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미소가 꼭 닮은 부부 최문순 강원도지사·이순우 여사

순한 미소가 꼭 닮은 부부 최문순 강원도지사·이순우 여사

댓글 공유하기
엄기영 전 앵커와 격전을 벌이던 강원도지사 선거 후보 시절 만난 후로 2년. 춘천 가는 길이 조금 더 빨라진 만큼 강원도에 사는 것이 조금 더 행복해졌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MBC 기자를 거쳐 노조위원장과 사장직을 수행하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강원도지사에 당선돼 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최문순 도지사의 곁에는 27년간 따뜻한 그늘이 돼준 이순우 여사가 있었다.

권위를 벗어던진 도지사
인터뷰는 강원도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언덕에 자리 잡은 도지사 공관에서 이뤄졌다. 겉보기에는 빨간 기와를 얹은 아담한 가옥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니 잘 손질된 잔디가 깔린 정원과 함께 넓은 회의실, 복도로 연결된 도지사 가족의 생활공간이 나온다. 예전 같으면 국장급 공무원도 중요 회의 때나 회의실에 올 수 있었다는데 최문순(57) 도지사는 공관 벽을 허물고 ‘문순씨네로 놀러오세요’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민이라면 누구나 사전 신청을 거쳐 회의실과 북카페를 이용할 수 있고 심지어 정원에서 뛰어놀 수도 있단다. 조금은 어리둥절해하며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는데 최 도지사가 등장해 예의 함박미소를 짓는다. 이순우(53) 여사도 단아한 자태로 기자를 맞이했다.

순한 미소가 꼭 닮은 부부 최문순 강원도지사·이순우 여사

순한 미소가 꼭 닮은 부부 최문순 강원도지사·이순우 여사

자연스레 공관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게 된 이유를 물었는데 듣다 보니 부부에게는 남다른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부친이 군인 출신이라는 점. 어려서부터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보니 오히려 탈 권위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졌고 그 덕에 공관 벽 허물기에도 이견 없이 합의를 볼 수 있었다고. 군 장성 출신의 아버지를 둔 이 여사는 타지에서 공부를 하다가 방학이면 찾았던 집(관사)이 그렇게 위압적으로 보일 수가 없었단다. 아버지 역시 서먹하기는 마찬가지. 그래서 절대 군인과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는데 강원도가 고향인 어머니를 통해 춘천 출신의 최 도지사를 소개받았다.

처음 만날 당시 최 도지사는 MBC 기자 3년 차로 한창 현장을 누비던 시절이었다. 짬짬이 6개월간 데이트를 하며 결혼에 골인은 했지만 곡절이 많았다. 미술교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나선 이 여사는 유독 사람을 좋아하고 후배들을 챙기는 최 도지사의 성정 때문에 속도 엄청 끓였단다. 그래도 술 먹고 늦게 들어올 때면 각서를 써서 겨우 위기를 모면하고 부부 싸움을 할 땐 최 도지사가 늘 못 이기는 척 져줬다고 한다.

“남편이 경찰서 출입기자 하던 시절이었어요. 현금으로 받은 월급은 주머니에 넣어두었다가 후배들 먹이느라 며칠 만에 다 써버리더라고요. 결혼 전에 통장 잔고를 들켰는데 28만원이 남아 있었나. 결혼하고 나서 제가 경제권을 잡으니까 주변에서 최문순 결혼 잘못 했다는 둥 말이 많았어요(웃음).”

서로의 어디가 맘에 들었느냐고 물어도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손사래만 칠 뿐이었다. 부부의 두 번째 공통점을 꼽자면 꾸밈이 없는 모습이 아닐까. 갖은 인맥으로 얽힌 한국사회에서 한 사람의 힘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성취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부부를 ‘공동운명체’라고도 하지만 최 도지사 부부에게는 조금 낯선 이야기. 그는 오히려 부인과 딸을 일로부터 철저히 분리하려고 애썼다. 이 여사를 쏙 빼닮은 두 딸 해린, 예린씨는 모두 미술을 전공했다. 마침 부모님을 보러 온 둘째 딸이 응원해서인지 부부는 사진 촬영에 어색해하면서도 다정한 포즈를 곧잘 취해주었다.

