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자 최재천 원장과 함께 걷는 국립생태원 탐방길

생태학자 최재천 원장과 함께 걷는 국립생태원 탐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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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이 우거진 열대우림부터 펭귄이 유영하는 남극까지, 전 세계 대표 기후생태계를 경험할 수 있는 국립생태원은 그야말로 또 하나의 작은 지구다. 시각적 관람을 넘어 오감으로 느끼는 지구촌 생태 여행, 국립생태원 최재천 원장과 함께했다.

생태학자 최재천 원장과 함께 걷는 국립생태원 탐방길

생태학자 최재천 원장과 함께 걷는 국립생태원 탐방길

국내 최대, 생태학자들의 꿈의 공간
지난해 말 충남 서천에 문을 연 국립생태원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생태 연구 전시공간이다. 지구상의 5대 생태 서식지를 재현한 ‘에코리움’을 중심으로 한반도의 식생과 자연을 소개하는 다양한 공간들이 약 100만㎡(축구장 92개의 크기)대지 위에 펼쳐져 있다. 얼마 전 조류독감으로 인한 임시 휴관을 끝내고 재개관한 후 국립생태원은 요즘 손님맞이가 한창이다. 인근 주민들과 소풍 철을 맞은 아이들, 멀리서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까지, 개관 후 가장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이른 아침, 들뜬 마음으로 국립생태원을 찾은 기자를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이 반갑게 맞았다. 통섭학자로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그는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을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30년 넘게 학자의 길을 걷다 행정가로서 첫발을 뗀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할 일이 참 많아요. 제가 웬만하면 ‘바쁘다’, ‘힘들다’, ‘죽겠다’라는 말을 하지 않는데 요즘은 바쁘다는 말이 저절로 나와요. 얼마 전 달력을 보니 3년 임기 중 벌써 6개월이 지났더라고요. 이러다가 제대로 못하고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초조한 마음도 들고, 이 좋은 곳에서 지내며 여유로움을 즐길 시간은 많지 않네요(웃음).”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대지는 촉촉한 기운 을 뿜어내고 있었다. 흙냄새 가득한 싱그러운 아침 공기를 맡으며 국립생태원 탐방에 나섰다.

1 사막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사막관.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2 습지생태원에서는 시골 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3 턱수염이 난 것 같은 모습에 이름 붙었다는 턱수염 도마뱀. 사막관에서 만날 수 있다.

1 사막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는 사막관.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2 습지생태원에서는 시골 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3 턱수염이 난 것 같은 모습에 이름 붙었다는 턱수염 도마뱀. 사막관에서 만날 수 있다.

정겨운 시골 내음 물씬 풍기는 습지생태원
최재천 원장이 가장 먼저 발길을 안내한 곳은 서천 지역의 다양한 밭작물들을 볼 수 있는 서천 농업생태원이다. 서해와 금강을 낀 서천은 풍부한 농업용수를 바탕으로 다양한 농업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논농사와, 한산모시로 유명한 작물인 모시를 중심으로 한 밭작물을 활발히 재배하고 있다. 친근한 시골 풍경 때문일까? 들풀 사이로 시골길을 걷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습지와 연못, 숲 등 다양한 환경 생태계가 공존하는 국립생태원에서는 줄 맞춰 심은 화려한 꽃나무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연 속에서 다양한 동식물들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농촌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다랑논을 조성해놓은 습지생태원은 최 원장이 국립생태원에서 특별히 아끼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상당 부분이 논으로 이루어져 있는 만큼 대한민국 생태학을 연구하는 데 논은 무척 중요한 부분이에요. 논이 가지고 있는 생물다양성이 우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거든요. 경작을 할 때의 생물다양성과 경작을 하지 않을 때의 생물다양성이 어떻게 변화하고. 또 주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계절에 따른 논 생태계의 변화를 이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4 숲으로 우거진 열대관에서는 생생한 열대우림을 체험할 수 있다. 5 지중해관에서는 「어린왕자」 나오는 바오밥나무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4 숲으로 우거진 열대관에서는 생생한 열대우림을 체험할 수 있다. 5 지중해관에서는 「어린왕자」 나오는 바오밥나무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어린 시절, 시골 모내기 철에 쉽게 볼 수 있던 식물들인데 설명을 듣고 보니 비슷비슷하게 보였던 수생식물들이 다르게 보인다. 꽃창포, 나사말, 큰고랭이, 부들, 수련…. 이름마저 어여쁘니 “알면 사랑한다”라는 최 원장의 말이 과연 맞는 말이다. 습지 구역은 인공적으로 조성을 한 것인데, 가끔 방문객들이 “논을 있는 그대로 보존해주어 고맙다”라는 인사를 한단다. 그 정도로 자연스럽게 조성이 잘돼 있다.

“국립생태원에 입장하자마자 에코리움으로 달려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풀냄새 흙냄새를 맡으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곳이니 습지생태원도 꼭 둘러보고 가세요.”

