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애심이 전하는 ‘명상의 힘’
서울에서 1시간 반. 인천 강화군 내가면 고천리 고려산 밑자락 아늑한 품에 가을산방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은 여전히 고요하다. 변한 것이 있다면 대문 앞에 새로 달아놓은 아담한 종. 초인종 대신 달아놓았는데 경박한 벨소리에 비하면 무척이나 운치 있는 아이템이다. 한 달 전 다녀온 한라산 경행(참선을 하는 수행자가 가볍게 걸으면서 닦는 수행법)에 대해 물었더니 지금 더없이 좋은 상태란다. 확실히 눈빛은 더욱 또렷해지고 말투에서는 활기가 느껴진다.
“10시간 기도를 하며 백록담 정상까지 올랐어요. 한라산에 내재된 뜨거운 에너지까지 느끼고 왔지요. 그 뜨거움에 몸이 폭발해버릴 것만 같은 희열을 느꼈습니다. 내가 자연이 되는 기쁨이지요.”
무애심은 올해 1월 1일부터 천일기도를 시작했고 이제 6개월이 넘어간다. 그 과정에서 1주일에 한 번씩 산으로 기도를 간다. 끊임없이 오르면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기도를 하지 않으면 쌓인 탁기(濁氣)를 제가 감당하지 못해요. 사람들마다 고유의 기가 있잖아요? 만나는 분의 것들이 제 몸으로 그대로 들어오니까요.”
기쁘고 행복한 사람들은 그녀를 굳이 찾을 이유가 없다. 슬프고 외로운 사람들.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아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녀를 찾는다. 우울하고 무력한 에너지들….
“아침 6시에 저희 집 강아지들이 막 짖어요. 무슨 일인가 나가보니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부직포 가방을 든 한 남자분이 처연히 서 계시더라고요. 전주에서 밤차를 타고 와서 이 깊은 곳까지 걸어오셨다고 해요.”
“저에게도 희망이 있나요?” 그의 첫마디였다. 그녀에게서도 희망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면 생을 끊으려고 아내에게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왔단다.
“제가 거짓으로 희망이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작은 씨앗이라도 보인다면 그분에게 말해줘야지요. 그게 제 역할이고요. 그분이 나중에 아내와 함께 오셨더라고요. 남편이 여기 다녀간 후에 의욕적으로 일을 시작했다며 도대체 어떤 사람을 만나고 온 건지 보고 싶다고요.”
그녀를 찾아오는 이는 종교의 벽을 초월하기도 한다. 명상 수행을 배우기 위해 아르헨티나에서 수녀님이 찾아오기도 했다. 수개월째 함께 수행 중이다.
“영적 수행의 목적이 무엇이냐. 청정한 삶을 깨닫고 나누고자 한다면 함께 못할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법보시를 하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산행 기도는 뜻이 같은 사람이라면 기꺼이 동행하기도 한다. 지금도 나름 간절한 소망을 품은 사람들이 무애심을 조용히 따라나선단다.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린다

무애심이 전하는 ‘명상의 힘’
1년 전 모 신문 기사의 발췌문이다. 그녀의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안철수의 침체기, 개성공단 폐쇄까지 모두 2012년을 앞두고 그녀가 한 이야기들이다.
“세상일에 관심이 많지도 않고 또 관심을 받고 싶지도 않아요. 참 재미없는 일들이에요. 대선 출구 조사를 앞두고도 언론사에서 얼마나 많은 전화가 왔는지 몰라요. 예언이 확실한 거냐고 따져 묻는 기자들도 있었어요.”
요즘은 그녀에게 명상법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마음이 시끄러운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법을 모르는 사람들이나 고시 등 어려운 공부를 하는 사람들, 또 집중력을 높이려는 학생들까지 많이 배우러 와요. 그렇게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은 사람도 많고요. 명상은 조용히 앉아서 나에게 깊이 집중하는 것, 그뿐이에요. 어려울 것 없어요.”
명상(瞑想). 대부분 ‘밝은 생각’이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어두울 명’자를 쓴다. 어두운 상태에서 끊임없이 나를 바라보면 누적되고 정체된 부정적인 정서나 나쁜 기억들이 많이 올라온다. 사람들은 그걸 들여다보길 두려워한다. 그런 생각들을 지나고 나면 내부적 대상인 나만이 남는다. 나에게 깊이 집중하는 것, 그것이 명상이다.
“사람들은 명상을 대단한 거라고 생각해요. 수행 명상을 배우면 귀신이 보이고 파노라마처럼 어떤 장면이 보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그저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내가 나로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의식을 단순화시키는 작업입니다.”
최근에는 집단 따돌림을 겪는 학생이 부모 손에 이끌려 오기도 했다.
“그런 친구들이 오면 나를 괴롭히는 누구라고 여기지 말고 그저 외부적 대상이라고만 생각하라고 해요. 그 대상은 내가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죠. 그들과 나를 분리시키는 작업이에요. 타인에게 집중하지 않는 거죠. 주인공은 오직 나이니까요.”
무애심이 하는 일은 명상법을 가르치고 그들을 끊임없이 바라봐주는 것이다. 그런 그녀를 보기 위해 하루가 걸려 서울에서 다녀가는 학생들도 많다. 그들에게는 미안할 따름이다.
“아이들이 성적도 오르고 원하는 삶의 주인공이 돼가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죠. 집중력이 높아지니까 공부하는 즐거움도 알았다고 해요.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명상하는 법을 가르치면 참 좋습니다. 희망을 듣기 위해 일부러 저 같은 사람을 찾을 필요도 없어질 거예요.”
무애심이 말하는 명상법은 간단하다. 하루 10분에서 15분 정도면 충분하다. 아침이나 취침 전에 반가부좌로 앉아서 자유로운 의식의 상태에서 내부의 나에게 집중하면 된다. 만족할 줄 알아야 행복을 느끼는 법이다. 명상을 해야 하는 이유다. 2년 전 그녀를 찾았을 때는 “누구든 오시면 차 한 잔 드릴 수 있다. 아무것도 갖지 못한 이에게 위로를 해주는 수행자가 되고 싶다”라는 말을 전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세상 사람들에게 명상을 권한다. 자신을 만나 위로를 받기보다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근원적인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어서다. 지나간 세월만큼 수행의 깊이가 깊어지고 있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조민정 ■취재 협조 / 가을산방(032-933-6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