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인 다니엘 튜더가 바라본 한국의 리더

우리시대 리더를 말한다

영국 언론인 다니엘 튜더가 바라본 한국의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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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니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러나 애정 어린 시선으로 한국 사회의 리더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언론인 다니엘 튜더(31). 옥스퍼드 대학교 재학 시절,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보러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열정적이고 활기 넘치는 한국, 속정 깊은 한국인들에게 빠져든 것이 계기가 돼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누구보다 면밀하게 한국을 관찰한 그에게 ‘좋은 리더의 예’를 물었다.

[우리시대 리더를 말한다]영국 언론인 다니엘 튜더가 바라본 한국의 리더

[우리시대 리더를 말한다]영국 언론인 다니엘 튜더가 바라본 한국의 리더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져야
리더. 사전적인 의미로 ‘어떤 조직이나 단체 등에서 목표의 달성이나 방향에 따라 이끌어가는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 구성원을 책임지고, 집단과 외부의 조정 기능 역할을 한다. 학자 L.아위크는 리더십에 필요한 요건으로 용기, 의지력, 마음의 유연성, 지식, 고결한 성품을 들었다. 더불어 공정과 성실함을 잃지않음으로써 부하에게 신뢰를 받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북핵’, ‘한강의 기적’, ‘6·25전쟁’으로 대변되던 한국을 생생한 체험 시각으로 정리한 책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의 저자 다니엘 튜더. 그가 바라본 ‘한국의 리더’는 어떤 모습일까.

“개인적으로 이제 한국의 리더들은 과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한국 리더들은 아직도 ‘박정희주의’에 빠져 있는 듯합니다. 이들은 ‘발전 또 발전’을 부르짖으며 수치와 양적인 것들에 집중하죠. 물론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에는 이런 방법들이 효과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묻고 싶습니다. 현 시점에서도 이와 같은 방법이 통할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또 다른 리더들은 아직까지도 1980년대식 운동권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진영의 정치인들이 서로를 향해 사과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하는 모습이 참으로 바보 같지 않나요? 그럴 시간에 보다 생산적으로 나라를 꾸려갈 방법을 고민하는 게 더 나을 텐데 말이죠.”

비단 정치인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여전히 많은 리더, 고위층 사람들이 조직이나 사회에 이로운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기보다는 자신의 프라이드와 공식적인 체면을 중시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궁금한 건 이들이 과연 얼마나 자주 한국 사회의 미래와 관련해 유용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가, 입니다. 기꺼이 자기 자신을 낮추고, 스스로에게도 겸손한 리더들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젊고 개척정신으로 무장한, 보다 조직화돼 있는, 그러나 기본기에 충실한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과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타입의 유연한 리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놓고 봤을 때 ‘좋은 리더’의 정답은 없다. 다만 ‘바람직한 리더십’의 모범답안이 있을 뿐이다. 다니엘 튜더는 “함께 일하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진정한 리더의 역할이다”라고 역설했다. 독선적이거나 이기적인 모습은 지양해야 할 덕목이다.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매니지먼트(세부 사항까지 통제하기)’를 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 이후에는 각자가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게 내버려두어야 합니다. 뒷전에 물러서 가만히 있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스스로의 몫 또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다른 사람들이 본받을 만한 귀감이 돼야 합니다. 또 수많은 기업의 대표들이 좋은 성과는 자신의 업적으로 삼으면서 나쁜 결과가 나오면 남의 탓으로 돌리는데요. 존경받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그와 반대로 행동해야 합니다.”

끝으로 그에게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물었다. 그의 답변이 우리 사회의 리더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저는 제가 오피니언 리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독립적이고자 노력하는 스타일입니다. 다른 오피니언 리더를 따르려 하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더 기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 속에서도 최종적인 판단은 자신의 몫이어야 합니다.”

다니엘 튜더가 만난 리더들
[우리시대 리더를 말한다]영국 언론인 다니엘 튜더가 바라본 한국의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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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대표팀을 맡았을 때뿐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와 다른 나라 팀을 맡았을 때도 히딩크 감독은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의욕을 고취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는 선수들에게서 최강의 능력을 이끌어낼 줄 아는 사람이었죠.”

[우리시대 리더를 말한다]영국 언론인 다니엘 튜더가 바라본 한국의 리더

[우리시대 리더를 말한다]영국 언론인 다니엘 튜더가 바라본 한국의 리더

박원순 서울시장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의욕까지 같이 고취시키는 워커홀릭입니다. 그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러한 면모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영달의 욕구나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점 덕분에 그의 주변 사람들이 더욱 정직한 태도와 투철한 사명감을 지니고 임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정치인에게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입니다. 그는 공동체와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상향식으로 협업하는 방식을 취하는 리더입니다.”

[우리시대 리더를 말한다]영국 언론인 다니엘 튜더가 바라본 한국의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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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 이소연은 ‘사려 깊은 리더형’으로 정의 내리고 싶습니다. 그녀는 사회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역할,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해 여러모로 빛나는 혜안을 지니고 있습니다. 언젠가 그녀가 정치에 입문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바가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시대 리더를 말한다]영국 언론인 다니엘 튜더가 바라본 한국의 리더

[우리시대 리더를 말한다]영국 언론인 다니엘 튜더가 바라본 한국의 리더

“현존 인물 중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넬슨 만델라입니다. 제게 그는 리더의 표상이자 위대한 인간 그 자체입니다. 개인적인 사명감으로 모든 일을 해냈으며 그에 따르는 희생 또한 기꺼이 감내했습니다. 존엄이 위협받는 부당한 처사까지 감당했으며 대통령이 돼서는 철저한 진실 규명 정신에 입각해 과거사를 정리했습니다. 대다수 국가에서는 그처럼 역사를 정직하게 돌아보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만델라는 수많은 고난을 거쳐 대통령직에 올랐을 때도 자신을 억압한 이들에게 앙심을 품어 이를 되갚아주려 한다거나 하는 일 없이 그야말로 진심 어린 태도로 국정을 수행했습니다.”

“이제 한국의 리더들은 과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젊고 개척정신으로 무장한, 그러나 기본기에 충실한 리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사진 제공 / 김병관, SBS ■참고 서적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다니엘 튜더 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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