생태학자 최재천 원장과 함께 걷는 국립생태원 탐방길

생태학자 최재천 원장과 함께 걷는 국립생태원 탐방길

오감으로 느끼는 지구촌 생태계
습지생태원을 둘러보고 에코리움으로 향했다.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 지구의 5개 대표 기후생태계를 한자리에 모아놓은 에코리움은 1천9백여 종의 식물과 2백30여 종의 동물을 체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작은 지구다. 5개 기후생태계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국립생태원 탐방의 백미. 첫 번째 열대관에 들어서니 순식간에 열대우림에 와 있는 듯한 ‘후끈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3천 평방미터가 넘는 커다란 온실에 사라져가는 열대우림을 재현한 이곳에는 나일악어, 피라루크 등을 비롯해 열대우림 지역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습도는 60%~90%, 사우나에 들어온 듯한 온도와 습기에 겉옷을 벗지 않을 수 없었다. 정글을 탐험하듯 우거진 숲을 헤치며 이국의 생태계를 만나는 일은 분명 색다른 체험이었다.

다음은 사막관이다. ‘열대관에서 이렇게나 땀을 흘렸는데 사막관은 얼마나 더 더울까’라는 걱정이 스쳤지만 의외의 선선한 공기가 관람객을 맞는다. 더위를 느끼게 하는 건 기온이 아닌 습도라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 사막관과 온도는 비슷하지만 습도는 그 반인 30%다. 사막의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막 지역의 동식물을 소개하는 사막관에서는 ‘사막’ 하면 떠오르는 다육식물과 선인장을 비롯해 방울뱀 등 파충류와 프레리도그도 만날 수 있다. 서늘하게 땀이 식는 산뜻함을 느끼며 걷다 보니 익숙한 선인장 하나가 눈에 띈다. 남미에서 온 금호선인장은 ‘시어머니 방석’ 이라는 별명이 붙은 선인장이다. 마치 둥근 방석같이 생겨 깔고 앉으면 가시에 찔려 고생 좀 하게 생겼다. 시어머니가 깔고 앉으라는 뜻에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 하니, 시월드에 대한 정서는 동서를 막론하나 보다. 사막관을 나오기 전 만날 수 있는 프레리도그는 사막관 최고의 인기 동물. 호기심 많은 귀여운 모습에 아이들이 떠날 줄을 모른다.

1·2·3·4 에코리움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동식물들.

1·2·3·4 에코리움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동식물들.

보여주는 생태 아닌 순환하는 생태 만나게 될 것
최재천 원장이 “이곳은 여성분들이 꼭 와보셨으면 좋겠어요”라며 지중해관을 소개한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코가 먼저 알아챘다. 지중해관 입구에 들어서니 황홀한 꽃향기가 가득이다. 온화한 기후, 그림 같은 자연으로 많은 이들이 여행지로 꿈꾸는 지중해를 옮겨놓은 곳이다. 유럽 지중해 연안과 남아프리카, 카나리아제도, 호주 등 지중해성기후의 생태 환경을 만날 수 있는데, 화려한 빛을 뽐내는 아름다운 꽃과 허브들이 로맨틱한 향기를 뿜어낸다. 허브에 가만히 손을 대보니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향수를 뿌린 듯 손끝에 향기가 배어난다. 가만히 있어도 삼림욕을 하는 기분이다. 평소 보기 힘들었던 식충식물과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도 눈길을 빼앗는다. 온대관은 조류독감 때문에 잠시 문을 닫은 상태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극지관으로 향했다. 극지방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펭귄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듯 유영하고 있다. 남극세종기지 주변에 서식하고 있는 젠투펭귄과 친스트랩펭귄이다.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규모가 작아져서 펭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며 최 원장이 설명을 덧붙인다.

“식물원이냐, 동물원이냐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아요. 국립생태원은 생물과 환경 그리고 생물과 생물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생태를 전시하는 곳입니다. 전시만큼 연구 목적도 크고요. 전시와 교육, 연구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야생화 전시 등 생태원의 본질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어요.”

국립생태원에서는 올해 가을쯤 동양 최대 규모의 개미특별전을 열 계획이다. 에코리움 열대관에서 식물의 잎을 따다 버섯을 길러 먹는 지구 최초의 농사짓는 개미 ‘잎꾼개미’의 긴 행렬을 직접 관람하게 될 예정이다.

5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하다람 놀이터.

5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하다람 놀이터.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생태를 둘러보시고 자연과 생명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생명의 귀중함과 경이로움을 체험하고, 그 경험들이 각자의 인생에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Tip 국립생태원
주소 충남 서천군 마서면 금강로 1210
입장료 성인 5천원, 청소년 4천원, 어린이 3천원
문의 041-950-5300, www.nie.re.kr
찾아가는 길 수도권 방문객의 경우 장항선 열차를 이용해 장항역에서 내리면 국립생태원 후문으로 연결돼 빠르고 편하게 찾을 수 있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장태규(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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