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환경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집에서 직접 채소를 재배해 먹거나 가까운 도시 텃밭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도시 농업의 바람은 대학가에도 불고 있는데, 이화여대 텃밭 동아리 ‘스푼걸즈’가 그 대표적인 예다. 올해로 4년째 교내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밭을 만들고 농작물을 수확해온 이들의 ‘좌충우돌 농사기’를 들어봤다.

도시 텃밭 가꾸는 이화여대 ‘스푼걸즈’
이른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상추, 감자, 쪽파 등 지난겨울부터 심은 채소들의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는 조희형(21, 언론정보학과), 유지현(20, 경제학과), 황해인(20, 심리학과), 장세은(19, 언론홍보영상학부), 이예인(19, 식품영양학과) 다섯 학생의 잡초를 골라내는 솜씨부터 예사롭지 않다.
“흔히 농사 하면, 수확의 기쁨만을 떠올리는데 저는 매주 텃밭에 올 때마다 조금씩 커 있는 채소들을 보며 더 큰 보람을 느껴요.” (황해인)
“저는 고향이 청주거든요. 예전에는 부모님과 함께 주말 농장을 많이 갔는데 서울에 올라온 뒤로는 흙을 밟을 시간이 거의 없어요. 아쉬운 대로 스티로폼 상자에 채소를 길러보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답답함이 해소되지 않더라고요.” (이예인)
“농사를 짓기 전엔 막연히 로맨틱한 상상을 하곤 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까 이건 뭐 지렁이만 가득하고 잡초는 또 왜 그렇게 잘 자라는지(웃음). 예전에는 씨앗을 뿌리고 물만 잘 주면 채소들이 알아서 자라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직접 해보니 정말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요즘엔 마트에서 파는 유기농 쌈 채소를 달리 보게 됐다니까요.” (장세은)
화학비료, 비닐, 농약, 제초제가 없는 ‘4無’를 기본 원칙으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스푼걸즈는 지난 2010년, 고려대학교에서 시작된 연합 동아리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의 멤버였던 이화여대생들이 교내에 뜻이 통하는 이들을 모집하며 탄생했다. 처음에는 10명도 안 되는 적은 인원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30명 가까이 되는 회원들이 텃밭을 돌보고 있다.

도시 텃밭 가꾸는 이화여대 ‘스푼걸즈’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아요. 올라와 보셔서 알겠지만 특히 저희 텃밭은 산꼭대기에 있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가장 아쉬워요. 매일 당번을 정해 관리하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농작물을 제대로 돌보기 위해서는 자주 둘러보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거든요.” (유지현)
텃밭이 주는 행복
지금이야 부끄럽지 않은 실력이지만 제대로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는 이들이라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었다. 턱없이 부족했던 정보는 때때로 이들을 지치게 했고, 의욕만 앞선 열정 탓에 땅을 뒤엎은 적도 여러 차례.
“모종으로 심은 것들은 일단 전문가의 손을 거쳐 나온 거니까 상대적으로 조금 더 잘 자라는 편인데, 씨를 직접 심은 것들은 생각만큼 크질 않죠. 처음엔 이런 것도 모르고 무턱대고 심었어요. 그래서 실패한 사례를 꼽자면 정말 많아요. 이제는 어느 정도 지켜봤다가 가능성이 없다 싶으면 땅을 엎은 뒤 새로운 걸 심곤 해요.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어요. 그러면서 또 몸소 배우는 거죠.” (조희형)
“당근과 같은 뿌리채소들을 기르기가 참 어려워요. 딸기, 수박, 참외 같은 과일들도 그렇고…. 이런 먹을거리들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수확하기 힘들 듯해요.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토지 자체의 양분이 충분해야 하는데 저희 땅은 토양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더라고요.” (황해인)

도시 텃밭 가꾸는 이화여대 ‘스푼걸즈’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도시 농업이나 텃밭 관련 책들이 많아요. ‘도시농부학교’나 ‘레알텃밭’ 등 초보자들을 위한 커리큘럼을 진행하는 곳도 있고요. 식물들은 각각의 특성에 따라 재배하는 시기나 방법이 다르거든요. 씨앗은 어떻게 뿌리는지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 길러야 하는지, 또 솎아내기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공부해야 해요.” (유지현)
33㎡(10평)밖에 되지 않는 작은 공간. 이들의 텃밭에는 정성으로 자라는 채소들과 함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소한 행복이 묻혀 있다. 지난해에는 직접 수확한 재료로 김장 김치를 담가 홀몸어르신들께 전달하기도 했다. 기회가 된다면 더 큰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이들의 희망사항이다.
“상추를 많이 심어서 집에도 좀 가져가고 지인에게도 나눠주고 싶어요. 아직까지는 저희들이 먹기에 바쁘거든요(웃음).” (이예인)
“저는 오이를 심어보고 싶어요. 그런 바람이 있거든요. 일하다가 목이 마를 때 오이 따 먹으면서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하는…(웃음).” (장세은)
“농사 자체는 흥미롭지만 저는 사람들이 텃밭에 오순도순 모여 수다를 떠는 일도 참 재미있어요. 공동체 생활을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대감을 쌓게 되거든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도시 농업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조희형)
“도시 텃밭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너도나도 달려드는 경향이 있는데, 호기심으로 씨앗을 뿌려놓고 그대로 방치하는 분들도 많으시거든요. 저는 도시 농업이 일회성으로 반짝하지 않고 몸과 마음에 풍요로워지는 일이니 꾸준히 이어졌으면 해요.” (유지현)
제2회 서울도시농업박람회
천만의 도시 농부가 함께 만드는 천 개의 도시 텃밭 축제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4일간 서울광장과 서울 시내 텃밭에서 ‘제2회 서울도시농업박람회’가 개최된다.
도시 농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공감을 만들어내기 위한 자리로 시민들이 직접 만든 재활용 텃밭 등 다양한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기간 5월 30일(목)~6월 2일(일) ●장소 서울광장과 지역 텃밭(노들텃밭, 한내텃밭, 자치구 등) ●주최 서울특별시, 경향신문사
●후원 서울농협,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 서울특별시의회, SH공사,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마사회,
개막 행사
5월 30일 오후 2시 서울광장
방송인 김제동의 사회로 도시 농업 퍼포먼스와 그룹 라퍼커션의 공연이 펼쳐진다.
국제학술대회 5월 31일 오후 2시 본관 대회의실
해외 도시 농업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다양한 도시 농업의 형태를 여러 관점에서 조명해보는 도시 농업 심포지엄과 도시 농업 워크숍이 진행된다.
도시 농업 전시 체험관
5월 30일~6월 2일
정보관, 국제관, 가든관, 재활용관, 순환도시농업관, 기업관
도시 농업을 컨셉트별로 나눠 시민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10여 개 시민단체가 참가하는 순환도시농업관은 순환과 재생을 주제로 한다.
도시 농업 텃밭 공모전
5월 10~28일 서울광장
행사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받으며 공모 대회 작품은 서울광장에 전시된다.
마르쉐 @ 서울광장
6월 2일 오전 11시~오후 4시 서울광장 특설 무대 앞
도시 농업이 먹을거리로 연결되는 농부와 요리사, 소비자의 직거래 장터가 열린다.
채소 모종&유기질 비료 나눔 행사
5월 30일~6월 2일 서울광장
도시 농업의 첫걸음으로 내 손으로 직접 채소 모종을 키워보는 시간을 갖는다.
도심에서 만나는 모내기 생태 체험장
5월 30일~6월 2일 서울광장
모내기를 직접 경험해보며 농사의 전반을 이해하고 자연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체험 이벤트.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조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