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장님부터 재벌가 사모님들까지 ‘VVIP 전담’ 헤어 디자이너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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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머리카락을 다듬고 만진다는 건,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부분의 손질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상대의 기분과 마음까지 헤아릴 수 있어야 하는 고난도의 기술이다. 게다가 고객이 누구냐에 따라 세세한 맞춤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잦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상위 0.1% 재력가들의 헤어스타일을 완성하며, 까다롭기로 소문난 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헤어 디자이너 이광수 원장을 만났다.

일대일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그곳
대기업 회장님부터 재벌가 사모님들까지 ‘VVIP 전담’ 헤어 디자이너 이광수

대기업 회장님부터 재벌가 사모님들까지 ‘VVIP 전담’ 헤어 디자이너 이광수

유명 대기업 오너들과 재벌가 안주인들의 헤어스타일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 사람이 대충 어떤 외모와 분위기를 가졌을지 상상해둔 이미지가 있었다. 무엇보다 말끔한 정장 차림에 조금은 정형화된 느낌의 말투와 나긋나긋한 목소리는 필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모 기업 소유의 건물 지하에 위치한 소문의 헤어숍은 고급스럽고 우아한 외관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외부에 간판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주변에 헤어숍이 있다는 것조차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 우연히 길을 가다가 머리를 하러 들어간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건물에 들어서자 깔끔한 슈트 차림의 중년 남성이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그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헤어숍이 있는 층에 도착하자 은은한 조명이 설치된 작고 어두운 복도 끝에 문이 하나 있었다. 헤어숍이라고 생각될 만한 안내는 전혀 없었다. 그야말로 타인의 시선을 피해서 아는 사람들만 조용히 찾아오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문을 열자 명화와 고급스러운 가구로 채워진 작고 아담한 공간이 펼쳐졌다. 내부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로엘 팔러(Roel Parlor)라는 이 프라이빗 뷰티살롱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바지와 운동화의 캐주얼한 차림으로 악수를 청한 헤어 디자이너 이광수(33) 원장은 VVIP를 상대하는 사람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자유분방해 보였다. 짧게 자른 헤어스타일과 반팔 티셔츠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강렬한 문신, 올해로 9년째 종합격투기를 취미생활로 즐기고 있다는 것까지 보면 볼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여긴 원래 OO그룹의 사모님이 개인 공간으로 쓰시려고 비워뒀던 곳인데 저에게 싸게 임대해주셨어요. 덕분에 청담동에서 운영하던 숍을 정리한 뒤 몇 달 전에 이사 왔죠. 가게 이름이 있기는 한데, 고객분들 사이에서는 그냥 ‘광수네’로 통해요. 주로 대기업 오너들이나 사모님, 자녀들의 헤어를 담당하고 있고요. 간혹 그분들의 소개를 통해 오는 분들도 계세요. 사전 예약제로만 운영하고, 저 혼자서 일대일 서비스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일행이 아닌 이상 같은 시간대에 두 명 이상의 고객이 이 공간에 있을 순 없어요.”

안동 시골 소년이 청담동에 입성하기까지
올해로 15년째 헤어 디자이너의 길을 걷고 있는 이광수 원장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일찍이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한 우물만 파왔다. 중학교 때까지 반에서 5등 안에 들 정도로 좋은 성적을 유지하다가, 비평준화 지역이었던 안동 시내의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성적이 확 떨어진 게 헤어 디자이너를 꿈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학교 성적이 너무 떨어져서 저도, 부모님도 충격을 받았죠. 농사를 지으시던 아버지는 외아들인 저에게 실망을 하셨는지, 어느 날 ‘차라리 기술이나 배워라’라고 하시더라고요. 마침 한창 인기를 끌던 잡지들을 보니까 리틀조, 정현정, 박준 등을 소개하면서 헤어 디자이너를 유망 직종으로 추천했더군요. 무심코 ‘나도 한번 배워볼까’ 하는 생각으로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아버지께서 안동 시내에 있는 학원들을 일일이 알아보시고는 등록까지 해주셨죠.”
이 원장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미용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주위에서는 ‘저러다가 3개월도 못 버티고 그만둘 것이다’라고 못 미더운 시선을 보냈지만 그럴수록 그는 승부욕에 불타올랐다고 한다. 미용학원에 다니는 것 자체가 보기 드문 인문계 고등학생이 취업을 목표로 뛰어든 실업계 고등학생들을 제치고 학원 내 실기 시험의 모든 기록을 새롭게 갈아치우기도 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에 점점 자신감을 갖게 됐고 헤어 디자이너로서의 삶에 더 큰 확신을 품게 됐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미용 기술을 배웠어요. 그러던 어느 날 헤어숍에서 같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형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예전 같은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걸 보게 됐어요. 그동안 감을 잃어서 그런 거였죠. 그 모습을 보고는 저는 무조건 군대를 빨리 다녀와야겠다고 결심하고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신분으로 군에 자원했어요.”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입대는 녹록지 않았다. IMF 사태가 발생한 지 얼마 안 됐던 터라대학교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대학생들이 줄줄이 입대를 자원했기 때문이다. 이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이 원장의 경우에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순번에서 한참 밀려 당장 입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어떻게든 군대를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병무청에 가서는 다짜고짜 병무청장님을 만나게 해달라고 고집을 피웠어요. 마침내 병무청장님과의 면담 시간이 주어지자마자 ‘저를 지금 당장 군대에 보내주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평생 군에 입대하지 않겠다’라고 으름장을 놓았죠(웃음).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두 달 뒤에 곧바로 해병대에 입대할 수 있었어요.”

