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사위 vs 한국인 사위…장모 3인방의 글로벌 사위 열전
장현숙(71, 이하 한국 사위 장모) 내가 제일 왕언니인 것 같으니, 나부터 할게요(웃음). 난 딸 셋에 아들 하나, 사위 셋에 며느리에 손자까지 다 봤어요. 그래서 나는 한가해요(웃음).
방정란(60, 이하 태국 사위 장모) 저는 딸 하나, 아들 하나예요. 드물게 태국 사위를 봤어요.
백순자(61, 이하 프랑스 사위 장모) 저도 딸 하나에, 아들 하나예요. 다음주에 딸이 프랑스 사람과 한국에 들어와 결혼을 해요. 프랑스에선 이미 했고. 이 기사가 나갈 때면 결혼했겠네요.
레이디 한국 사위 보는 일이야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데, 외국 사위는 어떨지 궁금해요.
프랑스 장모 내 이야기가 제일 길 것 같은데요?(웃음) 진짜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이고 생각도 못했어요. 어느 날 프랑스로 유학 간 딸에게 전화가 왔는데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거예요. 근데, 외국인이라네. 그 순간 뭐랄까, 하늘과 땅이 붙는 것 같더라고요.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애지중지 길러서 유학까지 보내놨더니, 외국 남자랑 결혼을 한다니요. 찬성하고 반대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충격이 컸어요. 딸이 아이까지 낳았을 때까지도 제가 남편한테조차 말을 못했어요.
일동 (놀람)
레이디 프랑스에서 아이까지 낳았는데 결혼 허락을 하시지 않은 거예요?
프랑스 사위 장모 거기서 결혼하고, 애도 낳고… 계속 제게는 알렸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남편이 반대할 게 뻔해서 정말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아유, 그때 얘긴 하지도 마세요. 오죽하면 그때 체중이 7kg이나 빠졌겠어요. 신경을 하도 써서. 물 한 모금을 넘기지 못해서 한의원에 갔어요. 어른 손 한 뼘 되는 대침을 가슴 한가운데 깊게 찔러 넣는데도 아무런 감각이 없더라고요.
일동 드라마네, 드라마야.
레이디 정말 힘든 시간이셨겠어요. 어떻게 남편분에게도 알리고 가족이 화해하셨나요?
프랑스 사위 장모 근데 그게 너무 허무해요(웃음). 제가 그렇게 끙끙댔던 것에 비해 쉽게 풀려서요. 딸애가 아이 낳고 처음으로 여동생에게 그동안의 상황을 다 말했어요. 크리스마스 땐가 가족 모두가 모였는데 둘째 딸이 와서는, 아무 생각 없이 프랑스에 전화해서 “아기는 잘 있어?” 이렇게 통화를 하는 거야.
일동 진짜 드라마네!
Profile 프랑스 사위 장모 백순자씨는… 중문학을 공부한 딸은 돌연 미술로 전공을 바꾸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멋진 프랑스 공대 교수와 결혼해 예쁜 아이까지 낳았다. 올 6월에는 파리에서 전시회도 연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사람이 되라고 기도하며 키운 딸답게 정말 세계적으로 살고 있다.
프랑스 사위 장모 그 순간 온 집안이 누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한 거예요. 누구 하나 입을 못 떼. 저는 엉엉 울었고요.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많이 운 날이에요. 딸애가 백일도 안 된 아기를 데리고 17시간 비행기 타고 부랴부랴 왔어요. 딸이 우울해하니, 생일 선물이라며 사위가 비행기 표를 끊어주더래요. 딸 맞으러 공항에 가는데 남편이 한마디도 안 하는 거예요. 얼마나 불안했게요. 그런데 웬걸요. 공항에서 아기를 보자마자 남편이 그냥 사르르 녹는 거예요.
일동 그런 게 있어. 핏줄이라고….
프랑스 사위 장모 애를 보고 그렇게 좋아해요. 내가 왜 그렇게 혼자 끙끙댔나 싶었을 정도로요.
레이디 마지막에나 여쭤볼 질문이라 생각했는데요. 지금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뭐가 그렇게 힘드셨어요? 아기까지 낳은 딸의 국제결혼을 받아들이는 것이요?
