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5~54세 기혼 여성 중 직장을 그만둔 여성이 213만9천 명으로 전체 기혼 여성의 22.4%를 차지했다. 직장을 그만두는 사유는 결혼(82만2천 명), 육아(62만7천 명), 임신·출산(43만6천 명), 가족 돌봄(16만2천 명) 순으로 나타났다. 중학교 교사, 소비자 운동가로 활동하다가 2011년 전북여성일자리센터장으로 부임한 김보금씨(55)는 경력 단절 여성들의 재취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경제적 여건이 ‘맞일’을 하지 않으면 자녀들 교육비와 생활비 감당이 어려운 환경으로 경력 단절 여성들의 취업 요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김 센터장은 전북은 대기업보다는 중소형 업체가 많은 지역으로 청년층보다는 ‘1인 다기능’이 가능한 주부들이 취업하기 유리한 틈새가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 덕분에 지난 2013년 한 해 동안 전북여성일자리센터를 통해 4천433명의 여성이 취업에 성공했다.
“아이도 잘 키우고 싶고 일도 하고 싶고 돈도 벌고 싶다는 주부들이 많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 보니 갈등도 있어요. 또 취업은 하고 싶은데 자격증 등 스펙에서 밀리거나 자신감이 없다는 분들도 많고요.”
김 센터장에게 취업 연계를 의뢰하는 여성들의 연령대는 40대가 가장 많다. 30대에 육아에 매진했던 그녀들은 이제 빠듯한 생활비와 아이들의 교육비로 인해 다시 바깥일이 필요해진 것이다. ‘잘할 수 있을까’, ‘그냥 남편 월급으로 어떻게든 살아볼까’ 하는 갈등을 딛고 취업에 성공해도 직원 간의 소통, 가사 부담 등의 일명 ‘경(력)단(절) 사춘기’를 겪는 탓에 취업 1년 뒤 남는 인원이 100명 중 31명밖에 안 되는 것이 현실. 그만큼 어려운 것이 ‘경력 재생’이다. 그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김 센터장은 최근 경력 단절 여성 13인의 재취업 성공 스토리를 담은 「엄마, 어디 가?」를 펴냈다.
그녀는 이 책에 소개된 이들은 ‘천신만고 끝에 취업에 성공한 사례’라고 일컬었다. 나이, 경력, 신체적·정서적 장벽에 부딪혀 주저앉은 여성들이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만들었다는 이 책이 주는 공감의 힘이 크다.
“13명 모두 대단한 여성들이에요. 그중 권효정씨는 27세에 육종암 판정을 받고 치료했는데 다시 재발하는 아픔을 겪었어요. 그 과정에서도 3명의 자녀를 낳은 그녀는 ‘딸아이에게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다’라며 저희 센터의 2개월 무료 맞춤형 교육을 받았고 연구소 사무직 면접을 봤어요. 면접 현장에서도 당당히 환자였음을 알리고 일자리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해 여러 명의 후보를 제치고 합격했죠. 연구소 대표는 권효정씨의 당찬 일 처리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죠.”
김 센터장은 “재취업에 도전한 그녀들이 흘린 눈물의 질량을 어떻게 책에 다 담아내겠는가 싶기도 했다”라는 고백에 이어 건설 현장에서 남편을 잃고 4남매를 키우기 위해 재취업 전선에 뛰어든 유승화씨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13명의 주인공들이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을 수도 있는 이야기를 선뜻 이 책을 통해 공개하기로 마음먹은 데에는 취업을 고민하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깊은 마음 씀씀이가 큰 몫을 했다.
자신의 상태 점검이 우선
“아줌마라고, 40세가 넘었다고, 제조업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운데 무슨 사무직이냐고 고개를 내젓는 기업체 대표는 물론, ‘몇 푼이나 번다고 이 고생이냐’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남편들의 항의도 재취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을 힘들게 합니다. 경력 단절 여성들의 재취업을 위한 기업의 배려는 물론 일과 가정이 양립될 수 있도록 가족 구성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합니다. 가사 노동에 대한 부담도 함께 나누고 무엇보다 엄마의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야겠죠. 아울러 어린이집 확충, 초등학교 돌봄 교실 확대 등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도 늘어야 하고요.”
