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에서 아저씨까지 인기 폭발! ‘세미’를 만든 사람들

중학생에서 아저씨까지 인기 폭발! ‘세미’를 만든 사람들

EBS 수학 교육 사이트 ‘MATH’에서 ‘문자와 식’ 파트를 가르치고 있는 캐릭터, ‘세미’의 돌풍이 흥미롭다. 중학생에게 수학을 좀 더 재밌게 접하도록 만든 교육 캐릭터 세미가 귀여운 외모로 학생을 넘어 아저씨들에게까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수학을 싫어했던 아이들에게 다시 수학 문제집을 펼치게 하는 세미, 매력적인 그녀를 만든 4인방을 만났다.

중학생에서 아저씨까지 인기 폭발! ‘세미’를 만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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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세미의 탄생 신화
초롱초롱한 눈망울에서는 총명함을, 가녀린 몸매에 한복을 입은 모습에서는 단아함을 뿜어낸다. 쭉 뻗은 각선미를 더욱 강조하는 레이스 밴드 스타킹으로 여성미까지 갖췄다. 성격 또한 매력 있다. 쾌활하고 덜렁대지만 어떤 어려운 문제도 포기하지 않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공부를 안 하고 놀기만 하는 ‘라온’을 도끼눈을 뜨고 호되게 혼내는 단호함도 보여준다. 세미(400, 그녀의 나이는 무려 4백 살이다)는 기존의 애니메이션에서 봐왔던 귀엽기만 한 미소녀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녀는 EBS 수학 교육 사이트 ‘MATH’에서 중학 수학 ‘문자와 식’ 파트의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세미의 인기로 인해 ‘고등 수학도 만들어주세요’, 심지어 ‘공대 수학도 만들어주세요’라며 EBS 게시판에는 수많은 세미 팬들의 요청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점잖은’ EBS 채널에서 세미의 탄생은 굉장한 파격으로 보인다. 판타지 애니메이션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와 수학 교육의 결합이라니. 감히 누가 생각한 아이디어일까? 기획자는 ‘세미 아빠’로 불리는 EBS 박유준 PD다.
“일명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라고 하죠. 저도 학창 시절에 수학을 못했는데 수학교육부로 발령을 받은 거예요. 그 사이에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중학교 1학년에서 3학년 문제집을 한 번 풀어봤어요. 그랬더니 과거에 제가 수학을 못했던 이유가 있더라고요. 하루 분량을 풀지 못하면 바로 답을 보았기 때문에 알겠다 싶어 그냥 넘어가곤 했던 거죠. 기본 원리를 숙지하지 못했으니 늘 수학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원리를 가르치면서 ‘수학은 재미있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고, 그 방식에 대해 ‘양스마일 픽쳐스’ 양벙글 대표와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학생들은 과연 어떤 걸 좋아할까?’ ‘처음에는 수학 강의를 웃기게 만들어볼까?’, ‘웹툰 형식으로 수학을 설명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애니메이션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학생들이 열광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수학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것은 정답이었다. 막연했던 기획에 살을 붙여준 사람은 양 대표였다. 말하자면 그는 ‘세미를 낳아준 엄마’다.

중학생에서 아저씨까지 인기 폭발! ‘세미’를 만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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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가 나오기까지 1백 개의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르인 판타지적 요소를 넣기 시작했고, 주변 중학생들에게 선호도 조사를 하며 수정해갔죠. 이름도 처음에는 세미가 아닌, ‘Mathematics’에서 비롯된 ‘메티아’였어요. 그러다 한국적인 요소를 넣어보면 좋을 것 같아 한복을 입혔는데 아이들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이름도 ‘덧셈’, ‘뺄셈’에서 착안해 ‘세미’가 된 거죠.”

수학학원을 운영하며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창훈 디렉터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강의 대본 작성부터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에게 수학 강의까지 해야 했다.

“일선에서 영상을 만드는 제작자들이 내용에 대해 완벽히 파악해야 작업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우선 제작 회사에서 수학 강의부터 시작해야 했어요.”

작업의 첫 과정이 김 디렉터의 강의다. 그 강의를 토대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만들어진 모션 위에 다시 성우의 목소리로 더빙을 하는 방식이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세미가 완성된다. 세미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의 주인공인 성우 유보라도 학창 시절, 전 과목 평균을 수학에서 까먹는(?) ‘수포자’였다고 고백한다.

“세미 더빙은 좀 힘든 면이 있어요. 애니메이션 더빙이라면 감정을 따라 연기하면 그만인데 세미는 설명해야 하는 입장도 있어 연기와 강의의 중간 형태를 띠어야 해요. 또 문제 풀이에서는 숫자나 기호를 막힘없이 읽어야 하는데, 기호를 잘못 읽어 녹음하다 빵 터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러고 보면 세미는 ‘수포자’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셈이다. 그들에게는 ‘절대 수학을 놔서는 안 된다’라는 까마득한 후배를 향한 간절한 외침이기도 하다.