프랑스 사위 장모 사실 내가 그렇게 마음을 졸였지만, 한국의 가족이나 프랑스에 있는 딸에게 내색을 안 했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찬성, 반대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외국인 남자와 내 딸이 결혼을 한다는 그게, 믿기지 않는 거예요. 또 우리나라엔 아직까지 그런 게 있잖아요. 편견 같은 거. 게다가 정다운 딸이었는데 바다 건너 멀리 다른 나라에서 산다니…. 자주 보지도 못할 거라 생각하니 슬프고.
일동 맞아, 맞아. 그런 거 있어.
한국 사위 장모 딸들이 가까운 경기도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데도, 딸들 시집보내면서 이제 자주 못 본단 생각에 그렇게 눈물이 나던데 오죽했겠어요.
태국 사위 장모 나는 명함도 못 내밀겠네요(웃음). 우리 딸도 호주 유학 가서 만났어요. 사위가 박사학위 끝내고, 취직을 해야 결혼을 할 수 있으니 기다리면서 연애를 한 6, 7년 했을 거예요. 받아들이는 시간이 충분했죠.
레이디 고민이나 걱정 같은 건 전혀 없으셨어요?
태국 사위 장모 어려서부터 워낙 믿음직한 딸이었어요. 그래서 그 아이 선택을 믿어줬어요. 그런데 결혼 전에 처음으로 태국을 갔다 오더니, 걱정은 좀 하더라고요. 워낙 더운 나라니까 거기서 살 수 있을까 하고요.
사랑받고 사는 모습에 만족해
레이디 사위 처음 봤을 때 어떠셨어요?
태국 사위 장모 딸이 한국에 들어와서 화상 채팅으로 사위 얼굴을 보여주더라고요. 그때 처음 봤어요. 그런데 처음 봤을 때부터 싫지 않더라고요. 인연이 되려고 했는지 그냥 좋았어요. 둘이 매일 그렇게 화상 채팅을 하더라고요.
프랑스 사위 장모 딸아이 먼저 오고 나중에 사위가 왔는데, 얼굴 보니 진짜 마지막 남은 걱정까지 다 사라졌어요.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고 좋은 사람이었어요. 마음이 그제야 완전히 놓이더라고요.
레이디 외국 사위 보신 장모님들은 다들 하나같이 처음 본 날을 특별하게 기억하고 계시는데, 한국은 어떤가요? 한국 사위라고 하니 말이 이상한데(웃음).
Profile 한국 사위 장모 장현숙씨는… 딸 셋에 사위 셋, 아들 며느리까지 더는 바랄 게 없이 다복하다. 누구 하나 처지는 자식 없이 여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백년손님이라 며칠 전부터 청소를 하고 장을 보며 채비를 해도 힘이 들지 않는다. 모두 출가시켜 한가롭다고 말하지만 가장 바쁜 이유다.
일동 저 댁은 사위 셋 다 잘 봤어요(웃음).
한국 사위 장모 사위 본 이야기보다 사실 한국은 딸 보낸 느낌이 더 크지요. 큰딸이 중매결혼을 했어요. 결혼식 치르고 집에 돌아와서 텅 빈 큰딸 방을 보는데, 막 눈물이 나는 거야. 엉엉 울었어요.
레이디 결혼식장에선 안 우시고요?
한국 사위 장모 왜 안 울어요. 결혼식장에서도 내내 훌쩍거렸지(웃음).
레이디 친정엄마들의 눈물은 어떤 의미일까요?
한국 사위 장모 내 식구였는데 남의 식구 된다는 거, 뺏기는 기분이랄까. 허전함이지. 또 매일 얼굴 보며 같이 살았는데 떨어져 사는 것도 서운하고요.
레이디 다른 딸들 결혼할 때도 많이 우셨어요? 아, 이런 질문 다른 따님들 때문에 안 될까요?
한국 사위 장모 아이고, 안 되고말고요(웃음). 첫딸 결혼할 때 제일 많이 울었죠, 아무래도. 또 첫딸은 중매고 둘째, 셋째는 연애를 했어요. 연애 기간이 있으니 충격도 덜하고, 받아들이는 시간도 충분하잖아요. 단련이 된 걸까. 둘째 딸 때부터는 기쁜 마음도 생기더라고요.
레이디 그래도 사위가 셋이나 되니 누가 더 예쁘고, 누가 더 잘하고 그런 것도 있고, 딸들도 누구에게 더 잘해준다 질투도 하고 그러겠어요!
