명을 넘지 않았어요. 게다가 나이 차도 많고 빈부의 차도 있었죠. 앞서가는 아이가 뒤처진 아이를 가르쳐줬어요. 그게 진짜 교육이죠. 핀란드에 견학을 다녀오고 많이 울었어요. 지구상에 학생, 학부모, 선생님 모두 행복한 교육이 있다니….

국제중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설립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망각한 국제중은 당연히 일반 학교화해야죠. 제 생각에는 국가가 국제적 인재를 원한다면 직접 공립형 무상교육 학교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핀란드는 교육이 전면 무상이에요. 인재는 국가의 자산이니 국가가 키워야 한다는 거죠. 국내의 육사나 경찰대학교처럼 말이죠.

아드님이 고3이라고요? 국어 교사 출신이신데 많이 도와주시나요?
가족에겐 늘 죄인입니다. 너무 미안해서 할 말이 없어요. 실질적으로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어요. 한창 아이가 예민해질 사춘기 때는 1인 시위하며 불안하게 만들었고 지금은 의원이 됐다고 아이 국어 문제 하나를 봐줄 수가 없어요. 아이보다 오히려 제가 더 늦게 들어와요. 겸연쩍은 마음이 들면 “고등학생은 스스로 공부하는 거야”라고 괜히 한마디 하고 말죠.

해직 되지 않았다면 국어 교사로 남아 계셨겠지요?
이사장이 절 파면하지만 않았다면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겠죠. 개구리를 바다에 던져놓은 거나 다름없어요. 해직되는 순간부터 제 인생은 제 것이 아니었어요. 격랑에 휘말리듯 시민단체가 떠밀어 교육의원 후보에 올랐고 당선이 됐죠. 제가 원하든 원치 않든 제게 주어진 일이니까 하는 거예요. 그런데 할 일이 정말 많네요. 도와달라는 분들도 많고요. 의원을 그만뒀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박원순 서울 시장의 “과로사 하면 영광”이라는 말처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하고 있습니다.

의원 활동이 끝나갑니다. 이후 계획은 있으세요?
교육의원 임기가 4년이에요. 저는 비정규직 삶을 알게 됐어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더라고요. 제 임기가 내년 6월 말까지인데 끝나면 학교가 받아줄지 아직은 알 수 없어요. 의원직을 재임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고요. 내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할 일이 없다면 시를 쓰면서 좀 쉬면 되죠.

김형태 의원은 물의 흐름은 역사의 흐름이라 말한다. 강물이 웅덩이나 작은 언덕을 만나 휘돌아갈 수 있어도 산으로 올라가지는 않는다. 결국 넓은 바다로 간다. 오히려 휘돌아가는 강일수록 주변을 풍요롭게 만든다. 역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역사의 물줄기를 막으려 해도 물은 폭포가 돼 더 거세질 뿐이다. 우리 교육이 좀 더디고 뒤처져 보일지라도 진보한다는 것에 대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김 의원과 같은 물꼬를 트는 이가 있으니 말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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