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허문 육아로 함께 미래를 꿈꾸다 - 이음채

주거협동조합

경계 허문 육아로 함께 미래를 꿈꾸다 - 이음채

댓글 공유하기
토요일 아침, 이음채 1층에 위치한 커뮤니티 룸 ‘이음채움’이 시끌벅적하다. 아이들은 벌써 내려와 놀고 있고 하나둘씩 어른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민낯들이 자연스럽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이음채의 주말 아침 풍경은 뛰노는 아이들의 활기로 가득하다.

[주거협동조합]경계 허문 육아로 함께 미래를 꿈꾸다 - 이음채

[주거협동조합]경계 허문 육아로 함께 미래를 꿈꾸다 - 이음채

서울 강서구 양천로에 위치한 이음채는 서울시 소유 주차장 부지에 들어선 국내 1호 협동조합형 공공임대주택이다. 완공 후 입주자를 선정하는 기존의 임대주택과는 달리 뜻이 맞는 입주자들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주택 계획과 시공 단계부터 이름과 디자인 선정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음채’라는 이름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다’라는 의미를 담아 입주자들이 직접 지었다.

서울시의 8만 호 임대주택 공급 계획의 하나로 시작된 이음채는 초기부터 ‘육아’에 중점을 두고 지은 집이다. 만 3세 미만 자녀를 둔 무주택 가구에만 입주자격이 주어졌고,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과 면접을 거쳐 최종 24가구가 선정됐다. 설계 과정에는 입주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각각의 주거 공간 외에 공동육아용 보육시설을 만들었다. 지상 6층 규모의 건물 1층은 입주민들의 공동육아 공간인 ‘이음채움’으로 꾸몄고 공동주방과 커뮤니티 공간도 갖췄다. 지난 9월 입주가 시작된 뒤 총 24가구(전용면적 49㎡) 중 22가구가 이사를 마친 상태다. 임대보증금 1억500만원에 월 임대료는 3만원. 2년마다 재계약하며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장기 전세주택으로, 2012년 24가구 모집에 231가구가 몰렸을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결혼 5년 차인 직장인 윤정현씨는 두 달 전 이음채에 새 보금자리를 꾸렸다. 네 살 딸을 둔 맞벌이 부부로 장기 전세와 공동육아에 끌려 참여하게 됐다.
“처음에는 주거 조건과 금전적인 조건을 우선시했어요. 입주가 결정된 뒤 정기적으로 조합원들이 모여 공동주거에 대한 교육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함께 사는 것에 대해 관심도 생기고 공부도 하게 되더라고요. 공동육아의 가치와 장점에 대해서도 더 깊이 생각하게 됐고요.”

또래의 아이를 둔 부부들이다 보니 육아에 대한 공통분모가 크다. 특별히 정해놓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공동육아가 이뤄진다.

[주거협동조합]경계 허문 육아로 함께 미래를 꿈꾸다 - 이음채

[주거협동조합]경계 허문 육아로 함께 미래를 꿈꾸다 - 이음채

“엄마들이 이음채움에 아이를 데려와 놀고 있으면 어린이집에 다녀온 아이들이 엄마 없이도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아요. 전에는 어린이집 외에 딸아이가 접할 수 있는 사회가 제한적이었는데 이곳에 와서 굉장히 넓어졌어요. 성격도 밝아졌고요.”

급한 일이 생겼을 때 아이 맡길 곳이 없어 맘을 졸여본 경험이 있는 부모라면 이와 같은 공동육아 공간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11개월 된 형규 엄마 박단비씨 역시 공동육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아이가 생기고 난 뒤 지역 엄마들 모임이나 육아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며 관심을 가져오다 얼마 전 이음채 입주민이 됐다.

“아들이 엄마 껌딱지예요. 이사 오기 딱 일주일 전에 제가 급체를 했는데 인사를 하고 지내는 이웃이 없어서 잠깐 맡기지도 못하고,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이곳에서는 서로 의지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아요. 대부분 어린아이를 둔 초보 엄마, 아빠들이다 보니 육아에 대한 고민이 많거든요. 그런 것들을 스스럼없이 털어놓고 정보를 공유해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해요. 형규도 누나, 형들과 어울려 지내며 사회성을 키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대부분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집은 장난감과 유아용품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상당한데, 각 집마다 장난감을 이음채움에 두고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집 외에 여유 공간이 더 생겼다. 공동 육아시설이 있어 집을 더 넓게 쓰게 됐다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퇴근시간이 빨라지다
이음채는 자립형 공동주택이다. 장기 수리를 제외한 청소나 관리비 문제를 주민들이 직접 고민하고 해결한다. 주택 관리 등 공동체 운영이 입주민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일반 아파트에서 관리비로 지출되는 부분을 최대한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만큼 자발적 참여와 의무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사실 여럿이 하는 작업에는 대충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지만 관리가 잘될수록 비용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내 집’이라는 애착을 갖고 하게 된단다. 협동조합이 낯설었던 이들도 자연스럽게 ‘함께 사는 것’에 적응해가고 있다. 물론 공동주거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다.

