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여성안심귀가 서비스 동행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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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인적이 드문 주택가 골목길은 익숙한 우리 동네라 할지라도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두려운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여성에게 밤 귀갓길은 흉흉한 이야기가 귓가에 맴돌며 걸음걸음 두려움이 묻어나는 길이 되어버린다. 서울시는 지난 6월부터 여성안심귀가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여성을 위해 밤길을 함께 걸어주는 서비스다. 기자가 서울 신당동으로 동행 취재를 나섰다.

서울시 여성안심귀가 서비스 동행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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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토박이로 구성된 스카우트
지난 6월 13일 오후 10시, 지하철 3호선 약수역 4번 출구에 노란색 조끼와 모자를 쓴 여성 1명과 남성 2명이 모였다. 이내 빨간색 경광봉을 흔들며 인적 드문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이들은 지난 6월 초부터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여성안심귀가 서비스의 중구 지역 스카우트다. 현재 중구에만 총 28명, 11팀이 여성의 밤길을 함께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15개 시범구에서 총 4백95명의 스카우트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의 주된 업무는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안전귀가 지원’과 ‘취약지 순찰’이다. 안전귀가 지원이란 지역 주민이 늦은 시간 귀가하는 여성을 지키며 안전한 귀가를 돕는 일이다. 스카우트는 직무교육과 호신술, 여성 성폭력·성추행에 관한 대처 요령, 관련 법령교육도 마쳤다.

이날 기자와 함께 움직일 스카우트 팀의 구성원은 양재영씨(64), 나효은씨(50), 장준원씨(47)다. 유일한 여성인 나효은씨(중구는 조마다 꼭 한 명 이상의 여성이 포함된다고 한다)는 신당동에서 30년 넘게 살고 있으며 부녀회 회장을 맡기도 한 열혈 행동파다. 동네에서 흡연을 하는 청소년을 목격하면 호되게 야단칠 정도로 담력이 세다(가족에게 걱정 어린 잔소리를 자주 듣긴 하지만). 양재영씨, 장준원씨는 이번 스카우트 제도 이전에도 봉사활동으로 동네 방범활동을 해왔다. 게다가 3명 모두 딸을 둔 부모다.

“딸이 없었다면 아마 이런 일에 관심을 덜 가졌을지도 모르겠어요. 딸이 수험생일 때는 3백65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지하철역까지 데리러 갔어요. 그럴 수 밖에 없는 세상이잖아요. 여기 세 사람 모두 내 딸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서울시 여성안심귀가 서비스 동행 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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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30분, 아직까지는 밤길도 환하고 사람들도 많이 다닌다. 그렇다고 긴장을 풀 수는 없다. 이곳은 주택가이기도 하지만 유흥업소도 많기 때문에 어디서 어떤 사고가 생길지 모를 일이다. 아직은 상황센터에 여성의 신청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라 우선 동네 구석구석 불 꺼진 주차장과 공사장 등 우범지역을 순찰했다. 주택가 비탈길의 경사가 꽤 되지만 세 사람의 발걸음이 익숙하다. 짐을 들고 가는 어르신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말을 걸기도 한다.
“저희도 여기 살고 있는 만큼 마주치는 분들이 모두 동네 사람들이에요. 쉽게 말도 걸고 도울 일이 있으면 함께하는 거죠. 주민들은 순찰만으로도 든든하고 안심이 된다고 이야기해요.”

최근 이곳은 신축 공사 지역이 많아져 우범지역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밤에는 청소년들이 공사장 주변을 서성인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쳐 순찰과 방범은 필수다. 매일 밤 순찰하다 보니 그들에게 직업병 아닌 직업병도 생겼다.

“밤길에 어슬렁거리며 혼자 걷는 남성들을 보면 눈을 뗄 수 없이 자꾸 쳐다보게 되고 따라가게 돼요. 괜히 범죄자로 의심하는 거죠. 이러다가 의심병 생길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죠. 세상이 워낙 흉흉하니 사전에 조심하는 수밖에….”

다행히 아직까지는 별일 없이 순찰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위급 상황이 생겼을 경우 스카우트는 가까운 자치구 경찰서와 원스톱 연계를 통해 신고를 하고 사고에 대처할 수 있다.

