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도 작가, ‘신간’에 대한 묵직한 한마디

이영도 작가, ‘신간’에 대한 묵직한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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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라자」, 「퓨처워커」, 「폴라리스 랩소디」,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 등 이영도 작가의 책은 한 번 손에 잡으면 좀처럼 놓을 수 없는 흡입력을 가졌다. 얼마 전 출판사 황금가지는 이 작가의 해외 인세 수입이 5억원에 달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귤 까먹으며 책 보기에 좋은 계절, 그의 신간 소식이 더욱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이영도 작가, ‘신간’에 대한 묵직한 한마디

이영도 작가, ‘신간’에 대한 묵직한 한마디

해 외 인세 수입만 5억원이라니. 해외로 수출된 성인 소설로는 기록적인 수치다. 국내에서만 130만 부가 팔린 이영도(43) 작가의 소설, 「드래곤 라자」는 2005년 일본에서 출간돼 50만 부, 2007년 타이완에서 출간돼 30만 부가 팔렸다. 기록적인 판매 수치는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다. 올해 중국 대형 출판사에서도 그의 책이 출간될 예정이라니 ‘대륙의 힘’을 기대해볼 만하다.

이영도 작가의 작품은 대중소설이지만 단순히 재미로 찾아 읽는다고 표현하기엔 좀 밋밋하다. 섬세하고 유려한 필력과 독특한 발상의 캐릭터는 대중소설이라고 하기에 아까울 정도로 작품성이 뛰어나다. 단어 하나에서 문장 표현까지 고심하고 또 고심한 작가의 흔적이 느껴진다. 그의 첫 작품 「드래곤 라자」는 이미 게임, 만화, 라디오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제작됐고 판타지 소설로는 최초로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그런데 두터운 마니아층을 갖고 있는 그가 요즘 팬들에게 원망 아닌 원망을 사고 있다. 그 이유는 근 10년 가까이 신간을 내고 있지 않기 때문. 항간에는 경남 마산에서 자라 여전히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가 부모님이 하는 과수원을 물려받아 직접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도 들렸다. ‘올해도 이영도님 댁에서 맛난 단감이 왔네요’라는 담당 출판사의 트위터 글이 팬들 사이에서 그 근거로 여겨기지도 했다. 그러나 출판사 측은 이 소문에 대해 부정했다. 작가의 부모님이 과수원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나 그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그는 여전히 새로운 작품 집필에 여념이 없다는 것. 이렇게 된 김에 이영도 작가에게 이메일 인터뷰를 요청했다. 신간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작지만 단비 같은 소식이 되길 기원하며 말이다. 먼저 이 작가는 매우 의연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자신의 근황을 답신했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들을 제외하면 책 읽고, 커피 마시고, 뉴스 보고, 산책하고, 글 두드리고 있습니다. 보통은 글 쓰다가 그만두었을 땐 책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반대도 자주 있는 것 같군요. 책 보다가 심드렁해지면 제 글을 두드리기도 하고요.”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을 제일 먼저 던져봤다. “왜 신간이 나오지 않냐”에 대해 작가는 “미혼 남녀에게 왜 결혼을 못하냐, 눈이 높은 것 아니냐”와 같은 질문이라고 응수했다.

“그런 질문에 ‘응, 내가 눈이 높아’라고 쉽게 대답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농담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나날이 늘어가는 독신들에게 결혼을 안, 혹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서 쉽게 말하기 어려운 대답인 것 같습니다. (신간이 나오지 않는 이유도)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무난하게 대답한다면 좋은 글감을 못 만난 모양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소위 대박을 터뜨린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차기작에 대한 고민이 더욱 크다. ‘창작의 고통’이란 말처럼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하는 예술가들에게 그것은 기쁨과 동시에 엄청난 스트레스일 것이다. 포털 사이트나 대형 커뮤니티 게시판에 그의 이름만 쳐도 신간에 대한 목마름으로 아우성치는 독자들이 있다.

“저는 압박감은 그다지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고민한다고 해서 나아질 필력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고, 어쨌든 첫 번째 독자인 제 자신이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것이 글 쓰는 데 갖는 마음가짐이거든요.”

