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발품을 팔고 준비 기간을 거쳐 2011년 12월에 ‘바라봄 사진관’을 열었다. ‘바라봄(Baravom)의 ‘봄’은 ‘Viewfinder of Mind’, ‘마음을 보는 카메라 창’이라는 뜻이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이지만 처음부터 운영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장애인과 사진관 사이의 거리가 멀었던 것. 그러던 중 인터넷 모금을 통해 3백만원이 모아졌고 장애인 단체의 신청을 받아 30가족을 찍게 되며 본격적으로 장애인 가족들과의 만남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다운증후군, 소아마비, 자폐아 등 그의 카메라가 만난 장애인 가족은 1백여 가족. 보육원 아이들의 돌 사진이나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의 영정사진 외에 다문화 가족과 비영리 단체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카메라를 메고 나선다.
사실 촬영 경험이 많지 않은 장애인들을 카메라 앞에 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진관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꺼리기도 하고 눈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가족도 온통 그에게만 신경이 쏠려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의 사진관에 걸려 있는 사진 속 주인공들을 살펴보니 참 다채로운 얼굴을 하고 있다. 살짝 찡그린 듯 웃는 얼굴, 뾰로통하게 새초롬한 표정을 지은 얼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족사진 속 표정들과는 다르지만 보고 있으면 왠지 살며시 미소를 짓게 하는 얼굴들이다. 그 안에서 누구보다 밝게 웃는 이는 바로 나 대표다.
“제가 엄청난 사명을 가지고 하는 일은 아니에요. 가족분들을 만나고 또 사진을 찍노라면 제가 참 행복하고 좋아요. 20년 넘게 회사를 다니면서 토요일 근무를 한 적이 없어요. 근데 이 일을 시작한 이후로 토요일에도 나와서 사진을 찍어요. 사실 그동안 저와 제 가족을 위해서만 살았지 기부도 몰랐고 봉사를 해본 적도 없었어요. 사진관을 하며 주머니 사정은 그전만 못하지만 마음은 더 풍요로워졌어요. 도움이 필요한 더 많은 곳에 기부도 하게 됐고요.”
사연 많은 장애인 가족들을 만나며 삶과 나눔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배우고 깨닫게 됐다.
“한번은 80대 노모가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60대 아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러 오셨어요. 아들은 기초생활수급자였고 어머님은 노령연금을 받으며 생활하는 분이셨죠. 사진을 찍다 보니 두 분 표정이 무척 좋으신 거예요. 알고 보니 본인들보다 더 어려운 장애인 아이들에게 기부하고 사시는 분들이셨어요. 그래서 얼굴이 밝으셨구나 싶더라고요. 흔히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불쌍하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니에요. 장애로 인해 가족이 더 결속하고 서로 아끼며 살아요. 장애를 가지지 않은 비장애인들이 더 불행하게 사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바라봄 사진관에서 가족사진을 찍으면 누구나 기부자가 된다. 비장애인 가족들이 가족사진을 찍을 때마다 1+1으로 장애인과 소외계층 가족의 촬영이 지원된다. 나 대표는 이 밖에 다양한 모금과 후원, 소셜펀딩 등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동네마다 이런 사진관이 더 많아지는 것이 그의 꿈이다.
“좀 더 안정적인 수익 재무구조가 갖춰지고 나면 더 많은 사람들과 운영 노하우를 나눌 생각이에요. 쉽진 않겠지만 가능할 거라 믿어요. 좋은 일을 다른 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거든요. 제가 해보니 나눔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더라고요.”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안진형(프리랜서) 문의 02-923-4885(www.barav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