한국 사위 장모 아이고!
레이디 이거야 말로 나가면 안 되는 거죠?
일동 그렇지!(웃음)
레이디 자자, 이제는 사위 자랑부터 해야겠어요. 장모들이 모여 사위 얘길 한다니 무슨 말씀을 하시려나 얼마나 궁금해하겠어요! 사위에게 받은 선물 중 인상적이었던 게 있나요?
프랑스 사위 장모 얼마 전 제 생일이었는데 프랑스에서 주문해 꽃바구니를 보냈더라고요. 고맙다고 꽃다발과 함께 찍은 인증샷을 보내줬죠.
태국 사위 장모 애들 연애할 때인데 금으로 된 십자가 펜던트를 선물했더라고요. 내가 교회를 다니니까. 불교 국가인데도 그걸 보낸 거예요. 감동이었어요. 그리고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우리 사돈네는 무교야. 그것도 그렇게 마음에 들어요.
한국 사위 장모 나야 나이가 있으니 받은 게 많아서 일일이 세 사위 선물을 다 열거할 순 없고. 그래도 막내 사위가 막내라 그런지 애교를 떨어줘요. 딸이랑 전화하면 수화기 너머로 “장 여사님~ 장 여사님~” 하는 소리가 들려(일동 웃음).
나와 다른 딸의 삶, 며느리 생각 자연스레
레이디 사위들 이럴 때 고맙다, 그래도 이런 사위 봐서 좋다 싶을 때가 언제일까요? 특히나 국제결혼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프랑스 사위 장모님이 궁금해요.
프랑스 사위 장모 한국과 다르게 누리고 사는 게 좋아요.
태국 사위 장모 맞아요. 제사고 생일이고 명절이고 하나 없고 말이에요. 우리 손자가 그렇게 성격이 좋아요. 왜 그런가 보니, 내 생각엔 엄마가 종일 붙어서 놀아주니 그런 것 같아요. 밥도 다 나가 사 먹는다지. 태국 가보면 한국 부엌이랑 달라요. 냉장고 작은 거 하나 있는데, 그것도 물 넣어두는 정도야.
레이디 누리고 산다는 게 뭘까요? 더 듣고 싶어요.
프랑스 사위 장모 여기서 누리지 못할 거 누린다고요. 시아버지가 며느리 집에 와도 그냥 “식사 하실래요? 안 하실래요?” 부담 없이 물어보고, 남편도 아침에 우유 한 잔 마시고 나간대요. 저녁에는 배 안 고프다고 바나나 하나 먹고. 어떤 날은 우리 애가 자기 먹을 걱정만 하면 된다고 해요.
태국 사위 장모 사 먹는 밥도 사위가 애 다 챙기니 우리 딸은 그냥 먹기만 하면 된대요.
프랑스 사위 장모 1월 4일이 우리 딸 생일인데, 그때 눈물 펑펑 흘리는 딸 사진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거예요. 무슨 일인가 싶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라고요. 자세히 보니 시댁에서 깜짝 생일 파티를 열어준 거예요. 그걸 사위가 찍어서 보냈더라고. 시댁에 가도, 시아버지가 앞치마 턱 두르고 요리를 한대요. 그러곤 밥을 보통 4, 5시간씩 먹는대요. 하나 먹고 얘기도 하고 게임도 하고, 그러다가 음식 나오면 또 먹고. 한번은 적응이 안 돼 중간에 일어나 가서 잤대요(웃음). 한국 같아 봐요. 시댁 가서 설거지하다 죽어날걸?
태국 사위 장모 시댁에서 나한테 딱히 못해준 것도 없거든요. 그래도 늘 마음에 부담이 있었어요. 가기 전부터 어렵고, 가면 더 어렵고. 잘해주시는데도 그랬어요.
한국 사위 장모 편치가 않죠.
레이디 한국 여자, 한국 며느리로 사는 건 여기 장모님 자격으로 오신 어머님들이 가장 잘 아시겠어요?
Profile 태국 사위 장모 방정란씨는… 간호사이던 딸은 언제나 믿음직했다. 호주 유학 시절, 학생 신분임에도 집에 손을 벌리지 않았다. 호주로 국비 유학을 왔던 태국인 남자를 만나 오랜 시간 사랑을 키우고 결혼해 태국에서 잘 살고 있다. 집안 좋고 성실한 사위를 보면 우리 딸이 오죽 잘 찾았을까, 그저 흐뭇하다.
