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요. 널리 알려지고 싶지도 않고요. 저희한테 오신다고 했을 때 해줄 이야기도 없고 사진을 찍을 만한 장소도 아니고, 또 한 사람이 단독으로 주도하는 일도 아니라 참 난처했어요. 동네잔치도 취재하세요?(웃음)”
인터뷰할 자격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며 카메라를 어색해하는 사람은 선부동 국수 잔치의 대표격인 박상남(45, 안산 광성교회) 목사다. 안산에 온 지 3년 차 새내기 이주민인 그는 목사라는 직함에서 알 수 있듯 국수 잔치가 열리는 시장 상가의 2층에서 작은 교회를 개척 중이다. 솔직히 교회에서 목사가 주도하는 사회봉사가 특별한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싶었다. 그것도 전국 방방곡곡 방송 정도는 탄 유명한 봉사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현장을 가보니 이곳의 뜨끈한 국수 한 그릇이 왜 유명해졌는지 알 수 있었다. 비록 넉넉지 않은 서민들의 동네였지만 모두가 격의 없었다. 보통의 음식 봉사라 하면 음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긴 줄이 있게 마련이지만 이곳의 국수 잔치는 줄이 없다. 오전 11시부터 음식이 준비되는데 그저 탁자에 빈자리가 나면 앉아 국수 한 그릇 청하면 그만이다. 끝나는 시간도 손님이 오지 않을 때까지다.
“살기 좋아졌다고 말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없어 못 먹는 분들이 많으세요. 예전은 다 같이 어려워서 나누는 게, 도움을 조금 받는 게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자신이 도움을 받아야 되는 처지에 놓인 것이 알려지는 게 무엇보다 두려운 일이 됐어요. 먹고살 만해졌다는 건 어쩌면 착시 현상일지 몰라요.”
돕는다는 표현을 극구 꺼리는 박 목사는 교인 30명의 가난한 개척교회 목사인 자신의 처지가 누구를 도울 입장도 아니라며 웃는다. 하지만 돕지는 못해도 나눌 수는 있다고 했다. “나누자”라고 권할 만한 직함은 되지 않겠냐고도 한다.
요즘은 일곱 봉지를 끓여도 모자랄 만큼 소문이 났고, 국수를 사는 순서도 꽤나 대기해야 한다. 급한 성격 탓에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육수도 끓이고, 국수에 올릴 지단도 만들고, 김치도 담가 가져온다. 비록 누군가는 국수를 먹기만 하는 처지에 미안한 마음을 가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주도자도, 순서도, 체계도 없이, 그러나 언제나 약속한 날짜와 시간에 삶아지는 국수를 보며 ‘다음은 내가 살게’를 꿈꾸면서 당당히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교회 이름을 어깨에 두르고 봉사를 하는 교인도 있었지만 시장 상인이나 동네 주민, 국수 잔치의 단골손님까지 한데 어우러져 같이 국수를 삶고, 나르고, 정리하고, 또 맛있게 먹었다.
“전도하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사죠. 그런데 제가 유일하게 안 하는 설교가 뭔지 아세요? 헌금과 전도예요. 사람들이 이미 잘 아는 이야기를 뭐 하러 해요. 그건 잔소리예요. 전 큰 교회도 꿈꾸지 않아요. 사람들 속에서 ‘함께’가 중요해요.”
돕는 시대가 아닌 나누는 시대여야 한다는 박 목사는 국수를 더 많이 삶는 것보다 더 자주 삶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드러난 자리에서 먹기 부끄러워 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좀 더 편안하게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도 하고 있다고 했다. 나누는 시대라고 강조하는 그말의 울림이 크다.
■글 / 강은진(프리랜서) ■사진 / 김성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