제대 후 그는 곧장 서울로 올라왔다. 아버지께서 먼 친척을 통해 서울 논현동의 작은 미용실에서 아르바이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하지만 처음에는 서울 구경 다니랴, 세상 물정 익히랴, 근무 시간 외에는 마음을 다잡고 연습할 틈이 없었다고 한다. 제대로 집중하지 못해 혼날 때가 많았고, 다른 직원들과 비교당하며 맘고생을 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새로 구하기 위해 압구정동의 어느 헤어숍으로 면접을 보러 갔고, 그곳에서 평생 잊지 못할 고마운 스승을 만나게 됐다.

“‘남산 헤어뉴스’ 1.5세대 출신의 유명한 원장님이셨어요. 당시 업계에서 실력 좋기로 소문난 분이셨죠. 그 원장님을 만나 함께하면서 다시 일에 재미를 붙였어요. 동료들과 마음도 잘 맞았고요. 또 제가 막내이다 보니 원장님을 따라다니며 패션쇼 백스테이지에서 스타일링 작업도 많이 했어요. 물론 실수도 하고 그때마다 스프레이 통으로 맞기도 했죠. 하지만 그러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특히 그 원장님은 괜찮은 헤어숍이 있으면 몇 달씩 파견을 보내주셨어요. 예를 들어 대치동 어느 헤어숍이 어떤 펌을 잘한다고 하면 거기에 가서 3개월 동안 배우고 오라고 하셨고, 또 서초동 어느 곳은 전기 이발기를 이용한 커트로 입소문이 자자하다면서 그쪽으로 보내주기도 하셨죠. 그렇게 5년 동안 그 원장님 밑에서 지냈어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그분이 미국으로 떠나시면서 저도 독립을 하게 됐고요.”

재벌가와의 인연, 상위 0.1% 벽을 넘다
대기업 회장님부터 재벌가 사모님들까지 ‘VVIP 전담’ 헤어 디자이너 이광수

대기업 회장님부터 재벌가 사모님들까지 ‘VVIP 전담’ 헤어 디자이너 이광수

이 원장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 29세의 어린 나이에 도산공원 인근에 자신의 첫 헤어숍을 열었다. 실평수 7, 8평 정도 되는 작은 공간에서 직원도 없이 모든 것을 직접 꾸렸다. 하지만 의욕과는 달리 손님이 좀처럼 늘지 않았다. 근처에 있는 갤러리 직원들과 큐레이터들이 이따금 방문해 자리를 채워주고는 했지만 개업 6개월 만에 자금이 바닥을 드러냈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작업실이 있는 한 미술 작가가 산책을 하던 중 애완견이 저희 가게 앞에다가 일을 치르는 바람에 우연히 제 숍에 들르게 됐어요. 그러다가 마침 제가 머리를 손봐드리게 됐는데 그게 마음에 드셨는지 단골이 되셨어요. 알고 보니 그분의 오빠가 대기업 간부이시더라고요.”

인연은 그렇게 이어졌다. 단골의 소개를 통해 한국 여자 골프의 전설이라 불리는 구옥희 프로가 고객이 됐고, 그녀가 또 다른 고객을 데려오면서 상류층 인사들이 하나 둘 이 원장의 작은 숍으로 찾아오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 1백 년 넘는 전통을 가진 상류층 사교 모임인 서울클럽 멤버들을 알게 되어 몇몇 회원의 헤어 디자이너가 됐다. 국내 굴지의 그룹 회장 부인과 처음 알게 된 사연도 그가 잊지 못할 에피소드 중 하나다.