한국 사위 장모 대우 받기만 좋아하지. 나이 먹은 사람들은 더해요!(일동 웃음)
태국 사위 장모 한국 문화 자체가 그렇잖아요. 난 옛날부터 그게 싫었어요. 그래도 우리 시대나 지금은 많이 변했어요.
한국 사위 장모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남아 있어요.
태국 사위 장모 제왕적 기질이랄까. 자기 집에 무조건 잘하는 거 좋아하고.
프랑스 사위 장모 그런 거 있죠.
태국 사위 장모 그렇죠? 그런데 외국으로 시집보내니 그런 게 없어 참 좋아요.
좋은 사위만큼 좋은 장모
프랑스 사위 장모 프랑스는 성인이 되면 부모와 완전히 분리가 돼요. 시댁에 갈 때도 초콜릿 하나 사가면 충분하대요.
태국 사위 장모 리 딸도 시댁 가면 외식한대요.
프랑스 사위 장모 요즘은 같이해야 해요. 딸을 보니, 자연스레 며느리 생각이 나요. 그래서 나도 프랑스만치는 아니어도 그렇게 해주려 노력해요.
태국 사위 장모 저도요. 둘만 잘 살면 돼요. 우리 때는 시댁 눈치 봤잖아요. 그런 거 난 진짜 내 대에서 끊어버리자 하고 노력해요.
프랑스 사위 장모 항상 아들에게 그래요. “같이해라. 네 처가 부엌에서 설거지하면 너는 화장실 청소해라”라고. 우리는 며느리 온다고 하면 다 해놔요.
프랑스 사위 장모 나도 참견 안 해요, 절대. 거의 10년 됐는데 여태까지 싫은 소리 안 했어요. 딸한테는 오히려 막 해도. 내가 말 잘못해서 얼굴 붉히면 나중에 어떻게 편하게 보나 싶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고. 또 며느리도 잘해요.
프랑스 사위 장모 그런데 요즘 애들은 다 똑똑해서 잘하고 잘 사는 것 같아요.
일동 맞아, 맞아.
레이디 그래도 사위는 언제나 백년손님이라잖아요. 며느리 오기 전에 음식도 다 해놓으시지만 사위 맞을 음식 준비도 만만찮죠. 아이고, 그러고 보니 우리 어머님들은 며느리, 사위 음식 다 하시네요!
일동 그러게나!(웃음)
태국 사위 장모 태국은 더운 나라라 소가 스트레스를 받아 그런지 고기가 질기대요. 그래서 한국 오면 한우 먹어요. 한번은 강남에 있는 불고기집에 가서 외식을 했는데 입에서 살살 녹는다고(웃음) 한국 쇠고기가 부드럽다고 제일 좋아해요.
프랑스 사위 장모 음식 걱정 많이 했는데 다행히 잘 먹더라고요. 프랑스에 돌아가 그러더래요. 평생 먹었던 쌀보다 한국에서 한 달간 먹은 쌀의 양이 더 많았다고. 생선회도 신기해하며 잘 먹더라고요.
레이디 전설의 한국 사위는요?
한국 사위 장모 사위들 온다면 며칠 전부터 청소하고, 갈비 재우고, 생선도 구워주고, 회도 떠다 주고…. 나이가 이렇게 들었어도 사위 온다고 하면 긴장돼요, 여적.
레이디 사위들이 백년손님 치레하는 세계 최고의 장모들인 줄은 알까요?
일동 그러게나!(웃음)
레이디 언제 또 사위 보시나요?
한국 사위 장모 명절 때 보겠지요?(웃음)
태국 사위 장모 사위가 교수인데, 올해 안식년이라 한국에 와 있겠대요. 아이고, 그 밥 해주려면 큰일이야(웃음).
프랑스 사위 장모 한국 결혼식에 프랑스 사돈들 오시고, 또 일본에 있는 사위 친구들도 온다고 하고, 집안이 아주 온 나라 사람들로 북적이겠어요. 난 또 어떻게 그 손님들을 치르나.
레이디 한국 여자는 언제나 바쁘네요!
일동 그러게나!(웃음)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박재찬