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가 이철희 소장의 쉬운 정치, 착한 행복

정치평론가 이철희 소장의 쉬운 정치, 착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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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개인만의 것은 아니다. 한 사회가 불행하다면 그 사회에 속한 개개인은 행복해지기 쉽지 않다. 그래서 행복학자들은 개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가족, 학교, 국가와 같은 사회적 행복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제도와 행정을 통한 사회적 행복의 추구라는 입장에서, 정치는 필수불가결한 틀이다. 하지만 정치는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남의 이야기 같다. 재미도 없다. 어느 날, 이철희 소장의 말을 방송을 통해 듣게 됐다. “정치는 어려우면 안 됩니다. 모든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어야지요.” 당장 그를 만나고 싶었다. 우리에게 정치를 친근하게 만들어줄 그리고 정치와 행복과의 관계를 잘 설명해줄 사람 말이다.

정치평론가 이철희 소장의 쉬운 정치, 착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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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 보다 적극적으로
요즘 ‘썰전’을 비롯해 여러 시사 관련 프로그램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정치평론가 이철희(49)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몹시 바빴는지 방송 메이크업도 지우지 못한 채 인터뷰를 시작했다. 최근과 같은 대중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요즘이 가장 행복할 때가 아닐까 싶다.

“방송이라는 게 아직 딱 부러지게 평가할 정도로 경험을 쌓은 게 아니라서 조심스러운데, 소모적이에요. 굉장히 소모적이라 재충전이 잘 안 돼요. 이따금 하면 소일 삼아 한다고 여기고 본업에 충실하면 될 것 같은데, 조금 많이 소화하다 보니 시간이 남아도 책도 안 보게 되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조절을 잘해야지, 잘못하면 진이 빠져서 안 되겠더라고요.”

필자도 글을 쓰고 방송과 강연을 하지만, 마치 항아리에 받아놓은 물을 퍼다 쓴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을 다 퍼다 써서 바닥이 긁히는 소리를 안 들으려면, 조금 비었다 싶을 때 얼른 물을 길어놔야 한다. 그런데 막상 그럴 여유가 생기면 지쳐 쓰러지게 된다. 오래 그리고 행복하게 일을 해내려면 휴식과 충전이 필요하다. 수동적으로 시간이 나면 쉬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물 긷기를 멈추고 적극적으로 쉼을 주도해야 한다. 내 삶속으로의 적극적인 참여는 행복의 기본 틀이다.

“실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은 일요일 아침, 식구들이 아직 자고 있을 때 혼자 일찍 일어나 커피 믹스 하나 타서 마시면서 책 읽는 거였거든요.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그런 게 없어졌어요.”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 커피 한 잔과 좋아하는 책 읽기. 상상만 해도 행복해 보인다. 이런 작은 여유가 주는 행복이 사라져서 좀 아깝기는 하겠지만 결코 불행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성취가 주는 행복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죠. 지금까지는 방송 일을 통해 성과도 얻고,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어요. 가식 없이 말씀드린다면, 좀 더 착해지려고 애쓰고 있어요. 제가 어떤 주장을 하거나 평론을 했을 때 그것이 끼치는 사회적인 영향력이 좀 있다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인 거 같고. 그런 게 행복한 거겠죠.”

겸손하게 이야기를 이어갔지만, 그는 행복해 보였다. 이른바 공인이니 유명 인사니 하는 타이틀은 대중적 인기 이외에 타인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위치라는 측면에서 더 매력적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인기 정치평론가로서 행복하다면, 이전의 행복은 어떤 것이었을까?

“글쎄, 행복이라는 잣대로 잴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제일 즐겁게 보냈던 시간은 대학교 다닐 때였어요. 그때는, 뭐 아시겠습니다만 데모하고 이러면서 세월을 보냈지만 그래도 제 스스로 뭔가 생각이라는 걸 하기 시작하면서 행복했습니다.”

1학년 1학기 때만 해도 학생운동 하는 사람들은 전부 빨갱이인 줄 알았단다. 그러던 중 친한 친구가 스크럼을 짜고 데모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문이 생겼다. 이른바 이념 도서를 30권 정도 사서 여름방학 내내 독파했다.

