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선수에 10억 후원하는 SJR기획 우형철 대표

박태환 선수에 10억 후원하는 SJR기획 우형철 대표

댓글 공유하기
지난 7월 19일, 박태환 선수의 후원사가 결정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마린보이의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한 인물은 인터넷 교육업체 SJR기획의 대표이자 베테랑 수능 수학 강사인 우형철 대표다. 향후 2년간 10억원 후원. 이로써 박 선수는 한동안 훈련비 걱정 없이 물살을 가를 수 있게 됐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담아 후원 결정
박태환 선수에 10억 후원하는 SJR기획 우형철 대표

박태환 선수에 10억 후원하는 SJR기획 우형철 대표

무섭게 퍼붓던 비가 그치고 오랜만에 햇빛이 내리쬐던 어느 날 오후, 노량진에 위치한 우형철 대표(49)의 사무실을 찾았다.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를 매개체로 이루어지는 학습인 이러닝 전문 업체 SJR기획의 대표인 그는 이곳에서 20여 명의 직원들과 인터넷 강의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수포자(수학 포기자)들의 구세주’로 불리는 수능 수리영역 명강사, 올 초부터 여행사를 사업 목록에 추가하긴 했지만 박태환 선수와의 연결고리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혹시 박 선수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걸까? 갑작스러운 후원 소식을 듣고는 전부터 아는 사이인 줄 알았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박태환 선수와 아는 사이 아닙니까?”라며 웃어 보인다. 그가 후원을 결정한 것은 6월 유럽 출장 중의 일이었다.

“유럽 여행 상품과 관련해 알바니아에서 현지 조사를 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해발 2,400m의 산을 넘어 사람이 사는 작은 마을에 겨우 도착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한 아이가 싸이의 노래를 알고 있더라고요.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의 작은 마을에서 이렇게 고국을 만날 수 있다니. 애국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사람이 애국자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출장을 떠나기 직전 SBS-TV ‘힐링캠프’에서 본 박 선수가 생각났죠.”

그야말로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알린 수영 영웅이 후원사가 없어 자비로 훈련을 하고 제대로 된 훈련용 수영장도 없이 이곳저곳 떠돌며 수영을 한다는 말을 듣고 참 가슴이 아팠단다. 그의 올림픽 금메달로 기쁨과 희망을 누렸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도 컸다.

“박 선수는 수영 400m 자유형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최초의 아시아인이에요. 대한민국뿐 아니라 열악한 체격 조건을 극복한 아시아의 자랑이죠. 박 선수를 위해 내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 후원을 결정하게 된 거예요.”

마음을 굳힌 그는 7월 초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연락처를 수소문해 박 선수의 아버지와 연락을 취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4년간 함께해온 SK텔레콤의 후원은 작년 9월 끝난 상황. 이후 새 후원사를 찾지 못한 박 선수는 홀로 훈련을 하고 있었다. 지난 1월 시즌 첫 호주 전지훈련에는 박 선수 자신이 비용을 전액 부담해 직접 전담 팀을 꾸렸었다.

“1년에 훈련비가 얼마나 드는지 허심탄회하게 여쭤봤어요. 7, 8억 정도 든다고 하시더라고요. 일반 사람이 생각하기에는 그냥 수영장 가서 연습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데, 국제경기 규격에 맞는 50m 레인을 구비한 수영장이 서울에 몇 개 없대요. 아침과 오후를 옮겨 다니면서 훈련을 하던 상황이었더라고요. 일단 2년 동안 10억원을 지원하고 그 후에 더 할 수 있으면 하겠다고 했죠.”

그로부터 나흘 후 후원금 전달식이 이루어졌다. 눈앞에 박 선수를 마주한 그가 한 말은 무엇이었을까?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말랐더라고요. 그 몸으로 서양 선수들을 제쳤다니, 다시 한번 놀랐어요. 더 좋은 환경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미안한 마음에 시작하게 된 일이에요. 감사하다는 박 선수의 인사에는 그저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더라고요.”

