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노점 장사로 마련한 집, 이웃 위해 쾌척한 이복희 할머니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

30년 노점 장사로 마련한 집, 이웃 위해 쾌척한 이복희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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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며칠 앞둔 경기도 안양 중앙시장. 이른 아침부터 손님과 상인들의 바쁜 발걸음이 오가는 이곳에는 이복희(69) 할머니의 ‘마르지 않는 옹달샘’이 있다. 바로 시장 한가운데 자리 잡은 할머니의 노점이다.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장사를 해온 이복희 할머니는 얼마 전 4억5천만원 상당의 자신의 집을 안양시 인재육성장학재단에 기부했다.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30년 노점 장사로 마련한 집, 이웃 위해 쾌척한 이복희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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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시장에서 도라지와 더덕 등 나물을 팔아 번 할머니의 전 재산이다. 재단은 할머니의 집에서 나오는 월세로 한 부모나 조손가정 청소년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매년 약 2천만원의 ‘이복희 장학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적지 않은 돈을, 그것도 오랜 세월 고생해 번 돈을 선뜻 내놓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할머니가 기부하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계기는 돌아가신 친정어머니 때문이었다.

“4년 반 정도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항상 남을 도우며 살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당신도 생전에 참 정이 많은 분이셨고요.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안양시청을 찾아갔죠. 애초에 오갈 곳 없는 홀몸 노인들을 위해 집을 내놓을 생각이었는데 뜻 깊은 곳에 쓰이게 돼 감사할 따름이에요.”

젊은 시절 남편과 헤어진 뒤 식당과 분식집, 리어카 행상, 노점 등의 장사를 해온 할머니는 하루하루 살아내기 힘든 세월을 겪어봤기에 누구보다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안다. “남을 도울 수 있어 도리어 내가 감사하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한때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저세상에 가려고 했던 적도 있어요. 그때 제가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남을 도울 수도 없었을 거예요. 저는 지금 이 땅을 밟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할머니는 “주는 것이 곧 받는 것이다”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옷 한 벌, 신발 한 켤레 제대로 사본 적이 없을 정도로 억척스럽게 돈을 모은 할머니는 1984년 안양 대림대학교 옆 후미진 곳에 집을 샀다. 꼬불꼬불한 골목이 이어지는 집이었다. 그때 집 뒤에 아파트를 짓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아침이면 할머니 집 앞을 지나갔단다. 할머니는 매일 아침 그 소리를 듣고 일어나서 부지런히 일을 나갈 수 있었고, 그것이 고마워 인부들에게 커피도 주고 화장실을 쓰라고 아예 집 열쇠를 복사해줬다. 근 3년 동안 인부들은 할머니 집에서 목을 축이곤 했다.

“신기하게 그 즈음부터 장사도 잘되고 형편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어요. 세상에 버려지는 건 없구나, 나눈 만큼 돌아오는구나 싶었죠.”

할머니의 나눔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노점에서 모은 돈으로 틈틈이 쌀을 사 주민센터에 기증하고 결손가정의 남매를 집으로 데리고 와 돌보기도 했다. 남에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해왔던 선행이 이번 일로 함께 알려지게 됐다. 하물려 방세도 못 낼 정도로 힘들게 살았던 자신도 지금 이렇게 베풀고 있는데 어느 누구라도 다른 사람과 나누며 살 수 있단다.

“옹달샘의 물도 퍼내지 않으면 썩어요. 자꾸 퍼서 쓰면 다시 새 물이 솟아나요. 저에겐 이 노점이 옹달샘이에요. 살아 있는 동안 부지런히 퍼서 나누려고요. 이 나이에 이 정도로 건강하게 장사할 수 있으니 저는 더 욕심 부릴 게 없어요.”

◆‘미소 한 스푼’에서는 숨 가쁜 일상 속 비타민이 돼줄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모두가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세상, 잠시 주변을 돌아보며 쉬어가는 건 어떨까요. 지친 하루에 기분 좋은 미소를 부르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입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김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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