“그렇게 읽고 나니, 데모하는 것이 맞겠더라고요. 그래서 제 발로 학생회를 찾아갔지요. 데모를 해야겠다고요. 내가 뭔가를 생각하고 내가 결론을 내야 한다는, ‘나의 판단이 중요하다’라는 걸 그때 처음 느꼈거든요. 그 전에야 대학 가라고 하니 가야 되나 보다 하고 살았잖아요. 스스로의 판단, 그게 좋았어요. 그래서 행복했어요.”

남의 집 부엌방에서 자취를 하면서도 불행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경찰서에 끌려가거나 강제 입영을 할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어느 때보다도 행복했다. 즐거움 이외에 의미가 있어야만이 진정 행복이다. 그러려면 의지가 필요하다. 즐거운 일이 무엇이고 또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실행하려면 말이다. 가끔은 요즘 젊은이들이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부럽기는 해도, 자발적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부러울 것이 없다고 그는 말한다.

“저는 사실 행복이라는 단어는 많이 생각 안 하고 사는 편이었어요. (영국 작가) 도리스 레싱이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되자 기자들이 쫓아가서 인터뷰를 했거든요. 시장바구니를 들고 오던 레싱은 ‘행복이라는 말은 그저 영어에서 온 거다. 영어의 문화다. 행복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라는 소감을 말했는데, 그 얘기에 전 눈이 번쩍 뜨였거든요. 너무들 행복, 행복 찾으니까 약간 삐딱하게 보고 그런 것일 수도 있겠고요. 누구나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걸 행복이라 한다면 그걸 부정할 이유는 없지만, 마치 행복이라는 게 큰 도전이나 모든 가치를 압도하는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여기고 추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뜻으로 저는 이해했어요.”

보여주기용 행복은 비판받아야 마땅
의미 있는 삶이 중요한 그에게 단순한 즐거움이나 성취로 이뤄진 행복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도 행복해야 한다거나 행복한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은 없다고 했다. 술을 즐기시던 아버지와 생활력이 강한 어머니 사이에서 늦둥이 막내로 태어난 그는 화목한 삶이라는 걸 체감한 적이 별로 없어서인지 행복을 추구하기보다는 성취에 더 욕심을 냈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성취도 행복의 조건 중에 하나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모두가 바라는 대로 성취할 수는 없다.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뉠 수밖에 없다. 양극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양극화가 사회 전체를 불행으로 이끌 소지가 다분하다는 데 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부(富)의 재분배, 복지, 공유 등의 이름으로 보편적인 일반 국민 전체의 행복지수를 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복지국가든 행복국가든, 이런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그렇다면 정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한 사람이 많이 가지는 것보다 적지만 여러 사람이 나눠 갖는 것이 더 행복합니다. 저는 사회적으로는 그게 맞는다고 봐요. 그러나 개인적으로 들어가보면, 개인마다 조금씩 더 가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야 더 행복하다고 보거든요. 그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고…. 그러나 한 사회가 정책적인 고민을 한다고 하면, 저는 한 사람이 많이 가지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조금씩 나눠가지는 게 더 행복할 겁니다.”

정치평론가 이철희 소장의 쉬운 정치, 착한 행복

정치평론가 이철희 소장의 쉬운 정치, 착한 행복

겸손함 때문인지 아니면 정치평론가라는 직업 때문인지, 그는 가능하면 치우치지 않은 답을 주기 위해 신중을 기하는 듯했다. 그는 부라는 것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더 이상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그걸 나누어 국민의 전체의 행복 총량을 늘리는 것이 옳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기 위한 방법이 바로 복지라고. 그리고 덧붙였다. 반드시 개개인의 노력에 의해 차별화가 가능하도록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그런 사회가 역동적인 사회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하다 보면, 일단 저부터도 기득권이잖아요. 이른바 명문대를 나왔고 어지간하면 굶어죽을 일은 없거든요. 최소한 생존권을 고민해야 할 상황까지 내몰리지는 않으니까 저조차도 가진 사람이에요. 사회적 자원이라든가 그런 점에서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먹고사는 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이 부분을 풀려면 어느 정도는 과격한, 인위적으로 (복지정책을) 해야 된다는 게 제 생각이고요. 조금 무리가 있더라도 그렇게 가야 된다고 봅니다.”

