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꽃잔디 마을 신애숙 이장의 섬김 리더십

우리 시대 리더를 말한다

진안 꽃잔디 마을 신애숙 이장의 섬김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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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군 진안읍 연장리 원영장 꽃잔디 마을. 38가구에 70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이 조용한 시골 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09년부터 마을 이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신애숙(50) 이장이 그 주인공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수많은 이들의 발길을 불러모으고 있는 이 젊은 여성 이장의 리더십은 발전 그 이상의 비전을 제시한다.

거침없는 변화 이끄는 젊은 여성 이장
[우리 시대 리더를 말한다]진안 꽃잔디 마을 신애숙 이장의 섬김 리더십

[우리 시대 리더를 말한다]진안 꽃잔디 마을 신애숙 이장의 섬김 리더십

건강하게 그을린 얼굴, 시원시원한 웃음에서 에너지가 느껴진다. 벌써 5년째 꽃잔디 마을의 살림을 도맡고 있는 신애숙 이장은 조용한 시골 마을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온 인물이다. 작은 마을 행사였던 꽃잔디 축제를 진안군을 대표하는 축제로 만들었으며, 농산물 공동 판매를 통해 마을 소득도 올리고 있다. 예비 귀농인에게 제공되는 체험형 민박시설 등 다양한 마을 사업과 주민들을 위한 다채로운 교육까지, 꽃잔디 마을은 성공적인 체험관광 휴양마을로 손꼽히며 전국 각지에서 마을의 성공 비결을 물어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 5회째를 맞은 꽃잔디 축제에는 마을 뒷동산을 물들인 분홍빛 꽃잔디를 보기 위해 5천 명 이상의 손님들이 다녀갔다.

“처음에는 그야말로 마을 사람들끼리 화합을 위해 시작한 일이었어요. 마을 뒤편에 있는 꽃잔디 동산을 활용해 축제를 열어보자는 제안이었는데, 하다 보니 농산물도 팔고 무언가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찾게 됐죠. 아이디어를 모으며 하나 둘씩 만들어가다 보니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축제 기간 동안에는 마을 주민들이 모두 일손을 놓고 축제 진행에 참여하는데, 이제 규모가 무척 커져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돌려 말하는 법이 없는 화통한 성격의 그녀이지만 마을 사람들을 대할 때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발휘된다. 사람들의 의견은 작은 것이라도 허투루 듣는 법이 없다. 잘 귀담아들었다가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행에 옮긴다. 5년 동안 일어난 크고 작은 변화들은 그렇게 주민들의 아이디어에서 싹을 틔운 것들이다. 때문에 마을 사람들도 그녀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말하는 데 스스럼이 없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공동체를 발전시켜나가는 리더, 모두가 동의하는 이 이상적인 신뢰관계가 처음부터 형성됐던 것은 아니다.

“맨 처음 제가 마을 일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어르신들의 반대가 심했어요. ‘여자가 이장을? 동네 말아먹을 일 있어?’ 하셨죠. 한 6개월 동안은 눈만 마주치면 싸웠어요. 이장 자리 내놓으라고요(웃음).”

요즘에야 전국 곳곳에서 여성 이장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여자가 마을의 수장이 된다는 것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에게는 탐탁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40대 중반이었던 그녀는 60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80%를 차지하는 마을에서 거의 막내와 다름없었으니, 나이 어린 여성 이장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어르신들이 속출했다.

“어르신들이 계시는 자리면 무조건 찾아갔어요. 앉아서 몇 시간이고 얘기를 듣고 술도 한 잔 하고, 어르신들이 의견을 내시면 절대 안 된다는 말을 안 했어요.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를 쳐드리고 다 해보자고 했죠. 그렇게 한 분 한 분 존중하고 귀담아듣는 모습을 보여드렸더니 서서히 마음을 여시더라고요. 당시에 반대하셨던 어르신들이 지금은 마을 일에 제일 앞장서서 도와주세요.”

