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여행하며 순간을 수집하는 김규형씨

서울을 여행하며 순간을 수집하는 김규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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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자는 그의 인스타그램을 몇 달 동안 스토커(?)처럼 지켜보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셀피(본인의 얼굴을 촬영한 사진), 음식, 쇼핑 목록이 아닌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의 모습으로 가득한 그의 인스타그램 피드는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서울을 여행하는 남자, 김규형씨의 서울로의 초대.

보통날이 특별해진 순간
11월 30일까지 카페 ‘오브젝트’에서 열리는 김규형씨의 ‘서울 스냅’ 전시회 포스터.

11월 30일까지 카페 ‘오브젝트’에서 열리는 김규형씨의 ‘서울 스냅’ 전시회 포스터.

“애국심이라는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진 않아요. 언제라도 갈 수 있고 매일 지나칠 수 있는 곳이기에, 또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이기에 사랑하는 것일 뿐이죠.”

작가 김규형씨(35)는 얼마 전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본 서울의 모습을 「서울 스냅」이라는 사진집에 담아 출간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고 있는 그는 어느 날 문득, 우리들이 ‘일상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이를 ‘기록’으로 남겨 기억하자는 의미로 서울을 촬영하기 시작한 것. 광고홍보학을 전공하고 식품, 완구 회사 등의 마케팅 관련 일을 하던, 남들과 다를 것 없이 평범했던 그가 서울에 매료된 계기 또한 평범하다. 평일에 휴가를 보내게 된 어느 보통날,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마음으로 서울을 바라보니 유독 다르게, 유독 아름답게 다가오더라는 게 그의 고백이다. 호주를 여행할 때의 기분, 즉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타국의 이국적인 모습이 서울에서 느껴졌던 것이다. 인스타그램 계정 아이디가 낯선 사람, 처음 온 사람을 뜻하는 @strang2r인 것도 이런 감성과 일맥상통한다.

서울을 여행하며 순간을 수집하는 김규형씨

서울을 여행하며 순간을 수집하는 김규형씨

여행자의 눈과 마음으로 서울을 바라보자는 생각 하나로 회사까지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서울 여행을 시작했다. 보통 해외여행을 가면 여행지의 소소한 부분까지 사진으로 촬영하게 마련인데 이를 자신이 살고 있는, 생활하는 ‘서울’에 적용했고 매일 보는 평범한 일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법, 보통의 것이 특별해지는 순간을 공유하는 방법으로 「서울 스냅」이 탄생했다.

서울로 떠나는 여행
회사를 그만두고 평일 낮 시간을 마음껏 즐겨보자는 일념으로 그는 매일 에코백과 카메라 하나를 둘러메고 발길 닿는 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동네를 누비며 서울을 기록했다. 특별한 목적지는 없지만 주로 자신이 좋아하는 지역을 다녔다. 종로구의 경복궁과 서촌 일대, 합정에서 연남동까지 아우르는 마포구, 경리단길과 해방촌, 이태원 등이 바로 그곳. 「서울 스냅」 대부분의 사진은 이곳에서 촬영했다. 그중에서도 마포구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김규형씨. 특히 자주 타고 다니는 2호선 합정역과 당산역 사이는 지하철이 지상으로 나가면서 빛이 쏟아지는 구간으로 갑자기 영화 속으로 들어간 듯한 드라마틱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마포구 동교로(동교동)의 ‘1984’와 어울마당로5길(서교동)의 ‘오브젝트’ 카페에서 전시회를 연 것도 자신이 좋아하는 지역에 대한 오마주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궁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고 한국과 서울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삼청로와 북촌로(삼청동), 외국인과 서울이 어우러진 이태원 역시 그가 자주 찾는 곳인데, 이 지역에서도 전시회를 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1 Whale 오후 4시, 길게 늘어진 그림자는 마치 고래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2 Smile 벽과 펜스, 그림자의 조화로 만들어진 웃고 있는 그림자는 보는 사람 또한 웃음 짓게 만든다. 3 Together 장독대 앞을 지나가는 외국인과 아이. 한국의 전통과 외국인의 절묘한 조화 속에서 김규형식 유머를 느낄 수 있다. 4 Silhouette 해가 저물어가는 어느 오후, 청계천의 실루엣.

