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하고 합리적, 여성 CEO의 사내 문화
![[우리 시대 리더를 말한다]홍보업계 파워 여성 서경애 대표가 말하는 리더십](http://img.khan.co.kr/lady/201309/20130906142105_1_leader5.jpg)
[우리 시대 리더를 말한다]홍보업계 파워 여성 서경애 대표가 말하는 리더십
“지난 2001년에 회사를 세웠으니 12년 정도 됐네요.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이나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회사를 시작한 건 아니에요. 식품회사에 근무하던 지인이 농림수산식품부에 제안서를 내야 했고, 그 이야기를 듣고 재미있겠다 싶어서 기획서를 작성했죠. 그 기획서가 덜컥 채택된 거예요. 방송국 조연출과 수많은 이벤트 기획 경험을 살려서 회사를 차리기로 결정했죠. 출산한 지 5개월쯤 됐던 때였어요.”
타고난 행동력과 훈련된 기획력으로 회사를 세운 그녀. 당시 직원은 광고 일을 하던 선배와 그녀뿐이었지만 고객사들이 신시아의 진가를 알아보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서 대표는 고객사가 요청하기 전에 홍보 아이디어를 냈고, 특유의 날카로운 감으로 소비자 트렌드를 정확히 분석했다. SK그룹, S-Oil, LG전자, 현대카드, 국민은행 등 대기업들이 줄지어 그녀와 계약을 체결했다. 몇 년 사이 수십 개씩 세워졌다 사라지는 홍보업계에서 그녀의 회사는 말 그대로 흥하는 회사였다.
“여성 리더십의 정의요? 글쎄요. 여성 리더십과 남성 리더십을 구분하는 건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리더십은 성별의 차이라기보단 개인의 인격이나 성격의 문제 아닐까요? 여성 리더라면 차분할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겠지만 저는 답답한 걸 못 참는 성격이에요. 제가 원하는 바를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이지요.”
서 대표는 성별로 리더십을 정의하는 걸 부담스러워했지만 기자가 보기엔 그녀의 회사는 다른 회사와는 사뭇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 독특한 문화는 여성 대표가 가진 경험에서 우러나온 듯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회식 문화다. 야근과 기자 혹은 고객사와의 저녁 미팅 자리가 잦은 일반 홍보대행사와는 달리 신시아에는 강요된 야근이나 저녁 미팅 문화가 없다. 워크숍도 주중에 해결한다. 가정보다 일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남성과 달리 회사와 가정은 양립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 대표의 생각이 문화에 녹아든 결과다.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마음도 살뜰하다. 15명 내외의 직원들은 점심시간에 주변 식당가를 떠돌 필요가 없다. 직원들의 식사를 담당하는 사내 주방장이 유기농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사내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장점이 많습니다. 건강식을 먹을 수 있고,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지죠. 아무래도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니까요. 주제는 일부터 육아 이야기까지 다양합니다.”
이외에 수다 권장하기, 1주일에 한 번씩 트렌드 조사 겸 핫 플레이스 방문하기 등도 신시아의 문화다. 문화의 정수는 연봉 체계다. 이곳에는 대표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 직원이 여럿이다. 일한 만큼 받아간다는 사규의 결과물이다. 유연하고 합리적이다. 서 대표는 사내뿐 아니라 고객사와의 관계에서도 기존의 관습을 깨고, 스스로의 틀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홍보업계에는 여성이 많지만 저희가 함께 일하는 기업은 남성이 대다수죠. 기존의 홍보대행사 남성 대표들은 주말에 골프를 치거나 저녁 회식 자리를 가졌습니다. 일종의 관습이죠. 저는 관습에서 탈피하려고 합니다. 우선 결과물로 승부를 보려고 하죠. 저와 일을 하는 사람이 그야말로 ‘으쓱’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데 집중합니다. 굳이 영업이라면, 복날에 맞춰 집으로 삼계탕을 보내는 정도죠(웃음).”
나름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맞춰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녀의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회사뿐 아니라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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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리더를 말한다]홍보업계 파워 여성 서경애 대표가 말하는 리더십
그녀는 시부모님과 함께 산다. 육아와 집안 살림은 시어머니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는 편이다. 현명한 워킹 맘이 으레 그렇듯 그녀도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부엌의 주인이 두 명이 되는 순간 집안 분위기가 삭막해집니다. 저는 부엌은 시어머니께 일임했어요. 아주 사소한 부분에는 이견이 있지만 전업주부로 부엌을 책임지지 않는 이상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시어머니께 맡기고 있습니다.”
그녀는 스스로 슈퍼 맘이나 완벽한 며느리는 아니라고 말한다. 워킹 맘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생활필수품은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시어머니가 집안일에 지치지 않게 1주일에 두 번씩 가사 도우미의 도움을 받는 식이다.
“많은 여성들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민하지만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일과 가정에서 만족을 얻고 있으니까요. 종종 육아로 인해 퇴사를 고민하는 후배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분위기도 가슴 아프고, 오랫동안 해온 노력과 자신의 능력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점도 신경 쓰이고요.”
상담을 요청하는 후배에게 그녀는 사설기관 보육비나 교육비를 계산해서 거취를 결정하기 전에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라고 조언한다. 일을 그만두기 전에는 자신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사회생활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면 연봉을 모두 가사 도우미에게 주더라도 일을 계속하라고 말한다. 그래야 엄마가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은 쉽게 전이됩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즐거워져요. 만약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여성이 주야장천 아이만 돌본다고 가정해볼게요. 그 여성은 100% 행복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자녀에게 자신의 희생을 보상받으려다가 과도한 애착관계가 형성될 위험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그녀는 쾌활하게 웃으며 워킹 맘들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아이는 사랑을 충분히 받아야 하지만 어머니가 모든 애정을 줄 필요는 없다고. 할머니나 남편에게 사랑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남성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기자가 만난 그녀는 ‘쿨’했다. 단순히 성격이 화끈하단 말이 아니다. 직원들이 자랑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흔들리지 않았고, 생활 속에서 선택과 집중을 현명하게 사용했다. 유난히 선명한 그녀의 눈빛에서 반짝, 연륜이 빛났다.
“리더십은 성별의 차이라기보단 개인의 인격이나 성격의 문제 아닐까요?”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박은혜(프리랜서) ■사진 / 조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