그가 말하는 복지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과 태도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과연 그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복지와 행복을 이야기할지 궁금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저는 진정성은 있다고 봐요. 선의로 정치를 하죠. 그 선의라는 게 옛날부터 말해오던 조국과 민족을 위한 어쩌고 저쩌고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 자신이 뭔가 기여를 하고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선의지는 충분히 갖고 있다고 보는 거죠. 그런데 구체적인 부분에서 선의를 어떻게 관철시킬 거냐의 문제는 있지요. 그런 고민은 많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는 오늘날 정치에서 말하는 행복은 레토릭(정치적 수사)의 과잉일 뿐이라고 표현했다. 「행복의 정치학」이라는 책 제목도 있듯이 충분히 이론화할 수도 있는데 정치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다시 말하면 유권자에게 잘 보이려는 목적에서만 사용했지 실제로 국민의 행복을 위해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으며 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결국 그가 생각하는 행복을 위한 정치는 현실적인 시선으로 판단하고, 좀 더 깊은 고민과 사고 후에 아주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와 우리 국민과의 관계는 어떠한 것일까. 어떻게 해야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한 선한 정치를 얻을 수 있을까.

“저는 우리 국민, 유권자들이 정치의 효능을 깨달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정치의 발견’이라고 봅니다. 예전과는 많이 바뀌었잖아요. 자기들끼리 모여서 나눠 먹고 멱살 잡고 싸우는 게 지금까지 보여준 정치였다면, 그건 나와는 무관한 거였단 말이에요. 그런데 과연 그게 무관한 것일까요? 우리 정치가 저런 모양으로 있기 때문에 내 삶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도 있거든요. 정치가 내 삶에 들어와야 되는데, 안 들어오게끔 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를 이롭게 하는 거라는 의식이 생겨나고 있는 거 같아요.”

지난 대선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박빙을 이뤘던 것이 정치를 발견해가고 있는 증거라고 했다. 이렇게 정치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높아지지는 반면, 정당이나 정치인이 국민 개개인의 삶의 대안이 돼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걱정이라고 했다.

“저는 촛불이 자꾸 지펴지는 게 단순히 정부에 대한 불만, 집권 세력에 대한 불만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고 봅니다. 삶이 불안하고 힘들잖아요? 이것에 대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내가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 이렇게라도 해야 내가 편할 거 같다’라고 해서 이뤄진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일반 유권자들이나 시민의 자발성에 기대해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닌 거 같고요. 그 사람들이 정말 실력을 갖춰서 유능한 세력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정치적 바람대로라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고민하는 세력이 승리하기를 빌지만, 정치권의 분발 없이는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삶의 문제를 다루는 데는 초보라고 평했다. 그러다 보니 정치평론가로서의 삶이 곤란할 때도 있다.

“정치평론이라는 걸 하면서 어떨 때는 여당보다 야당을 더 많이 비판하고, 속된 말로 조지거든요. 그러면 어느 순간 진영 논리가 들어와요. ‘너는 도대체 뭐냐?’라는 사람도 있어요. 아주 틀린 말은 아니거든요, 사실은(웃음). 그렇게 되면 이게 난감해지거든요. 또 그렇다고 해서 제가 진영 논리를 대변하는 사람으로 방송에 나가서 싸우는 거? 그건 또 싫거든요. 어떻게 보면 저도 진퇴양난이고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현장에서 답을 못 찾거나 혹은 현장에서 답을 찾을 기회를 안 주니까, 방송에서 정치평론이라는 걸로 살아가고 있는 거죠.”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
행복을 위한 정치의 첫걸음은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스마트한 정치인과 정당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어느 인터뷰 때보다 분위기가 격앙됐다. 워낙 정치라는 것이 남과 겨루어야 할 일이 많으니 뜨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토론을 업으로 하는 그의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거 같았다.

“생각의 ‘차이’는 ‘틀림’이 아니잖아요. 그냥 다른 거예요. 내가 저 사람을 틀렸다고 생각하고 저 사람도 나를 틀렸다고 생각할 거면 토론이 안 되잖아요. 나부터라도 ‘이건 차이다’라고 많이 주입해요. 생각의 영역에서는 그래야 해요. 생각, 주장, 입장 이런 건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상대를 존중해야 그도 나를 존중할 거고요. 어렵지 않아요.”