첫 번째 여성의 전화, 스카우트 출동
밤 11시 30분, 구청 야간 당직실에서 안심귀가 서비스를 이용하녀는 여성의 신청이 접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밤 12시 약수역 8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스카우트는 10분 전까지 역에 도착해 목적지까지 경로를 재차 확인했다. 서비스를 시행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터라 아직은 많은 신청이 들어오고 있진 않지만 뉴스를 통해 내용을 접한 몇몇 여성들이 이용하고 있다. 야근 후 귀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안녕하세요?”
약수역에 도착한 신청인과 스카우트는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스카우트는 신청인에게 목에 건 명찰을 이용해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확인시켜줬다. 간단한 상황실 보고가 끝난 후 신청인과 함께 귀가 노선을 확인했다. 오늘 안심귀가 서비스를 신청한 20대 후반의 최 모씨 역시 귀갓길이 야근으로 늦어져 도움을 요청한 것.

“아무래도 밤 10시가 넘으면 귀갓길이 무섭잖아요. 게다가 인적이 드물어지는 밤이 되면 매일 다니던 골목길 걷기도 겁이 나요. 엄마가 오늘 아침 뉴스에서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걸 보시고는 알려주셨죠. 그래서 한 번 신청해봤어요.”

스카우트는 신청인의 동선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고 1m 정도 떨어진 뒤편에서 걷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귀갓길을 지켜주기 위해 나왔다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내 뒤를 따라오는 것은 불편하게 마련이다. 신청자가 어색한 기색이 보일 때쯤 여성 스카우트 나효은씨가 나섰다.

“저는 이 동네로 시집와서 벌써 30년을 살았어요. 부녀회 활동도 하다가 방범 봉사까지 하게 됐죠. 이 동네 구석구석이 내 손바닥 위에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의아한 눈빛을 보내며 “뭐 하는 거냐”라고 물어오기도 한다. 대략적인 서비스에 대한 설명해주니 “남자는 신청하면 안 되냐”라고 물어오기도 한다. 신청자가 집에 도착해 보고서에 사인을 한 후 안심귀가 서비스는 끝이 난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바바리맨’을 한번 쯤 만나봤을 거예요. 저도 학창 시절에 그런 경험이 있어서 어두운 밤길이 특히 무서웠어요. 주말에는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오늘처럼 야근 후에 돌아오는 길에는 또 신청하고 싶네요.”

스카우트들과 인사를 나누고 신청자는 안전하게 집으로 들어갔다.
“신청인이 집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는 순간에 가장 뿌듯함을 느낍니다. 마치 내 자식이 안전하게 내 품으로 돌아오는 기분이 들어요. 서울시가 안전하게 시행하고 있으니까 많은 분들이 이용했으면 좋겠어요.”
밤 12시 30분, 3명의 스카우트는 이제 마지막 남은 순찰지역을 돌아보기 위해 또 인적이 드문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안심귀가 서비스 이용하려면
서울시 안심귀가 서비스를 원하는 여성은 지하철이나 버스정류장 도착 30분 전까지 120 다산콜센터 혹은 자치구 상황실에 전화해 안심귀가 스카우트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상황실은 여성에게 귀가를 도울 스카우트 이름을 알려준다. 여성은 역에 도착해 스카우트의 신분을 확인하고 안전하게 함께 귀가한다.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주중에만 이용할 수 있다.

시범 운영되고 있는 15개 자치구 상황실 전화번호
종로구 02-2148-1111 중구 02-3396-4001
성동구 02-2286-5200 광진구 02-450-1300
성북구 02-920-3300 강북구 02-901-6111
도봉구 02-2091-2091 은평구 02-351-8000
서대문구 02-330-1300 마포구 02-3153-8100
강서구 02-2600-6330 동작구 02-820-3119 관악구 02-880-3119 강동구 02-3425-5000 영등포구 02-2670-3000

이것도 알아두면 좋은 안심 서비스
심야 안심귀가 마을버스
서울시 성북구와 강북구는 늦은 시간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여성, 노약자, 청소년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심야 안심귀가 마을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매일 밤 10시부터 막차 운행 종료 시간까지 어두운 이면도로 등 범죄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일 경우 정류소가 아닌, 이용자가 원하는 곳에서 하차할 수 있다. 단, 시내버스와 중첩되고 정류소 간 거리가 150m 미만인 구간은 제외된다.

여성 안심택배 서비스
여성들이 택배를 받을 때 낯선 택배원을 대면하지 않고 거주지 인근의 무인 보관함에서 물품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거주지와 가장 가까운 보관함 주소를 물품 수령 장소로 지정하면 된다. 보관함 주소는 서울시 여성가족분야 홈페이지(woman.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품이 도착한 후 48시간 동안 무료이며, 이를 초과할 경우 24시간마다 1천원의 보관료가 부과된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김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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