박태환 선수에 10억 후원하는 SJR기획 우형철 대표

박태환 선수에 10억 후원하는 SJR기획 우형철 대표

진짜 후원자는 ‘열공’하는 학생들
서울대 자원공학과 시절부터 학원 강사로 이름을 날린 그는 1995년 남강학원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강사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비타에듀에 출강하기 시작하면서 수학 강사로서 명성을 얻었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삽자루’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했다. 2007년 설립한 ‘SJR기획’은 그의 별명에서 따온 것이다. 대한민국 학원가에 영향력 있는 인물이지만 그가 박 선수를 후원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한 것이 사실이다. SJR기획은 온라인을 통해 인터넷 강의를 제작하고 공급하는 업체다. 주요 고객은 수능을 준비하는 중·고등학생이고 소비층 또한 국내에 한정돼 있다. 앞으로 박 선수가 SJR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세계대회에 나선다 하더라도 홍보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우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5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따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해요. 그때 운전을 하다가 차를 한쪽에 세우고 경기를 지켜봤거든요. 마지막 순간에는 저도 엄청 흥분이 돼서 차가 들썩들썩할 정도였어요. 무척이나 행복하고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그 다음날 학원에 가서 아이들에게 박 선수도 해냈으니 우리도 자신감을 가지자고 했어요. 제가 가르쳐온 학생들 모두 박 선수를 통해 힘을 얻었고 또 꿈을 키웠어요. 실제로 그 시기 성적이 오른 학생들도 많았고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그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대한민국의 학원 강사로서 정말 고마워요. 저의 후원으로 박태환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면 그것이 또 학생들에게 돌아오게 될 테니 저로서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공부에너지가 박 선수의 운동에너지로 바뀐다’라는 그의 수업 캐치프레이즈는 이러한 풀이를 통해 나온 것이다. 결국 학생들의 수업료로 박 선수를 후원한 것이니 진짜 후원자는 본인이 아니라 학생들이라고. 학생들이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할수록 박태환 선수에게 더 많이 후원하게 되는 셈이라니 명 수학 강사다운 풀이가 아닐 수 없다.

“저는 엄청난 부자도, 대단한 사람도 아니에요. 많은 분들이 제가 수십억대의 자산가일 거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대출 낀 집 한 채와 노후를 위해 들어놓은 보험이 전 재산입니다(웃음). 그저 평범한 수학 강사일 뿐이에요.”

그는 박 선수의 후원금도 자신이 고용돼 있는 이러닝 기업인 이투스 측에 내년 강의 계약금을 당겨 받아 충당한 것이라며, 이렇게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있으니 박 선수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번 후원이 그에게 어떤 의미가 됐을까?

“그동안 가지고 있던 미안한 마음을 많이 덜었어요. 그리고 가족과 직원들이 약간은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아요(웃음). 아마 학생들도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이 학생들에게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작용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저 같은 사람도 박 선수를 후원하는데, 이 기사를 보시고 더 많은 후원자들이 나서주었으면 좋겠어요.”

박 선수는 현재 전국체전과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을 대비해 호주 전지훈련을 떠나 있는 상태다. 후원금 전달식 이후 선수에게 부담이 될까 개인적인 연락은 일부러 취하지 않았다고. 마음 같아서는 호주로 날아가 갈비도 사다 구워주고 김치도 담가주고 싶지만 조용히 멀리서 응원하며 지켜볼 생각이다.

“저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제 본분을 다해야죠. 박 선수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일단 내년 아시안게임을 목표를 하고 있을 테니 원하는 것을 위해 노력해주는 거예요. 그리고 오랫동안 현역으로 활동하며 우리 아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 외에 더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제가 망하지 않고 박 선수가 현역 선수로 계속 있다면 앞으로도 쭉 후원하고 싶어요.”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