정치평론가 이철희 소장의 쉬운 정치, 착한 행복

정치평론가 이철희 소장의 쉬운 정치, 착한 행복

서로 존중하지 않는 상대에게는 때로 공격적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상대를 인정하는 입장에서 토론에 임하기 때문에 그는 쉽게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했다. 얘기를 듣다 보니 갑자기 그가 ‘집 안에서의 토론’에는 어떻게 임할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집사람은 내가 (방송에서) 토론하는 걸 보면 가증스럽다고 그러죠(웃음). 집에서는 화도 내고 그래요. 그냥 한두 마디 던지면 금방 알아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화가 나지요. 근데 제 책임이에요. 제가 그동안 설명한 게 축적돼 있으면, 한두 마디만 해도 알아들을 텐데 그런 과정이 없었거든요.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는 해요. 아까 말했듯 착해지려고 애를 쓰다 보니 그렇게 되네요(웃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우리 가정에서도 권력과 의사 결정의 조율 등 정치적 이슈가 존재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가정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을까?

“의사 결정을 할 때 가족 구성원끼리 공동으로 충분히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민주화가 아닐까 싶고요. 육아나 가사를 분담할 때 그럴 수 있겠죠. 그런데 저는 그걸 못했어요. 배운 게 없어서 그렇다는 건 솔직히 핑계고, 할 말이 없네요(웃음).”

정치와 관련해서 날카로운 지적과 분석 그리고 현명한 대책을 논할 때와 달리 집안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는 여러 번 미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 솔직한 모습에서 오히려 믿음직스런 면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의 약점을 제대로 보고 인정할 수 있는 공인이 몇이나 될까. 끝으로 주부들이 정치와 가까워질 수 있는 노하우를 물었다.

“뉴스나 신문 보는 것을 들 수 있겠죠. 매일매일 꼬박꼬박 숙제하듯이 정치 정보를 접하라고 하면 힘들어서 못해요. 그러나 신문이나 TV를 본다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가급적 뉴스를 들여다보려고 하는 것, 저는 이걸 기본이라고 생각하고요. 뉴스를 보되, 어느 시점부터는 판단을 해야 해요. ‘내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누가 옳은지 모르겠다’라고 말하지 말고 애매한 중립, 애매한 무결정이 아닌 스스로 판단을 했으면 좋겠어요. ‘아, 내가 알고 있는 이 정보에 의하면, 혹은 내 느낌상으로는 이 사람이 옳은 주장을 하네’ 하고 자기 판단을 자꾸 습관화해야 해요. 그런 것들이 쌓여가다 보면 정치가 갖는 힘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고 나면 주변 사람들과 결사체 혹은 사회적 네트워킹을 만들라고 했다. SNS뿐만 아니라 실제로 친한 사람들과 만나 여러 가지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주 작은 모임이라도 이렇게 소통하는 창구를 열어놓으면 정치의 효능이라는 것들이 손에 잡힐 것이라고 말이다. 정치를 하기보다는 바깥에서 정치에 대해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평론가의 길을 걷겠다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정치에 대한 소신을 물었다.

“저는 정치의 질이 그 사회의 질,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봅니다. 독재에 의해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경제발전이 어느 정도까지 가면 기본적인 먹고사는 문제는 웬만큼 해결될지 모르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려면 결국 정치가 중요하게 작용하거든요. 정치를 보통 사람의 것으로 찾아오지 않는 이상, 저들만의 정치로 남겨둔 이상, 삶의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거예요. 때문에 ‘좋아서’가 아니라 ‘겁이 났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지금이 대한민국이 정치를 필요로 할 때라고 봅니다. 그래야 새로운 정치가 생겨나고 또 새로운 정치에 의해서 삶이 개선될 것이라고 믿거든요.”

열정적인 인터뷰이 이철희 소장과 헤어지고 오랜만에 인근 홍대 앞을 돌아보았다. 바쁜 인파 사이로 한껏 멋을 부렸지만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치장을 한 청년이 눈에 띄었다. 길 건너편에서는 그 청년만큼이나 알 듯 모를 듯한 패션의 아가씨가 걸어오고 있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하는 두 사람이 함께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 명씩 볼 때는 낯설었지만, 함께하니 보기 좋은 하모니가 있었다. 문득 행복과 정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실은 하모니를 이루고 있는, 아니 하모니를 이루어야만 하는….