“군인 사회의 경우 부인들 사이에도 계급이 존재하고 아이들 역시 그렇거든요. 지금도 그런 문화가 남아 있어서 명절이면 인사하러 몰려다니는데 그게 좋지 않은 문화잖아요. 노조위원장을 하면서 전 그런 걸 특히나 경계했어요. 그래서 아이들하고 아내는 직장 근처에도 못 오게 하고 사장이 돼서도 제 앞으로 나오는 회사 차 한 번 안 태워줬어요.”

걱정도 많고 일도 많아 사실 가정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기자에서 노조위원장으로, MBC 사장으로 그리고 국회의원까지 최 도지사의 결단을 지켜봐온 이 여사는 이 대목에서 말이 많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정치인의 길에 들어서는 것에도 고민이 많았지만 선거 일선에 나선 것이 부인으로서는 최초의 공식적 내조나 다름없었다.

“당시 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으로 임기도 안 끝난 상황이었는데 마음의 준비할 새도 없이 선거운동에 뛰어들어야 했어요. 강원도지사가 되면 딸들하고도 떨어져 지내야 하는데 그걸 염두에 둘 겨를도 없었죠. 당선이 된 후에는 더욱 조심스럽더라고요. 도지사 부인이란 자리가 그렇잖아요.”

강원도에 부는 훈훈한 변화의 바람
남다른 고집과 신념이 있었기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변화의 바람은 훈풍처럼 서서히 불어오고 있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처음엔 도지사께서 권위와 격식을 너무 따지지 않으셔서 당황할 정도였다”라고 전했다. 경비 직원에게까지 깍듯이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으로 주변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바로 최문순식 도정이다. 지난 2011년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당시 여당의 텃밭에서 엄기영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된 저력은 한 번이라도 그를 직접 만나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특유의 소탈함과 성실함을 무기로 그는 강원도 전역을 누비고 있다. 실적이나 성취로만 평가할 수는 없지만 개발과 발전에 목마른 강원도의 실정상 더 많은 일자리와 사업을 만드는 것 또한 중요하다. 요즘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기반시설 마련과 고용 창출로 ‘성장(올해 목표 5.2%)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분주하다.

순한 미소가 꼭 닮은 부부 최문순 강원도지사·이순우 여사

순한 미소가 꼭 닮은 부부 최문순 강원도지사·이순우 여사

“평창이 ‘동계올림픽 특별구역’으로 지정되면 경제자유구역과 같은 혜택이 주어집니다. 세제 혜택과 기업 유치 등으로 많이 벌어서 많이 나눌 수 있게 할 겁니다. MBC 사장 시절 ‘커피프린스 1호점’, ‘내 이름은 김삼순’ 등의 드라마로 드라마왕국을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고 ‘무한도전’에 김태호 PD를 기용해 신개념 예능 프로그램 포맷을 만들었지요. 시청률을 높이고 광고를 많이 붙여서 수익을 나누는 전략이었어요. 도정도 원칙은 같아요.”

춘천까지 전철이 개통되고 도로망이 확장되는 등 접근성이 편리해져 국내외 관광객이 꾸준히 느는 가시적인 변화를 문화 인프라로 확장할 계획이다. 남이섬은 당일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은 지 오래지만 동남아 관광객들에게는 단풍 관광 코스로 떠오르고 있단다. 올해 강원도 관광객 유치 목표가 1억 명인데 그중 외국인 관광객을 2백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을 정도. 또 최 도지사는 지역 내 대학 인근에 ‘대학로’를 조성하는가 하면 상설 길거리 공연을 만드는 등 문화 콘텐츠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한다.

