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온 교사의 길, 박계화·온화 자매

행복한 쌍둥이

함께 걸어온 교사의 길, 박계화·온화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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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날 밤, 동생 박온화씨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언니 박계화씨와 촬영 의상을 상의하던 중 단정한 느낌의 정장 바지와 여성스러운 정장 치마 둘을 놓고 끝내 결정을 내리지 못해 수화기를 든 것. 소녀 같은 두 사람의 닮은 듯 다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배시시 웃음이 났다.

[행복한 쌍둥이]함께 걸어온 교사의 길, 박계화·온화 자매

[행복한 쌍둥이]함께 걸어온 교사의 길, 박계화·온화 자매

박계화·온화(62) 자매는 15분 차이로 태어난 일란성쌍둥이다. 7남매 중에서도 유난히 서로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두 사람은 언제나 함께했는데, 초·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니며 선의의 경쟁자이자 베스트 프렌드로 서로를 믿고 의지했다. 그러니 같은 꿈을 꾸게 된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이니까 웃으면서 말하지, 사실 학교 다닐 땐 성적 1점 차이로도 예민했어요. 지나고 보니 크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는데 누가 더 잘했다고 하면 괜히 창피해하고요(웃음). 결국 저희 두 사람, 대학 졸업 평점까지 똑같았다니까요. 신기하죠?” (박계화)

“공부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큰 범주로 보면 실력이 고만고만하게 비슷했어요. 성격도 명랑하고 쾌활하며 리더십이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고요. 그렇지만 그 속으로 파고들면 약간의 차이가 있어요. 저는 도전하는 걸 좋아하고 모험을 즐긴다면 언니는 정확하고 안전한 걸 추구하는 편이거든요.” (박온화)

1972년 서울교대에 입학한 두 사람은 초등학교 교사로 교단에 섰다. 41년 5개월간 교직생활을 하며 나란히 교감, 교장으로 승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저희 두 사람 모두 각 학교의 교장으로 일했잖아요. 서로의 알짜배기 정보들을 공유하고, 어디 가서 하소연 못하는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라고 물으면 조언도 받을 수 있어 참 좋았어요. 한 기관에 기관장이 2명인 셈이었죠(웃음).” (박계화)

지난 8월에는 정년퇴직을 기념하며 콘서트를 열었다. 어떻게 하면 교직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두 사람의 또 다른 공통분모인 ‘음악’을 떠올린 것. 두 사람의 이름 끝 글자인 ‘화’(花)를 뜻하는 ‘트윈 플라워스’로 그럴싸한 이름도 지었지만 문제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터졌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그렇게 싸우게 되는 거예요(웃음). 그전까지 우린 똑같은 줄 알았거든요? 아니더라고요.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달라졌나 싶어 마음이 싱숭생숭했어요. 그렇지만 서로의 개성을 인정하기 시작하니까 합일점이 생기더라고요.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25년 같이 살고 38년 따로 살았으니까요. 부부는 닮는다고 하잖아요. 저는 제 남편 따라, 동생은 동생 남편 따라 달라졌나 봐요. 더군다나 저는 딸만 둘, 얘는 아들만 둘을 키웠으니 말 다 했죠.” (박계화)

한날한시 명동성당에서 합동 결혼식을 올리자는 약속을 깬 건 언니였다.
“성당 성가대 활동을 하는데 한 할머니가 저희 두 사람을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선 자리를 주선하시겠다고요. 그래서 언니가 그 할머니를 따로 뵀죠. 바로 다음날이었지, 아마? 선을 보고 와서는 아주 좋아 죽는 거예요. 형부가 마음에 든다고. 얼마 지난 뒤에 제가 형부 테스트를 해보겠다고 몰래 데이트를 따라 나섰는데, 아 얼마나 땅을 치고 후회를 했는지(웃음).” (박온화)

굴곡 많았던 지난 세월에 주저앉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던 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함께 나누며 살아온 나와 꼭 닮은 언니가, 동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도 욕심이 많은데, 언니는 저보다 더 많아요. 참 대단한 여자예요. 어려운 환경 때문에 제가 포기하는 것들도 언니는 기어이, 지혜롭게 해내고야 말죠. 그래서 대리만족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러다 보니 언니가 더 잘하도록 하기 위해서 뒷받침도 하게 되고요.” (박온화)

“보통 사람들은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이제 쉬면서 편하게 살자고 하잖아요. 그런데 제 동생은 아직도 난 젊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많다, 내가 갖고 있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베풀어야 한다며 굉장히 부지런히 봉사활동을 해요. 그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저도 많이 반성하고 배우죠.” (박계화)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더욱 활짝 피어나길 바라는, 서로를 향한 두 사람의 작은 소망이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원상희 ■헤어&메이크업 / 파크뷰 칼라빈(02-515-5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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