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론을박 ‘김영란법’ 둘러싼 논란들

갑론을박 ‘김영란법’ 둘러싼 논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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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봄, 정국은 ‘김영란’이란 이름으로 떠들썩했다. 공직자 부패 방지를 취지로 한 ‘김영란법’이 오랜 기다림 끝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논의가 필요한 사항들이 남아 있다. 법안을 둘러싼 논란들을 살펴봤다.

갑론을박 ‘김영란법’ 둘러싼 논란들

갑론을박 ‘김영란법’ 둘러싼 논란들

지난 3월 10일 아침,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기자회견이 있었던 서강대학교 다산관은 200여 명의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마치고 전날 입국한 김 전 위원장은 예정됐던 시간보다 5분 빠르게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뜨거운 취재 열기에 “제가 대법관 됐을 때보다 더 많이 오신 것 같다”라며 취재진들에게 인사를 건넨 김 전 위원장은 그간의 요청에 응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오랜 시간 국회를 표류해온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일주일. 최초 법안 제안자로서 법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자리에서 카메라와 취재진의 시선은 김 전 위원장의 입으로 쏠렸다.

“3월 3일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수많은 기자들이 집과 학교, 공항에 찾아와 의견 피력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인 3월 4일 해외 출국 일정이 있는데다 그때까지 통과된 법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해 답변을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귀국 후 통과된 법을 입수해 검토했고, 비로소 여러분의 질문이 예상되는 부분에 대해 답변을 드리는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이날 김 전 위원장은 국회가 만든 ‘김영란법’을 원안과 비교해 조목조목 따졌다. “법을 시행하면서 부패문화를 바꿔보고 그래도 개선이 안 되면 보다 더 강화된 조치를 취하는 게 순리다”라며 지지 입장을 밝혔지만 원안의 3가지 핵심 중 하나였던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빠진 것에 대해서는 ‘반쪽 법안’이라며 강한 목소리를 냈다. 2012년 처음 제안됐던 ‘김영란법’은 오랜 시간 국회를 표류해왔다. 김 전 위원장은 “여기까지 온 것이 기적이다”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국회가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민간 언론을 포함시키고 부정청탁의 개념을 모호하게 설정해 검찰과 법원에 지나치게 넓은 판단권을 제공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김영란법’은 무엇?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은 공직자가 100만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한 경우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에 상관없이 처벌하는 법률이다. 대상은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다. 이에 해당하는 이들은 앞으로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 혹은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는다. 다만 상조회, 동호인회, 동창회, 향우회, 친목회의 구성원 등 지속적 친분 관계를 맺은 사람이 질병이나 재난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이나, 공직자 직무와 관련된 행사에서 주최자가 통상적인 범위에서 참석자에게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 등은 수수 금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받을 경우에도 반환 혹은 인도하거나 거부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맨 처음 제안된 원안에서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있었으나 이에 대해 여야가 막판까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의결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안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10월부터 시행된다.

왜 ‘김영란법’인가?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은 대한민국 법조계에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서울대 법대 4학년 재학 중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수료와 동시에 판사로 임용돼 30여 년을 법조인으로 살아왔다. 동기 중 최초로 부장판사로 진급했으며, 특히 2004년 헌정 사상 첫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돼 더욱 널리 알려졌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48세. 사법부 역사상 40대 대법관이 탄생한 것은 16년 만의 일이었고, 그것도 사법연수원 기수에 따른 연공서열을 10년 이상 뛰어넘는 파격적인 인사였다.

대법관 임기를 마친 그녀는 “임기를 마치면 변호사로 개업하지 않겠다”라던 약속을 지켜 강단에 섰다. 법조계의 오랜 악습 중 하나인 전관예우를 타파하고자 한 실천이었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을 쏟던 그녀는 2011년 국민권익위원장에 취임했다가 2012년 11월 남편인 강지원 변호사가 제18대 대선에 출마하자 위원장직에서 물러나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오해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김영란법’은 2011년 그녀가 국민권익위원장 재직 시절, 공무원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제안한 ‘공직자의 청탁 수수 및 사익추구 금지법안’이 시초가 됐다.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의 향응이나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에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할 수 있게 한 내용이었다. 이후 국민권익위원회를 통해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법안은 국회를 거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정식 명칭을 바꾸고 최초 법안 제안자의 이름을 따 ‘김영란법’으로 불려왔다.

2년 8개월간의 기나긴 여정
2012년 8월 입법 예고안이 제시된 ‘김영란법’은 기나긴 법안 통과 과정을 거쳤다. 법무부에서는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공직자들을 모두 형사처벌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며 입법이 아닌 기존 법 개정을 주장했다. 약 1년 뒤인 2013년 7월, 과태료 처분으로 바꾸는 절충안으로 가까스로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같은 해 8월 국회에 제출된 이후에도 적극적인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법의 적용 대상이 너무 넓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오랜 시간 잠을 자고 있던 법안을 깨운 건 지난해 4월 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세월호 사고였다. 사고의 주범으로 관피아(공직에 근무하다 퇴임 후 관련 기업에 재취업해 기업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는 이익 카르텔)가 떠오르며 공직 사회의 기강이 문제가 되자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취지의 ‘김영란법’이 다시 국회에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 이후에도 적용 범위와 위헌 소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던 국회 정무위원회는 원안의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규정’을 제외한 뒤 법안을 통과시켰고, 3월 3일 법안은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다. 김 전 위원장이 법안을 제안한 지 929일, 권익위가 입법 예고한 지는 924일 만이었다.

