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을 수확하는 어린 농부들 조용하·조경화 남매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

나눔을 수확하는 어린 농부들 조용하·조경화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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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재배한 농작물로 유기농 도시락을 만들어 지역 홀몸 어르신 가정에 전달하고 있는 청심국제중고등학교 조용하·조경화 남매. 이들의 농장에는 철마다 따뜻한 나눔이 부지런히 열매를 맺고 있다.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나눔을 수확하는 어린 농부들 조용하·조경화 남매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나눔을 수확하는 어린 농부들 조용하·조경화 남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6백80여 평의 농장에서는 매년 35가지 농작물이 수확돼 나온다. 고추와 깻잎부터 감자, 옥수수, 고구마, 토마토, 땅콩 등 철마다 부지런히 밭을 일구는 농사꾼들은 바로 고등학교 3학년 조용하군과 중학교 3학년인 조경화양이다. 인근 청심국제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두 남매는 지난 2012년 6월부터 직접 재배한 유기농 작물로 도시락을 만들어 매달 지역 홀몸 어르신들께 전달해오고 있다. 이제까지 전달한 도시락 수는 4백50여 개. 어른들도 짓기 힘든 농사를 두 학생이, 그것도 매달 빠지지 않고 도시락을 전달해왔다니 기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가 시골에 위치해 있다 보니 주변에 논밭이 굉장히 많아요. 1주일에 5일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며 자주 접하게 됐고요. 학생 신분으로 주변에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않고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이 없을까 고민하다 농사를 생각하게 됐어요.”

사실 처음부터 도시락 나눔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두 사람이 주변의 도움을 받지 않고 활동을 위한 재원을 마련해보자는 의미에서 시작했던 것. 쉬울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남매가 밭을 일구고 농사를 짓는 일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감자 씨를 어디서 구해야 하나 헤매기도 하고, 작물 재배 시기를 놓쳐 속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올해에는 수박 재배에 실패했다며 어린 농부들의 표정이 울상이지만 이래봬도 농작물을 판매해 첫해와 지난해 각각 7백46만원과 3백27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올해에도 사회적 협동조합과 감자 계약재배를 통해 7백60만원의 매출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밭 임대료와 초기 비용으로 부모님께 빌렸던 돈도 부지런히 상환해가고 있다.

학교 공부가 끝난 뒤 밭에서 땀 흘리며 일한 노력이 결실을 맺으며 가평군청 주민지원실을 통해 지역 홀몸 어르신 가정 18곳에 도시락을 전달하게 됐다.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나눔을 수확하는 어린 농부들 조용하·조경화 남매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나눔을 수확하는 어린 농부들 조용하·조경화 남매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밑반찬과 빵, 과일을 배달하는 ‘엄마표 유기농 도시락’은 요리에 서툰 남매를 도와 엄마 김혜선씨가 두 손을 걷어붙이고 있다. 밭에서 시작한 남매의 따뜻한 나눔은 가족과 친구들의 지원 속에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남매는 유기농 도시락 전달에 이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바로 홀몸 어르신과 청소년을 연결하는 세대 간 일촌 맺기, ‘1老1靑 프로젝트’다.

“도시락을 드리러 다니다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사람과의 대화를 참 그리워하세요. 갈 때마다 손주 대하듯 반가워해주시고 이것저것 말씀하시느라 여념이 없는 어르신들을 두고 선뜻 자리를 뜰 수가 없더라고요. 도시락으로 한 끼 해결도 좋지만 자주 말벗이 돼드리면 외로움을 덜어드리겠구나 싶어 1주일에 한 번씩 저녁시간에 안부 전화를 드리게 됐어요. 저희도 어렸을 때 맞벌이하시는 부모님 대신 할머니 품에서 자랐거든요. 오랜만에 할머니 할아버지의 따뜻한 정도 느껴지고 좋더라고요. 좀 더 많은 친구들도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학생 1명과 어르신 1분을 연결하는 ‘1老1靑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가장 즐거워야 할 생일에 홀로 외로움을 느끼는 어르신들을 위해 케이크를 직접 전달하고 생일을 챙겨드리는 ‘생신 축하드려요 프로젝트’와 어려운 형편 때문에 여름에 선풍기 한 번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혹서기와 혹한기 냉난방에 도움을 드릴 전기세 1백20만원을 가평군 교육지원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농사를 지으며 고생도 했지만 얻은 것도 많다. 자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고 한동안 잊고 지냈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따뜻한 정도 느낄 수 있었다고.

방송국 PD가 꿈인 조용하군은 이 일을 계기로 사회복지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조경화양 역시 꿈과 나눔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 지금은 학교 내에서만 진행하고 있는 ‘1老1靑 프로젝트’를 전국에 있는 더 많은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이 현재 두 사람의 꿈이자 목표다.

“스스로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계기가 됐어요.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를 밭에서 땀 흘리며 무사히 보낼 수 있었죠. 앞으로 이 활동을 더 많은 뜻있는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요.”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제공 / 조용하, 조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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