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쌍둥이]가위로 진검승부, 배욱진·승진 형제](http://img.khan.co.kr/lady/201311/20131108181644_1_20131106_lady_393.jpg)
[행복한 쌍둥이]가위로 진검승부, 배욱진·승진 형제
“저는 미용 관련 대학교에 일찌감치 입학했고요. 형은 순수미술을 전공하려고 했어요. 한 번의 실패로 재수를 하다가 결국 제가 다니는 대학교에 후배로 들어왔죠. 결국 저희는 초·중·고·대 모두 같은 학교를 나온 거예요.” (배승진)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항상 같은 옷을 입고 다녔다. ‘귀엽다’는 부모님의 강압에 의해서다. 별 불만은 없었다. 취향도 비슷해서 서로의 옷을 바꿔 입을 수 있어 좋다. 두 사람은 쌍둥이 형제의 더없이 좋은 예였다.
“저희는 성적도 고만고만했어요. 반 배정을 받을 때 성적순으로 나누잖아요. 그런데 두 번이나 같은 반이 된 거예요. 참 신기하죠? 사실 더 많았는데, 고등학교 때는 선생님들이 관리하기 어려워 일부러 떼어놓은 적도 있었어요.” (배욱진)
형제는 취향, 재능, 성격 등 모든 면에서 비슷비슷했지만 이상하게도 선호하는 여성 스타일만큼은 달랐다고 한다. 천만다행이다.
“저는 통통하고 귀여운 스타일을 좋아하는 반면에, 동생은 긴 머리의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좋아해요. 정반대의 이상형을 갖고 있는 셈이죠. 아마 같은 여성을 두고 싸울 일은 없을 거예요(웃음).” (배욱진)
쌍둥이 형제는 서로가 서로의 머리를 손질해준다. 그러면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주고 모니터해준다. 쌍둥이이기 때문인지 가감 없이 이야기해주고 또 받아들인다.
“저희가 같은 일을 한다는 점은 정말 축복 같아요. 힘들 때는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고 또 발전할 수 있도록 응원하죠. 서로가 서로를 만들어주는 느낌이에요.” (배욱진)
형 배욱진씨는 커트와 컬러링에 관심이 많고 동생 배승진씨는 업 스타일링에 강하다. 그들은 개개인이 지닌 고유한 얼굴 특징을 캐치하고 그에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일란성쌍둥이기 때문이다.
“저희는 거의 흡사하게 생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끊임없이 자신과 다른 부분을 찾으며 자랐거든요. 모든 쌍둥이들이 그럴 거예요. 그래서 타인의 얼굴 특징이나 디테일한 면을 잘 잡아낸다고 볼 수 있어요. 물론 디자이너로서 큰 장점이지요.” (배욱진)
“저희 헤어숍에 국악을 하는 세쌍둥이 자매 그룹, IS(아이에스)가 저희 헤어숍 단골이거든요. 근데 저희는 누가 첫째고, 둘째고, 막내인지 단박에 알아요. 다들 신기해하더라고요. 쌍둥이는 쌍둥이를 알아본다고 하잖아요.” (배승진)
단점도 같은 외모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둘 중 누구에게 손질을 받았는지 기억해내지 못하는 고객들이 왕왕 있다고 한다.
“한번은 손님이 잠시 유학을 다녀오신 거예요. 그런데 전에 저희 둘 중 누구에게 시술을 받았는지 헷갈려하시고 저희도 기억을 못했던 거죠. 결국 삼자대면해서 당시 나눴던 이야기들을 토대로 추정해 담당자를 알아낸 적이 있었어요.” (배욱진)
형제는 업계 최고의 헤어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기회와 가르침을 준 지금의 헤어숍을 그들의 힘으로 더욱 키워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꿈이 있다. 결혼해서 자신들과 같은 쌍둥이 자녀를 낳는 것이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는 평생 친구를 만들어 주듯이 말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민영주 ■헤어&메이크업 / 파크뷰 칼라빈(02-515-5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