[주거협동조합]경계 허문 육아로 함께 미래를 꿈꾸다 - 이음채

[주거협동조합]경계 허문 육아로 함께 미래를 꿈꾸다 - 이음채

“공동시설들에 대한 관리 작업은 입주민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이음채움 등 공동구역 청소는 매주 토요일마다 층별로 돌아가며 맡고 있고요.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이기 때문에 규칙을 따르고 서로 배려하는 것이 중요해요. 청소를 예로 들자면 사람마다 청소하는 스타일이 다르잖아요. 꼼꼼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요. 그런 부분에서 갈등이 없도록 세부적인 내용들을 매뉴얼화하고 있는 중이에요.”

윤정현씨는 “사교적인 사람이라도 공동주거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과 주거의 영역을 공유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참여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본인도 행복하고 이웃들도 행복하다.

“이사 오기 전에는 기대만큼 걱정도 많았어요. 낯선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죠. 살아보니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아요. 우선 아이가 밝아지며 엄마, 아빠에게 투정부리는 시간이 줄었고 가정이 더 화목해졌어요. 더 일찍 들어오게 되더라고요. 이음채로 이사 와서 생긴 변화예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직장인들이다 보니 일이 끝난 뒤 맥주를 사들고 커뮤니티 룸으로 퇴근하는 남편들이 많아졌다. 길게는 석 달, 짧게는 일주일 된 입주자들은 벌써 형 아우 하는 사이가 됐다. 남편들의 귀가가 빨라졌으니 아내들의 얼굴이 밝아진 건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은 금방 친해지고 싸워도 금방 화해를 하는데 어른들은 그게 잘 안 되잖아요. 엄마, 아빠들이 빨리 마음을 열어줘야 아이들도 편해져요. 마을에 집들이 모여 살듯이 이음채는 24가구가 모여 사는 마을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이음채 주민들은 주거는 무엇에 초점을 맞추느냐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30평대 아파트에 살다가 이음채로 이사 온 박경현씨는 큰 집보다 아이가 집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전셋값은 반값으로 줄었고 삶의 만족도는 커졌다며 적극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찾아보기를 권했다.

현재 장난감으로 가득 차 있는 이음채움은 아이들이 자라면서 작은 도서관으로, 공부방으로 모습을 바꿔나갈 예정이다. 따뜻한 차 한 잔을 함께하며 봄이 되면 옥상 공동텃밭에 무얼 심을지 이야기를 나눈다. 이음채에는 입주민들이 함께 꿈꾸는 미래가 숨 쉬고 있다.

Tip
서울시는 이음채를 시작으로 △중구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 △서대문구 홍은동 청년 협동조합 △도시재생선도지역 내에 청년 봉제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협동조합 공공주택을 추진 중이다.

[주거협동조합]경계 허문 육아로 함께 미래를 꿈꾸다 - 이음채

[주거협동조합]경계 허문 육아로 함께 미래를 꿈꾸다 - 이음채

만리동 예술인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규모 임대주택 29호(지하 1층, 지상 5층)
임대 기간 최장 20년
임대료 보증금 3천500만~9천만원, 월 임대료 1만5천~3만원
입주자 선정 기준 1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인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른 문화예술 분야 종사자 2 소득 기준: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 소득 100% 이하. 단, 맞벌이 가구의 경우 합계 소득 110% 이하

홍은동 청년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규모 임대주택 31호, 사랑방 1호(지상 5층)
임대 기간 최장 6년(자격 기준 유지시 연장 가능)
임대료 매입형 기준(보증금 1천880만원/2천160만원, 임대료 10만원/12만원)
입주자 선정 기준 1 19세 이상 35세 미만인 청년 1인 가구(2015년 2월 졸업예정자 포함) 2 소득 기준: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 소득 70% 이하(50% 이하 가점 적용)

창신동 청년 봉제업 근로자 협동조합형 공공주택
규모 도시형생활주택 23세대, 주민공동시설
임대기간 최장 6년(자격 기준 유지시 연장 가능)
임대료 미정
입주자 선정 기준 1 19세 이상 35세 미만인 청년 근로자(봉제업 우선 선정) 2 소득 기준: 도시근로자가구 월평균 소득 70% 이하(50% 이하 가점 적용)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김성구

화제의 추천 정보

    Ladies' Exclusive

    Ladies' Exclusive
    TOP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