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축제가 열리는 나라 스페인

세상의 모든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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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맛의 향연을 찾아서

물질은 넘쳐나지만 마음은 가난한 시대, 국가를 막론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은 윤택한 행복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저마다 처한 환경이나 생활 방식은 다르겠지만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만큼은 어디든 같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우리는 세계 곳곳의 행복한 삶들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그 속에서 행복을 대하는 자세와 노력을 배울 수 있겠지요. 이제부터 매달 함께 행복의 나라로 떠나는 겁니다.
[세상의 모든 행복]365일 축제가 열리는 나라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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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月 행복의 나라: 스페인
누구나 삶을 행복하게 하는 음식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지친 일상으로부터의 위로일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말로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담은 사랑일 것이며, 어떤 이에게는 오랫동안 묵혀둔 앙금을 풀 수 있는 화해의 선물일 수도 있다.

열정의 나라 스페인은 음식에 얽힌 사연이 많은 곳이다.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이 키워낸 과일과 채소, 대서양에서 갓 건져낸 해산물 등 먹을거리가 풍부한 ‘유럽의 키친’. 유구한 역사 속에서 발달한 스페인의 다양한 조리법은 요리 강국 프랑스의 셰프들까지 매료되게 만들어 기꺼이 유학생활을 하게 한다. 어디 그뿐일까. 타파스, 파에야, 미가스, 하몽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음식들은 전 세계 미식가들의 미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 이를 맛보기 위해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흥겨움은 달고 쓰고 맵고 짠 인생처럼 풍요롭기까지 하다. 열정과 낭만이 3백65일 축제로 이어지는 곳. 4월, 행복의 나라는 스페인이다.

행복 소스 ① 자연을 옮긴 재료
혹자는 흔히 정열, 사랑, 자유의 상징이라 불리는 스페인을 감히 한 단어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셀 수 없을 만큼 넘치는 매력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화끈하고, 감칠맛 나는 스페인의 화려한 음식에도 적용된다.

6대째 이어져온 산토 토메 과자점의 명물 마사판.

6대째 이어져온 산토 토메 과자점의 명물 마사판.

고대 이베리아반도에서 밀이 도입되면서 기틀을 잡은 스페인의 음식들은 다양하고 독특한 조리법과 향이 특징이다. 애초의 같은 이름을 갖고 있던 음식들도 지형과 기후의 영향, 그 지역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특별한 재료가 첨가되면서 새롭게 탄생한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요리에는 토마토, 오이, 피망, 마늘, 식초, 올리브유 등으로 만든 찬 수프인 가스파초와 닭고기, 어패류, 올리브유, 사프란, 토마토 등을 넣고 지은 밥 파에야, 돼지고기 넓적다리 부분을 통째로 소금에 절여 건조시키거나 훈연시켜 만든 하몽 등이 있다. 이 중 하몽은 안달루시아 지방 우엘바의 하부고 마을과 카스티야 레온 지방 살라망카의 기후엘로에서 생산된 것을 최고의 품질로 여기는데, 이 지역은 산간 지방의 건조하고 추운 기후를 이용해 떡갈나무 숲 속에 있는 농장에서 자연 상태로 키운 돼지 뒷다리의 피를 뺀 후 소금으로 간을 해 독특한 맛을 낸다. 또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해안가는 조개, 어류 등이 발달해 사르수엘라(어패류로 만든 스페인식 스튜)가 유명하다. 일반적으로 파에야에 토끼고기나 닭고기를 넣는 데 반해, 이 지역은 해물 파에야를 만들어 먹을 정도다.

지금도 스페인 사람들은 매끼 식사를 가까운 시장에서 사온 신선한 재료로 직접 만든다. 쇠고기, 돼지고기, 생선은 물론 비둘기, 메추리 등의 조류와 유럽인들이 그다지 즐기지 않는 문어, 오징어 같은 해물에 갖가지 채소를 주로 요리의 재료로 사용한다. 감자, 토마토, 콩 등은 스페인 요리에 빠져서는 안 될 필수 요소들이다. 덕분에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 음식이 많은데, 많은 여행객들이 스페인의 풍족한 요리뿐 아니라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에 감동하기도 한다.