판타지 소설 불모지에 선 귀한 작가
이영도 작가는 인터넷 이전인 PC 통신 시절, 연재라는 통로를 통해 인기 소설가가 됐다. 그 통신망은 나날이 발전해 이제는 일반인들도 인터넷을 매개로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서로 소통하는 데 익숙해진 시대가 왔다. 그는 블로그나 홈페이지, 아니면 그 흔한 SNS를 통한 팬들과의 교류나 글을 연재하는 방식은 생각해본 적이 없을까? 작가의 그 어떤 흔적조차 볼 수 없는 독자들로서는 더욱 궁금증이 증폭되기도 한다.

“저는 방문하시는 분들이 즐겁게 구경할 수 있을 만큼 잘 관리할 자신이 없습니다. 클릭 몇 번으로 가볍게 발 디뎠다가 훌쩍 떠날 수 있는 곳이 웹 페이지라지만, 그래도 그런 것을 맡아 관리하는 건 이야기가 전혀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예의 바르고 주장과 소신이 분명하다. 말한 마디에서 느리지만 묵직하게 작품을 이어나갈 사람이란 믿음을 받았다. 판타지 소설이야말로 가볍게 읽는 장르라지만 사실 인물(인간이 아닐 수 있는)과 배경(현실과 매우 다른)을 모두 작가의 머릿속에서 구축해 만들어내야 한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며, 또 뛰어난 상상력과 창의력이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그의 소설 속 빈틈없고 기발한 세계관은 독자들에게 늘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때로는 천재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다. 그는 “내가 천재라면 세상에는 더한 천재들이 흘러넘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라고 했다.

“아마 완벽한 발모제와 부작용 없는 체중 조절제가 누군가에게서 발명됐을 거고, 「레이디경향」의 여행 섹션에는 화성이나 목성 여행기가 실려 있지 않았을까요?(웃음)”

이영도 작가의 팬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 작가가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 못지않은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지 않았을까.
“미국 독자들은 한국 독자들보다 더 관대한가요? 제 생각엔 한국 독자분들이 가장 관대한 것 같은데…(웃음).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다 있잖습니까?”

판타지 소설의 불모지에서 해외 출간이 줄을 잇는 그는 분명 귀한 작가다. 그의 어린 시절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스스로는 그저 방학 숙제가 싫고 문방구에 가면 제일 행복해지는 평범한 ‘소년A’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다른 점은 분명 있었던 듯하다. 집에 있는 책,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들을 가리지 않고 읽었던 ‘독서광 소년A’였던 것.

“아이들이 손에 넣을 수 있는 책은 뻔했지만 그 시절 읽던 책 생각하니 그리움보다 실소가 터지는군요.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잉카문명의 멸망을 묘사한 대목이 하나 떠오릅니다. 잉카 황제가 바다 건너에서 찾아온 외국인들을 만나기 위해 나타났는데 ‘중’이 성경을 내밀자… 어쩌고 하는 내용이었지요. 그 당시에도 ‘중’이라는 말에 ‘피사로에게 동양인 친구가 있었나!’ 하고 흥분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에 깜찍한 번역가께서 가톨릭 신부를 중이라고 친절히(?) 번역했다는 것을 알게 됐죠. 요즘은 그런 번역 아마 꿈도 꾸기 어렵겠지만 제가 어릴 적에는 그런 책도 있었지요.”

이 작가는 첫 번째 독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라 했다. 신간 출시 여부 혹은 시일도 중요한 문제지만, 주목할 것은 그가 글을 쓰는 일련의 시간들을 여전히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즐겁지 않으면 자판을 두드리지 않을 것이며, 그는 오늘도 글을 쓰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리 많은 인내심 없이도 읽을 수 있을 만한 글로 찾아뵙게 되기를 바랍니다. 독자분들, 건강하세요.”
이영도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는 인사말이다. 이제 기자도 뭔가 뒤끝이 아쉬운 근황 인터뷰가 아닌, 신간을 손에 들고 활짝 웃는 작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신간 인터뷰를 통해 이영도 작가를 직접 만날 날을 기다려볼 작정이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제공 / 조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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