“3년 반 전쯤이에요. 어떤 여자분이 전화를 걸어서는 ‘내가 지금 머리를 좀 자르러 가야 하는데 시간이 되냐’라고 물으시더라고요. 자신이 누군지 전혀 밝히지도 않고 말이죠. 그런데 마침 그분이 방문을 원했던 시간에는 이미 제가 1만원 받고 머리를 깎아주는 친구의 커트 예약이 돼 있었어요. 그래서 그분께 ‘내일 오시는 건 어떠냐’라고 했더니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선 전화를 그냥 끊으시더라고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10초 만에 제 VVIP 고객인 유명 금속 관련 기업 사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어요. ‘내가 좋은 손님 한 분 소개시켰는데 왜 안 된다고 했느냐’라면서 말이죠. 깜짝 놀라서 친구의 예약을 취소시키고는 ‘그 사모님께 지금 바로 오시면 된다고 전해달라’라고 정중히 말씀드렸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고급 외제차를 가운데에 둔 자동차 세 대의 행렬이 이 원장의 숍 앞에 멈춰 섰다. 이어 말끔한 치마 정장을 차려입은 중년 여성이 내려 숍 입구를 찾는 모습이 보였다. 점점 다가오는 그 여성의 얼굴을 본 순간 이 원장은 놀란 나머지 할 말을 잃을 정도였다고.

“TV에서 많이 보던 바로 그 사모님인 거예요. ‘나 어떡하지, 큰일 났다’ 싶더라고요. 경호원들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도록 뿔뿔이 흩어져 수행을 하고, 사모님 혼자 조심스레 들어오셨어요. 물론 숍에는 저 혼자 있었고요. 그러고는 ‘이런 식으로 하되 커트는 많이 하지 말라’라고 일러주셔서 그대로 머리를 다듬어드렸어요. 커트 비용이 얼마냐고 물으시기에 3만5천원이라고 했더니 조금 놀라시면서 10만원을 주고 가시더라고요. 전 일반 커트 비용을 솔직하게 말씀드렸는데 생각보다 싸니까 당황하신 것 같더라고요(웃음).”

보통 재벌가 사모님들의 경우 비서실을 통해 예약 전화를 하고 숍을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사모님은 직접 전화를 걸어와서 이 원장은 당황스러우면서도 신기했다고 한다. 전 국민이 다 알 만한 그룹의 사모님이 헤어 디자이너에게 직접 전화를 건다는 게 조금 의아하긴 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그 사모님은 헤어숍을 한 군데로 정해놓은 것이 아니라 여러 군데를 다니고 있다고.

“사모님의 헤어 상태를 보면 딱 알죠. 디자이너마다 커트나 스타일링하는 데 차이가 있으니까요. 그 사모님은 지금도 종종 숍에 들르세요. 최근에도 왔다 가셨고요. 참, 사모님의 아드님도 한 달에 한 번꼴로 방문해서 커트를 하고 갑니다. 아드님 역시 무척 유명한 분이죠. 워낙 과묵하신 편이라 ‘샴푸 했더니 시원하네’ 정도로 최소한의 표현만 하세요.”

그의 고객들은 ‘사모님’들뿐만이 아니다. 평소 시원시원한 성격에 남자다운 매력을 물씬 풍기는 모 대기업의 부회장도 지인을 통해 처음 인연을 맺은 뒤 단골 고객이 됐다고 한다. 그 부회장의 경우 업무가 바쁜 탓인지 회사 집무실이나 자택으로 직접 이 원장을 부르는 출장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처음 뵀을 때 개인적인 일로 프로필 사진과 가족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트렌디하면서 최대한 젊어 보이게 연출되기를 원하셨죠. 그날 커트가 잘 나왔고 부회장님께서도 꽤 만족해하셨는데, 두 번째로 찾아뵈니까 ‘촬영된 사진을 보니 헤어스타일이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 사진을 모두 버렸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한창 미용 일에 자신이 붙고 있었던 이 원장은 부회장의 얘기를 듣고는 민망하고 송구스러워서 발가락까지 빨개지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다음은 어떻게 됐을까.

