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극 ‘나비잠’ 연출 위해 내한한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데오도라 스키피타레스

시극 ‘나비잠’ 연출 위해 내한한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데오도라 스키피타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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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라마마 극장 출신의 세계적인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데오도라 스키피타레스(67)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9월 19일부터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르는 서울시극단의 공연 ‘서울의 혼-나비잠(이하 ‘나비잠’)’의 협력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미술, 문학, 연극, 음악의 협업으로 탄생한 ‘나비잠’은 라이브 연주, 인형극, 설치미술, 멀티미디어, 영상 등이 활용되는 총체극으로 스키피타레스는 공연에 사용되는 모든 인형과 오브제 등을 직접 디자인하고 지휘하게 된다.

시극 ‘나비잠’ 연출 위해 내한한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데오도라 스키피타레스

시극 ‘나비잠’ 연출 위해 내한한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데오도라 스키피타레스

시적 언어를 서사적으로 풀어내는 시극 ‘나비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의 사대문이라는 공간을 무대에 옮겨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모성에 관한 드라마를 전하고자 한다. 관객들은 민족적 애환이 가득한 자장가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눈과 귀로 감상하면서 과거와 현재, 꿈과 현실을 오가게 된다. 인간의 순수함과 상처, 집념과 갈등 등을 모티브로 한 신화의 보편성이 한국만의 특수성을 뛰어넘어 스키피타레스의 독특한 오브제를 통해 여실히 표현된다.

“외국인이기에 한국인의 감수성이라든가 민족적 정서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어요. 특히 이 작품은 한국어의 가장 아름다운 ‘속살’을 시적으로 드러내고 이미지화하는 것이 특징인데, 그런 점에서 매우 힘이 들어요. 사실은 언어의 문제라기보다는 공유하는 경험의 차이일 텐데, 제가 아무리 열심히 질문해 힌트를 얻고 느낌으로 다가간다고 해도 정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겠죠. 하지만 이 작품은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씩 더해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창작자들끼리 주고받고 피드백이 오가면서 더욱 좋은 쪽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서로 다른 색이 어우러져 새로운 맛이 창조되는, 마치 ‘샌드위치’ 같은 흥미로운 작업이에요.”

국내 대중에게는 아직 생소한 이름이지만, 데오도라 스키피타레스는 전 세계 ‘실험 예술’의 본거지로 불리는 미국 뉴욕 라마마 극장에서도 인형극, 음악, 비디오,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활용한 독특한 연극으로 오랫동안 인정받아온 최고의 아티스트다. 미국의 역사 및 그리스 신화 등을 다룬 그녀의 작품이 ‘뉴욕타임스 최우수 연극 10선’에 선정되며 크게 주목받았다. 그런 그녀가 선뜻 ‘나비잠’의 협력 연출을 맡게 된 데는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과 작품의 연출을 맡은 김혜련 단장에 대한 신뢰가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라마마 극장 예술감독을 통해 한국의 실력 있는 예술가들을 많이 알게 됐어요. 뉴욕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젊고 활기찬 한국 학생들을 통해서 좋은 인상도 받았고요. 8년 전이었나, 당시 뉴욕에 있던 김혜련 연출가가 트로이의 헬렌에 관해 다룬 제 작품을 보고 언젠가 이런 내용의 작업을 하게 되면 꼭 같이하자는 연락을 해온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올봄에 ‘나비잠’이란 작품을 제안한 거예요. 무척 오랜만이었는데, 매우 반갑고 또 놀라웠어요. 한국에 올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기쁜 일이었고요. 무엇보다 새로운 도전인데다 창의적인 예술가들과 함께 좋은 작품을 같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시극 ‘나비잠’ 연출 위해 내한한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데오도라 스키피타레스

시극 ‘나비잠’ 연출 위해 내한한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데오도라 스키피타레스

결정은 쉬웠지만, 과정은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제껏 수많은 작업을 해왔지만, 이번만큼 재미있고 색다른 경험은 또 없을 거라는 것이 지금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아마도 자신의 이 신나는 기분이 고스란히 작품에 투영돼 관객들에게도 잘 전달될 거라 믿는다.

“아이디어와 의욕이 넘치는 예술가들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의견을 나누며 공유하고, 계속해서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무척이나 재미있고 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인간들이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정서를 품고 있는 작품의 주제 또한 때와 장소를 떠나서 모두에게 통할 거라 생각하고요. 저는 이 작품의 시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을지를 좀 더 고민해서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고 싶어요. 정신적인 에너지를 간직한 인형극의 매력을 관객들이 더욱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이요.”

■글 / 이연우기자 ■사진 / 조민정 ■사진 제공 / 서울시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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