갑론을박 ‘김영란법’ 둘러싼 논란들

갑론을박 ‘김영란법’ 둘러싼 논란들

논란 1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규정’ 뺀 ‘반쪽 법안’
‘김영란법’은 당초 ‘부정청탁 금지’와 ‘금품 등 수수 금지’ 그리고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3가지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최종안에는 이해충돌방지 부분이 빠졌다. 이해충돌방지란 공직자가 4촌 이내 친족과 관련된 업무는 수행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장관이 자신의 자녀를 특채 고용하거나 공공기관장이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특혜 공사 발주를 하는 등의 사익 추구를 금지시키고, 공무원이 자신의 부모가 신청한 민원 서류를 직접 처리하지 않고 다른 직원으로 하여금 대신 처리하게 하는 것 등으로, 이해충돌이 있을 경우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국회는 이러한 조항을 두는 것이 정상적인 행정 업무에 지장을 준다며 최종안에서 제외시켰다. 제3자의 부정청탁을 방지하는 조항에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를 예외로 한 부분도 ‘자신의 목에 방울 달기’를 피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역시 이 부분에 대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을 브로커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용인하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논란 2 공직자의 범위 어디까지?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은 입법부(국회)·사법부(법원)·행정부(정부) 공무원과 정부출자 공공기관, 공공유관단체 임직원, 국공립학교 교직원,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사 종사자 및 그 배우자다. 원안과 정부안에서는 공공기관인 KBS와 EBS가 포함됐는데, 타 언론사와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결국 모든 언론사 종사자를 포함시켰다. 사적인 단체에 속해 있는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이 공직자에 포함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부분이다. 특히 언론이 검경의 감시 아래에 놓이게 됨으로써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반대로, 법을 적용받는 공직자의 가족 범위는 줄어들었다. 원안에서는 공직자의 민법상 가족(배우자, 직계존비속, 직계존비속의 배우자)으로 적용 대상을 뒀지만, 통과된 최종안에는 공직자 본인과 배우자로 축소됐다. 부정청탁으로 처벌받는 행위 유형도 좁혀졌다. 김 전 위원장은 “전직 대통령들의 자녀들과 형님들이 문제 됐던 사례를 돌이켜보면 규정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라며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로 축소한 부분에 대해 유감을 드러냈다.

논란 3 공포 1년 6개월 뒤 시행?
‘김영란법’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6년 10월부터 시행된다. 보통 법률안은 공포 6개월 뒤 시행되는 것이 원칙이다. 헌데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둔 것은 현직 의원들이 ‘김영란법’을 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직자의 적용 범위 등 기존의 법과 다른 부분이 있어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유예기간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법이 시행되는 시점이, 내년 5월로 예정돼 있는 제 20대 총선이 지난 직후라는 것 역시 여론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부분이다.

오랜 시간을 거쳐 마침내 통과된 ‘김영란법’은 그 적용 대상과 시행 시점 등이 원안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며 ‘김영란법’이 아닌 ‘정무위법’이 아니냐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를 거쳐오는 동안 입안자들의 기호와 입맛에 맞춰 변형됐다는 것이다. 비상 상황에서 빠져나갈 ‘쥐구멍’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좋은 의도로 만들어진 만큼 전체 법안이 확정될 때까지 전 국민의 생산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진실법’부터 ‘김영란법’까지, 사람 이름 딴 실명 법안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기자회견 말미에 “원안의 법이 워낙 길다 보니 짧게 이름을 붙여 편리하게 쓰시는 것 같다”라며 “앞으로 법에 내용이 드러날 수 있도록 ‘반부패방지법’으로 써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법 제정을 요구하거나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특정 명칭을 붙여서 부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정식 법률 명칭은 대부분 길고 복잡한 경우가 많아서 관련된 사람의 이름을 딴 명칭을 사용하는 실명법들이다. 법조계에서는 법안을 개인의 이름을 따서 부르는 것이 해당 법안에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법에 무관심한 국민들에게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대표적인 것이 이혼한 부부 가운데 자녀의 친권을 가진 부모가 사망하면 생존한 다른 부모는 가정법원으로부터 친권자로 인정받아야만 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법인 ‘최진실법’이다. 이전에는 이혼한 부모 중 단독 친권자가 사망한 경우 살아 있는 다른 부모가 자동으로 친권자가 됐다. 최진실 사망 후 전남편인 조성민에게 친권이 넘어가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2011년 5월 국회를 통과,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했다.

‘정봉주법’의 주인공인 정봉주 전 의원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 이에 ‘공직선거에 있어서 후보자가 공직을 담당할 적격자인지 검증하기 위한 선거운동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선거운동의 자유는 언론의 자유 내지 표현의 자유가 기초돼야 한다’라는 ‘정봉주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기존 공직선거법의 허위 경력과 허위 사실의 공표죄를 구성하는 요건에 ‘허위임을 알고도 후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라는 요건을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다.

동일한 실명법을 두고 이름을 바꿔 부르는 경우도 있다. 발의 초반 ‘나영이법’으로 불리다가 이후 ‘조두순법’으로 바꿔 부르게 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 연장, 심신 장애 감경 조항 엄격 적용, 성폭력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피해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 진행이 정지되는 것을 골자로 한 ‘조두순법’은 희생자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이중삼중으로 고통당하는 유가족의 심정을 헤아려 명칭을 바꾸게 됐다. 13세 미만의 아동 성폭행 및 살인에 대해 무조건 사형 혹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한 ‘혜진예슬법’ 역시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해당 명칭을 사용하지 않게 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은 대한민국 법조계에 기념비적인 인물이다. 서울대 법대 4학년 재학 중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수료와 동시에 판사로 임용돼 30여 년을 법조인으로 살아왔다.

■글 / 노정연 기자 ■사진 / 경향신문 포토뱅크 ■참고 자료 / 서울고등경찰청 공식 블로그, 한경 경제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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