행복 소스 ② 1日 5食의 여유로움
지금은 한 국가로 묶여 있지만 스페인은 역사적으로 볼 때 크게 4개의 지역과 민족으로 나뉜다. 낙천적이고 유머 감각이 뛰어나지만 허풍이 심한 안달루시아인부터 진지하지만 허황된 꿈을 꾸는 카스티야인, 거칠지만 부지런하고 근면한 바스크인 그리고 경제관념이 밝아 구두쇠 근성을 갖고 저축을 하며 사는 카탈루냐인까지. 음식 문화도 민족별 특성에 따라 발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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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일 5식을 즐기는 여유로움은 스페인 전역의 공통점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대체로 아침 8시쯤 빵과 커피나 우유 한 잔으로 가벼운 식사를 하고, 오전 11시쯤 바에서 커피 등으로 간식을 먹는다. 본격적인 점심은 오후 2시부터다. 보통 애피타이저에서 메인, 디저트에 이르는 정식 코스를 두세 시간에 걸쳐 먹는데, 이는 하루 중 가장 거한 식사다. 이후 ‘시에스타’라는 낮잠 자는 시간을 보낸 스페인 사람들은 오후 6시쯤 간식 시간을 갖고 다시 일을 한다.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식사는 퇴근 후인 밤 9시가 넘은 시각, 가족과 함께한다. 잦은 식사에도 불구하고 이곳 여성들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데, 점심을 빼놓고는 대부분 간식 수준으로 식사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스페인의 길거리에는 타파스 가게가 넘쳐난다. 타파스는 얇게 썬 가지와 호박에 밀가루를 입힌 뒤 채소, 오징어 링, 정어리구이 등과 함께 튀겨서 먹는 전채 요리로, 작은 접시에 담겨져 나온다. 스페인 사람들은 서두르지 않고 맛있게 먹으며 피로를 풀 수 있는 음식인 타파스를 ‘신들을 위한 음식’이라고 부른다. 외국인들도 좋아하는 메뉴인 타파스는 대부분의 바에서 술을 시키면 안주로 제공된다. 타파스와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은 셰리. 이 와인 역시 식전에 마시는 술로, 포도즙에 약간의 알코올을 섞어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만든 것이다. 만약 셰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헤레스에 있는 크고 작은 보데가(셰리 양조장)를 방문할 것을 적극 권한다. 가이드의 안내로 제조 과정을 구경하며 시음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 소스 ③ 요리를 고수하는 사람들
1 몬트호이 만 로세스 마을 언덕에 자리 잡은 분자 요리의 메카 엘 불리 레스토랑 입구. 2 엘 불리의 분자 요리.

1 몬트호이 만 로세스 마을 언덕에 자리 잡은 분자 요리의 메카 엘 불리 레스토랑 입구. 2 엘 불리의 분자 요리.

스페인의 수많은 요리사들은 자부심을 갖고 자국의 요리를 연구, 발전시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페란 아드리아다. 그는 2003년 여름 국제요리경연대회에 출전하며 「뉴욕타임스」의 주목을 받아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그의 레스토랑 ‘엘 불리’는 스페인 코스타 브라바의 칼라 몬토호이 만의 아주 작은 도시, 로세스에 위치해 있다. 다른 레스토랑과 달리 엘 불리는 1년 중 6개월만 문을 여는데, 문을 닫는 시간 동안 모든 직원들은 요리 연구에 전념한다고 한다. 때문에 예약은 한 시즌에 8천 명 정도만 가능하며, 매년 예약자가 20만 명씩 쇄도할 정도라고.

이 레스토랑의 대표적인 메뉴는 분자 요리다. 분자 요리란 프랑스 화학자 에르베 티스와 헝가리의 물리학자 니콜라스 쿠르티가 처음 제시한 용어로, 식품의 맛과 향은 그대로 유지하되 형태만 변형시킨 음식을 말한다. 재료를 분자 단위까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독창적인 조리법으로 만드는데, 햄이나 베이컨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정어리로 만든 셔벗, 푸아그라 캔디 등이 있다.
요리를 사랑하는 마음은 직업과 무관하게도 이어진다. 많은 유명 요리사들의 고향인 바스크에는 ‘부드러운 남자들의 모임’이라는 식도락 모임이 있다. 최소 백 년을 이어온 전통을 자랑하는 이 식도락 모임은 적게는 50명, 많게는 2백 명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다. 오랫동안 스페인 정통 음식을 연구하고 만들어왔기 때문에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최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바스크의 ‘부드러운 남자들의 모임’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행복 소스 ④ 오감을 자극하는 축제
“비르 라 피에스타!(축제 속에 산다)”
부뇰의 토마토 축제. 토마토즙으로 범벅이 된 거리에서 뭉개진 토마토를 던지며 웃고 떠들고 넘어지고 달아나다 보면 어느새 참가자 모두가 하나가 된다.