세미, 그 이례적인 열광에 대해
1년의 준비 기간과 6개월의 제작 기간을 거쳐 세미가 탄생했다. 세미를 통해 수학의 모든 영역을 배울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수학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세미를 준비하면서 뒤늦게 수학 풀이의 즐거움을 느낀 박 PD가 그 산증인이다.

중학생에서 아저씨까지 인기 폭발! ‘세미’를 만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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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수학 문제집을 사다가 풀어볼까’라는 생각을 해요(웃음). 문제를 풀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껴요. 학생들도 즐겁게 게임을 하듯 수학 문제를 풀었으면 좋겠어요.”

세미가 다양한 연령대에서 사랑을 받으면서 팬들의 팬아트, 패러디를 비롯한 2차 창작물이 넷상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제작자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그런 세계가 있다는 것도 몰랐고요. 세미는 사실 강의용 콘텐츠인데 애니메이션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아요. 실제로 ‘애니메이션은 언제 나오냐’라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양벙글)

세미가 높은 연령층에서도 사랑받고 있어 때로는 팬들에 의해 선정적인 의상과 포즈로 재가공되기도 한다. 중학생들이 보는 교육용 캐릭터라 우려의 시선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저희 입장에서는 사회적 관심으로 인해 거치는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합니다만, 보기에 불편한 이미지들은 1차 경고를 한 상태예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그런 것들은 보이지 않더라고요. 요즘은 팬들이 먼저 ‘세미 춘화 금지’라며 스스로 정화되고 있는 분위기예요.” (박유준)

마법 수학 학교 출신 엘리트 수학술사 세미, 장난꾸러기 천계의 왕자 라온. 그리고 집사 치우.

팬아트에 이어 ‘사칭 SNS’도 생겼다. 주소에 EBS를 넣어 세미 공식 트위터를 빙자한 것. 사칭이라 해서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고 일반인이 운영하는 수학 문제 풀이 트위터였다.

“깜빡 속았어요(웃음). 처음에 저는 EBS에 트위터 프로필의 세미 사진을 바꿔달라고 요청까지 했어요. 근데 오히려 방송국 측에서는 ‘너희가 만든 거 아니냐’라는 반문이 돌아왔죠. 심지어 트위터 주인께서 저한테 팔로우 신청까지 하셨다니까요(웃음). 되게 어려운 수학 문제도 풀던데 기회가 된다면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양벙글)

네티즌은 세미의 목소리만 듣고 유보라 성우가 연기한 사실을 알아내기도 했다.

“네티즌 수사대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EBS 극회 홈페이지에 실린 목소리 샘플과 세미 목소리를 대조해 절 찾아내신 거예요. 또 개인 블로그에 올려놨던, 저도 잊고 있던 3년 전 사진까지 찾아내시고…. 처음에는 조금 무서운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렇지만 이제는 팬분들이 원하신다면 적극 소통하고 만나볼 의향이 있습니다.” (유보라)

팬들 중에는 ‘세미 가상 인터뷰’를 보고 싶다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양 대표는 보는 이들의 상상에 맡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겠냐고 말한다.

“라온이 천계의 왕자였으니 잘생긴 또 다른 모습도 있어요. 중간에 언뜻 비추기도 했고요. 그래서 한 번쯤 세미와 러브 라인도 만들어보려고 했어요. 구상은 많이 했는데 일단 공부가 우선이라는 생각에(웃음)…. 나중에 여건이 되면 한번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는 앞으로 세미 ‘프리퀄(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담은 속편)’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희망도 밝힌다. 투자 상황이나 여건이 된다면 애니메이션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제작사로서는 당연한 욕심이다.

“근데 그러다 다들 망하지 않나요? 하하하.”
어쨌든 세미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는 무궁무진해 보인다. 일단 미니 이벤트로 학생들이 질문한 문제를 세미가 풀이하는 과정을 녹음해준다든지 또 중학 수학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초등 수학도 세미를 이용한 애니메이션 강의를 만든다든지 하는 기획도 구상 중이다.

“해외에서도 세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 수학 교육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나라마다 수학 교육 방식은 다르지만 세미가 가르치는 ‘문자와 식’의 파트는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수출도 고려 중이에요. 한국적인 세미가 해외 진출을 한다면 교육 한류 붐이 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박유준)

이들은 아이들의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우선 가구당 TV 수신료 2천5백원 중 70원(수신료 수금 역할을 하는 한국전력은 1백50원)만이 EBS에 지원되는, 불합리한 분배 방식도 풀어야 할 숙제다. 또 세미를 만든 이들은 비단 이 4명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해도 자축할 시간도 없이 휴일과 시간외 근무를 마다하지 않고 일하는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의 노고 또한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아이들은 미래다.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탄생한 세미는 미래로 향하는 안정적인 발걸음을 위한 하나의 디딤돌인 것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김정원 ■자료 제공 / EBS, 양스마일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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