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강연 나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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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한 4월의 교정에서 신세계 그룹이 준비한 인문학 강연회 ‘2015 지식 향연’이 열렸다. 이번 강연에서 주목할 점은 행사의 주최자인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강연자로 무대에 섰다는 것이다. 지식 향연의 개막 강연으로 포문을 연 정 부회장의 강연은 때로는 위트로, 때로는 냉철한 시대 비판으로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인문학 강연 나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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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시대를 경계한다
지난 4월 9일, 신세계 그룹이 대학생을 위한 ‘지식 향연’이라는 인문학 강연회를 열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번 강연회는 오는 7월까지 10개 대학에서 열릴 예정으로, 고려대 인촌기념관 대강당에서 그 시작을 알렸다. 포문을 여는 이벤트로 정용진(46)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삶에 대한 깊은 지식, 철학적 문제 해결 등 인문학의 중요성을 대학생들에게 역설했다. 긴장과 설렘이 가득한 표정으로 무대에 등장한 정 부회장은 오랜만에 대학교 교정을 거닌 소감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제가 몇 시간 전에 학교에 도착해 교정을 둘러봤는데 확실히 공기가 다르네요. 회사 일만 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많지요. 대학에 오니 마치 신입생…, 아니 복학생이 된 기분이에요. ‘대학 시절로 돌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요즘 대학생들은 학점 관리,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로 무척 바쁘잖아요.”

정신없이 허덕이는 일상을 잠시 멈추고 삶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것, 이는 젊은이들의 특권이다.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 이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가치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점점 생각의 기능이 퇴화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것이 인류 기술의 집합체 스마트폰의 탓이라고 주장한다.

“저는 지금의 시대를 스마트폰의 시대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스마트폰 시대에 가장 두려운 것은 뭘까요? 바로 배터리가 나가는 겁니다. 여러분, 두렵지 않으세요? 전 패닉이 되더라고요. 여자친구와 저녁 8시에 강남역에서 만나자 하고 약속했어요. 그런데 가는 도중 스마트폰 배터리가 다 된 거예요. ‘멘붕’ 아닌가요? 어떻게 할 거예요?”

국립국어원에서는 최근 상당히 의미심장한 단어를 발표했다. 바로 ‘디지털 치매 증후군’이다. 디지털 기계에 의존하다 보니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보통 휴대전화에 600~700개, 많게는 1,000개의 번호가 저장돼 있다고 하는데, 그중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몇 개인가요? 저는 피처폰을 쓸 때만 해도 전화번호 70, 80개는 항상 외우고 다녔어요. 기억력이 꽤 쓸 만했죠. 요즘은 제 휴대전화번호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어요. 지금 사는 집 전화번호도 모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20년 전에 살던 집 전화번호는 지금까지도 외우고 있어요. 그러니 나이가 들어서 기억력이 쇠한 것은 아닐 테죠. 사람은 필요에 의해 진화하고 퇴보하는 거죠.”

정 부회장은 이런 점에 함정이 있다고 말한다. 사람의 생각하는 힘은 기억이라는 정보의 집합소에서 나온다. 기억이 퇴화하는 것은 생각하는 것도 떨어진다는 의미가 아닐까. 떨어져가는 기억력은 아마도 우리에게 보내는 빨간 경고등일 수도 있다.

“사고 능력이 퇴화되면서 건강한 비판적 사고도 줄고 있어요. 그저 개인과 개인의 단편적인 헐뜯기만 넘치고 있죠. SNS를 통해 특정 개인에게 무조건적인 비난 혹은 지지를 하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소통은 쉬워졌지만 신중함은 사라졌어요. 저도 SNS를 통해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고객인 많은 분들과 소통을 해왔습니다. 덕분에 두 아이 유학도 보내고 쌍둥이들도 잘 키우고 있죠(웃음). 그런데 이제 좀 더 신중해지려고 해요. 짤막한 문장으로 앞뒤 사정을 살피는 것이 쉽지 않아 조심스럽거든요.”

그는 우리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돕는 스마트 시대의 축복을 제대로 누리자고 설파했다. 사고를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인문학을 간과해선 안 되는 이유다.

인문학 강연 나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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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근육 단련시키는 세 가지 방법
정 부회장은 스마트폰의 당착에 빠지지 않으려면 생각의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마치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것과 같다. 정신적인 근육 역시 훈련을 통해 단련하고 건강해질 수 있다. 그는 이를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저는 권유하거나 제안할 때 꼭 세 가지를 제시해요. 두 가지는 너무 간단하고 재미없으며 네 가지는 그 순간 잊어버리기 쉬워서 말이죠. 이번에도 세 가지를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운 좋게 딱 들어맞았습니다(웃음). 첫 번째, 인문학적 지혜가 담긴 책을 읽으세요. 보는 것이 아닙니다. 읽는 겁니다. 스마트폰의 단편적인 정보들은 모두 휘발성이 강한 이미지들입니다. 우리 지식 체계에 절대 편입될 수 없어요.”

책을 선택하기 힘들다면 그는 역사책을 보라고 조언한다. 역사책은 문학과 철학이 공존한다. 역사적 인물들의 드라마틱한 삶은 종합적 사고력을 요하며 역사의식도 세울 수 있다. 과거의 삶을 바탕으로 현재 삶의 고민들을 풀어나가는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정 부회장은 조선 사대부들의 대의명분으로 일어난 우리의 치욕스러운 전쟁사를 담은 역사평설 「병자호란」(한명기 저)과 백성을 위해 청나라의 문물을 전파하려 했던 실학자의 저서 「북학 또 하나의 보고서, 설수외사」(이희경 저)를 권하기도 했다.

“두 번째 방법은 글쓰기입니다. 글을 쓰는 것은 인문학적 사고의 과정이에요. 하버드대는 혹독한 글쓰기 훈련 수업을 신입생들의 필수 과정으로 정해놓는다고 합니다. 글쓰기가 어렵다면 손 편지를 써보세요. 저는 가끔 씁니다. 편지쓰기를 통해 생각을 다듬고 그것으로 타인과 감정을 공유하면 참 좋은 시간이 되겠지요.”

생각 키우기 세 번째 방법으로 그는 토론하는 연습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우리 사회는 다른 사람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타인의 생각을 읽는 사고력은 나의 사고력도 정교하게 만든다. 또 말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논리는 더욱 풍성해진다.

“저는 신입 사원들이 들어오면 함께 토론하는 자리를 만듭니다. 그 사원들에게는 얼마나 떨리는 자리인지도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저에게도 매우 소중한 시간이에요. 토론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듣다 보면 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우도 많고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제대로 된 토론이 이뤄지죠.”

정 부회장은 인문학이란 삶에 대한 지식과 지혜를 누군가와 교감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특히 삶의 뿌리를 튼튼하게 가꿔야 하는 청년들에게 그가 꼭 강조하고 싶은 말이다. 강연이 이어진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1,000여 명 대학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던 정 부회장. 그는 장차 우리 사회를 이끄는 리더로 성장할 대학생들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글 / 이유진 기자 ■사진 / 안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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