부뇰의 토마토 축제. 토마토즙으로 범벅이 된 거리에서 뭉개진 토마토를 던지며 웃고 떠들고 넘어지고 달아나다 보면 어느새 참가자 모두가 하나가 된다.

스페인 사람들에게 축제는 삶의 일부이다. 성모마리아와 수호성인들은 물론 계절의 변화, 불꽃놀이, 전통 의식 등 다양한 주제를 기념하는 축제들이 1년에 2백여 개씩 열린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다양한 퍼레이드와 함께 준비되는 다양한 음식들. 이곳의 사람들은 휴일조차 빈둥거리는 날이 아닌, 축제를 준비하고 즐기기 위한 날로 여긴다. 덕분에 스페인의 사람들은 축제를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로 발전시켰고, 이제는 세계인들을 위한 관광 아이콘이 됐다.

장대에 걸린 하몽을 따내는 것으로 본격적인 토마토 축제가 시작된다. 하지만 올리브 오일을 바른 장대에 오르기가 만만찮다.

장대에 걸린 하몽을 따내는 것으로 본격적인 토마토 축제가 시작된다. 하지만 올리브 오일을 바른 장대에 오르기가 만만찮다.

4월의 대표적인 축제는 경이로움이 넘치는 세비야 지역의 ‘페리아’로, 로스레메디오스 구역 과달키비르 강 강둑 너른 공터에 세워진 게이트 전등에 불이 점화되는 전야제로 그 서막을 연다. 전등 수천 개가 반짝이는 가운데 폭죽과 불꽃놀이가 이어지고, 음식을 먹고 와인을 마시며 춤을 추는 지상낙원의 향연은 밤새도록 지속된다. 이튿날 정오가 되면 넋을 잃을 정도로 화려한 퍼레이드가 펼쳐져 성대한 축제의 절정을 실감케 하는데 전형적인 세비야풍 트라헤 코르토 복장을 한 말 탄 기사와 플라멩코풍의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옷을 입은 여성들이 이끄는 퍼레이드는 오감을 자극하며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더 무르익게 한다.

지중해성 기후로 질 좋은 과일, 특히 오렌지와 토마토, 채소가 많이 나기로 유명한 발렌시아 지방의 부뇰. 8월 마지막 수요일에 이곳에서 열리는 60년 전통의 토마토 축제, ‘토마티나’ 역시 스페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축제다. 1944년 토마토 값이 폭락하자 성난 농부들이 항의의 표시로 시의원들에게 토마토를 던진 것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마을 중앙에 설치된 기름을 바른 기둥, 꼭대기에 달아놓은 햄을 따면서 시작되는 토마티나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두 시간 동안만 열린다. 매년 3만~4만 명이 참여하며, 단 한 시간 동안 사용되는 토마토 양만 해도 15만 개나 된다고 한다. 이 순간만큼은 누구든 적이 된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으로 삽시간에 온 동네는 토마토즙으로 범벅이 되고, 그런 와중에 사람들은 웃고 떠들고 넘어지고 달아나며 축제의 재미에 흠뻑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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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호스를 이용해 건물 위에서 물을 뿌리고, 시에서 준비한 소방차도 사방으로 물을 뿌린다. 물과 토마토를 맞으며 참가자들은 한여름의 무더위도 잊고 흥에 젖어든다. 모든 건물과 창문들은 비닐로 덮어씌워져 있고, 참가자들은 축제를 위해 헌 옷과 물안경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투우사의 칼에 최후를 맞는 소가 흘리는 붉은 피를 연상시키도록 흰 옷을 입고 붉은 토마토를 맞는다. 정열과 용기의 상징을 뜻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토마토 축제가 열리는 수요일을 전후로 1주일간 부뇰 지역에서는 불꽃놀이와 공연, 음식 축제 등이 함께 열려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제공 / 최도성 ■참고 서적 /「일생에 한 번은 스페인을 만나라」(최도성 저, 21세기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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