“춘천 하면 운치와 낭만으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한동안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다녀갔는데 요즘엔 은행과 단풍을 보러 동남아에서도 많이들 오세요. 난생처음 눈을 본다며 좋아하는 분들도 많고요. 지역의 가장 큰 현안은 춘천-속초 간 철도 건설입니다. ITX(준고속열차 등급)가 춘천까지 들어왔는데 이를 속초까지 연결하는 것을 여야가 1순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아직 타당성 조사 단계에 머물러 있어요.”

청춘의 도시로 활기를 띠던 춘천의 영화는 어느새 외국인과 타지인의 차지가 됐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추진하고 있던 케이블카도 설악산에 설치된다. 최 도지사는 환경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개발을 꾀하기 위해 소통을 1순위로 내걸고 현장의 목소리를 수용하며 추진하고 있다.

“케이블카는 오래전부터 환경부가 진행하던 사안이에요. 설악산이 4개 군에 걸쳐 있는데 한 곳에 설치하기로 해서 지자체 간 합의를 거쳐 양양에서 하게 된 거죠. 가능한 한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가족형 케이블카를 도입하려 합니다.”

남북관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가운데, 분단으로 남북으로 갈라진 강원도 도민이자 도지사에게 ‘남북관계는 강원도의 생명’과 같다. 경제적인 문제로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평화의 문제인 것. 정권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지만 현 시국에서 ‘강원도를 평화특별자치도로, 고성을 평화특구로 만들겠다’라는 공약은 언제쯤 실현될지 알 수가 없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임기를 1년여 남긴 가운데 최 도지사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적인 의견이 54.5%로 절반을 넘겼다. 도민들은 최 도지사가 가장 잘한 일로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제 시행을 꼽았다.

딸이 행복한 세상 만들고파
아무리 일정이 바빠도 두 딸의 귀가는 꼭 확인한 뒤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딸 바보’ 최 도지사는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삶에도 관심이 많다.
“제가 늘 하는 말이 ‘딸 한 명인 아빠는 진보주의자, 딸 두 명인 아빠는 좌파, 딸 세 명 아빠는 혁명가가 된다’입니다. 여성이 행복한 사회, 딸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근본적으로 여성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성 대통령이 등장했지만 아직 여성을 위한 기회가 많아지거나 한 건 아니죠. 저도 고위직에 여성을 발탁하는 등 여성 권익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쉽지 않은 일이에요.”

강원도의 산이 좋은 거야 잘 알지만 막상 산행을 즐길 여유가 없는 것은 이 부부도 매한가지다. 이 여사가 원하는 것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는 것이란다.

“사실 저는 평범한 일상이 좋아요. 가족들과 틈틈이 산행도 다니고요. 막상 와서 지내 보니 강원도가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철 따라 먹을거리도 많고요. 특히 남편이 좋아하는 제철 나물이 풍성해요. 강원도 감자와 옥수수는 어디에서도 그 맛을 못 따라오죠.”

강원도지사 선거 후보 시절 내세운 ‘카메라출동의 정신으로 현장주의 도지사가 되겠다’라는 공약을 그는 잘 지키고 있을까. 짬이 나면 최 도지사는 마라톤에 나선다. 얼마 전에는 광주-양양 간 항공노선의 홍보를 위해 호남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했다. 트위터로 도민들과 실시간 소통하는가 하면 판로가 막혀 팔지 못하고 있던 고성 지역의 도루묵 판매도 돕고 있다.

“입맛이 가장 보수적이라고 하잖아요. ‘고향의 맛’을 참 좋아합니다. 평소 고기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춘천닭갈비는 즐겨 먹어요. 참, 독자 여러분도 도루묵 좀 사주세요. 강원도 최북단 고성 도루묵을 긴급 판매합니다. 문의는 033-120(강원도 민원콜센터)으로 주세요. 감사합니다(웃음).”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 / 김영길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