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쌍둥이]공부만은 질 수 없었다! 박권희·석희 형제
때는 바야흐로 지난 2008년. 전교 1, 2등을 다투며 상위권을 지켜온 박권희·석희(24) 형제는 그토록 바라던 서울대학교 입학에 실패했다. 중학교 때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홀로 생계를 꾸려온 어머니의 벌이만으로는 만만치 않은 사립대학교의 등록금을 감당하기 부담스러웠고, 결국 두 사람은 ‘재도전’의 길을 선택했다.
“동생이 굉장히 꼼꼼한 성격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내신에 강했어요. 그래서 동생이 피곤하다고 잠깐 눈을 붙인다고 하면 ‘어, 얼른 자’라고 하고는 불을 꺼줬죠. 그러고는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저는 스탠드를 켜놓고 더 열심히 공부했고요(웃음).” (박권희)
“사실 공부는 내가 더 잘했지, 지금도 그렇고(웃음). 이겨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워낙 성적이 비슷하다 보니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저희를 놓고 비교했어요.” (박석희)
하루 단위, 주 단위, 월 단위 계획을 세워 오전 9시부터 밤 12시까지 공부했다. 곁을 지키는 든든한 경쟁자는 힘든 시간을 흔들림 없이, 모질게 버텨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듬해, 마침내 두 사람은 각각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수시모집 특기자 전형)와 경영대(정시모집 일반 전형)에 합격했다.
같은 학교를 다니다 보니 의외로 좋은 점이 많다. 형의 친구들과 동생의 친구들이 합해지다 보니 또래보다 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여전히 두 사람을 구분하지 못해 생기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그조차도 즐거운 추억으로 익숙해졌다.
“둘이 비슷한 성격이긴 한데 형이 저보다 좀 더 외향적이거든요. 과 대표도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더라고요. 학과 특성상 다양한 학과의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내고요. 그래서 가끔씩 도서관에 앉아 있다 보면 형의 이름을 부르며 저에게 말을 걸어오기도 해요.” (박석희)
“쌍둥이라 좋은 점은 가끔씩 출석 체크를 대신 해줄 수 있다는 것(웃음)? 그렇지만 요즘엔 교수님들께서 다 알아보셔서 그것도 힘들어요. 그저 웃으시던 교수님께서 괘씸죄를 적용해 학점을 짜게 주시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숙제를 대신 한다든가, 시험을 대신 봐준다든가 하는 행동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내가 더 잘한다, 하는 저희만의 자존심이 있어서 서로의 실력을 못 믿어요(웃음). 공부에서만큼은 냉정하죠.” (박권희)
또래의 여느 형제들처럼 소소한 다툼을 한 적은 있지만 서로에게 상처를 줄 만큼 크게 싸워본 적도 없다. 활발한 성격의 감성주의자 형과 꼼꼼한 성격의 이성주의자 동생. 한 살 한 살 나이를 더해갈수록 삶의 방향은 조금씩 다른 곳을 향할 것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함께’일 때 더욱 완벽하게 빛이 난다는 것을. 투박한 표현일지라도, 서로를 든든하게 믿고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동생이 현재 CPA를 준비하느라 휴학 중이거든요. 그동안 워낙 잘해왔기 때문에 저는 동생을 믿어요. 내년에 같이 졸업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동생은 자기 영역도 확실하고, 속마음을 표현하기보다는 안에다 꾹꾹 담아두는 편이에요. 그래서 말수도 적다 보니 얼굴에 여드름도 많이 났죠(웃음). 그걸 좀 고쳤으면 좋겠어요.” (박권희)
“형은, 한 번 말을 시작하면 끊을 줄 모르고 길어지다가 필요 없는 말까지 한다는 게 단점이에요(웃음).” (박석희)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김영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