취업을 마음먹었지만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여성들을 위해 김 센터장은 가까운 지역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방문하길 권했다. 그럼 취업의 반절은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경력 단절 여성 중 처음 취업에 나서는 여성들의 경우 두려움이 앞서 행동에 옮기지 않고 갈등만 하는 경우가 많다.
“재취업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보는 거예요. 오랫동안 직장을 떠나 있었던 점을 감안해 자신의 성격과 직업의 공통점을 찾아봐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구직 상담 후 5일간의 집단 상담 프로그램 참여를 적극 추천해요.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이면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고 자신의 성격과 직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거든요. 특히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경력 단절 여성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만나 교류함으로써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엄마, 어디 가?」에 소개된 정연경씨의 경우 잘 운영하던 의류 대리점이 실패한 이후 재취업에 나섰으나 40대 후반이라는 나이에 발목이 잡혔던 케이스. 늦었다고 포기할 법한 나이에 그녀는 당장의 수입보다 투자를 택했다. 고객상담사 교육을 받은 전략은 성공했다. 고용노동부의 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해 교육비의 80%를 지원받은 그녀는 고객만족(CS) 강사, CS 리더스 강사, 병원 코디네이터, 성폭력 예방 강사, 정리수납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기업체와 청소년대학직업 캠프 등의 강사로 부지런히 활동하고 있다.
김 센터장 역시 재취업을 위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할 것을 적극 권한다. 요즘 인기 드라마 ‘전설의 마녀’에는 제과제빵 교육을 받은 주인공이 그 능력을 살려 사회인으로서 기틀을 다지는 이야기가 나온다. 제과제빵이나 바리스타와 같은 요리 분야는 나이나 경력, 학력의 구애를 덜 받고 직업훈련을 통해 재진입이 가능해 눈여겨볼 만하다.
이 밖에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이 용이한 직업으로 선정한 직종으로는 교육 관련 분야의 학습지도사(방과 후 교사, 직업진로체험지도사, 독서지도사 등), 사무직종 분야의 경리회계사무원(세무사회에서 추진하는 전산회계 2급 자격증 취득이 필수), 보건복지 분야의 요양보호사(요양보호사 1급), 병원 코디네이터(민간자격증), 상담 분야의 직업상담사(국가자격증), 상담심리사(민간자격증), 다문화방문교육지도사(민간자격증)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외에 미용, 고객 상담, 제조·가공·유통까지 품질관리를 책임지는 품질관리원 분야가 있다.
재취업을 계획하는 경력 단절 여성 십계명
1 자신이 희망하는 직업이 요구하는 능력을 얼마나 갖췄는지 객관적 진단 도구를 통해 확인할 것.
2 직업의식 및 자신감 회복을 위해 관내 취업 알선 기관에서 운영하는 집단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해볼 것.
3 경력 단절 여성 중 기초부터 직업 역량을 키워야 하는 경우 직업훈련비를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제 등을 이용해 훈련을 받거나, 살고 있는 지역의 관련 기관을 이용할 것.
4 정확한 직업 정보 제공을 받기 위해 워크넷, e-새일시스템에 들어가 구직 신청을 할 것.
5 급변하는 직업 동향을 따라잡기 위해 온·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현재의 직업 흐름을 알아볼 것.
6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현재 자신이 가진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협적인 요소를 파악할 것.
7 국가자격증이나 민간자격증 취득을 계획할 때는 자격증 취득이 주는 장점과 단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도전할 것.
8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방향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자원봉사센터의 프로그램이나 직업 체험을 통해 자신에게 무엇이 맞는지를 파악한 뒤 교육을 받을 것인지, 취업을 할 것인지를 결정할 것.
9 학력, 나이, 자격증, 경력 등에 비춰 자신이 현재 어떤 직종에 취업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볼 것.
10 입사할 회사를 선택할 때는 업체의 정확한 정보를 파악한 뒤 지원할 것.
■글 / 장회정 기자 ■사진 제공 / 김보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