“한 사람이 많이 가지는 것보다 적지만 여러 사람이 나눠 갖는 것이 더 행복합니다. 저는 사회적으로는 그게 맞는다고 봐요. 그러나 개인적으로 들어가보면, 개인마다 조금씩 더 가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야 더 행복하다고 보거든요. 그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할 수는 없는 것 같고…. 그러나 한 사회가 정책적인 고민을 한다고 하면, 저는 한 사람이 많이 가지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조금씩 나눠가지는 게 더 행복할 겁니다”

이철희 소장은…
지난 대선 정국에서 가장 많은 방송 출연 횟수를 기록한 바 있는 정치평론가. 요즘은 촌철살인의 코멘트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는 방송인으로 잘 알려졌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학·석사를 마치고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여의도에 입문, 대통령비서실 정책행정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선거특별본부 간사, 국회의원 보좌관, 국회 원내대표 비서실 부실장 등을 두루 거쳤다. 현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으로 강단에도 서고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팟캐스트까지 정치에 대한 담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의 첫 해외여행은 지난 2008년 국회에서 나온 후 그 퇴직금으로 가족과 함께 떠난 유럽이었다.

행복 디렉터 김진세가 전하는 9월의 제안
우리도 정치 좀 해봅시다

정치라고 하면 왠지 좀 부담스럽지요.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정책과 행정이 잘 이루어져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정치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지요. 싫으나 좋으나 행복해지고 싶다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요!

우선 뉴스를 알아야 합니다. 신문을 구독한다면 보수 성향 신문 한 부와 진보 성향 신문 한 부를 선택합시다. 3만원 정도면 한 달간 두 종류의 신문을 볼 수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 벌써 1년째 그렇게 해보았는데요. 제목만 읽는 것 같은데도 식구들의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바뀌더라고요. 우선 같은 사안이라도 두 신문의 논조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중에 어떤 것이 진실인지, 또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무엇인지 따지기 시작하더군요. 정치가 시작된 것이지요. 신문 구독이 여의치 않으면 인터넷 구독도 나쁘지 않아요.
이슈가 되는 일이 있다면 식구들과 토론해보는 것이 정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의견이 다르다고 절대 틀린 것이 아닙니다. 단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뿐이지요.

이 원칙을 어기고 상대방은 무조건 틀렸고 자신만 옳다고 우기면 싸움이 됩니다. 정치 공부 좀 해려고 하는데 집안에 분란이 일면 안 되겠지요.

그 다음으로 주변에서 흔한 정치적 모임을 찾아봅시다. 너무 거창하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주변에는 정치 모임이 의외로 많아요. 반상회, 부녀회나 학부모회의도 아주 훌륭한 정치적 모임입니다. 그냥 참석해서 자리만 빛내다(?) 오지 마시고요. 나를 위해, 우리 가족을 위해, 우리 동네와 지역사회를 위해 정말 무엇이 옳고 그른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해보세요.

이렇게 작은 곳에서 정치를 시작하다 보면 우리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늘 남의 잔치 같았던 선거도 흥미로워집니다. 우리 모두가 정치에 관심을 갖는다면, 대한민국은 틀림없이 행복한 나라가 될 겁니다.

정치평론가 이철희 소장의 쉬운 정치, 착한 행복

정치평론가 이철희 소장의 쉬운 정치, 착한 행복

김진세 박사는…
여자보다 여자 마음을 더 잘 아는 여성심리전문가로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 고려제일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상의 스트레스에 지친 이들을 위한 상담을 하는 한편, ‘행복연구소 해피언스’를 통해 행복 찾기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행복 멘토’라 불리고 있다. 요즘은 MBC-FM ‘여성시대-양희은, 강석우 입니다’의 월요일 코너 ‘마음학교’에 고정출연하며 청취자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있다. 2008년 1월호부터 3년간 ‘김진세의 인터뷰_긍정의 힘’을 통해 서른여섯 명의 긍정 아이콘을 만나 그들이 가진 긍정의 힘을 독자들과 공유해왔다. 저서로는 「마흔의 심리학」(공저), 역서 「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 「심리학 초콜릿」, 「스타트 신드롬」, 「애티튜드」가 있다. 트위터 @happy_mentor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김진세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장소 협찬 /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02-3141-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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