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취향을 수집하는 조영주·이소영씨 커플
“어제 밤늦게까지 촬영하느라 정리를 제대로 못해서 죄송해요. 금방 정리할게요. 어서 들어오세요!”라며 인사를 건네는 이소영씨. 레드 컬러의 아이라인과 레몬 컬러 오버올을 입은 모습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그 옆에서 재빠른 손놀림으로 정리하고 있는 조영주씨 역시 디즈니 캐릭터가 프린트된 티셔츠에 오버사이즈의 롱 재킷으로 연출한 룩에서 개성 넘치는 패션 감각이 느껴진다. 두 사람의 첫인상은 이처럼 한눈에 각인될 정도로 강렬했지만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는 순수함과 친절함이 느껴졌다. 이 둘은 2년 전에 만나 빈티지 캐릭터 소품과 옷을 좋아하는 취향을 공유하면서 단 하루 만에 연인이 됐다.

1·2·3 네온문의 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곳곳에 배치된 ‘트롤’. 조영주·이소영씨 커플이 오랫동안 좋아해온 캐릭터다. 트롤은 머리를 쓰다듬으면 소원을 이뤄준다는 전설의 요정으로 나라마다 트롤의 특징이 다른데 네온문에 있는 대부분의 트롤은 덴마크 버전이다. 노르웨이 트롤은 좀 더 사실적으로 난쟁이처럼 생겼다. 트롤도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라 처음에는 싫어할 수 있지만 볼수록 정감이 간다. 4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맥도날드의 맥토이. 맥토이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많으며 맥도날드 캐릭터 피규어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맥도날드 캐릭터가 프린트된 유리컵 또한 열심히 모았던 제품인데, 매장에서 역시 인기가 좋다. 맥도날드 토이 중 1970년대에 출시된 동화책은 이소영씨의 보물이다.
취향도 같고 함께 일을 하고 있으니 이 커플은 대화할 거리가 끊이지 않는다. 같은 취향으로 시작된 두 사람에게 지금은 네온문이 생겨 셋(?)이 됐다. 서로 좋아하는 물건이나 열심히 발품을 팔아 지인의 지인을 넘어 수소문해 모은 물건을 집에만 두기 아쉬웠던 게 네온문의 출발이다. 특히 조영주씨의 경우 다양한 장난감과 소품을 접하기 쉬운 일본에서 유학했기 때문에 그 시절 모은 재미있고 희귀한 물건을 여러 사람과 함께 보고 나누면서 자신이 제품을 모으며 느꼈던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었단다. 네온문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물건을 가득 채운 이 커플을 위한 공간인 동시에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공간인 셈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물건의 매력
이소영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빈티지 물건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에그몽’이라는 달걀 모양의 초콜릿이 그 시작이다. 초콜릿 속에 장난감이 들어 있는 제품으로, 이게 또래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것. 그 속에서 어떤 장난감이 나올까 하는 궁금증과 스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장난감을 소유할 수 있다는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모았던 에그몽 장난감은 그녀의 본가에 고스란히 보관해뒀는데, 앞으로도 판매하지 않고 고이고이 간직할 예정이다. 옆에 있던 조영주씨는 “이런 작은 장난감은 1개만 덩그러니 있는 것보다 여러 개 있을 때 더 귀여워 보이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1개를 사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구입하게 되는 마력을 가졌다”는 말을 덧붙인다. 이런 장난감과 소품, 즉 빈티지 물건은 이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만화, 영화에서만 보던 캐릭터를 인형뿐 아니라 도시락, 컵, 휴대전화 케이스 등 다양한 물건으로 만나면 영화의 감동은 배가돼요. 화면 속에서만 보던 캐릭터를 직접 갖게 되는 짜릿함이 있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그램린의 기즈모와 E.T, 스타워즈는 저에게 영화의 감동을 두 배, 세 배 더 크게 느끼게 해준 존재랍니다.”

5 감자 부인, 맥토이, 기즈모, 미키와 미니마우스 등 주인장 커플이 좋아하는 제품들로 가득 채운 매장 한쪽의 선반. 이곳의 캐릭터들은 절대 팔지 않을 영원한 소장품이다. 딸기, 파인애플, 옥수수 모양의 인형은 1980년대에 만들어진 인형. 어설픈 외모와 살짝 뭉쳐 있는 털, 완구용 눈알은 이 커플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캐릭터 물건은 마음을 정화시켜줘요. 보고 있으면 그저 귀엽고 행복하거든요. 덕분에 다이어트도 할 수 있어요! ‘장난감 다이어트’라고 들어보셨나요? 장난감을 사기 위해 먹고 싶은 걸 포기하고 장난감을 사고 남은 돈으로 생활한다는 내용의 만화인데, 실제로도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웃음).”
두 사람은 캐릭터 인형과 그 캐릭터로 만든 다양한 소품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빈티지 제품을 수집하는 이유는 그 속에 담긴 분위기 때문이다. 요즘 장난감에 비하면 색도 바래고 오래됐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는 게 빈티지의 매력인 것. 당시엔 분명 알록달록했겠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옅어진 색 속에서 이전 시간을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다. ‘어떻게 이런 걸 장난감으로 만들 생각을 했을까’ 할 정도로 독특한 디자인이 많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이소영씨는 건포도에 얼굴, 팔, 다리를 달아 무생물에 생(生)을 부여해 생물화시킨 물건에 열광하는 편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눈, 코, 입이 생기는 순간 말도 못하게 귀여워 보이는 점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고.
오타쿠가 아닌 ‘삐삐 롱스타킹’
네온문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TV를 포함한 각종 매체에 소개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딸을 보며 이소영씨의 부모님은 난감해하셨다. 셀프 인테리어로 매장을 꾸밀 때부터 ‘이런 물건들을 어떤 사람들이 사지?’라는 의문을 품고 걱정을 했던 게 사실. 그러나 지금 부모님은 어린아이들이나 좋아할 줄 알았던 물건을 팔아 매장을 ‘매우 잘’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 이제는 인정도 하고 자랑스러워하신단다.

7 캘리포니아 건포도 회사의 피규어. 주름이 자글자글한 아저씨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생소한 캐릭터다. 처음 본 사람들은 대추, 초콜릿, 대출회사 광고 캐릭터로 생각하는데, 정답은 건포도다. 8 미국에서 온 세서미 스트리트 캐릭터.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빈티지 피규어다. 쿠키몬스터, 조, 어니, 빅버드, 엘모, 베이비 오스카 등이 있는데 각 캐릭터마다 마니아층이 두텁고 지금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사랑받고 있다.
어딘가에 있을 수많은 다양한 빈티지 장난감과 소품을 발견해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편견, 간섭을 뒤로하고 하고 싶은 대로 좋아하는 물건을 뒤죽박죽 채워둔 삐삐 롱스타킹처럼.
■진행 / 박솔잎 기자 ■사진 / 이상헌 ■리터치 / 김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