리더, 현재 그 이상을 보다
그녀에게 주민들은 최고의 아이디어 뱅크다. 마을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전통 행사를 부활시켜 외부 행사로 발전시킨 전통탑제와 쓰레기를 모아놓았던 창고를 마을의 추억이 담긴 장소로 변신시킨 ‘꽃잔디 박물관’도 주민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에 그녀의 신속한 추진력이 합쳐져 탄생한 작품이다. 주민들을 적극적인 동참을 넘어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힘, 리더로서 그녀가 가진 가장 큰 무기다.

[우리 시대 리더를 말한다]진안 꽃잔디 마을 신애숙 이장의 섬김 리더십

[우리 시대 리더를 말한다]진안 꽃잔디 마을 신애숙 이장의 섬김 리더십

“꽃길 조성이나 연밭 농사 등 주민들이 함께하는 공동 작업이 많은 편인데, 공동 작업을 할 때는 모두 같이 밥을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해요. 하다못해 국수라도 삶아요. 한자리에 앉아서 같이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식 흉부터 마을 돌아가는 사정, 불편한 점, 다음 공동 작업 계획까지 모든 이야기가 다 나와요. 수다의 장이자 소통의 장이죠. 얼마 전부터는 ‘연꽃이 물에 떠 있는 형상’이라는 마을 이름의 유래를 살려 연꽃 식재를 시작했어요. 주민 공동 작업으로 연잎차도 생산하고 연잎밥, 연잎가루 등을 개발, 상품화해 공동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중이에요.”

누구보다 마을 고유의 것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녀는 사실 제주도가 고향이다. 열아홉에 진안으로 시집와 마을에 산 지는 이제 30년이 됐다.

“여성 이장으로서 좋은 점은 아무래도 섬세함이 발휘된다는 거예요. 동네 구석구석, 어느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다 알죠. 마을 사업도 시작부터 마무리 작은 부분까지 꼼꼼하게 보는 편이고요. 집안 살림하듯 깐깐하게 마을 살림을 하게 된다고 할까요? 힘든 점은 외부활동이 많아 집안일에 신경을 쓰지 못하다 보니 남편 앞에서 작아진다는 점?(웃음)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있는데, 다행히 엄마가 바쁜 걸 알고 혼자서도 잘하는 편이에요.”

처음 이장 일을 맡았을 때는 막막했던 적도 많았다. 주민들과 부딪히기도 하고 이런저런 힘든 일도 겪었지만 지금은 성취감이 더 크다.

“무슨 일이 있으면 주민들이 제일 먼저 저를 찾으세요. ‘이 일은 이장 아니면 안 돼’라고 하시며 전적인 신뢰를 보내주실 땐 참 감동스럽죠. 언젠가 이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마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해나갈 생각이에요.”

그녀는 요즘 다목적 체험관이나 ‘귀농인의 집’ 등 현재 마을 사업을 위해 마련된 시설들을 사업이 끝난 후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많다. 이런저런 구상 속에는 그녀가 오랫동안 품어온 소망이 있다.

“어르신들이 편찮으시면 대부분 요양원으로 갑니다. 그분들은 자신이 살아오던 곳을 떠나서 낯선 곳으로 가게 되면 외로움을 견디기 힘드시죠. 어르신들이 계속 마을에 머무시면서 생활을 하다 가실 수 있도록 현재 마을 사업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시설들을 복지시설로 쓸 계획이에요. 마을에서 모시다 마을에서 생을 마감하실 수 있도록, 내가 늙고 아프더라도 항상 알던 이웃들이 지나가다 들러서 이야기를 나누고 안부를 물을 수 있는, 그런 마을을 꿈꾸고 있어요. 마을의 발전을 넘어 저의 소망이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마을을 사랑하는 주민들 마음, 하나하나 헤아려야죠”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조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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