“그러고는 제 손을 잡고 화장실로 들어가셔서는 손에 물을 발라 직접 간단한 시범을 보여주시면서 ‘이렇게 손질해달라’라고 주문하셨어요. 지난번 머리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도 저를 다시 부르신 이유가 궁금했는데, 비서실장이 그러더군요. ‘그분 앞에서 전혀 떨지 않고 헤어 커트를 척척 하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다’라고(웃음).”

고객을 통해 알게 된 재벌 2세, 3세들도 큰 고객층이다. 평소 고민을 쉽게 털어놓을 상대가 없고 친구를 사귀더라도 집안끼리 인연을 맺는 경우가 많은 그들은 이 원장을 형 혹은 친구처럼 편하게 대한다고. 숍에서 중국 요리를 배달시켜 먹기도 하고, 속내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비밀은 철저하게 지켜주고 그들에게 먼저 질문을 하지 않는 게 이 원장의 철칙이라고.

“사실 저는 그분들이 어떻게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 하나도 궁금하지 않아요. 제 성격 자체가 그래요. 그렇다 보니 그쪽 세계 분들이 저를 찾아오고 또 믿어주시는 것 같고요. 잘난 척, 아는 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그분들을 대하거든요.”

이 원장은 아무리 ‘대단한 분’일지라도 시간 약속을 지나치게 어기면 “다음부터는 오시지 말라”라고 한단다. 하지만 재벌가 사모님들은 그런 부분에서는 정말 완벽하단다. 좀처럼 약속을 어기는 일도 없고, 조금 늦더라도 미안하다면서 몇 분 늦을지 정확하게 일러줄 정도로 예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비용을 지불하거나 팁을 주실 때도 미리 준비해온 봉투를 건네세요. 매사 깔끔하고 멋진 분들이죠. 그런 분들을 대하는 만큼 저도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해드리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마실 물도 브랜드별로 다양하게 준비해놓고요. 보통 그쪽 분들은 마시는 물이 정해져 있고, 잘 모르는 브랜드의 음료는 입에 안 대는 편이거든요. 지나치게 과하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배려를 해드리려고 해요.”

솔직함 그리고 정성이 무기
이 원장은 별도의 펌이나 시술 없이 커트만으로 스타일링을 완성시키는 것을 추구한다. 시술을 할 경우 손상도가 가장 적은 최상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세심함으로 VVIP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원장. 그러나 언론과의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굳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 없이 상류사회에서 인정받는 그가 굳이 인터뷰 제안을 받아들이고 노출을 흔쾌히 감행한 까닭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제가 현재 가르치고 있는 제자들이 있는데요. 제가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활동하다 보니 제자들도 저와 같이 조용히 살려는 자세를 갖고 있더라고요. 누구 밑에서 배웠다고 말하기도 민망해하고요. ‘우리 사부님은 이광수다’라고 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런 게 싫었어요. 게다가 무조건 연예인 다니는 숍만 최고로 여기는 업계 풍토도 그렇고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약하는 고수들도 많은데 말이죠.”

헤어 디자이너가 평생 직업이 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널리 알리는 것도 그의 또 다른 목표라고 한다. 자본이 잠식한 미용실 업주들의 논리에 따라 디자이너들의 개성이 묵살당하고, 하루 종일 고되게 일하면서 제대로 급여를 받지 못하거나 최저임금만 겨우 받고 버티는 경우가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쪽 업계가 이직률이 정말 높아요. 12시간 넘도록 서서 일하면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일도 잦고요. 그런 분위기를 바꿔나가고 싶어요. 청담동이나 강남역 인근 등 일부 숍은 특정 시간대에 일반 손님, 웨딩 손님 등을 한꺼번에 받으면서도 비싼 가격을 고수하고 있거든요. 저처럼 철저하게 예약제 시스템으로 운영한다면 고객도 편하고, 더불어 디자이너와 직원들도 무리하지 않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요즘 이 원장은 잡지 화보 촬영이나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룩북 촬영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류현진 선수가 LA다저스 팀에 합류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촬영한 화보 작업에도 참여해 그의 헤어 스타일링을 담당했다.

이 원장의 성공 노하우는 단순히 좋은 인맥과 기회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한번 마음먹은 것은 그게 무엇이든지 끝까지 해낸다는 근성으로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실력으로 승부해 올라왔다. 거품 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내보이며, 고객을 솔직하고 정성스럽게 대할 줄 아는 진심이 그의 손끝에서 상대의 머리와 마음으로 잘 전달됐기 때문일 것이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윤현진(프리랜서)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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