1 Whale 오후 4시, 길게 늘어진 그림자는 마치 고래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2 Smile 벽과 펜스, 그림자의 조화로 만들어진 웃고 있는 그림자는 보는 사람 또한 웃음 짓게 만든다. 3 Together 장독대 앞을 지나가는 외국인과 아이. 한국의 전통과 외국인의 절묘한 조화 속에서 김규형식 유머를 느낄 수 있다. 4 Silhouette 해가 저물어가는 어느 오후, 청계천의 실루엣.

서울 여행에서는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처럼 계획적으로 움직인 건 아니다. ‘발길 닿는 대로’가 바로 김규형씨의 서울 여행 컨셉트. 비싼 렌즈, 카메라에 집착하지 않는 것도 그의 서울 여행 원칙 중 하나다. 원래부터 사진을 취미로 즐겼지만 값비싼 장비보다 평범한 것들에서 특별한 것을 찾아내는 ‘발견’과 사진이 갖는 본연의 ‘기록’으로서 의미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은 현상을 바라보는 ‘눈’에 더 가치를 두고 있다. 눈에 보이는 버스를 타고 내리고 싶을 때 내리거나 무작정 걸으며 본인에게 익숙한 곳을, 사물을, 순간의 분위기와 느낌을 기록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작업이 바로 사진이라는 게 김규형씨의 설명이다.

그는 모든 사진을 스마트폰과 일명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 보급형 DSRL 한 대만으로 촬영하고, 사진 본연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기본적인 톤 보정 외에 특별한 작업을 하지 않는다. 그의 사진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그림자’다. 어떤 물체와 그림자가 함께 만들어내는 제3의 형상은 원래 피사체가 갖지 못한 새로운 재미를 준다. 그림자의 경우 시간이 주는 찰나의 그림이므로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것이 관건이다. 순간은 카메라를 꺼내고 작동시킬 시간을 주지 않으므로 스마트폰은 카메라 모드로, 카메라 역시 항상 ‘On’ 상태를 유지해 그 순간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5 Sweden color 스웨덴 국기가 연상되는 서울의 어떤 건물. 6 Heritage 한복을 입고 경복궁 담 앞을 지나가는 여인의 모습 속에 한국의 유산이 어우러져 있다. 7 Cherry blossom 밖으로 나가진 못하지만 도서관에서 사진으로나마 벚꽃을 감상하고 있는 소녀.

5 Sweden color 스웨덴 국기가 연상되는 서울의 어떤 건물. 6 Heritage 한복을 입고 경복궁 담 앞을 지나가는 여인의 모습 속에 한국의 유산이 어우러져 있다. 7 Cherry blossom 밖으로 나가진 못하지만 도서관에서 사진으로나마 벚꽃을 감상하고 있는 소녀.

2만5천 명 팔로워와 공유하는 ‘서울’
SNS 활동을 열심히 하는 김규형씨. 그중에서도 인스타그램을 적극 활용하는데, 팔로워만 해도 2만5천 명이며 사진 1장에 1천 개가 웃도는 ‘좋아요’가 표시된다. 기자 역시 인스타그램으로 그의 사진을 감상했던 2만5천여 명 중 1인이다.

“나만의 시선으로 촬영한 작업물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이나 영감을 주는 것이 좋았어요. 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중에는 외국인이 특히 많은데, 제가 찍은 ‘서울’ 사진을 보고 서울행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다는 다이렉트 메시지 같은 피드백을 받는 즐거움도 있고요. 긍정의 화살이 제게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에요.”

서울을 여행하며 순간을 수집하는 김규형씨

서울을 여행하며 순간을 수집하는 김규형씨

SNS 활동뿐만 아니라 그가 추구하는 사진의 모토는 바로 ‘Simple is the Best’.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하면 아무것도 담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지나치게 많은 피사체를 동시에 보여주기보다 단순하고 간단한 구성이 오히려 재미를 주고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또 그는 SNS에 업로드하는 사진은 물론 「서울 스냅」 사진의 대부분에 코멘트를 달지 않았다. 자신의 설명이 다른 사람의 또 다른 시선에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즉, 열린 해석을 지향하며, 이를 통해 많은 이들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김규형씨가 사진을 즐기는 법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사진에서 좋은 영향을 받는것이 즐겁다는 김규형씨. 이것은 바로 그가 사진을 찍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계속 순간을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사진을 도구로 사용할 것이라는 그는 “나는 그저 시간을 찍을 뿐이다”라고 말한 애니 레보비츠와 닮았다.

■진행 / 박솔잎 기자 ■사진 / 김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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